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편집자 - 어느 여가사회학자의 행복에 관한 연구
최석호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여가에 대해 휴식 또는 취미 생활 정도로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게 한 책. 나에게 유익한 여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여가를 모색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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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편집자 - 어느 여가사회학자의 행복에 관한 연구
최석호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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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에 '현대미술사'라는 강의를 들었다. 전공은 정치외교학, 복수전공은 경제학. 미술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 취업도 결정되지 않았다.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현대미술사 강의를 들은 건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그 강의가 내 인생을 바꿨다. 강의를 들으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결국 전공과 무관한 문화예술 방면으로 취업했다. '먹고 사는 일'과 관련이 없어 보였던, '먹고 사는 일'에 방해가 될 줄 알았던 일이 '먹고 사는 일'이 되었다.


복권 사듯이 인생을 살 순 없다. 드라마를 꿈꾸지 말고 인생의 안목을 기르자. 문화 자본을 늘리고, 상징 자본에 투자하자. 어떻게? 이제는 여가 시대다. 당신의 여가가 당신을 말한다. 여가를 잘 경영하면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다. 시간은 계획하는 데서 나아가 즐겨야 만이 비로소 내 것이 된다. (12쪽)


여가사회학자이자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 최석호가 쓴 <시간편집자>를 읽으며 '먹고 사는 일'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먹고 사는 일'에 골몰하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불안하고 불행한 이유로 제대로 된 여가 문화의 부재를 든다. 저자는 여가의 개념과 유래, 역사등을 살피고 일과 역사의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어떻게 여가를 보내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한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여가란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재밌게 놀거나 피로에 지친 몸을 푹쉬게 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이 끝나면 폭음을 하면서 몸을 해치고, 밤새워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정신을 혹사한다.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는 여가를 '노동을 해야만 하는 필요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 또는 조건'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취미든 운동이든 일단 하나 시작했다 하면 장비부터 갖추느라 금전적으로 힘들어져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경우도 한국에선 빈번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가에 대해 '그 자체로 바람직한 어떤 것에 골몰하는 상태'로 정의했다. 하지만 도박이나 지나친 음주 등은 그 자체로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골몰해선 안 된다.


상층 계급에서도 분파별로 많이 읽는 책의 종류가 다른 이유는 재생산과 관련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이다. 교수는 자식에게 문화 자본을 물려주려고 한다. 그래서 교육과 문화 실천에 투자한다. 전문직 종사자는 사회 자본을 물려주려고 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선뜻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관계 자본으로서 상류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본이다. 사회 자본을 물려주면 상류 사회 구성원과 쉽게 사귈 수 있다. 그래서 전문직 종사자는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행동에 투자한다. 반면 고용주들은 돈을 몰아주려고 한다. 경제 자본을 상속함으로써 대를 이어 고용주로 살기 위해서다. (190쪽)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취향에 달린 것으로 보기 쉽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형편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인들의 독서 취향에 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책의 경우, 학력이 높은 교수와 전문직 종사자들은 철학, 정치, 경제, 문예 소설, 예술 분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책을 읽고, 전문직 종사자와 엔지니어는 경제 도서를 많이 읽고, 제조업 고용주와 서비스업 고용주는 책 자체를 읽지 않는다. 책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 교양, 외모 등의 항목에서도 취향과 선택이 갈린다. 


한국에선 어떨까. 가장 최근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 활동은 TV보기, 휴식, 게임 순이다. 프랑스에선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들이 가진 문화 또는 사회 또는 경제 자본을 물려주기 위한 기회로서 여가를 활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 국민의 대표 취미라 해도 과언이 아닌 독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순위에 없다. 역대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아도 양서보다는 소설, 자기계발서, 실용서가 대부분이다. 프랑스처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형편에 따라 독서 취향이 분화되는 상태에 도달하기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읽어야 한다. 무엇을? 제대로 된 '책'을 말이다. 왜 책이냐? 왜 책이냐는 차치하고라도, 그럼 어떤 책 말이냐! 소 털 같이 많은 책 중에서 제대로 된 책이라니?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어제 생각으로 오늘을 살 수 없고, 오늘 생각으로 내일을 준비할 수 없다. 우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더 이상 먹고살 수 없다. 남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또다시 책에서 길을 묻는다. (117쪽)


저자는 좋지 않은 여가와 좋은 여가의 예를 제시한다. 좋지 않은 여가의 대표적인 예는 TV 시청과 쇼핑이다. TV 시청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재미와 오락을 추구할 수 있는 여가 활동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TV를 끄면 우리는 독서, 음악 감상, 산택, 운동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고, 가족, 친구, 이웃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쇼핑 또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활동으로서 그 당위를 인정받지만, 쇼핑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면 불필요한 소비가 늘어나고, 늘어난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느라 여가를 박탈당하는 참사가 생길 수 있다.

 

좋은 여가의 대표적인 예는 책이다. 저자는 과거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기 위해 책 읽기를 권한다. 하퍼 리의 장편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사회의 불평등을 이해하고 현실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또한 미래를 지향하는 창의적인 시각을 열기 위해 책읽기를 권한다. 조지 리처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와 알란 브라이만의 <디즈니화>는 세계화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인간의 두뇌를 표준화, 동질화 시키는 TV 시청 대신 독서를 한다면 같은 시간 동안 보다 많은 지혜와 관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도 좋은 여가의 한 예다. 그림은 '이미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저자는 갤러리에서 그림은 보지 않고 그림 제목과 작품 해설을 읽느라 정신 없는 남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미지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근대화가 한창이던 때에는 언어만 구사해도 충분했다. 근대화가 끝나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시대를 지배하게 된 지금은 다르다. 글자로 된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로 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능수능란하게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이미지 언어들을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 사용하는 가다."


행복으로 가는 다섯 가지 생활 습관 중에서 힘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매일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TV앞에서 보내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한결같이 어려운 일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TV를 보더라도 내 에너지와 시간을 그들에게 쏟을 수 없다. TV만 켜면 옆에 누가 있든 바로 침묵하게 되니 말이다. TV를 보고 있으니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본 적이 없고, 연인이 얼마나 예뻐졌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깨알 같은 재미를 안겨 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줄 수 없다. 당연히 불행할 밖에! (78~79쪽)


저자는 영국 정부가 실시한 '2008 정신 자본과 웰빙 프로젝트'의 결론으로 제시한 다섯 가지 행복 비결을 소개한다. 함께 하라, 밖으로 나가라, 호기심을 가져라, 계속 배우라, 아낌없이 주라. 돌이켜 보면 8년 전 현대미술사 강의를 들으면서 나에게 생긴 변화는 미술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 친구들과 시간만 나면 전시회나 갤러리를 찾았으며, 새로운 화풍이나 작품이 없나 호기심을 가졌고,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계속 배웠으며, 배운 지식을 활용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글을 썼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가라고는 TV를 보거나 끽해야 영화를 보는 게 전부였는데 말이다.


얼마 전에는 언론에 익히 아는 그림 한 장이 나와서 반가움의 탄성을 질렀다. 그 그림은 바로 인상파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1863년 작품 <올랭피아>다. 마네는 여성의 누드화를 그릴 때 여신 또는 요정으로만 묘사해야 했던 관습을 깨고 현실의 여성, 그것도 매춘여성을 묘사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마네가 작품을 통해 의도한 것은 현실의 여성을 바로 보지 않고 관념 속의 여성상을 강요하고,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이용하는 귀족들을 풍자하는 것이었음을 당대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어쩌면 나도 미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당시 프랑스 귀족들처럼 그림의 선정성에만 주목하고 그림의 '진짜 의미'는 간과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가 사용한 개념을 빌리자면 그 그림에 담긴 '이미지 언어'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계획하는 것이 아닌, 즐기는 자의 것이다!" 장래에 대한 계획을 미루고 오로지 즐기기 위해 배운 미술이 내 인생을 바꾼 것처럼, 아무런 목적이나 소용 없이 시작한 여가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시간편집자>는 그 길잡이가 되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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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와 스탬프 1
하야미 라센진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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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포와 스탬프>라는 제목만 봐서는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본격 밀리터리-오피스 코믹'이라는 설명을 보고 나서야 '대포'는 군대를 뜻하고 '스탬프'는 사무직을 뜻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대포와 스탬프>는 군대 안에서도 사무직을 수행하는 병참군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마르티나 M 마야코프스카야 소위는 사관학교 졸업 후 바로 병참군에 배속된다. 다른 병사들은 병참군을 '종이 부대'라고 부르며 조롱하지만 마야코프스카야 소위의 각오는 다르다. 마야코프스카야 소위는 병참군이야말로 군대를 배후에서 지휘하는 핵심 부대라고 굳게 믿는다.


"실수는 조금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마야코프스카야 소위는 신입 병사답게 의욕이 넘친다. 군 상층부까지 얽혀 있는 대규모 물자 빼돌리기를 발각하는가 하면, 대금을 갚지 않아 보급에 지장이 생기자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한다. 마야코프스카야 소위의 상사들은 겉으로는 그녀의 활약을 지지하면서도 속으로는 탐탁지 않게 여긴다. 마야코프스카야 소위가 군대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곧 자신들의 비리와 무능을 폭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야코프스카야 소위가 무사히 군 생활을 해낼 수 있을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작가 하야미 라센진은 밀리터리 마니아, 즉 '밀덕'으로 유명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러시아, 소련, 밀리터리, 아날로그 게임, SF 등이며, 각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총합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만 보아도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군화와 전선> 등 '밀덕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은 마야코프스카야 소위의 활약상만 그리지 않는다. 마야코프스카야 소위가 머무는 아게조코 요새를 비롯해 중장갑 포함, 공격 전차, 원정 폭격기, 전열 열차, 특수 포대, 야전취사 헬리콥터 등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병참군이 하는 수송, 보급 등의 업무와 군대 문화 등을 낱낱이 설명한다. 


'실제 전쟁은 가볍지 않습니다. 전쟁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저도 여러분도 전장에 나가는 일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게임북처럼 게임을 즐기듯 보아주시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 알라딘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책 소개 링크) 혹자는 이 만화에 대해 전쟁을 너무 가볍게 묘사한다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작가 자신도 그러한 비판을 알고 있으며 흘려 듣지 않는다. 기자단이 병참군을 취재하러 왔다가 큰 변을 당하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기자단은 하루 종일 취재를 하고 나서 '공을 들인 가짜 전쟁터' 잘 봤다며 마야코프스카야 소위를 모욕한다. 얼마 후 적군이 야습을 하여 기자단은 전원 목숨을 잃는다. 군대와 전쟁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 지를 작가는 에둘러 표현했다.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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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기 5
윤지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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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팩션 사극, 청춘 사극의 인기가 대단하다.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에 이어 2016년에는 <구르미 그린 달빛>,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화랑> 등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윤지운의 만화 <무명기>도 드라마화 되면 좋겠다. <무명기>는 2000년 서울문화사 신인 공모전으로 데뷔한 윤지운 작가의 최신작이다. 윤지운 작가의 작품으로는 데뷔작 <허쉬>, <시니컬 오렌지>, <안티 레이디>, <달이 움직이는 소리> 등이 있고, 2006년에는 <파한집>을 발표해 시대물로도 범위를 넓혔다. 


<무명기>는 <파한집>과 마찬가지로 중국 당나라가 배경이다. 동네 의원 '절영'은 별명이 '여우 선생'이다. 보통 사람과는 동떨어진 분위기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력 때문에 이런 해괴한 별명이 붙었다. 절영 자신은 웃어넘기지만 절영을 모시는 소녀 '풍원'은 마뜩잖아 한다. 절영이 은여우인 어머니와 사람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진짜) 반여우이기 때문이다. 열 살 때 절영에게 팔려온 풍원은 절영의 뜻에 따라 '온휴'라는 원래 이름을 숨기고 풍원으로 살아왔다. 절영을 곁에서 모시면서 사모하는 마음도 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여인이 절영을 찾아온다. '무영'이라는 자를 살려달라는 여인의 말에 절영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고, 보름 후 시체나 다름없는 남자를 데려온 절영은 한 달에 걸쳐 남자를 치료한다. 깨어난 남자의 이름은 '무진'. 풍원은 절영의 과거를 아는 듯한 무진의 등장이 두렵고 당혹스럽다. 


<무명기> 5권은 무진과 절영이 '온'을 찾아다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온은 '수신기'라는 책에 '양 같기도 하였으나 양은 아니며, 돼지 같기도 하였으나 돼지도 아니었다.'라고 기록이 남아 있는 동물이다. 풍원의 원래 이름이 온휴이고, 절영이 그 이름을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았던 것으로 보아 풍원의 정체와 절영의 과거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물인 것 같다. 마을에 들른 무진과 절영은 수상한 여자를 만난다. 남장을 한 여자는 어린 시절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고 하지만, 무진과 절영은 여자의 눈에 살기가 어린 것을 보고 그 말이 거짓임을 대번에 간파한다. 무진과 절영의 예상대로 여자는 은혜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수를 하려고 길을 나선 것이었다. 


문제는 복수의 대상인 남자가 기억을 잃어 자신이 과거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자는 그래도 복수를 해야겠다고 주장하고, 무진은 여자에게 '자신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과연 단죄인 것인지 그저 살해인 것인지' 묻는다. 사람이 될 것인가, 짐승으로 남을 것인가. 삶이 중요한가, 복수가 우선인가. 복수에 눈이 먼 여자의 모습은 절영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한을 건드린다. 여우인 어머니는 절영을 낳을 때 시부모로부터 심한 대우를 받았고 남편의 보호마저 받지 못 했다. 절영은 무사히 태어나 몸을 고치는 의원이 되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고치지 못 했다. 절영과 무진, 풍원에게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들은 어떤 관계로 이어질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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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요포요 관찰일기 11
타츠키 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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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반려동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밖에 나가면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터넷과 SNS에는 반려동물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쉬지 않고 올라온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고양이의 인기가 특히 눈에 띈다. 한때는 고양이를 영물이라고 해서 꺼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고양이 특유의 새초롬한 얼굴과 날렵한 몸매, 혼자서도 잘 놀고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강아지 파였지만 최근에는 고양이 파로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그래봤자 어느 쪽도 못 키우겠지만ㅠㅠ). 


<포요포요 관찰일기>의 주인공 포요는 언뜻 봐선 고양이 맞나 싶다. 고양이 하면 새초롬한 얼굴과 날렵한 몸매가 특징인데, 포요는 순둥순둥해 보이는 얼굴 하며 동글동글한 외관이 아무리 봐도 고양이의 그것 같지 않다. 혼자서 잘 놀지도 않고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도 아니다. 이건 포요가 사는 사토 가(家) 의 책임이 크다. 사토 가의 딸 모에는 술에 취해 걷다가 운명처럼 포요를 만났다. 그날부터 포요는 사토 가(家)의 마스코트로서 모에, 모에 아버지 시게루, 모에 남동생 히데와 넷이서 알콩달콩 살게 된다. 


<포요포요 관찰일기>는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 방영되었다. 한 편당 길이가 2,3분 정도로 짧기에 무심코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52화 완결편까지 전부 봤다. '포요 엄마'를 자처하며 포요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모에, 틈만 나면 포요와 다투며 집안에서의 서열 경쟁을 하는 히데(대체로 히데가 진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포요를 비롯한 작은 동물들을 매우 사랑하는 아버지 등 인물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다. 옆집 할머니와 반려묘 쿠로베, 히데를 짝사랑하는 여학생 마키와 반려견 츠쿠다니, 히데 친구 스즈키와 반려 햄스터(!) 다이후쿠의 활약도 대단하다. 


최근에 국내 발행된 11권에는 골든 위크가 시작되어 다 함께 농가의 일을 거들고, 모에가 사랑니 통증에 시달리고, 칠석을 맞이해 다 함께 소원을 빌고, 모에가 인터넷으로 고양이 가방을 팔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물을 싫어하던 유카 씨가 포요의 새끼들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안타깝다. 유카 씨는 포요의 새끼들이 집안을 어지럽혀서 속상해하다가 자신이 동물을 싫어하게 된 건 어린 시절에 주운 새끼 고양이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는 포요의 새끼들을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을 동물답게 그리려고 한 저자의 노력도 돋보인다. 후기에서 작가는 '동물의 생태를 인간들 보기 좋게 왜곡해서 그리는 게 동물을 얼마나 위험에 빠뜨리는지, 그런 경우를 아주 많이 봤'다며 '만화나 CF로 인기를 얻은 동물이 차례차례 매매됐다가 보건소로 보내지고 있'는 현실을 경고한다. 동물을 키우다 보면 온갖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한데, 무책임한 사람들이 만든 동물의 왜곡된 이미지를 보고 무책임한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는 경우 상처를 입는 건 말 못하는 동물들이다. <포요포요 관찰일기>는 동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뿐 아니라 동물 키우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진정한 동물 만화'다.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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