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씨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다 2
사토 히로히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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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조용하게 살고 싶은 킬러 스즈키 씨는 옆집에 살던 소년 진스케를 데리고 도주 중이다. 아빠가 죽은 후 엄마와 단둘이 살던 진스케는 자신의 생일날 눈앞에서 엄마가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변을 당했다. 아빠를 죽인 일당이 엄마와 진스케를 죽이러 왔다가 엄마만 죽인 것이다. 일당에게 쫓기는 진스케를 옆집에 살던 처녀 스즈키 씨가 발견했고, 두 사람은 도주 길에 오른다. 과연 이들은 도주에 성공할 수 있을까. 

1권이 범죄 영화의 전반부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기 때문에 2권도 무척 기대가 되었다. 2권을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다. 옆집에서 나는 자잘한 소음에도 신경을 곤두세울 만큼 성질이 곱지 않았던 스즈키 씨가 어린 진스케를 가엾이 여겨 함께 도주하게 되는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진스케의 부모를 죽음에 이르게 한 '5억엔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밝혀져 한 장면 한 장면을 주의 깊게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스즈키 씨가 죽은 아빠와 엄마의 원수를 갚게 위해서라도 킬러가 되고 싶어 하는 진스케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특히 짠했다. 스즈키 씨 또한 어린 나이에 킬러가 되었기에 진스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진스케의 선택을 말리고 싶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당의 손길이 어린 진스케에게 뻗쳐, 진스케의 인생이 스즈키 씨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니 어찌할까. 어서 다음 3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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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 과감히 덜어내는 힘
마이클 바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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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큐레이터는 16세기와 17세기에 아주 부유한 수집가들을 위해 수집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최근에는 큐레이션의 영역이 예술 분야로 한정되지 않는다. 패션, 인터넷, 금융, 유통, 여행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큐레이션 기술이 활용되고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 연구자 마이클 바스카가 쓴 <큐레이션>에는 큐레이션의 개념과 역사, 사례와 전망이 총정리되어 있다.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건 현대 사회가 '과잉 사회'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산업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수많은 제품이 생산되었고, 정보 통신 사용이 확대되면서 사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제품과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내는 일을 스트레스로 느끼게 되었다. 큐레이션은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선택에 지치지 않도록 대신 선택지를 선별하고 판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는 양질의 콘텐츠를 선정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재창출한다. 


책에는 큐레이션을 활용해 성공을 거둔 여러 기업들의 사례가 나온다. 사용자가 자신의 관심사를 직접 큐레이션 할 수 있도록 한 구글과 페이스북, 이용자 맞춤형 컬렉션이나 카테고리 페이지를 제공하는 애플,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는 '시네매치'라는 이름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넷플릭스, 기존 데이터에 기초해 고객에게 자동으로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마련한 아마존 등 유명 기업들의 사례가 잘 정리되어 있다. 소비자 개개인에 맞춰 추천 도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아예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요약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갯애브스트랙트(GetAbstract)나 블링키스트(Blinkist)가 그 예다. 블링키스트는 700쪽에 달하는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을 단 15분 만에 읽을 수 있는 요약본으로 만들어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큐레이션, 즉 '덜어내는 것'은 오늘날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경제의 주요 트렌드와도 일치하기 때문에 시장의 힘에 의해 계속해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더 많은 생산을 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더 '많이' 만들어 내고자 했던 기업은 이제 더 '좋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생산이 우리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것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돼버렸다. (p.15) 


큐레이션은 요즘 한창 열풍인 '미니멀리즘'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인 곤도 마리에는 '갖고 있는 소유물의 대부분을 과감하게 버리라', '기쁨을 주지 않는 모든 것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구 국가에서도 정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과감히 덜어내고 중요한 것만 취하는 기술은 집안을 정리할 때도 필요하고 직장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도 필요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나 쓰이는 줄 알았던 큐레이션 개념이 나의 생활과 커리어에도 꼭 필요한 개념이라니. 책의 내용을 더욱 철저히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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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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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진도가 안 나간다 싶을 때는 추리 소설만 한 것이 없다. 추리 소설의 계절인 여름도 아닌데 요즘 들어 추리 소설만 내리읽는 건 그 때문이다. 


여기 기억 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형수가 있다. 이름은 사카키바라 료. 도쿄 구치소의 사형수 감방, 통칭 '제로 구역'에 수감된 지 7년째다. 사형 집행을 3개월 앞둔 어느 날, 사카키바라의 무죄를 밝히는 사람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익명의 의뢰인이 나타난다. 교도관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난고는 의뢰를 덥석 물고, 파트너로 상해 치사 전과자이자 보호 관찰 대상인 준이치를 택한다.


두 남자가 사건의 진상을 좇는 일종의 '버디 무비'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난고와 준이치의 사연은 사건 못지않게 무겁다. 준이치는 2년 전 술집에서 싸움에 휘말렸다가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로 실형을 살고 가석방되었다. 그동안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여자친구는 이별을 고했다. 난고는 고교 졸업 후 바로 교도관으로 임용되어 출세가도를 달렸지만, 두 번의 사형집행 후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가족과 멀어졌다.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낀 지 오래인 그는 현상금을 타면 사직서를 내고 빵집을 차릴 생각이다. 


처음엔 현상금이 목적이었지만, 사건의 진상을 좇으면서 난고와 준이치는 사카키바라의 무죄를 확신하고 진범을 잡겠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진다. 사형 제도를 회의하는 난고는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는 걸 원치 않고, 지은 죄보다 더 큰 벌을 받았다고 믿는 준이치는 무고한 사람이 죄를 뒤집어쓰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사건의 진상이 생각보다 훨씬 끔찍해 사형을 바라는 유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법의 공정함과 형의 효과를 의심하게 된다. 


이 밖에도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범죄자로 추정해 사형을 선고해도 되는지, 보호 관찰 제도에 실효성이 있는지, 사적 제재는 유효한지, 사형 제도는 과연 필요악인지 등을 묻는다. 범죄자, 경찰관, 검찰관, 교도관, 가해자 유족, 피해자 유족 등 범죄에 관련된 사람들과 그들의 삶도 충실하게 묘사한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국가(혹은 법)의 이름으로 인간이 인간의 죄를 사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이 죽음이어도 되는지를 묻는다. 


이제까지 마츠모토 세이초를 필두로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13계단>도 범죄의 사회적 배경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될 수 있을 터. 게다가 이 소설은 죄를 규정하고 형을 집행하는 국가 제도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점 때문에 '사회파 추리소설을 완성한다'고 단언할 만하다. 이런 대작을 이제야 만나다니.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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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2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노사이드>도 추천요^^

키치 2016-11-22 17:41   좋아요 1 | URL
요즘 밤마다 읽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하네요 ^^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unnyL 2016-11-22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노사이드 추천이요~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어요^^

키치 2016-11-22 17:42   좋아요 0 | URL
요즘 밤마다 잠을 잊고 읽고 있습니다.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데드 조커 1 한네 빌헬름센 형사 시리즈
안네 홀트 지음, 배인섭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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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주인공이라서 신선했습니다. 다음 시리즈도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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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조커 1 한네 빌헬름센 형사 시리즈
안네 홀트 지음, 배인섭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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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홀트의 <데드 조커>는 노르웨이 소설이다. 노르웨이 소설 하면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떠올리기 쉬운데, 안네 홀트도 요 네스뵈만큼, 아니 요 네스뵈보다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요 네스뵈가 저널리스트에서 증권 중개업자, 뮤지션, 인기 작가로 변신했다면, 안네 홀트는 기자, 뉴스 앵커, 경찰, 변호사를 거쳐 법무부 장관에까지 오른 어마어마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안네 홀트는 추리 소설가로 변신, 출간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대체 이런 대단한 이력을 소유한 사람은 어떤 소설을 쓸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얼른 읽어봤다. 


주인공은 미모의 베테랑 수사반장 한네 빌헬름센이다. 한네는 일 중독자이고 레즈비언이다. 어느 날 고등검사 할보르수르드의 집에서 그의 아내가 사무라이 검에 목이 잘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있던 남편 할보르수르드가 즉시 체포되었고 모두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한네는 할보르수르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할보르수르드가 아내를 죽인 진범으로 지목한 스톨레 살베센을 찾기 전까지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세워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할보르수르드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한네는 아주 작은 단서라도 생기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에서 한네는 팀원들과 마찰을 빚고, 파트너 세실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며 위기에 처한다. 


범죄 소설 주인공이 대부분 남성인 데 반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그것도 경찰청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형사 반장. 하드보일드한 범죄 소설의 주인공으로 여성을 기용한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국가 기관의 (심지어 경찰청의) 고위직이라니. 이 소설을 통해 북유럽이 양성평등에 있어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등)보다 훨씬 앞선 나라란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여성인 형사 반장이 '미모'까지 갖춘 건 아쉬웠지만 이건 작가의 판타지가 반영된 걸로 보고 넘어가는 걸로...). 


성별은 다르지만, 한네의 모습에서 해리 홀레(요 네스뵈 소설의 주인공)가 여러 번 보였다. 한네와 해리 홀레는 오슬로 경찰청에서 오랫동안 일한 형사라는 점만 같은 게 아니라, 인간관계가 서툴고 때로는 파트너에게도 진심을 털어놓지 못한다는 점, 심리적 문제를 잊기 위해 일에 매달리다 일 중독자가 되었다는 점까지도 같다. 혹시 살면서 여러 번 커리어를 바꾸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힘들었을 작가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소설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소설을 읽었는데 어째 소설보다 소설 바깥의 요소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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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진도가 안나가면 추리소설 읽어야겠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