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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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유혹하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고른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법정 드라마를 좋아하고, 순전히 흥미로 대학에서 법학 과목을 몇 개 들은 적도 있는 내가 늘 궁금해하던 문제였다. 저자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형법 전문 변호사로서 활약한 경험을 각색해 쓴 이 책으로 무려 50주 이상 독일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고 전세계 25개국에 번역 출간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변호사가 재판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는 더러 있지만 이 책처럼 아예 소설 형식으로 구성한 책은 드문데다가, 실화인지 소설인지 분간이 안 될 만큼 이야기가 생생하고 흥미로웠다. 인물과 사건을 추가하고 길이를 더 늘이면 같은 독일 사람인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타우누스 시리즈'와 비슷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이 사건에는 변호할 게 없었다. 다만 법철학으로 다룰 문제가 있었을 따름이다.
즉, 처벌이라는 게 무슨 의미를 가질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형벌을 내릴까? (p.24)


책에는 모두 열한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지역에서 명망 높은 노의사가 아내를 토막 살인한 사건, 아버지에게 시달리던 첼리스트가 결국 동생을 천국으로 보낸 사건, 난민자 신세인 창녀와 홈리스가 사체를 유기한 사건, 한 남자가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을 위해 돈을 벌던 여자친구를 죽인 사건 등 법정 스릴러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본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저자가 직접 겪은 실화라니. 너무 끔찍해서 제발 소설이길 빌었다. 심지어는 저자가 정말 직업 소설가가 아니라 변호사 맞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


의뢰인이 정말 무죄일까 하는 의문은 중요한 게 아니다.
변호사의 1차적인 임무는 의뢰인의 보호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p.161)


이야기를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나는 유럽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했다고 여겨지는 독일 사회 내부에 양극화, 가정 폭력, 성매매, 마약, 소수자 차별, 신나치주의 등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지를 느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분명한 코멘트를 하지는 않지만, 변호사로서 법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게 얼마나 버겁고 힘든 일인지를 간간이 토로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멋진 수트를 입고 화려한 변론을 펼치는 변호사의 모습은 허상일뿐, 실제 변호사들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2편도 나왔다고 하고 국내에도 이미 출간되어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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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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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라니.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과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정말이었다. 저자 루이스 버즈비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 무료로 배포되던 주간지 <위클리 리더>에 실린 출판사 카탈로그, 그러니까 광고를 보고 책을 주문해 읽기 시작하면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 고등학교 때는 집 근처에 있는 단골 서점 '업스타트 크로 앤드 컴퍼니'에서 일하기 위해 2년간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겨우 취직에 성공했다. 그 후로도 10년 가까이 서점에서 일하고 7년을 더 출판사 외판원으로 일한 그는 은퇴한 지금도 일주일에 최소 다섯 번은 서점에 갈 만큼 자칭타칭 서점 마니아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외로운 행위이지만 세계와 손잡기를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p.65)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내가 서점 그리고 책으로부터 배운 것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나도 초등학교 때 소년중앙일보 같은 어린이 신문을 구독했다. 그 때 책 광고를 봤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도서실에서 친구들과 경쟁적으로 새로 들어온 책을 빌려 읽으며 독서에 흥미를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중학교 때는 문제집을 고른다는 핑계로 집 근처 상가의 헌책방에서 죽치고 있다가 주인 아저씨가 추천해주는 책을 사들고 오는 게 낙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주말마다 학교 옆에 있는 도서관에서 소설 또는 (그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훗날 전공이 되는) 사회과학 도서를 읽었다. 대학교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 독서 동아리에 가입해 책을 읽었다. 학업을 마친 지금은 이렇게 서평 블로거로 활동하며 책과의 인연을 놓지 않고 있다.


책은 어떻게든 그 사람의 삶을 넌지시 이야기해준다. (p.148)


책에 얽힌 저자의 추억담도 재미있지만, 저자가 열심히 찾아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했거나 혹은 알고 있을(나는 몰랐다) 책과 서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가 즐겨찾는 동네 서점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적어도 내가 사는 송파구에서는 그렇다). 이십대 후반인 나에게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동네 서점의 추억이, 요즘의 어린 학생들에게는 옛사람의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릴까?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마음이 무겁다. 노란 불빛의 서점을, 그네들에게 물려주지 못함이.


내 자식들에게, 그리고 그 아이들은 또 자기 자식들에게 대대로 물려줄 수도 있는 400쪽짜리 소설 한 권이 고작 25달러에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짜릿하고 놀라운 일인가. 책은 결코 비싸다고 불평할 물건이 아닌 것이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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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3-12-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책을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군요. ㅎㅎ 예쁜 동네서점도 늘면 좋겠어요. ㅜㅜ

키치 2013-12-15 19:54   좋아요 0 | URL
닮고 싶습니다 ㅎㅎ
여울마당 님 말씀처럼 예쁜 동네서점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영... 대기업 서점도 겨우 볼 수 있는 실정이네요ㅠㅠ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 법을 무기로 세상 바꾸기에 나선 용감한 변호사들 이야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부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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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보호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분들이 참으로 멋집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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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스토리콜렉터 19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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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젊은 작가 마리사 마이어의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스칼렛>이 나왔다. 전작 <신더>에 이은 이 작품은, 퍼블리셔스 위클리, 아마존닷컴, 굿리즈 등에서 2012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소설이든 영화든 SF, 판타지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만은 오래된 동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능력과 상상력을 보는 재미로 매번 기대하며 읽고 있다.

 

 

전작 <신더>가 동화 신데렐라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이라면, 이번 <스칼렛>은 빨간모자 이야기를 테마로 한다. 프랑스의 한 농장에서 할머니와 토마토를 키우며 살아가던 소녀 스칼렛은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실종되는 일을 겪는다. 아무리 찾아도 할머니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좌절한 그녀 앞에 수상한 소년 '울프'가 나타난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스칼렛은 그를 멀리 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에 자꾸만 끌린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비극. 흔하디 흔한 러브스토리지만, 어릴 때 읽은 동화와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미래의 세계가 뒤섞인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다(전세계의 수많은 소녀들이 이 점 때문에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팬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신더>의 두 주인공 신더와 카이토 커플이 다시 등장하는 점도 재미있다. <신더>에서 루나인임이 밝혀져 왕비의 눈을 피해 달아난 신더는 <스칼렛>에서는 전 우주를 떠들썩하게 한 희대의 범죄자로 나온다. 온 세상 사람들이 비난해도 주인공 스칼렛만은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는데, 둘 다 전형적인 여성 주인공과는 달리 뭐든 자기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씩씩하고 독립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라 그런가, 우연이 아니다 싶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매력적인 여성 주인공이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첫 편인 <신더>에 비해 <스칼렛>은 세계관도 훨씩 넓고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서 읽는 재미가 컸다. 세 번째 작품은 라푼젤을, 마지막 네번째 작품은 백설공주를 테마로 한다는데 어떤 이야기일까?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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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4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스타 토익 Speaking - 채점자의 고득점 기준으로 학습하는 토익 스피킹 완결판! Ustar TOEIC 유스타 토익
Robin Kim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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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멜론에서 스트리밍 결제하면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어학 강좌 서비스를 이용해 EBS 토익 스피킹 수업을 듣고 있다. 남들처럼 취업 때문에 당장 토익 스피킹 점수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라 교재도 없이 설렁설렁 들었는데, 듣다보니 토익 스피킹이라는 시험에 관심이 생기고, 이참에 영어 말하기 실력을 측정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며칠 전부터 아예 교재를 두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장 시험을 볼 예정은 없지만 기왕 하는 것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서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토익 스피킹 교재 중 기본서로서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할 것 같은 유스타 토익의 <유스타 TOEIC SPEAKING>을 골랐다.



이 책은 학습에 앞서 해당 파트의 전반적인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파트별 문제 유형과 출제경향, 학습 방향을 소개하는 <미리보기>, 해당 파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 풀이 파트별 전략을 제시하는 <전략> 코너까지 기본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유스타의 수많은 수강생들이 검증한 유스타만의 토익 스피킹 노하우를 활용하여 철저한 통계와 분석에 입거, 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파트별 전략을 제시하기 때문에 초보자, 독학 수험생도 믿고 공부할 수 있다.



유스타 토익 스피킹은 파트2 사진 묘사하기를 연습하는 데 필요한 이미지 자료도 컬러로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다른 파트 역시 억양, 강세, 끊어 읽기 표시, 문제 풀이 방법 등이 학원 강사가 칠판에 하는 필기처럼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잘 남는다. 따로 학원 강의나 동영상 강의를 듣지 않아도 교재 내용만 성실하게 꼼꼼히 공부한다면 독학으로도 고득점이 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은 파트별로 제공되는 <미니테스트>와 총 10회 분의 <실전모의고사> 등 적중률 99%의 최고의 문제들을 배치해 학습한 전략을 바로바로 연습하고, 문제풀이 방식을 충분히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양이 하도 많아서 책 앞부분에 제시된 학습계획표를 따라 20일치로 분량을 나누어서 학습하고 있는데, 똑같은 유형을 계속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연습을 하는 거라 처음에는 지겹고 귀찮기도 했지만 자꾸 하다보니 확실히 연습이 되는 것 같고 이 정도로 연습하면 실전에서 바로 대답이 나오겠다 싶은 자신감이 생겼다. '시험은 훈련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에 제시된 학습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고 문제만 성실하게 풀어도 실전 시험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책으로 구성된 해설집은 저자의 강의를 듣는 듯 상세해 토익초보자도 셀프스터디가 가능하다. 테스트의 음성 파일(MP3)은 위즈덤하우스 어학브랜드 카페(http://cafe.naver.com/dailydo) 또는 유스타 잉글리시 인터넷 어학원 홈페이지 (www.u-star.ac)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남은 15일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영어 말하기 실력도 향상시키고 기회가 된다면 토익 스피킹 시험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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