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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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볼일 없어도 이제껏 꿋꿋하게 살아온 내가, 나와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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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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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벼르고 별렀던 책장 정리를 했다. 정리라고 해봤자 책이 6층짜리 책장 하나 정도밖에 없고 평소에 수시로 책장 정리를 하는 편이라서 많은 양은 아니지만 중고서점에 한 박스 팔 만큼은 나왔다. 가볍게 살기, 단순하게 살기가 삶의 모토인데도 정리할 때마다 남는 것, 버릴 것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1만 시간의 법칙'을 창시한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레비틴의 신작 <정리하는 뇌>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진화했다'. 기술과 정보가 과잉된 오늘날에도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고, 신호를 확인하고,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고민하는 등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경우도 더러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한다. 한 번에 하나의 일만 처리하는 뇌 때문에 우리는 정리를 해야 한다. 무엇이 더 좋고 덜 좋은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범주화하고 선택하지 않으면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 


자기 전공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 특히나 창의력과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뇌 바깥의 주의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중에는 과감하게 저차원적인 기술을 활용해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 이 책을 쓰면서 크게 놀란 점이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펜과 메모지나 카드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손으로 직접 적어 메모를 하고, 이 방법이 요즘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만족스럽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p.115)


뇌가 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정리는 필수다. 책에는 집 안을 비롯해 사회세계, 시간, 정보, 비즈니스 세계 등 주변 환경을 정리함으로써 뇌의 과부하를 막는 방법이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정리 기술로는 메모가 있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 중에 메모광이 많다고 설명한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이자 <린 인>의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는 해야 할 일 목록을 챙기기 위해 늘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닌다. 글로 적는 행위는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 몰아내며 궁극적으로는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시시콜콜 정리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작업기억과 주의력의 범주가 현실적으로 네 개가 한계이므로, 실생활에서 범주를 만들 때 많아야 네 개로 제한하라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책을 작가명, 출판사 또는 도서관에서 쓰는 도서 분류체계에 따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서 취향에 맞게 문학/비문학/실용/만화 정도로만 구분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인문사회/경제경영/소장용으로 항목을 정해놓고, 앞의 세 항목 중에 좋은 책은 소장용으로 넘기고, 별로인 책은 중고서점에 팔고, 새 책을 사들이는 식으로 책장을 관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수시로 정리하니 책을 사고 또 사도 책장에 빈 곳이 생기고 또 사들일 여유가 생길 수 밖에. 나의 정리법이 틀리지 않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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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필요한 일곱 명의 심리학 친구 - 얕고 넓은 관계 속에서 진짜 내 편을 찾고 싶은 딸들을 위한 심리학
이정현 지음 / 센추리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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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니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했던 게 무색하게도 매일같이 폭식을 하고 있다. 일이 바쁘다고 먹고, 연애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먹고, 심지어는 너무 덥다고, 땀 많이 흘렸다고 먹고, 음식점 에어컨이 시원하다고 먹는다. 잘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어쩌다 보면 웬 먹방, 쿡방이 그렇게 많은지 비슷비슷한 이름의 쉐프들이 나와서 온갖 요리를, 그것도 나같은 요리 초보조차 시도해볼 만한 쉬운 요리를 선보인다. 자동적으로 그날 저녁, 그 다음날 저녁 메뉴까지 결정되는 편리한 세상이라니. 오로지 먹고 또 먹기 위해 사는 나날이다.


이런 내 눈에 <일곱명의 심리학 친구>라는 책의 서문이 들어왔다. '다이어트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면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어떤 스타일로 이끌어나가는지 알 수 있다'니. 난 다이어트고 뭐고 미친듯이 먹고 있는데? 1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활동해오며 거식증, 폭식증 등 식이장애를 가진 여성들을 치료해온 저자는 식이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식습관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 특히 어린 시절 충족되지 않은 결핍이라고 설명한다. 스트레스만 받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일단 먹고 보는 나의 태도는 대체 어린 시절의 어떤 결핍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만의 감정 다루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주로 배우는 환경은 가족, 그 중에서도 엄마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며 어느 정도 이상의 교육 수준을 가진 엄마들이 주로 많이 쓰는 방법이 바로 '감정 축소'다. 이러한 유형의 엄마는 아이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머지 대개 무관심하거나 무시한다. ... "괜찮아, 주연이는 늘 잘하잖아." "엄마 아빤 주연이를 믿어" "선생님께 혼날 수도 있지 뭐" "어떻게 모든 친구가 널 좋아하겠어. 그래도 너를 좋아해주는 친구가 많잖아?" "힘든 과정을 통해서 배우는 게 있을 거야"라는 말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불안한 아이의 감정을 묻어버린다. 아이가 어려움을 툴툴 털고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불안하고 두렵고 무서운 감정들을 별것 아닌 듯 축소해 버린다. (pp.35-6)



식이장애는 착해야 한다, 예뻐야 한다, 조금 더 잘해야 한다는 의무에 사로잡혀 사는 여성,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는 여성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이런 여성들에게 필요한 일곱 친구로 엄마, 독립, 일, 스타일, 친구, 감정, 나 자신을 드는데, 이 중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것이 엄마 문제다. 엄마와 딸은 대체로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보다 가깝고 친밀하며 그만큼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저자는 엄마가 딸에게 보일 수 있는 안좋은 태도 중 하나로 '감정 축소'를 든다. 감정 축소란 아이가 슬픔, 두려움, 분노 등의 감정을 표현하면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괜찮다, 잘 될 거다라는 식으로 위로하기 급급하며 회피하는 것이다. "괜찮아, 주연이는 늘 잘하잖아." "엄마 아빤 주연이를 믿어" "선생님께 혼날 수도 있지 뭐" "어떻게 모든 친구가 널 좋아하겠어. 그래도 너를 좋아해주는 친구가 많잖아?" "힘든 과정을 통해서 배우는 게 있을 거야" 같은 말을 나도 자주 하는데, 생각해보니 다 어머니에게 배운 것 같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시험을 망치거나 친구와 싸우거나 일이 잘 안 풀려서 힘들 때 하소연할 곳이 없고, 남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부담스러워 피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놓친 친구, 남자가 몇 명이었던가. 더 늦기 전에 엄마 문제, 꼭 해결해야겠다.



자신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게 비단 은영 씨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20,30대 여성이 자신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간혹 철딱서니 없고 현실감이 떨어져 보여도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자기감정을 살피고 드러내는 일이다. ... 은영 씨는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는 착한 딸, 옆에 두고 싶은 친구, 인정받는 직장인이기 위해 본인만의 '자아' 찾기를 미뤘다. 그렇게 서른이 된 후 껍데기만 남은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참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삶을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읽어내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p.253)



사귀어야 하는 친구는 엄마만이 아니다. 독립도 해야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도 찾아야 하며,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발견하고,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온갖 감정을 느끼며, 종국에는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 자신과 합일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고독을 권한다. 능동적인 고독과 수동적인 외로움은 다르다. 애인이나 배우자가 있든 없든, 가족이나 친구가 곁에 있든 없든 간에 혼자 있는 상태를 온전히 즐기고 만끽하는 것이 진정한 고독이다. 



독은 또한 일부러 여행을 떠나거나 그럴싸한 취미나 문화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혼자서 밀린 일을 하거나 고지서를 정리하거나 빨래를 개는 일에서도 고독을 누릴 수 있다. 생각해보니 화난다고 슬프다고 음식을 먹을 때 온전히 혼자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부러 친구를 부르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TV나 인터넷을 켜고 마구 '흡입'했다. 차라리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면 그토록 음식에만 매달리지 않았을 텐데. 앞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찾는 대신 혼자서 운동을 하거나 청소를 해야겠다. 아니면 오늘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거나. 그러고보면 독서는 다이어트에 참 좋은 취미다. 책장에 뭐가 묻을까봐 뭘 먹을 수도 없고, 오롯이 혼자서 하는 취미이니 고독을 즐길 수도 있다. 폭식 대신 '폭서(暴書)'를 올 여름 다이어트 방법으로 제안해볼까나? 일단 내가 성공하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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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7-12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정축소....제가 특히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네요. 축소라.... 그렇군요...
 
사람들은 왜 그 한마디에 꽂히는가 - 사람을 끌어당기는 말, 사람과 관계 맺는 말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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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 샘 혼의 신간 <사람들은 왜 그 한마디에 꽂히는가>이 나왔다. 별 기대 안하고 읽은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이 예상외로 좋았던 기억이 나서 <사람들은 왜 그 한마디에 꽂히는가>도 구입해 읽어보았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이 어떻게 하면 말의 힘을 잘 활용해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책이라면, <사람들은 왜 그 한마디에 꽂히는가>은 말의 힘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관한 책.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인간관계뿐 아니라 면접, 세일즈, 프레젠테이션 등 업무상 활용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이 많이 나와있는 점이 장점이다.



"3년이나 걸려 쓴 책을 보여주었더니 편집자가 쓱 훑어보면서 '다 읽을 시간은 없습니다. 무엇에 대한 책인지, 독자들이 왜 이 책을 읽고 싶어 할지 60초 안에 말해보세요'라고 하지 않겠어요? 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제 일은 쓰는 것일 뿐, 파는 일은 편집자 몫이라 생각했거든요. 설명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편집자는 오히려 혼란스러워 하더군요. 결국 좋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말았어요." (p.10)



프롤로그에 나오는 일화는 보통의 직장인들도 토로할 법한 고충이다. 프레젠테이션을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실전에서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탈락의 고배를 마시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서도 회의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하거나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해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를 해결하려면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책에는 매력적인 서두로 상대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기술, 누구나 아는 내용도 새롭고 비범하게 들리게 말하는 기술, 반복을 통해 핵심 내용을 주입하는 기술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매년 18조어치의 백신이 접종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그중 절반이 재사용 주사기로 접종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그리하여 예방하려는 바로 그 질병을 퍼뜨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고통 없이 적은 비용으로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 파마젯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p.19)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술은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다. 파마젯이라는 기업의 설립자 캐슬린 캘런더는 투자 설명회에서 위와 같은 서두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해 엄청난 액수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대단한 건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현대인들의 착각을 깨뜨리는 점이다. 백신이며 재사용 주사기 같은 이슈는 결코 새롭지 않지만, 매년 접종되는 백신의 절반이 재사용 주사기로 접종되며 이로 인해 질병이 확산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러한 질문의 기술은 업무상 세일즈나 프레젠테이션에 적극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말의 힘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 유머다. "유머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제가 워낙 재미없는 사람이어서요"라며 한탄하는 고객에게 저자는 이렇게 충고한다. "스스로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하시지만 누구나 우스운 일을 경험하고 목격하는 법입니다. 언제 당신이 웃는지 잘 지켜보세요. 그리고 그 순간을 말씀하려는 주제와 연결시키면 됩니다." (pp.97-8) 말도 마찬가지. 선천적으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어떤 말에 꽂혀서 자기도 모르게 설득 당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광고 카피 한 줄, 유행가 가사 한 마디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어떤 말이 나를 끌어당기고 변화시키는 지 치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타인을 설득하는 데 활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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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다이어리 - 철학자와 영화의 만남 시네필 다이어리 1
정여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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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즐겨보는 편도 아니라서 '1년에 영화 10편 이상 보기'를 목표로 정할 정도인데, 영화 이야기만큼은 좋아해서 가끔 라디오나 팟캐스트로 영화 소개하는 코너를 듣거나 영화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곤 한다. 특히 영화 평론가 이동진 님과 씨네21 김혜리 기자님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데,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방 이후 두 분의 영화 이야기를 들을 길이 없어 아쉽다.  



<시네필 다이어리>는 문학 평론가 정여울이 철학의 관점으로 영화를 분석한 글을 엮은 책이다(리뷰 쓰려고 보니 2009년 7월부터 알라딘 창작블로그에 연재된 글을 모아 만든 책이라고 한다). 정여울이 영화라니. 의아해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좋았다. 텍스트로 소개된 영화는 <색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굿 윌 헌팅>, <시간을 달리는 소녀>, <쇼생크 탈출>, <순수의 시대>, <뷰티풀 마인드>, <원령공주> 등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 대부분. (영화 잘 안 보는) 내가 본 영화도 절반이 넘는다. 이 유명한 영화들을 롤랑 바르트, 조지프 켐벨, 수잔 손택, 질 들뢰즈, 프리드리히 니체, 피에르 부르디외, 칼 융, 가스통 바슐라르에 빗대어 소개하니 어찌나 생경하던지. 그 중에서도 질 들뢰즈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만남은 압권이다.



헛되이 보내버린 이 시간 안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마지막에 가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배움의 본질적인 성과이다. _ 질 들뢰즈, 서동욱, 이충민 역 <프루스트와 기호들>, 민음사, 47쪽


내가 알지 못하던 그 시간의 '의미 없는' 파편들이 이제 저마다 절실한 의미를 품어 안고 다시 내 안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이 생의 마지막 타임 리프로 인해 단지 시간을 돌린 것이 아니라 치아키의 마음이 되어, 치아키의 눈이 되어, 자신들이 걸어온 시간을 다시 되짚는다. 그녀가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만난 것은 잃어버린 타인이었다. 타인의 시간을 되찾는 것이 곧 그녀의 시간을 되찾는 것이었다. (p.208)



같은 영화, 같은 작품을 보고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게다가 이렇게 빼어난 글까지 쓰다니!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읽어도 계속해서 좋은 문장, 좋은 글을 보여주는 정여울 작가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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