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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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정여울 작가. 이번 책도 공부할 자극, 독서할 자극을 팍팍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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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정리의 기술 - 효과적인 정리 전략을 위한 테크닉
제랄린 토머스 지음, 제효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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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정리의 기술>을 읽고

이제까지 인테리어나 정리정돈에 관한 책을 수십 권은 족히 읽었다. 그중엔 미국 책도 있고 일본 책도 있는데 미국 책은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이 책도 다르지 않
다. 일단 집의 규모가 한국과 달라 응용하기 어렵다.한국은 방이 2~4개 딸린 아파트나 주택이 대부분이고 방 하나가 침실과 공부방, 작업실 등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 나오는 집들은 방이 전부 몇 개인지는 몰라도 침실과 홈 오피스가 구분되어 있다. 방 하나에 옷장이 서너 개씩 있고 창고도 따로 있어 수납공간이 넉넉하다. 2-30평대 아파트에 사는 처지로서는 그야말로 남의 집 얘기다.

# 정리에 대한 관점과 미학의 차이

정리에 대한 관점도 다르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다. 이 책에도 버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지만, 무소유에 가까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일본 정리 책에 익숙해진 내 눈에는 부족하다. '설레지 않으면 전부 버려라',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생활하라'고 조언하는 일본 책의 메시지가 내게는 더 와 닿는다. 물건을 보이는 곳에 늘어놓는 '보이는 수납'도 별로다. 색상도 통일되어 있지 않고 배열도 규칙적이지 않아 어지럽고 산만해 보인다. 애초에 물건이 적으면 정리하고 수납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정리에 주목하는 미국인들

이는 이 책만의 문제라기보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보편화된 미국 사회 전반의 문제다. 한국이나 일본은 물가가 높고 주택 면적이 넓지 않아 많이 소유하는 걸 경계하는 문화가 있지만, 미국은 물가도 낮고 대량으로 사들인 물건을 보관할 공간도 넉넉하니 적게 소유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 정리나 미니멀 라이프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이는 무슨 징조일까. 단순히 자기 삶을 돌아보고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싶어 하는 개인들이 늘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대량 소비 사회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일까. 심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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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정리의 기술 - 효과적인 정리 전략을 위한 테크닉
제랄린 토머스 지음, 제효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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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리 책에 익숙해서인지 이 책은 좀 아쉬웠습니다. 인테리어도 세련되게 느껴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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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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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아도 유명한 상을 받거나 화제가 되면 읽어보는 편이다. <채식주의자>도 그래서 읽었다. 한강이 쓴, 그 유명한 <소년이 온다>도 <희랍어 시간>도 읽지 않았지만, 한국 소설 최초로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이 소설을 읽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외국에서 주목한다고 해서 다 좋은 소설인 건 아니지만, 2007년에 나온 소설집이 지금, 한국도 아닌 영국에서 주목받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소설은 <채식주의자>, <몽고 반점>, <나무 불꽃>으로 연결되는 연작이다. <채식주의자>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다 채식주의자가 된 아내 영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몽고 반점>은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소재로 예술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형부, <나무 불꽃>은 남편과 불륜을 벌인 여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언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뜻 보기엔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 여자 영혜가 모든 일의 발단이자 원흉으로 보인다. 육식을 거부할 뿐 아니라 사람들 몸에서 나는 고기 냄새, 피 냄새에도 진저리를 치는 영혜가 지나치게 별나고 예민해 보인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영혜는 모든 일의 발단이 아니라 결과이며, 오히려 영혜 주변의 피해자처럼 보이는 인간들이야말로 발단이지 싶다. 다 큰 딸을 자기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말리지 않는 어머니, 아내를 살림하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로만 여기는 남편, 처제를 이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형부, 그걸 알면서도 눈 감는 언니까지. 영혜 주변의 인간들은 죄다 착하고 말 잘 듣는 영혜를 잡아먹으려 드는 포식자들이다.


남들이 살점을 달라 하면 살점을 내주고, 뜯어 먹으려 하면 몸뚱이마저 내주던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자기는 도무지 그들처럼 남의 살점을 뜯어먹을 수 없음을, 초식동물에서 육식동물로는 도저히 변할 수 없음을 깨달았으니 차라리 풀꽃이 될 수밖에. 형부가 자기 몸에 물감으로 꽃을 그려주었을 때 비로소 제 몸 같고 악몽 없이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는 영혜의 말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소설은 주로 남편, 아버지, 형부라는 남성들을 포식자로 그린다는 점에서 남성과 여성 간의 권력의 불평등을 그린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딸, 형부와 처제는 표면상 다른 관계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주체가 각각 남자와 여자인 이상 권력의 불평등이 발생하고 계급이 나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권력은 주로 남성에게 주어지고 계급 또한 남성이 우위다. 영혜는 아내일 때나 딸일 때나 처제일 때나 앞에 있는 남자에게 성적 대상, 자기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만 착취되었다. 그걸 자각한 영혜가 똑같이 포식자가 되거나 알면서도 당하는 피식자로 남지 않고 그 모든 걸 초월한 꽃이나 풀이 되길 택했다는 점, 그걸 처음으로 알아준 사람이 같은 피식자였던 언니라는 점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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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07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소설에 눈여겨본 점이 작품 속에 나오는 어머니였어요. 어머니의 역할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어요. 제 기억이 맞으면 아버지가 영혜에게 고기 먹기를 강요했을 때 어머니는 영혜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았어요. 키치님의 해석대로라면 어머니는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력에 억압받은 존재로 볼 수 있겠어요.

키치 2016-04-09 11:2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저도 영혜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를 때 어머니가 잠자코 있는 게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어쩌면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력에 억압받은 어머니의 태도가 영혜의 수동적인 모습으로 계승된 것 같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었다면 영혜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갱지 2016-04-0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키치 2016-04-09 11: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사장의 길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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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피자 브랜드 회장이 자신이 건물에서 나오기 전에 문을 잠갔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몇 년 전 이 회장이 쓴 책을 읽고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 뒤에서는 갑질을 했다니 유감이다. 경비원도 소비자이고 고객인데 막 대하는 걸 보니 고객을 생각한다는 경영 철학이 무색하다. 어디 이뿐이랴. 직원을 하인처럼 다루고 회사 밖에서까지 갑질을 하는 사장들의 행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오너상은 점점 높아지는데 현실에서 만나는 사장들의 모습은 여전히 전근대적이니 답답하다.


베스트셀러 <사장으로 무엇인가>의 저자 서광원의 신작 <사장의 길>을 읽으니 사장도 나름대로 고충이 많다고 한다. 사업이 커질수록 직원들로부터 소외되는 외로움과 책임감이 커지는 괴로움을 느낀다. 사장이라 직원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고 경쟁자인 다른 사장들과 고민을 나눌 수도 없다. 사업이 커지는 건 좋은 일이고 하물며 자기가 원하는 사업을 하면서도 외롭고 괴로운 건 왜일까? 저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간의 뇌는 뇌간과 변연계, 신피질이라는 3개의 층으로 되어 있다. '파충류의 뇌'로 불리는 뇌간과 '포유류의 뇌'로 불리는 변연계는 본능에 충실하고 '인간의 뇌'로 불리는 신피질이 이성을 담당한다. 사장의 뇌에서 뇌간과 변연계만 작동하는 경우 이성이 아닌 본능에 충실한 판단을 하기 쉽다. 무리 짓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에 따라 눈치 없이 직원들 회식하는 자리에 낀다. 혼자 있길 두려워하는 본능에 따라 혼자 밥 먹길 피한다. 대접받고 싶은 본능에 따라 여러 명의 수행 요원을 거느리고, 이동할 때마다 의전을 요구한다. 모르는 경비원에게조차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건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리더들은 특징이 있다. 상대가(대체로 직원들이) 원하지도 않은 걸 잘해주면서 상대가(직원들이) 자신의 기대대로 하기를 원한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상대가 자신을 속인 것처럼 화를 낸다. 기대가 계속 무너지면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부르르 떤다. 성과로 조직을 이끌고 나가는 게 아니라 조직과의 관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p.143) 


해법은 뭘까. 저자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을 용기조차 없는 사람은 좋은 사장이 될 수 없다, 그러니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고 괴로움을 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장은 스스로 혼자 있길 선택한 사람이다. 조직이라는 안정적이고 든든한 울타리를 거부하고 혼자 몸으로 세상과 맞서길 택했다. 이런 사람은 파충류나 포유류의 뇌로만 살아서는 안 된다. 본능에 따라 몸이 편하고 마음이 즐겁게 살기보다는 이성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사장은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지만 '조직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 인간은 다 함께 같이 있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유 시간이 생기면 뭘 해야 할지 모르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퇴근하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엮어 한잔할 구실을 만든다. 자기 밀도가 없고 관계 밀도로 삶을 채우며, 구박받고 눈칫밥을 먹어도 무리 속에 있으려고 한다. 한마디로 '나' 안에 '자신'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사장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사장이 되었다면 조직 인간의 습성을 모조리 버려야 한다. 조직과 동떨어진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리더가 조직과 같이 있어야 하는 건 조직을 이끌고 가기 위해서이지, 리더가 무리 속에 있기 위해서가 아니다. 몰려다니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리더는 항상 조직과 있어야 하고,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지만, 조직과 섞여서는 안 된다. 논어가 말하는 화이부동이다. 같이 있기는 하되, 같아지지는 않아야 하는 것이다. 리더는 함께 몰려다녀야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는 무리 본능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p.145) 


그렇다고 혼자서만 가도 안 된다. 때로는 져주기도 하고 봐주기도 하면서 직원들을 이끌고 갈 줄도 알아야 한다. 혼자 가야 할 때는 혼자 가고 같이 가야 할 때는 같이 가는 두 얼굴의 사장이 필요한데, 어째 오늘날 이 나라에는 강한 자에겐 굽신거리고 약한 자에게는 갑질하는, 두 쪽 다 못난 얼굴의 사장들만 보인다. 부디 이 책을 읽는 사장님들은 자신의 외로움과 괴로움에 취해있지 않고, 혼자일 때나 함께일 때나 지혜롭고 너그러운 분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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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숙한 리더를 위한 책을 읽거나 추천하는 경영인이 있으면 100% 믿어선 안 됩니다. 요즘 경영인들도 인문학 유행에 맞춰서 독서 문화를 장려한다지만, 다독한다고 해서 올바른 리더가 되는 건 아니죠. 자신의 성품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부하나 동료를 가까이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려는 의지의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키치 2016-04-05 19:01   좋아요 0 | URL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배신감마저 들더라구요. 앞으로는 좀더 비판적인 시선으로 경제경영서를 보려 합니다.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