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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평점 :
더글라스 케네디.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맨처음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지만 작품을 여러 권 읽었고 좋아하는 것도 있다. 이 작가의 특징은 대표작 <빅 픽처>를 비롯해 대부분의 소설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밑바닥으로 추락해 죽을 고비를 넘나드는 모습을 그리는, 소위 '막장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줄거리라는 점. 작가가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렇게 긴박감 넘치다 못해 심장이 쫄깃해지는 소설을 쓸까 궁금했는데 그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빅 퀘스천>은 더글라스 케네디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다.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직면하게 되는 일곱 가지 '큰 질문(big questions)'에 작가가 답하는 형식이다. 짐작한 대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삶은 그가 쓴 소설 못지 않게 불행이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만나면 싸웠고 아들의 성공을 기뻐하기는커녕 시기하고 돈만 타 쓸 궁리를 했다. 아내는 불평을 그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아들은 자폐아로 태어났다. 애인은 떠났고, 존경하던 스승은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그가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일수록 그에게 못되게 굴고 그를 힘들게 했는지. 오랜 시간 혼자서 투쟁하듯 살아온 그가 안쓰럽고, 꼭 나처럼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처럼 한때는 더글라스 케네디도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 이끄는 사람들을 원망했다. 인생이 힘들고 고달픈 건 부모 때문이고 아내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친구나 지인들이 위기에 몰렸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삶이라는 이야기를 비극으로 만드느냐 희극으로 만드느냐는 주인공인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깨달았다. 삶의 문제를 푸는 해답은 부모도 배우자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이는 유명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는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에 갇혀 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야기는 우리의 관점이 만들어낸 허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얼마든지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p.112)
부모와의 관계도 망치고, 결혼 생활도 망치고, 연애도 망친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끈 건 아마도 자폐증에 걸린 아들을 케어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는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사실을 알고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섰다. 최상의 스태프로 팀을 짜 전심전력을 다해 서포트했다. 그는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상황을 비관하지도 신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들을 케어하는 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을 두고 괴로워할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인생의 구렁텅이에 몇 번이나 빠졌던 더글라스 케네디가 삶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작가가 <빅 픽처>, <인생의 베일>, <파리 5구의 연인> 등을 쓰던 당시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점도 독자로서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작가가 자신의 삶을 토대로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 삶의 교훈을 배우며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했다는 점이다. 책이 없고 글이 없었더면 그가 그동안의 고통을 견딜 수 있었을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막장이라고 치부했던 이야기가 실화에 근거한 것임을 알고나니 더 애틋하다.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막장 작가로 치부했다니...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 ^^;
p.17
사람은 왜 책을 읽을까? 혹시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p.56
삶이란 결코 원하거나 꿈꾸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후회를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생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암울한 현실을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암울한 현실을 만들어낸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절망감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p.105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도 성공의 환상만을 품었던 윌리 로먼에게는 죽어서도 그 환상만이 남게 된다. 20세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의 모습을 가장 불안하게 그린 아서 밀러는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에드워드 올비와 더불어 개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밖에 없는 미국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꿰뚤고 있다. 미국 사회의 문제는 청교도적 윤리, 열심히 일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정신 그리고 성공 신화로 대표될 수 있다.
p.300
가장 커다란 '의심'은 자기 자신에 대해 품는 의심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잘 다스려 '내일에는 내일의 해가 뜬다.'는 낙관주의를 지켜갈 수 있을까? 바로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