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나에게 건네는 말 라이팅 키트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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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온종일 너무 바빠서 앉아서 쉴 틈도 없고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피곤하고 답답한 마음을 어디엔가 쏟아붓고 싶은데, 친구나 애인한테 토로하자니 미안하고 술이나 유흥으로 달래자니 버겁다. 그럴 때 나는 글을 쓴다. 머리와 마음속에 어지럽게 떠다니는 단어와 말들을 종이 위에 한바탕 쏟아내고, 그것들을 (적어도 내가 보기엔) 깔끔한 문장으로 다듬어 이렇게 저렇게 조합한다. 그렇게 완성한 글을 키보드를 두들겨 모니터 위로 옮기고 나면 엉망진창인 것 같았던 내 하루가 조금은 단정해지고 어느 날엔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맛에 다들 글을 쓰고 일기를 쓰는 게 아닐까.



좋은 글귀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북 테라피스트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의 새 책 <100 나에게 건네는 말>을 읽었다. '읽었다'고 해도 될까. 이 책은 내가 직접 써야 완성되는, 일기장이나 다이어리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는 동서양의 소설과 산문집 등에서 따온 99개의 문장과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를 더해 총 100개의 문장들로 책의 절반을 채웠다. 하루 한 문장씩 좋아하는 펜을 들고 고마운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문장을 적으면 이 책은 비로소 완성된다.



첫 장을 펼치니 이런 문장이 나를 반긴다.


괜찮니? 

네 잘못이 아니야. 

조금 늦어도 괜찮아. 

수고했어, 오늘도. 

이미 넌 충분해.

이 모든 말들은 나 자신에게 먼저 해 줬어야 했다.



오늘은 다른 것에 몰두하기보다, 

내 자신에게 몰두해 봐요. 

마음속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봐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 마세요.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여러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여러분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니까요.


인생의 진리. 

그러나 너무 자주 잊게 된다.



자기 삶을 이해받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지 마세요. 


이 문장도 좋다. 

이 문장도 좋지만......!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 ㅋㅋㅋ 

마크 트웨인 작가님, 뭘 좀 아시는구먼!


<100 나에게 건네는 말>은 세상 하나뿐인 나를 위한 선물로 좋고, 그런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를 위한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 책 속에 담긴 좋은 문장을 읽기만 해도 좋지만, 매일 한 문장씩 읽고 그 문장을 캘리그래피로 써보거나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일기를 덧붙이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책', '나를 위한 책'이 될 듯. 나도 오늘부터 한 장씩 써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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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3-2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전작도 정말 좋아했는데... 키치님의 소개덕에 이 책도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키치 2017-03-29 17:30   좋아요 0 | URL
책 속 글귀도 좋고 만듦새도 예뻐서 저는 전작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덧글 감사합니다!
 
[중고] 에키벤 2 : 시코쿠.츄고쿠 - 철도 도시락 여행기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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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가을, 오사카 우메다에서 간사이 국제 공항까지 가는 길에 '에키벤'을 샀다. 에키벤이란 역을 의미하는 '에키'와 도시락을 뜻하는 '벤또'의 '벤'을 합친 말로, '기차역이나 차내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일컫는 일본어다. 에키벤은 일본철도의 탄생과 함께 생겨나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현재 2,500종이 넘는 에키벤이 일본 각지에서 판매 중이다. 


일본 문화에 관심 있고, 여행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먹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에키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하여 먹어보았는데 그 맛이 어땠냐면... 에키벤에 대한 로망과 여행자의 허기를 채우기에 충분했을 뿐, 값으로 보나 양으로 보나 일부러 사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내 입맛과 취향엔 2프로 부족했던 에키벤. 한 번밖에 먹어보지 않았으니 맛없다, 비싸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맛있는 에키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일본 여행을 그만두지 않으리!). 


만화 <에키벤: 철도 도시락 여행기>를 읽은 이상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내로라하는 철도 마니아이자 에키벤 전문가인 나카하라 다이스케가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아내로부터 선물 받은 일본 전국 일주 기차 여행권을 이용해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부터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전국 곳곳을 기차로 여행하며 그 고장의 특산물로 만든 진귀한 에키벤을 먹어보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의 에키벤 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만화일 뿐 아니라 일본의 철도와 역사, 지리, 문화, 예술 등을 폭넓게 다룬 텍스트로서도 가치가 탁월하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일본열도를 구성하는 네 개의 섬 중 최남단에 위치한 규슈를 시작으로 시코쿠, 츄고쿠, 칸사이, 홋카이도, 토호쿠, 기타칸토, 츄부, 간토, 오키나와 등을 여행한다. 일본 영토가 아닌 지역으로는 러시아 사할린과 대만을 여행하기도 한다. 1권에서 다이스케는 규슈의 지역 특산물을 살려 만든 고등어 초밥 도시락, 돈코츠 도시락, 복어 도시락, 명란젓 도시락, 유후인의 숲 도시락 등을 맛본다. 2권에서는 시코쿠와 츄고쿠, 3권에서는 간사이 지방을 여행한다. 


4권부터 6권은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 편이다. 아내 유코와 함께 침대특급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를 타고 홋카이도로 출발한 다이스케. 홋카이도의 면적은 남한 면적에 약 80퍼센트에 이르며, 주요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데에만 몇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행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지역이다. 그 대신 고기면 고기, 해산물이면 해산물, 디저트면 디저트... 먹을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하다. 다이스케 또한 홋카이도의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면서 홋카이도의 특산물인 게, 오징어, 성게 등등 맛있는 에키벤을 폭풍 흡입한다.


7권부터 9권에선 도호쿠 지방을 여행한다. 도호쿠 지방은 일본 혼슈 동북부에 위치한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미야기현, 아키타현, 야마가타현, 후쿠시마현 등을 포함하는 지역. 좋은 쌀이 생산되고 식재료가 풍부해 일본에서도 에키벤이 가장 발달한 곳으로 유명하다. 도호쿠 지방은 마츠오 바쇼가 도호쿠 지방을 여행하며 남긴 기록인 '오쿠노호소미치'의 배경이자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장이며 <은하 철도의 밤>을 지은 미야자와 겐지의 고향이기도 하다. 문학과 예술의 고장인 도호쿠에서 다이스케는 미야자와 겐지가 좋아서 일본에 온 프랑스 아가씨 크리스티나와 함께 맛있는 여행을 즐긴다. 


다이스케는 기차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난다. 여행 기자인 '나나'를 시작으로 사법시험에 떨어지고 시코쿠에 사찰 순례를 하러 온 '미키', 미키의 조카이자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히로시', 호주 출신 유학생 '케이트', 프랑스에서 온 '크리스티나', 대만에서 온 쌍둥이 자매 '야우야우', '메이메이', 한국 여행사 직원 '한미수' 등등. 남자인 히로시를 제외하면 죄다 여자이고 미인인데 다이스케는 오로지 에키벤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설정이 가장 만화적이다!). 특히 나나는 <에키벤> 시리즈를 통틀어 다이스케의 아내(이자 이 여행의 스폰서(?))인 유코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실질적인 히로인'이므로 눈여겨보시길. 


다이스케는 식성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사람 좋고 호방하게만 보이지만 실은 매우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다. 학창 시절에 가진 철도 여행에 대한 로망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뤘고, 운영상 적자가 난다는 이유로 지방 철도가 속속 폐지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철도가 사라지면 해당 지역 사람들이 이동하기 불편해질 뿐만 아니라 철도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다이스케는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택하면서까지 지방 철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철도가 폐지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다. 


10권에선 기타칸토, 11권과 12권에선 츄부, 13권과 14권에선 토카이, 15권에선 간토 지방의 에키벤을 소개한다. 연재 종료 이후 16권에 해당하는 <에키벤 : 대만+오키나와 편>이 발행되기도 했다. 다이스케가 대만에서 온 쌍둥이 자매 야우야우, 메이메이와의 인연으로 대만 에키벤 여행을 한 걸 보면, 언젠가 한미수와의 인연으로 한국 에키벤 여행을 하는 이야기도 나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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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스티븐 얼터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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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어제 한국에 돌아왔다. 짧은 일정이지만 그것도 여행이라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였는지 잠을 자도 자도 피곤했다. 마침 토요일이겠다, 날씨는 꾸물꾸물하니 안 좋겠다, 대기 중에는 미세 먼지 많겠다, 하여 오늘은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집에서만 지냈다. 


이번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트래킹이 있었다. 규슈에는 한국의 제주 올레를 본떠 만든 '규슈 올레'라는 것이 있다. 오이타에는 규슈 올레 총 15개 코스 중에 3개 코스가 있어서 적어도 1개 코스는 돌아보고 싶었는데 일행이 반대해서 포기했다. 평소에 트래킹은커녕 땀 흘려 운동하는 일도 적은 내가 뜬금없이 규슈 올레 트래킹에 관심을 가진 것은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라는 책 덕분이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지구의 최고봉이 모여 있어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를 쓴 미국인 작가 스티븐 얼터는 1956년 인도에서 태어나 히말라야 서부에 위치한 우드스톡 국제 학교를 마쳤다. 이후 미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글쓰기 강사로 일하면서도 히말라야를 잊지 못한 얼터는 결국 아내와 함께 인도로 돌아가 완전히 정착했다. 


여기까지만 읽고 서양인 남성이 동양의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 정서를 동경하는 내용쯤으로 짐작하기가 무섭게 분위기가 급변한다. 어느 날 새벽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웃이 얼터의 집을 습격해 얼터와 아내에게 끔찍한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온몸에 난도질을 당해 사경을 헤매다 겨우 깨어난 얼터는 '우뚝 솟은 히말라야를 보면 내가 치유될지도 모른다는 충동적 확신'이 들었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 일반인도 오르기 힘든 고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높은 곳을 정복하려는 끊임없는 도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의미한 승리나 계시에 대한 열망을 버리는 것이다." 얼터는 히말라야의 세 봉우리, 반다르푼치와 난다 데비, 카일라스 산을 오르는 동안 등반에 열을 올리는 대신,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나는 이 산에서 자꾸만 내 모습을 보고 내 안에서 산의 거대한 존재감을 느끼며, 영원의 무한하고 친밀한 연대 속에 우리 모두를 품은,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더 큰 존재를 느낀다." 


"나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 위해 산에 오른다. 산에서 발견하는 것 중에는 내가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던 물건,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생각이나 이미지, 나 혼자서는 결코 얻지 못했을 경험도 있다." 언젠가 얼터는 트레킹을 하다가 애지중지하던 손목시계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손목시계를 찾기 위해 산책길을 샅샅이 뒤지는 과정에서 얼터는 병뚜껑과 껌 포장지, 사슴 발자국, 뒤엉긴 양치식물 등 평소에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 후로는 트레킹을 하러 가기 전에 손목시계를 풀어 사무실 책상 위 정리함에 넣어두는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오늘은 손목시계 대신 무엇을 발견할까 기대하면서.


얼터는 2013년 반다르푼치 등정에 실패하고 하산하는 길에 히말라야 전체가 쓰나미에 휩싸인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도에서만 6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우타라칸드 참사'다. 자연재해는 히말라야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이때 일어난 홍수가 유독 파괴력이 컸던 것은 히말라야가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 시설이며 휴양지, 리조트 등이 급류가 지나갈 물길 주변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을 닮아가야 한다. 인간보다 훨씬 큰 존재이자 인간에 비해 무한히 영속적인 그 존재의 일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얼터는 히말라야의 고지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는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이웃에게 습격을 당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사람이 산에서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모자라 그 고마움을 산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번 여행에서 짧게라도 트래킹을 했더라면 나 또한 이런 모습의 반의 반이라도 닮을 수 있었을까.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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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상상력 - 어느 민주공화국의 역사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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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이 간절히 원했던 대통령 탄핵이 지난 금요일에 이뤄졌다. 그날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판결문을 낭독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보면서, 판결에 의해 대통령이 파면을 선고받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헌법이 왜 법 중의 법이고 법위의 법이라고 일컬어지는지 여실히 느꼈다. 입법부와 사법부, 언론과 기업도 꼼짝 못한 대통령이 헌법에 의해 파면된 것은 헌법의 제정권자가 국민이며, 헌법을 어기면 대통령도 단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가 전 대통령은 갖은 방법을 사용해서 수사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관한 논쟁도 치열하다. 헌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현행 헌법의 무엇이 문제인지, 개헌이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다. 마침 시국에 발맞추어 헌법에 관한 책들이 쏟아지듯 나왔고 그중에 몇 권을 읽어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지식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만난 책이 <헌법의 상상력>인데 이 책은 제법 괜찮다. 


저자 심용환은 역사교육 전공자이며 역사 대중서 <역사전쟁>, <단박에 한국사> 등을 쓴 작가다. 팟캐스트 <진짜 역사 가짜 역사>, CBS <심용환의 근현대사 똑바로 보기>, tvN <어쩌다 어른>, JTBC <말하는 대로> 등에 출연해 올바른 역사 지식을 전달하는 일도 해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제헌헌법부터 제1공화국 헌법, 제2공화국 헌법, 제3공화국 헌법, 유신헌법, 오늘날의 헌법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 맞추어 헌법에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꼼꼼히 분석한다. 


"세상의 모든 헌법은 역사입니다. 모든 제도가 형성된 배경에는 그 나라의 고유한 역사적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187쪽)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헌법 제1호(제헌헌법)가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일부 또는 전부 개정되었다. 한국 현대사가 요동칠 때마다 헌법 개정이 이뤄지고, 헌법 개정이 이뤄졌을 때가 곧 한국 현대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대통령 중임 제한 규정을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만 적용되지 않도록 개헌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구 집권을 위해 유신 헌법을 만든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개헌은 주로 정부 구조를 바꾸기 위해 이루어졌지만, 국민의 기본권, 사회권, 인권, 생존권 등의 조항도 권력자의 목적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변화를 보였다. 그 때마다 사회 문화는 물론 국민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 헌법의 경제조항은 물론 사회복지나 근로의 권리 같은 구체적인 조항도 주권자 중심으로 서술되어야 하며 그러한 방향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319쪽) 


저자는 만약 현행 헌법을 개정하게 된다면 국가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을 중심으로 헌법 조항을 서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헌법을 보면 대부분의 조항의 주어가 국가로 되어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 현행 헌법 1조 2항의 정신과 배치된다. 


저자는 헌법을 한국의 현대사뿐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헌법을 한국 현대사 안에서만 놓고 보면 자칫 보수와 진보, 정당과 정당 간의 갈등 소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을 미국 헌법, 독일 헌법, 프랑스 헌법, 일본 헌법 등과 함께 놓고 비교하면 대한민국 헌법의 장단점이 무엇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고쳐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점이 무엇인지 간략하게나마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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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상상력 - 어느 민주공화국의 역사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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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역사, 세계사의 관련성을 체계적으로 짚은 책. 내용이 넓으면서도 깊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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