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이야기 - 페이스북을 만든 꿈과 재미의 롤모델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움직이는 서재) 7
주디 L. 해즈데이 지음, 박수성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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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김연아? 엑소?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롤모델로 삼은 청소년도 있을 것이다. 타임지 선정 2016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16년 포춘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CEO 마크 저커버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저커버그의 삶을 청소년의 시각에 맞게 재구성한 책 <저커버그 이야기>를 읽으며 어른인 나도 많은 점을 배웠다.

 

저커버그는 1984년 미국 뉴욕 주에서 컴퓨터 마니아인 치과 의사 아버지와 정신과 의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컴퓨터 덕후였던 저커버그는 고등학교 시절 이미 '시냅스'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에이오엘에서 1백만 달러에 프로그램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커버그는 집안도 좋고 우수한 두뇌까지 갖춘 전형적인 '금수저'로 보인다. 하지만 이게 저커버그의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저커버그는 어느 날 클럽에서 한 여학생과 격렬한 말싸움을 벌였다. 기분이 상한 저커버그는 그날 밤 하버드 대학교의 온라인 학생 명부를 해킹해 재학생들의 증명사진을 구했고, 하버드 여학생들의 얼굴을 비교하는 '페이스매시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학생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건 하룻밤 실수도 아니고 '악동 기질'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도 없는 범죄다. 하버드 대학교의 수재 쌍둥이 윙클보스 형제와 디브야가 구상한 '하버드커넥션'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도 나온다.

 

하지만 과거의 실수만으로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실수를 알았고 반복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성공하자 하버드를 그만두면서까지 사업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개발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하기 위해 애썼다. 최고 경영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보다는 도널드 그레이엄, 셰릴 샌드버그 등 유력 인사들에게 배움을 청했다. 딸 맥스가 태어나자 자신의 전 재산인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자신이 세운 자선 재단에 기부했고, 인터넷의 영향력을 활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서도 그랬고 이 책을 읽을 때도 마크 저커버그라는 인물에 대해 마냥 좋은 평가만을 내리긴 어려웠다. 하지만 좋은 집안 배경과 명석한 두뇌와 세계 최고 명문 출신이라는 '조건'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개척해나간 점, 과거의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보다 나은 경영자,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점만큼은 좋게 평가하고 싶다.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도 젊은 시절 크고 작은 과오를 저질렀고 이를 통해 더욱 성장하지 않았던가. 마크 저커버그도 과거를 발판 삼아 앞으로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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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
샤를 와그너 지음, 문신원 옮김 / 판미동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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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들뜨고 갈증으로 목이 타는 환자는 자면서 서늘한 개울물에 몸을 담그거나 맑은 샘물을 벌컥 들이켜는 꿈을 꾼다. 마찬가지로 복잡다단한 현대 생활에 지친 우리의 영혼도 단순함을 꿈꾼다.


정리법을 다룬 책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최소한의 소유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기업에서도 단순함의 원리를 도입한 경영 전략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전에 프랑스에서 단순한 삶의 아름다움을 전파한 사람이 있다. 프랑스 개혁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친 진보적인 목사 샤를 와그너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파리 바스티유 빈민가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며 스스로 단순한 삶을 실천하고 사람들에게도 단순한 삶을 권했다.


1895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점점 복잡해지는 삶에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단순함의 본질과 단순함을 실천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소유물을 전부 처분하고 직업도 버리고 사회적 지위도 내놓아야 하는 줄로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단순함은 이런저런 특별한 경제 조건이나 사회 조건에 좌우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삶의 유형을 부추기고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우리의 정신이다. 단언컨대 우리는 무력하게 움츠러들어 후회하기는커녕 이 기회에 단순해지기로 마음먹고 일상에서 활기차게 실천할 수 있다.' 단순한 삶은 물질적 조건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상태다. 단순해지기로 마음먹고 실천하기만 한다면 부자든 가난뱅이든 누구나 단순한 삶을 살 수 있다.


집고 들어갈 작은 틈새를 노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면, 다른 누군가도 우리를 따라서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다 보면 사회에 얼마나 많은 불행과 음침한 증오, 불화, 악이 존재하는지 아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약간의 선을 불어넣게 된다. 그러면 비록 우리와 같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선은 늘어나고 악은 줄어든다.


단순함은 생각, 말, 의무, 욕구, 기쁨, 돈에 대한 생각, 명성, 인간관계, 교육 등 비물질적인 영역에도 적용된다. 저자는 선하고 진실한 것만 빼고 악하고 거짓된 생각이나 말은 버리라고 충고한다. 선한 행위를 하다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칠 수 있다. '내가 이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자책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선행을 하는 것은, 아주 조금일지라도 사회 전체의 선을 늘리고 악을 줄인다.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삶 또한 거창한 봉사는 아니지만 우리가 기꺼이 실천해야 할 선행 중 하나이며, 추구해야 할 단 하나의 단순한 삶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님을 가장 훌륭히 증명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똑같은 힘, 똑같은 동작으로 일하는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빚어낸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한 사람은 돈에 좌우되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한 가지 목적에 성실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임금을 받지만 한 사람의 노동은 헛되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일에 자신의 혼을 담는다. 전자의 노동은 영원히 아무것도 남지 않는 모래알과 같고, 후자의 노동은 땅에 뿌린 살아 있는 씨앗처럼 싹이 터서 수확물을 빚어낸다.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돈이다. 언제부터인가 돈은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을 사고팔기 위한 수단을 넘어 자신이 가진 재산의 규모와 자신이 처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자는 돈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돈에 좌우되는 정신'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동이 그렇다. 노동은 돈을 벌기 위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밑바탕이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행위로 노동을 하는 사람은 돈 이외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노동 그 자체에서 기쁨과 보람을 누릴 수 없다. 반면 영혼을 담아 노동을 하는 사람은 돈 말고도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적 관계를 획득하는 등 어마어마한 부산물을 얻게 된다. 


단순함이라는 원리가 물건을 정리하고 집안의 인테리어를 바꾸는 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말하기, 라이프스타일, 인간관계, 교육 등에 두루두루 적용된다니 흥미롭다. 이제껏 단순한 삶을 동경해 심플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고 실천도 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은 것은 정신적인 '변혁'이 없었기 때문일까. 단순함이라는 원리의 속살은 보지 않고 껍데기만 본 것 같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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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 - 흔들리는 내 마음을 붙잡아 줄 독한 충고
이토 모토시게 지음, 전선영 옮김 / 갤리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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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더 이상 '공부'할 생각 말고, 그냥 그 일을 하라. 공부로 얻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고, 당신은 지금까지 너무 많은 공부를 해 왔다. 지금은 실패할지언정 그냥 일에 모든 걸 쏟아부을 때다. 그렇게 경험이 쌓여야 '일머리'가 생기고, 당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조금은 선명해진다. 


p.43

잡스는 끊임없이 소수의 제품에만 주력하도록 독려했다. 그는 늘 이런 주문을 되뇌었다고 한다.

"잘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불필요한 일들을 거부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p.52

만약 구달이 동물학자가 되는 정도(定道)만을 고집했다면 그녀는 꿈을 접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라는 말처럼, 그녀는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가며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꿈을 이루었다. 차선의 기회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p.79

'매일 한 가지 새로운 일을 해 본다.'


p.86

연구의 비결은 책이나 자료를 읽는 방법에 있습니다. 이거다 싶은 책이나 자료를 곰곰이 읽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에는 밑줄을 그어 놓습니다. 또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거나 의문이 생기면 책의 여백에 메모해 둡니다. 한 권을 다 읽으면 이번에는 밑줄 그은 내용과 여백에 쓴 메모를 모아 따로 행간을 띄우지 않고 타자를 칩니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어엿한 새 메모가 만들어지지요. 그렇게 계속 작업하다 보면 책을 읽을 때마다 거기에 맞춰 메모가 늘어납니다. 어느 정도 메모가 쌓이면 이번에는 내가 쓴 메모를 밑줄을 그으면서 읽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의문점이 있으면 메모의 여백에 적습니다. 즉 메모의 메모(memo on memo)지요. 이렇게 작업을 계속하면 메모는 제법 많은 분량이 되고, 거기에 따라 메모의 메모도 늘어납니다. 메모의 메모를 읽으면 메모의 메모의 메모(memo on memo on memo)가 생깁니다. 이쯤 되면 한 권의 책을 쓸 준비가 끝납니다. (찰스 킨들버거의 메모법)


p.89

나는 킨들버거 교수의 메모법에 자극을 받아 책을 읽을 때 여백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책에 나온 단어가 아니라 '내 말'로 정리하는 것이다. 책의 요점, 키워드, 의문, 단상 등을 자신의 언어로 써 나가다 보면 자연히 저자의 주장을 내 머리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내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지식은 쉽게 잊히지 않는, 살아 있는 지식이 된다. 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차 확장되어, 그 주제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이 만들어진다.


p.113

<평생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이 되는 법>

첫째, 업무의 종류와 내용, 형식과 양을 변화시킨다.

둘째, 관계나 사회적 접촉을 늘린다.

셋째, 자신이 맡은 업무를 재정의한다.


p.143

<포춘>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제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한 펩시 회장 인드라 누이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 준 조언이 경청 습관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 조언은 바로 "상대가 긍정적인 의도를 품고 있다고 믿어라." 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이나 문제를 대하는 접근법이 놀랄 만큼 달라질 겁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마 그들은 내가 들어 본 적 없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상대를 이해하고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죠."


p.156

평생직장 시대의 일은 작업에 속한다. 톱니바퀴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작업자(worker)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톱니바퀴가 얼마나 크고 탄탄한가였다. 그러나 플레이어(player)는 다르다. 플레이어는 직장이 아닌 직업,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컴퓨터도 타인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무언가가 그를 일하게 하는 비결이다.


p.159

그(피터 드러커)는 20대 초반부터 직장 생활을 하며 특정 주제를 정해서 3년씩 공부했다. 그가 공부한 주제는 통계학, 중세 역사, 일본 미술, 경제학 등 다양한데, 그는 이런 자신의 학습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학습법으로 상당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시각, 그리고 새로운 방법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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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09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쪽 문장은 지금 같은 공부중독 사회에 향한 경고 같습니다.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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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은 거리를 걷다가 아주 짧은 티셔츠를 입은 아가씨들을 보며 배꼽에 대해 생각한다. 흔히 남자는 여자의 허벅지나 엉덩이나 가슴에 매혹된다고 한다. "하지만 몸 한가운데, 배꼽에 여성의 매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보는 남자(또는 한 시대)의 에로티시즘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한편 다르델로는 주치의로부터 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 걱정했다가 비로소 암이 아니라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그런 다르델로의 속도 모르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라몽은 이런 말을 한다. "즐겁게 사시는 것 같네요." 그 말에 빈정이 상한 다르델로는 라몽에게 암에 걸렸다는 거짓말을 한다. 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밀란 쿤데라가 2014년에 공개한 소설 <무의미의 축제>는 언뜻 '무의미한' 듯 보이는 에피소드의 '축제'로 보인다. 알랭과 라몽, 다르델로가 나오는 에피소드 외에도 스탈린과 흐루쇼프가 나오는 이야기가 중간에 삽입되어 짧은 길이의 소설인데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내용도 난해하다. "즐겁게 사시는 것 같네요." 라는 말이 고깝게 들렸다는 이유로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암에 걸렸다는 거짓말을 하는 다르델로, 파티에서 만난 포르투갈 여자의 환심을 사려고 통하지도 않는 파키스탄어를 하는 칼리방, 아무도 웃지 않는 농담을 해놓고 부하들이 뒷담화 하는 걸 훔쳐 듣는 스탈린까지, 내 머리로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인물들의 퍼레이드다. 


그러다 뜻밖에 마음에 박히는 문장을 만났다. 알랭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중 환각으로 나타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 어머니는 고백한다. "솔직하게 말할게. 누군가를, 태어나게 해 달라고 하지도 않은 누군가를 세상에 내보낸다는 게 나한테는 늘 끔찍해 보였다." 그러고는 덧붙인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헌법에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고, 국가로부터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고, 인간다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고, 각종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등의 기본적인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권리조차 어떤 부모에게서 어떤 생김새와 어떤 성별로 태어나는가 하는 위험은 상쇄할 수 없다. 이것들이야말로 개인의 삶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데도 말이다.


저 사람들 전부 좀 봐라! 한번 봐! 네 눈에 보이는 사람들 중 적어도 절반이 못생겼지. 못생겼다는 것, 그것도 역시 인간의 권리에 속하나? 그리고 한평생 짐처럼 추함을 짊어지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너는 아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네 성(性)도 마찬가지로 네가 선택한 게 아니야. 네 눈 색깔도. 네가 태어난 시대도. 네 나라도. 네 어머니도. 중요한 건 뭐든 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그걸 얻겠다고 발버둥 치거나 거창한 인권선언문 같은 걸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 


얼마 후 라몽을 만난 알랭은 다시 배꼽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는다. "한 가지는 분명해. 허벅지나 엉덩이, 가슴하고는 다르게 배꼽은 그 배꼽을 지닌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고, 그 여자가 아닌 어떤 것에 대해 말한다는 거야." ... "배꼽은 단지 반복을 거부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반복을 불러. 이제 우리는, 우리의 천년 안에서, 배꼽의 징후 아래 살아갈 거야." 알랭의 말대로 인간은 '배꼽의 징후' 아래 살아가는 존재다. 언뜻 보기엔 어느 학교를 나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얼마나 돈을 버느냐 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같다. 하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우연히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지고 몸을 섞고 그렇게 생긴 아이를 낳기로 정하고 산고 끝에 낳아서 기르는 일만큼 한 사람의 삶을 크게 좌우하는 일은 없다. 결국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인생은 아무리 기를 써봤자 그 부모가 물려준 눈코입의 생김새와 머리색과 키와 유전병과 경제력과 학력 등과 씨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알랭의 어머니가 남긴 말처럼 내 눈엔 '태어나게 해 달라고 하지도 않은 누군가를 세상에 내보낸다는 게' 그저 '끔찍해'보일 뿐인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사랑을 하고 기어코 아이를 낳으니 위대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밀란 쿤데라의 소설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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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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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결국 무의미한 것들로 가득 차있다는 데에서는 작가의 냉소적인 시선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의미한 것들을 끌어안고 사랑하라는 문장에선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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