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 도쿄대에서 우에노 지즈코에게 싸우는 법을 배우다
하루카 요코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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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카 요코는 1986년부터 오사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이다. 1997년, 저자는 여성을 차별하는 언동과 성희롱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연예계 현실에 맞서고 '말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로 불리는 도쿄대 사회학과 교수 우에노 지즈코의 수업을 듣게 된다. 뜻은 거창했으나 배우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수업마다 읽어야 할 문헌의 양이 엄청난 데다가 문헌에 쓰인 용어는 일본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려웠다.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수업을 단기대학 출신에 나이까지 든 나로선 따라갈 수 없다는 자격지심도 더해졌다. 


그러나 대학원 3년 내내 어렵다, 힘들다고 징징댈 수만은 없는 일. 저자는 첫 1년 동안 지난 3년치 논문을 전부 읽는 열성을 보였고, 바쁜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우에노 지즈코가 하는 강연이란 강연은 전부 따라다니며 공부에 매진했다.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나오면 창피함을 무릅쓰고 자기보다 훨씬 어린 학우들에게 과외를 받으면서까지 노력한 결과 저자는 3년 만에 간사이의 한 대학에서 젠더론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으며, 드세고 말 많다는 꼬리표를 떼고 도쿄대에서 배운 지식으로 무장한 페미니즘의 전사로 거듭났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게 정말......" 그녀는 말을 여기서 딱 멈췄다가 천천히, 분명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무서워요." (p.39) 


이 책은 페미니즘에 관심만 있고 지식은 없었던 저자가 페미니즘을 배워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뿌리 깊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도쿄대 안에 있을 때면 '강의실에서 내가 가장 바보'라는 생각으로 괴로워했고, 도쿄대 밖으로 나오면 '(네가 도쿄대에 다니다니) 거짓말일 거다, 다닐 수 있을 리 없다, 다닐 이유도 없다'는 비난을 들을까 봐 두려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수업 첫머리에 발제문을 받고 너무 어려워서 언제나처럼 '난 진짜 바보야. 아무리 읽어도 모르겠어. 역시 못 따라가겠어.'라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이 발제문은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요?"라고 질문한 것이다. 알고 보니 그 발제문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어려운 것이었다. 


그때까지 저자는 도쿄대 학생들과 자신 사이에는 커다란 능력 차이가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질문은 부끄러워서 할 수조차 없다고 여겼다. 처음 발표자가 되었을 때도, 강사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도 열등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저자에게 우에노 지즈코는 '사회학은 틀을 의심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며, 연예계라는 틀에 의심을 품고 도쿄대의 문을 두드린 저자에겐 뛰어난 직관이 있다고 격려했다. 저자는 여기에 <싸우는 여자는 아름답다>의 저자 오다 모토코의 말을 덧붙인다. '학문의 세계, 특히 인문과학의 세계는 권위 지상주의 사회'이며 '학문이라는 권위 장치를 알아차리기 위한' 공부가 페미니즘'이라고. 저자에게 페미니즘은 학문으로 향하는 입구였으며, 저자에게 학문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페미니즘의 일환이었다. 


러고도 여자냐, 그러고도 엄마라고 할 수 있냐, 결국 자신만 소중한 게 아니냐 등등 젠더를 공격하는 말이 너무 많아 일일이 셀 수도 없다. 그런 말을 듣고 흔들리면 진다. '그래도'나 '하지만'으로 말을 꺼내면 변명처럼 들리기만 하니 꼭 피한다. 그럴 때는 '자신이 소중한 게 왜 나쁘냐'는 식으로 곧장 되받아 치자. (p.258) 


그래서 결국 저자는 도쿄대에서 '말싸움에 이기는 기술'을 배웠을까? 물론이다. 저자는 책 말미에 '싸움을 하는 열 가지 방법'이라는 챕터를 마련해 도쿄대에서 배운 말싸움에 이기는 기술을 자세히 소개한다. 그중 첫 번째는 '되받아치기'이다. '결국 자신만 소중한 게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자신이 소중한 게 왜 나쁘냐', '사랑과 모성이 결여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랑과 모성이 결여된 게 뭐가 나쁘냐'고 되묻자. 참고로 여성학에선 사랑을 '남편의 목적을 자기 목적으로 삼아 여성의 에너지를 동원하기 위한 이념 장치'로, 모성을 '아이들의 성장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고 여겨 희생하도록 여성을 종용해 여성이 자기 자신에 대한 욕구를 억누를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한 이념 장치'로 정의한다. 


두 번째는 '모르겠다면서 도리어 질문하기'이다. 상대방이 안이하게 생각 없이 쓰는 표현에 대해 모르겠다,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갖고 놀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말싸움에도 이기고 자기 자신을 지켰다. 페미니즘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큰 배움과 감동을 얻었다. 저자 하루카 요코도 멋지지만, 이런 멋진 제자를 둔 선생 우에노 지즈코는 어떤 인물일까. 하루카 요코의 다른 저서와 우에노 지즈코의 저서를 읽어보고 싶다. 


p.s.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을 읽고 저자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졌다. 일본 위키피디아에 접속해 저자 이름을 검색하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내용이 나왔다. 검색된 내용을 읽어내려다가 하루카 요코의 저서 첫 줄에 이 책의 원제인 "<東大で上野千鶴子にケンカを学ぶ(도쿄대에서 우에노 지즈코에게 싸우는 법을 배우다)>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해가 무려 2000년. 다른 건 몰라도 페미니즘은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지 않을까 지레짐작한 건 실수였을까. 한국에선 페미니즘 서적이 올해 들어서야 겨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반해, 일본에선 이미 2000년에 이 책이 22만 부나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아, 부럽다. 아, 배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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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헌 2017-11-2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이곳은 한국 입니다 너무 보고 싶고 하루카 요코 자주 만나고 싶어요 꼭 알고 지넸으면 합니다

권부헌 2017-11-2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6일날 일본 오사카 집에서 만났읍니다 너무 반갑고 싸인까지 받아서 한국에 와서 잘 보관 하고 있읍니다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 도쿄대에서 우에노 지즈코에게 싸우는 법을 배우다
하루카 요코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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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큰 배움과 감동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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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4 - 기다리고 있습니다
니토리 고이치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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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 식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화과자의 세계에 대해 알기 쉽게 알려줘서 좋습니다. 이야기도 따뜻하고 흥미진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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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씨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다 1
사토 히로히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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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스케는 아빠가 죽은 후 엄마와 단둘이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일 때문에 바쁜 엄마는 진스케와 긴 시간을 함께 있어 주진 못하지만 함께 있을 때는 누구보다 진스케를 아껴주고 사랑해준다. 진스케의 생일날, 하루 종일 혼자 지낸 진스케는 밤늦게 집에 돌아온 엄마가 디지털카메라를 선물해줘서 뛸 듯이 기쁘다. 그런 진스케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옆집 처녀는 '좀 조용히 해달라'며 진스케네 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현관문이 열리면 더는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룰 수 없게 된다는 걸 알지 못한 채. 


1권만 읽었을 뿐인데도 스릴러 영화의 도입부를 본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진스케와 엄마가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면 현관문을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성화인 옆집 처녀 스즈키 씨의 정체는 다름 아닌 킬러. 가족이라고는 하나 남은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 진스케를 내버려 두지 못하고 함께 도주하는 길을 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알고 보니 진스케의 엄마는 진스케의 아빠를 죽인 일당이 찾아와 죽인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이들은 조직폭력배 같은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경찰 쪽 사람들인 것 같다. 스즈키 씨와 진스케는 무사히 도주할 수 있을까.


여자 킬러 스즈키 씨의 변화도 흥미롭다. 옆집에서 나는 자잘한 소음에 신경을 곤두세울 만큼 성질이 곱지 못 했던 스즈키 씨는 아빠에 이어 엄마까지 잃은 진스케와 함께 지내며 진스케를 연민하게 된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냉혹한 킬러의 가면 뒤에 숨겨두고 있었던 따뜻한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문제는 진스케와 함께 지내면서 킬러로서의 냉혹함이 무너지기도 하고 완벽함에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 그런 스즈키 씨를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진스케가 보완해줄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이 그 어떤 콤비보다도 끈끈하고 완벽한 콤비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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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태양 1 - 개정판
타카노 이치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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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재혼, 배가 다른 남동생의 탄생을 잇달아 겪으며 집에 있기가 불편해진 여고생 카메코 시마나는 덜컥 집을 나와버린다. 어디로 가나 막막해하던 차에 공원에서 기모노를 입은 남자를 만나게 되고, 마침 그 남자가 월세 단돈 만 엔(한국 돈 약 10만 원)인 집을 소개해준다고 해서 덥석 제안을 받아들인다. 단, 조건이 세 가지 있다. 첫째, 가출의 이유를 말할 것. 둘째, '아사히'를 찾아올 것. 셋째, 꿈을 가질 것. 어찌어찌해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클리어 한 시마나는 타이가, 아사히, 젠과 함께 기묘한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월세 10만 원에 꽃미남 세 명과 한 집에서 살 수 있다니! 만화니까 가능한 설정인 건 알지만 시마나가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프다. 그렇다고 시마나의 상황이 그저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일단 집안 사정 복잡하고(엄마는 돌아가셨지, 아빠는 재혼했지, 어린 동생 태어나서 관심 못 받지...), 같이 살게 된 꽃미남 세 명 중에 (하필이면) 시마나가 반한 아사히는 시마나가 아닌 다른 여자한테 가슴 아픈 짝사랑 중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가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매일같이 봐야 하다니. 이건 고문일까 행운일까. 


2009년에 나온 동명 만화의 개정판인 <꿈꾸는 태양>은 표지는 물론 원화까지 이전 판형보다 예쁘게 수정되어 팬이라면 반드시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것 같다. <꿈꾸는 태양>을 그린 타카노 이치고는 일본 현지 누적 부수 470만 부를 넘기고 영화(무려 츠치야 타오, 야마자키 켄토 주연!)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초대형 히트작 <orange>를 그린 작가라고 한다. <orange>는 10년 후의 나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인생을 바꾸는 여고생의 이야기라는데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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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16-10-03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 재미있나요? 예전에 소개만 보고 재미있을것 같아 이북으로 구매했는데... 순정만화 그림체에 적응이 안되더라구요...ㅠ

키치 2016-10-03 21:36   좋아요 0 | URL
저도 오렌지는 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는지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인터넷 리뷰 보면 <꿈꾸는 태양>보다 인기가 많은 것 같긴 합니다.

쿼크 2016-10-03 21:38   좋아요 0 | URL
답변 감사드려요... ^^

키치 2016-10-03 21:41   좋아요 0 | URL
원하시는 답변을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좋은 밤 보내세요!

쿼크 2016-10-03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아니에요... 오렌지는 1권으로 끝낼려구요.. 키치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