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단풍이 어느덧 낙엽이 되어 거리를 뒹구네요. 매일 계절이 지나감을 느낍니다. 시간의 빠른 흐름을 조금이라도 길게 음미하고 싶어 김연수의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골랐습니다. 지난 사월과 칠월에는 뭘 했는지, 남은 십일월과 십이월엔 뭘 할지 생각해보고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뮤지션의 죽음은 왜 더 짠하고 아픈 걸까. 

어젯밤 라디오로 며칠 전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故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를 들었다. 전부터 수십 번은 들었던 노래인데도 어제는 마치 잘 아는 사람이 멀리 떠나면서 남긴 음성 메시지를 듣는 것처럼 처연하고 쓸쓸했다. 뮤지션의 죽음은 왜 더 짠하고 아픈 걸까. 그건 내가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80년에 사망한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만 해도 그렇다. 나는 비틀즈의 열렬한 팬도 아니고 그의 생애도 잘 모르지만, 이제껏 노래로 그의 목소리를 수백 번은 들은 탓인지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마음이 짠했다. 이제 그 흥겨운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들을 때에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괴롭다.

 

 

존 레논이 생전에 남긴 편지와 메모, 노트 등을 모은 최초의 책 <존 레논 레터스>

<존 레논 레터스>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의 느낌도 그랬다. <존 레논 레터스>는 비틀즈 공식 전기를 집필한 작가 헌터 데이비스가 존 레논이 가족, 연인, 친구, 동료, 팬, 심지어는 세탁소 앞으로 쓴 편지와 엽서 등 300점을 추적하고 시기별로 분류해 만든 책이다. 편지의 사연과 당시 그의 상황, 심경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자료를 일일이 사진으로 첨부해 두께와 분량이 상당하지만, 팬이 아닌 나조차도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었을 만큼 읽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존 레논의 생애

존 레논의 생애는 평탄치 않았다. 부모 없이 이모 손에 자란 그는 공부보다 록 음악을 더 좋아했고, 학교에서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을 만나 졸업 전에 밴드를 결성했지만 무명 시절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마침내 스물네 살 때 비틀즈로 '예수보다 높은 인기'를 얻게 되지만, 술과 유흥, 약물에 빠져 지내는 날이 더 많았고, 멤버들이 채 서른이 되기도 전에 비틀즈는 해체했다. 해체 이후에는 오노 요코와의 스캔들, 반전 운동 등으로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1980년 12월 마흔 살을 일기로 눈을 감았다. 

 

  

존 레논의 친필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이 책이 특별한 가장 큰 이유는 존 레논의 친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전에 많은 양의 편지와 엽서, 그림, 메모 등을 남겼다. 글 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하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편지와 엽서가 보편적인 통신 수단이었던 탓이 크다. 선물을 보내줘서 고맙다, 멀리서 잘 지내고 있다 같은 짧은 인사를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몇 분 안에 전할 수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전화 요금조차 비싸서 편지나 엽서로 전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때는 번거롭고 힘들었겠지만, 덕분에 후세 사람들이 삼십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뮤지션의 친필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요즘 인기 있는 뮤지션의 팬들은 누리기 힘든 호사다.


 

이제 글씨로 그를 기억하리라

돌이켜보니 중, 고등학교 때만 해도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조차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서 친구들끼리 편지나 쪽지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잦았다. 그 때 받은 편지나 쪽지는 이사를 하면서 거의 다 잃어버렸지만, 어떤 친구들의 글씨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존 레논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이들도 그러할 터. 비록 나는 그에게 직접 편지 한 장 받은 일이 없지만, <존 레논 레터스>라는 소중한 책을 읽은 지금부터는 그의 노래와 목소리, 글씨로 그를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이 날이 왔다. 타카기 나오코의 책을 소개하는 날이! 타카기 나오코는 마스다 미리 같은 비슷한 계열의 일본 여성 만화가에 비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만화가인 내 동생은 진작에 타카기 나오코의 매력에 빠져 비싼 원서를 국내외에서 사들여 왔었다. 그 결과 동생은 타카기 나오코의 책을 현재 열여섯 권 소장 중이며, 그 중 <나홀로 여행 1,2> 두 권만 우리말 번역본이고 나머지는 모두 원서다. 동생이 하도 좋아하고 책을 사들여서 동생 책장에서 몇 권 빌려 읽은 적이 있는데, 만화를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 나도 백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에 그림체까지 귀여워 금세 팬이 되었다. 만화책 치고는 종이질이 다소 두툼하고 올컬러로 인쇄한 점이 좋아서 언젠가 국내에 번역, 출간된다면 반드시 원서와 동일한 사양으로 제작되길 바랬는데 <나홀로 여행 1,2>에 이어 <마라톤 1년차>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아 대만족! 갱지에 흑백으로 인쇄된 만화에 익숙한 독자라면 가히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타카기 나오코는 1974년생 미혼으로 3,40대 싱글녀의 감성을 대변하는 작품을 많이 그렸으며, 일본 외에도 한국, 대만, 중국, 홍콩, 태국 등 여러 나라에 수많은 고정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다. 150cm 작은 키로 인해 벌어진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150cm 라이프> 시리즈로 인기를 모았으며, <독립생활 다이어리>, <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9년차> 등 자취 생활을 그린 만화와 <나홀로 여행>, <배빵빵 일본식탐 여행> 등 소위 '구루메 타비'라고 불리는 먹방 여행 시리즈가 유명하다. 몇 년 전에는 마라톤에 도전, <마라톤 1년차>와 <마라톤 2년차> 두 권의 책을 냈는데, 덕분에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작가로 거듭났다고 한다. <마라톤 1년차>는 타고난 몸치에 운동 부족인 저자가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 마라톤 중계를 보고 마라톤을 시작해 국내외 다수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며 왕초보 마라토너로서의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마라톤을 한답시고 맨처음 한 일은 새 운동화와 운동복을 장만하는 일. 동네 주변을 달리는 것도 역부족이었던 저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입문서를 사서 마라톤의 기초를 공부하고,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늘리며 체력을 키운 끝에 마침내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학교 다닐 때 단거리 달리기는 반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잘 했지만 오래 달리기는 끝까지 달려 본 적이 거의 없고, 지금은 매일 밤마다 30분 정도 동네 산책하는 게 운동의 전부일 정도로 저자 못지 않은 운동부족인 나. 저자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 대회에서 같이 달리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대회에 참가하며 도전하는 즐거움과 완주하는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보니 나도 달리고 싶어졌다. 안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든 몸매 관리를 위해서든 달리기란 운동이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타카기 나오코마저 나를 유혹하는구나...! 



저자가 한 대로 일단 새 운동복과 운동화를 장만해 동네 주변부터 달려봐야지. 그냥 달리면 재미없으니까 저자처럼 친구랑 같이 달리고 운동 끝나면 동네 맛집에서 맛있는 걸 사먹기로 해야겠다. 익숙해지면 그 때는 대회에도 나가고 기록도 점점 갱신해보는 걸로...! 사실 마라톤보다 나를 더 유혹하는 건 바로 먹방이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그 지방의 맛있는 음식도 먹고 명소를 관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대회가 보통 주말이나 휴일에 있을 텐데, 집에서 낮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때우지 말고 이렇게 대회에 출전해 새로운 추억도 쌓고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거나 관광지에 들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멀리갈 것 없이 우리동네 송파구에서도 마라톤 대회가 자주 열리는데 언제 한 번 꼭 참여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왜 자꾸 런던으로 오라는 거야?"

30년 이상 사귄 절친 마티아스와 앙투안은 각각 파리와 런던에 떨어져 살고 있고 성격도 정반대이지만 둘 다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싱글 대디라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는 통화도 아쉬워 자주 만나 우정을 확인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앙투안이 런던의 프랑스 지구 서점 주인 자리가 비었다며 마티아스에게 런던으로 건너와 살 것을 제안한다. 마티아스에게는 딸도 보고 전처와의 재결합도 꿈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러나 마티아스가 오자마자 전처는 딸을 맡기고 파리로 떠나고, 일과 육아와 살림에 허덕이던 두 친구는 한 지붕 아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행복한 프랑스 책방>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건축가였던 저자 마르크 레비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들을 위해 쓴 동화를 누이동생이 출판사에 보내고, 우연히 그 원고가 세계적인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띄어 영화로 제작되는,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참고로 영화의 제목은 <저스트 라이크 헤븐>이다). <행복한 프랑스 책방> 역시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국내에 개봉된 바 있다고. 못 봤지만 소설이 재미있으니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다. 두 싱글 대디가 런던 내 프랑스 지구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새로운 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네 명의 아버지를 보며 받는 감동도 상당했다.

 

 

소설에는 모두 네 명의 아버지가 나온다. 

첫번째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하지만 조숙한 딸 에밀리에 비해 미성숙한 면도 많은 아버지 마티아스, 두번째는 마티아스를 돌보고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작 자신을 짝사랑하는 소피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아버지 앙투안, 세번째는 레스토랑 주인 이본이 어렸을 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이본의 아버지, 마지막 네번째는 불법 체류자인 에냐를 친아버지처럼 도와주고 보살펴준 이본의 연인이자 프랑스 책방의 전 주인인 존이다. 여기에 잠 못 드는 아들을 위해 직접 이야기를 창작한 작가까지 더해 모두 다섯 명의 아버지가 그리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가을로 접어들기가 무섭게 쌀쌀해진 날씨를 잊기에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
아네스 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저자 아네스 안의 이전 책 <프린세스 라 브라바>와 상당히 유사하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도 그렇고, 이들 대부분이 주변의 도움이나 천부적인 재능 없이 자수성가했다는 점, 미술, 패션, 애니메이션, 엔터테인먼트 등 예술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린세스 라 브라바>는 제목의 '프린세스'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여성들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반면, <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는 남녀 모두 나온다는 점 정도일까.

 

 

허나 이 책을 읽는 마음은 <프린세스 라 브라바>를 읽을 때와 전혀 달랐다.  

2010년 3월 <프린세스 라 브라바>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대학을 막 졸업했을 시점이라 (밥벌이의 어려움을 모르고) 책에 실린 인물들의 성공을 그저 멋있고 부럽게만 보았다. 반면 이번에 <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를 읽으면서는 책에 적힌 성공보다도 적히지 않은 실패와 좌절, 고생이 눈에 그려져 마냥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도 살기가 팍팍한데 이국에서 혼자 힘으로 성공한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겪어보지는 못했어도 상상은 되었다.

 

 

그렇다고 이들처럼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거나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런 성공 스토리가 있는가 하면 나에게는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성공 스토리가 있을 터. 이들의 성공을 무작정 부러워만 할 필요도, 호기롭게 따라할 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파고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나한테 잘 맞는 일을 전보다 잘 알게 된 덕분이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서가 아니다. 이런 류의 성공 스토리 모음담은 앞으로 잘 읽게 되지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