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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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10주년 축하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사회과학 전문서, 대중서를 많이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통찰을 주는 책들 많이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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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품위있게 -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김봉국 지음 / 센추리원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언젠가 학교 숙제로 아버지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는 읍내에서, 고등학교 때는 시내에서, 대학교 때는 서울에서 자취한 아버지는 자수성가하기 위해 쉬지 않고 애쓰셨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저런 꿈도 있었지만 아내와 두 딸을 부양하기 위해 전부 포기하고 회사 일에만 매달리셨다.  입사 30년째를 앞두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가장 크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고단하셨을까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멋있게 품위있게>의 저자 김봉국은 우리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58년 개띠, 베이비붐 세대다. 시골에서 태어나 명석한 머리와 성실함 하나만 믿고  오십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편히 쉬지도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까지 똑같다. 저자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삼성에 입사했으나 언론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퇴사, 매일경제신문에 재직하다 온라인 경제신문 이데일리를 창간했다. 기 쁨도 잠시, 갑작스런 퇴직과 암 투병, 어머니의 타계를 겪은 한꺼번에 겪은 저자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는  현재 <행복한기업연구소>를 통해 리더십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동시에 아주경제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명품 시니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4,50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이 책을 썼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다수는  학창시절에는 어른들이 하라는 공부를 하고, 입사 후에는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며 타율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다가 퇴직 후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해야 하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갑자기 늘어나버린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답답하고, 망 망대해에 떨어진 듯 무력하고 허무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며 체면을 버리고, 까짓것 안식년이라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즐기라고 조언한다.  이제부터라도 가족, 부모, 선후배, 친구 눈치 보지 말고 오로지 나를 위해 살아보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나이들수록 매력있는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시니어 범생이'가 되는 것이 꿈이다.  '시니어 범생이'란 젊게 살도록 노력하고, 주위사람들에게 잘 베풀며, 솔직하고 인상이 밝고, 독립적이며,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이른다.  평생을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서까지 남에게 인정받는 '범생이'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이런 긍정적이고 성실한 자세야말로 회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잊고 있는 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상 깊은 구절


남자의 인생이란 이십 대는 자기 자랑, 삼십 대는 아내 자랑, 사십 대는 회사 자랑, 오십 대는 자식 자랑, 육십 대는 돈 자랑, 칠십 대는 건강 자랑이라고 한다. 누구나 자랑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굴곡진 길을 피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있다.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고 해도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새벽은 다시 찾아온다. (p.25)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자면 '사춘기'와 '사추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춘기는 청소년기의 질풍노도 시기라면, 사추기는 중장년기의 공허의 시기라 할 수 있다.  100세 시대의 반환점인 오십 대에 접어들면 가을의 쓸쓸한 고독처럼 밀려드는 허전함과 허무감에 휩싸이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봄의 부푼 꿈과 여름의 화려함이 가시고 가을의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시기다.  사람에 따라서는 인생의 황금기이자 정점일 수도 있고,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때일 수도 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인 만큼 누구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변화를 겪게 된다. 사춘기는 반항이라는 이름으로 청춘을 불사르는 것이지만 사추기는 갱년기와 함께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 (pp.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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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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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의 신화와 웃음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라고 하면 훨씬 전에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의 비밀을 파헤치는 움베르토 에코의 추리 소설 <장미의 이름>이 있었다. 두 소설은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점이 많다. <장미의 이름>이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이 배경인 반면 <웃음>은 현대 프랑스 파리가 배경인 점, <장미의 이름>은 수도사 윌리엄이 주인공인데 반해 <웃음>은 뤼크레스와 이지도르 두 남녀가 힘을 합치며 러브 스토리가 가미되었다는 점은 다르다. 살인 사건의 범인과 배후를 추리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 사건의 배후에 종교 또는 유사 종교 집단이 있다는 점, 궁극적으로 웃음에 대한 사회적 금기와 그것을 넘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그렸다는 점은 비슷하다.


<장미의 이름>과 구별되는 <웃음>의 장점은 허구와 상상이라는 가면을 쓰고 현실을 조롱한다는 점이다. 다 리우스는 정치인과 재계 명사 등 수많은 인물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그 역시 자신의 인기와 권력을 이용해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그들의 것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었다. 다리우스만 욕할 수는 없다. 다리우스를 스타로 만든 건 뭐니뭐니해도 그의 유머에 깔깔대며 웃고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내준 대중들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대중들은, 실상 울음보다 웃음을 더 좋아하면서도, 희극보다는 비극을 선호하고 코미디언보다는 배우들을 선망하며 웃음을 기만한다. 그런 대중들의 어리석음을 일찌감치 간파한 다리우스는 어릿광대인 척 하면서 실은 그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았다. 속고 속이고, 깔보고 깔봄을 당하는 이 꼬리 밟기 같은 현실은 허구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현실에 가깝다.


웃음의 근원을 파헤치던 뤼크레스와 이지도르 역시 다리우스의 어두운 뒷면과  웃음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 잣대를  알고 실망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 번 죽음의 위기를 넘기는 노력 끝에 비웃음이나 실소가 아닌 진짜 웃음을 얻는다. 웃음이 별건가.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것을 보고 공감하면 얼굴에 피어나는 것이 웃음인 것을. 그 간단한 진리를 알기 위해 참 멀고도 먼 길을 돌았건만, 그 과정이 그리 멀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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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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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파라다이스>에서 <농담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재미있게 읽었다.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트리스탕이 농담의 전파 경로를 역추적하다가 유머 발생의 신화를 찾아낸다는 내용인데, 두 코미디언이 링 위에 오른 복서처럼 상대방과 웃음 대결을 벌여 먼저 웃으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그 끔찍함과 엽기성 때문일까,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 단편에서 모티프를 딴 소설이 2011년에 국내에서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웃음>이다.  프랑스 최고의 코미디언 다리우스 워즈니악이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쉬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고사로 결론이 났지만  다리우스의 열렬한 팬인 여기자 뤼크레스가 보기에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리우스는 죽기 전 대기실에서 어릿광대로부터 파란 상자 하나를 건네받았고, 그 상자를 열자마자 미친듯이 웃었으며,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사망했다. 그녀는 다리우스가 타살 당한 게 명백하다고 확신하며  지독한 인간 혐오증을 가진  작가  이지도르를 찾는다.  다리우스의 사인을 파헤치던 두 사람은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는 '웃음기사단'의 존재를 알아내고, 그들이 대표하는 빛의 유머와 어둠의 유머의 적대 관계를 알게 된다. 웃음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세계에서 두 사람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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