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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어느덧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60회째를 맞았다. 예고편부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들은 애청자로서 기쁘고 또 뿌듯하다. 동진 님의 목소리에 푹 빠진 것도, 김중혁, 황정은, 이기호, 이승우 등 좋은 한국 작가들을 알게 된 것도, (아이폰 유저가 아닌 나는 주로 팟빵으로 듣지만)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귀에 딱지가 앉을 것처럼 팟캐스트 방송을 들어대는 것도, 그 어떤 방송을 들어도 빨책만한 것이 없어 늘 헛헛한 것도 모두 다 '빨책' 덕분(?)이다.
어제는 동진 님이 쓰신 <밤은 책이다>를 읽었다. 산 지는 오래 되었는데, 읽고나니 빨책의 모태이자 교과서인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나 싶다. 동진 님이 쓰셨다는 점, 빨책을 제작하고 있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만든 책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무진기행>, <싱글맨>, <에브리 맨>, <그리스인 조르바>, <총, 균, 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승우, 이기호, 무라카미 하루키 등 방송에 소개된 책이나 출연한 또는 소개된 작가들의 책이 다수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빨책과 뗄려야 뗄 수 없다. 심지어는 '흑임자' 중혁 작가 님의 소설 <미스터 모노레일>까지도(이 때는 두 분이 각각 '적임자', '흑임자'가 되리라는 사실을 예견하셨을까?)!
동진 님이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안경을 쓰게 된 이유도 나와 있다.
어느 날, 쓰던 안경테가 부러져서 동네 안경점을 찾았습니다. 이전처럼 검은색이나 갈색의 뿔테 혹은 은테 안경들을 진열대에서 훑어나가는데 갑자기 빨간색 뿔테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튀지 않는 안경테 몇 개를 걸쳐보며 거울을 보다가 그 빨간 테도 슬쩍 써보았어요. 거울 속의 제 모습은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보이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곧 빨간 테를 벗어서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튀는 안경테를 어떻게 써?'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중략)
하지만 이어서 '왜 안 돼?'라는 반문이 스스로 들더군요. 직장까지 그만둔 상황에서 대체 누가, 무엇이 신경쓰이길래 쓰고 싶은 안경테도 못사는가, 싶었던 것이지요. 결국 과감하게 그 안경테를 샀습니다. 그리고 제가 우울한 나날들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그 직후의 일이었습니다. 변화의 순간은 일종의 의식을 필요로 할 때가 많은데, 말하자면 제게 그 의식은 빨간 테 안경을 사는 일이었던 셈이지요. (p.27)
'빨간책방'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가 동진 님의 상징인 빨간 안경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는 줄은 몰랐다. 동진 님에게 '빨간 안경'과의 만남이 있다면, 나에겐 얼마 전 블로그에도 소개한 '숏 헤어'와의 만남이 있다. 스물아홉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해본 짧은 머리. 이번엔 안경테를 바꿔볼까?
이 책은 형식 자체는 흔한 서평집이지만, (빨책이 그렇듯이) 문학뿐 아니라 비문학 도서의 비중이 높고, 덜 알려진 교양서도 여러 권 소개해줘서 좋았다. 저자의 글은 길지 않지만 유려하고, 소개된 책의 인용이 해당 책의 문체와 분위기를 알게 할 만큼 넉넉히 길어서 좋았다. 빨책 애청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고, 방송에 소개된 책에 대한 글은 복습 차원에서 읽고, 소개되지 않은 책에 대한 글은 앞으로 소개될 만한 책을 예측하는 재미로 읽어도 좋겠다.
'책, 임자를 만나다' 만큼이나 동진 님이 최근에 산 책을 소개하는 '내가 산 책' 코너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동진 님의 책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밤은 책이다>가 2권, 3권 시리즈로 나와주면 좋을텐데. 어떻게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