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기쁨을 길들이다 - 존재의 가장 강력한 경험, 기쁨으로 성장하는 지혜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은 기쁨을 열망한다. 인생에 기쁜 순간이 많기를 바라고, 기쁨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기쁨은 바란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사람은 기쁨이 찾아오는 순간을 예측할 수도 없고 계획할 수도 없다. 어쩌다 찾아온 기쁨을 붙잡아둘 수도 없다. 


여기, 기쁨을 길들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종교사학자 프레데릭 르누아르다. 프랑스 국무장관을 지낸 아버지를 둔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자신이 지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학과 영성에 관심이 기울어졌고, 더 나은 철학, 더 나은 사상을 찾다 보니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두루 섭렵하게 되었다. 


저자는 기쁨을 쾌락 또는 행복과 구분한다. 쾌락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마사지를 받을 때 느끼는 감정이고, 행복이 삶의 의미를 추구하거나 발견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면, 기쁨은 고대하던 시험에 합격하거나 응원하던 축구팀이 승리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쾌락과 행복은 개인이 스스로 계획하고 건설할 수 있지만 기쁨은 예측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다. 


저자는 기쁨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스피노자와 니체, 앙리 베르그송을 공부하면서 기쁨으로 나아가는 세 가지 길을 찾았다. 첫째는 집중, 현존, 명상, 신뢰, 마음 열기, 자비, 대가를 바라지 않음, 감사, 끈기, 놓아버림과 동의, 육체적 희열 등이다. 


이 중에서 현존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았다. 현존은 존재 전부를 끌어들이는 고도의 집중을 일컫는다. 최대한 많은 나라, 최대한 많은 도시를 '찍는' 여행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음미하는 여행의 질이 더 높은 것처럼, 인생의 가치도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행위 하나하나에 얼마나 집중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둘째는 인연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고, 셋째는 인연을 맺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인연을 맺기 전에 인연에서 벗어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말했다. '자기 정념을 극복하고 능동적 기쁨으로 변화시킨 인간은 결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자기 내면의 이기심, 질투, 시기, 지배욕, 상실의 공포, 자존감의 결여 혹은 과잉을 이겨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연인 등 주변을 둘러싼 온갖 인연으로부터 떨어져 철저하게 혼자였던 적이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고 보상을 기대하는 마음 없이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싯다르타 같은 현자들은 세속을 떠나 혼자 여행하고 수행하는 삶을 택했던 것일까.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벗어나는 마음이야말로 성숙이고 더 큰 사랑일까. 그렇게 얻어지는 기쁨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경험해본 적도 없고 짐작도 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 관계 맺기 심리학
옌스 코르센.크리스티아네 트라미츠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십 대 때만 해도 한 동네에 살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면 누구와도 금방 친해졌지만, 이십 대를 지나 삼십 대가 된 지금은 그런 이유로 친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전보다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이는 한 줌도 안 된다. 어릴 때는 사람 사귀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원래 서로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위한 지침서나 규정, 심지어 십계명도 사실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관계 맺는 법을 본능적으로 아는데도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은밀한 동반자' 탓이다. 은밀한 동반자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의인화한 표현이다. 


은밀한 동반자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직관, 감정, 사고, 뉴런의 그물망으로 존재하기도 하며, 엔도르핀, 세로토닌, 도파민, 아드레날린 등 다양한 체내 물질로 존재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은밀한 동반자를 각각 평가자, 경고자, 신호전달자, 연결자, 공감자, 비교자, 보호자, 자극자, 의지관철자, 권력자, 통제자 등으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면 은밀한 동반자 중에서도 경고자의 힘이 센 것이다. 경고자는 우리가 창피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여겨질 때 경고음을 울린다. 문제는 파티에 참석한 경우처럼 낯선 사람에게 꼭 다가가야 할 때에도 경고음을 울린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경고음을 억지로 통제하려 들지 말고 인정한다. '나는 왜 이리 수줍음을 많이 탈까?' 같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나는 당분간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을 것이다.' 라고 결심함으로써 내면을 다스린다. 단, 침묵하는 대신 주위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한다. 때로는 말보다 눈빛이 사람을 움직이는 법. 사람들을 관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가 말을 걸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힘들고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면 독서를 추천한다. 전문서적보다는 소설 읽기가 감정이입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소설을 읽으면 모든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사람 사귀기가 어렵고 힘에 부칠 때마다 책을 찾고 소설을 읽게 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소설을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읽는 수밖에 없는 걸까. 저자의 답변이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리모컨을 잡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오래된 뮤직비디오 한 편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영국 록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음악도 영상도 멋있지만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애절하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가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얼마 후 프레디 머큐리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놀라지 않았다. 소수자라는 비애가 그의 음악성을 증폭하지 않았을까.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소수자 문제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유난히 그런 문제들이 나의 눈에 들어오고 귀를 사로잡았다. 중학교 때 일본에서 온 친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고 고백했을 때, 고등학교 때 친구가 가족 내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내 마음은 평소보다 세게 뛰었다. 대학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페미니스트, 성 소수자, 장애인, 재외 동포, 이민자들을 만났을 때에도 그랬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여성 문제는 나와 무관하지 않지만, 성 소수자, 장애인, 재외 동포, 이민자 문제는 나와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재일 코리안, 피차별 부락, 오키나와 문제도 관심은 있지만 상관은 없다. 다수자이면서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건 괜한 오지랖이나 외부자의 관음증이 아닐까. 이 또한 당사자에게는 폭력이 아닐까. 그런 고민이 나를 늘 괴롭혔다. 



나는 재일 코리안이나 피차별 부락이나 오키나와 사람들에 대해, 또는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해 누가 보더라도 다수자의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그러한 존재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마음에 보잘것없지만 공부를 해 왔다. 또한 일이나 사생활 면에서 그런 사람들과 맺은 관계도 점차 늘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지점에서 역시 나는 다수자일 수밖에 없다. (p.179)


이 책의 저자 기시 마사히코는 소수자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다. 오키나와인, 재일 코리안, 피차별 부락민, 장애인, 게이, 이주 여성, 복장 도착자, 조직폭력배 등이 저자의 연구 대상이다. 저자는 소수자가 아니다. 일본인이고, 건강한 사람이며, 이성애자이고, 남성이다. 그런데도 소수자 문제를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말을 흐린다. 대학 졸업 후 공사장에서 막노동꾼으로 일한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학창 시절 친구들한테 미움을 샀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무엇도 정답은 아니다. 


저자는 대체로 다수자이지만 때때로 소수자다. 저자는 무정자증이다. 사람들이 자녀들의 사진을 보여주거나 왜 아이를 가지지 않느냐고 물을 때 저자는 폭력을 당하는 듯하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저자에게 아이를 가진 사람은 다수자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은 아이를 가진 사람의 행복을 짐작하지만, 아이를 가진 사람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의 불행을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만이 아니다. 배제된 경험, 차별당한 경험, 고통을 겪은 경험이 더 적은 쪽이 다수이며, 다수는 소수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다행히 사람은 누구나 어떤 문제에 있어서 다수자이거나 소수자일 수 있고, 다수자로 살 것인지 소수자로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저자는 소수자로 살기를 택했다. 재일 코리안, 장애인, 성 소수자, 여성 문제에 대해 평생 모르거나 무관심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기꺼이 관심을 가지고 사는 길을 택했다. 소수자들의 눈에는 그가 다수자로만 비치겠지만, 저자는 삶에서 다수였던 경험보다 소수였던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규정한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누가 다수자이고 누가 소수자일까. 이 또한 정답은 없다. 


한쪽에 '재일 코리안이라는 경험'이 있고, 다른 한쪽에 '일본인이라는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쪽에는 '재일 코리안이라는 경험'이 있고,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애초에 민족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일도 없는' 사람들이 있을 따름이다. (p.166) 


저자는 이제까지 만난 소수자들을 연구 대상이 아닌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인연으로 본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 돌멩이를 아무것이나 주워 바라보면서 "이 드넓은 지구에서 '이' 순간에 '이' 장소에서 '이' 나에게 주워 올려진 '이' 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과 무의미함"에 전율하고 감동했던 것처럼 그들과 만난 것에 감사한다. 그렇기에 논문이나 책에 포함되지 않은 이야기조차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 책은 여러 이유로 버려야 했지만 끝내 버릴 수 없었던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다. 


버려질 뻔한 이야기를 모았다고 해서 낮추어 보면 곤란하다. 일본 사회의 소수자로 흔히 거론되는 오키나와인, 재일 코리안, 피차별 부락민, 장애인, 게이, 이주 여성 등을 취재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 있어 일본 사회의 소수자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학자로서 연구를 하면서 느끼는 딜레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구해가는 이유 등도 자세히 나와 있다. 


현대 사회는 상이한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점점 나아가고 있다. 소수자 문제에 무심한 다수자는 소수자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까닭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기 쉽고, 이는 공격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누구도, 누구에게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평온하고 평화로운 세계, 자기가 누구인가를 완전히 망각한 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꾼다.


나도 꿈꾼다. 프레디 머큐리의 이력에 동성애자라는 말이 나올 필요가 없는 세계, 어린아이가 외국 학교에서 차별받지 않아도 되는 세계, 딸이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미움받지 않아도 되는 세계, 장애가 있거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2등 시민이 되지 않아도 되는 세계. 과연 그런 세계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아니 반드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6-10-1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올라오는군요.
˝2016년 기노쿠니야 인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화려한 장식성을 갖추지 않고 소수자에 대한 내용만을 얘기하려고 한 키치님의 안배가 돋보입니다. 이 책 취지와 부합하는...
잘 읽었습니다^^

키치 2016-10-19 11:34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책장에 있는 창비 책들을 모아봤습니다. 읽은 책은 더 많은데 현재 가지고 있는 책은 이것뿐이네요. 

이중에서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전권은 제 책장에 있는 책들 중 가장 아낍니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본 여행할 때도 좋은 가이드북이 되어줬습니다. 유홍준 선생님 팬으로서 일본의 다른 지역이나 일본 아닌 중국 등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에 관해 알려주시는 책도 써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공부의 시대> 시리즈 전권은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에 유시민 작가님 나오셨을 때 듣고 구입했습니다. 한권도 빠짐없이 내용이 알차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시리즈 많이많이 만들어주세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사는 보람은 아니라는 기분이 들어요. 사는 보람은 한 사람 한 사람 자신 속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p.133)

마스다 미리의 작품 중에서 <주말엔 숲으로>를 가장 좋아한다. 도시를 떠나 숲 근처에 사는 하야카와. 주말마다 하야카와의 집에 묵으며 일상을 재충전하는 마유미와 세스코. 세 친구가 하야카와의 집에 모여 실컷 먹고 수다를 떤 다음 개운한 기분으로 숲 속을 거나는 장면을 볼 때면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함께 걷고 싶다(제발 저를 끼워주세요!). 


<주말엔 숲으로>의 두 번째 이야기 <너의 곁에서>를 읽었다. 7년 사이 하야카와에게는 새 식구가 생겼다. 센스 만점인 남편과 귀여운 초등학생 아들 타로다. 어느 날 타로네 반에 출산 휴가 중인 담임 교사를 대신할 임시 교사 다카기 히나가 온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 학교 임시 교사가 된 히나는 사실 어머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도시에 사는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와 살림에 참견하는 것으로 모자라 틈만 나면 도시에 돌아오라는 둥, 맞선을 보라는 둥 잔소리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주말엔 숲으로>가 싱글 여성이 택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삶의 대안을 제시했다면, <너의 곁에서>는 여성이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하는 가족이란 벽을 그린다. 히나의 벽은 어머니이다. 히나는 원하는 대로 살고 싶고 그럴 능력도 있지만, 그런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어머니 때문에 혼란스럽다. 히나 어머니의 벽은 히나다. 그녀는 일까지 그만두며 키운 딸이 이제 다 컸다고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서운하다. 자식만 보고 살다가 이제 와서 자기만의 삶을 살기도 막막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또 다른 어머니 하야카와는 어떨까. 하야카와는 일곱 살배기 아들 타로를 키우고 있지만 타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타로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깊은 대화를 나누지만 하야카와가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타로를 두고 혼자서 다녀오기도 한다. 하야카와는 타로 때문에, 타로를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참지 않는다. 타로를 자기 인생의 대리물로 여기지도 않는다. 하야카와의 '사는 보람'은 타로가 아니다. 그것은 하야카와가 자신의 삶 속에서 직접 찾아낼 것이다.


하야카와는 친절한 나무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체코 교회의 음악회. 모차르트의 곡이 교회 안에 울렸고 그 소리가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워서 눈물이 흘렀던 일. 그리고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계에 이별을 고하고 언젠가 죽을 자신이 슬펐던 일. '이 슬픔은 분명 아름다움의 일부겠지.' (pp.137-8)

하야카와는 안다. 슬픔도 아름다움의 일부이며,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부모와 자식도 한때는 한 몸처럼 가까웠어도 때가 되면 거리를 두고 언젠가는 영영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서로가 괴로울 뿐이라는 것을. 하야카와는 아마도 자연으로부터 이걸 배우지 않았나 싶다. 찬 바람이 불면 나무는 이파리를 떨구지만 그래야 봄이 되면 새 잎이 되고 여름 지나 가을 오면 알찬 열매를 맺는다. 부모와 자식도 서로 간의 '열매'를 맺기 위해선 헤어짐을 겪어야 한다. 


육아 7년 차에 벌써부터 '득도의 경지'에 오른 듯한 하야카와. 이런 엄마를 둔 아들 타로는 앞으로 어떻게 자랄까. 하야카와와 마유미, 세스코, 히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기다려도 되는지 기약은 없지만 부디 다음 이야기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가 나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공감가는 이야기가 펼쳐질꺼 같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