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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
시로 마사무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평점 :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은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이 3월 29일 개봉했다.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동명의 일본 만화 <공각기동대>가 원작으로, 일본 만화 <공각기동대>는 199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을 뿐 아니라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를 비롯해 수많은 SF 작품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각기동대>가 레전드인 줄은 익히 알았지만 정작 원작 만화는 본 적이 없었다. 마침 작품 탄생 26주년과 한국어판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과 속권 <공각기동대 2 MANMACHINE INTERFACE>, <공각기동대 1.5 HUMAN ERROR PROCESSER>가 원서의 그래픽 요소를 98% 이상 살린 편집으로 재탄생, 한국어판으로 출시되어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만나보았다.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기원인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은 시리즈가 추구하는 세계관과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집약적으로 담겨 있는, <공각기동대>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원전이다. 때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가까운 미래인 2029년의 일본. 주인공은 쿠사나기 모토코로, 공각기동대의 실질적인 리더이자 홍일점으로 전신을 의체화한 여성이다. 공각기동대는 일본 정부의 공안 9과로 수상 직속의 특수부대이다. 4차 대전 당시 수상이 조직한 암살 전문 부대로 시작했고, 이후에는 테러를 비롯한 각종 범죄의 싹을 미리 찾아내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화의 배경인 근미래에는 '전뇌 기술'이라는 것이 만들어져 있어서 사이보그인 쿠사나기 모토코가 인간과 거의 유사한 사고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전뇌 기술이란 1998년에 제작된 성장형 뉴로칩이 발전한 것으로, 만화의 배경인 2029년에는 마이크로 머신 베이스의 기술로 이행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고 나온다. 문제는 전뇌 기술을 통해 고도의 사고 기능을 할 수 있게 된 사이보그들의 뇌에 해커가 침입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 해커란 오늘날의 해커와 달리, 타인의 전뇌에 침입해 정보를 훔치거나, 조작하거나, 바이러스를 침입시켜 병들게 하는 컴퓨터 범죄자를 일컫는다.
해커의 공격을 받지 않은 한, 신체 능력과 사고 능력이 모두 우수한 사이보그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하는 일종의 '살인무기'로 이용된다. 쿠사나기 모토코 또한 공각기동대 소속 요원으로서 정부에서 지시하는 명령을 속속 처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그 일이 대부분 테러리스트 같은 위험한 사람들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토코로서는 위험천만한 나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이보그이기 때문에 사건의 파장이 인간이 느끼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은 작화면 작화, 내용이면 내용, 그동안 보아왔던 만화의 차원을 한두 단계 이상 뛰어넘는다. 작화는 1991년의 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이 넘치고 세밀하다. 특히 주인공 쿠사나기 모토코의 여체에 대한 묘사는 어느 때는 늠름하고 어느 때는 요염하여 같은 여성이 보기에도 매력적이다. 쿠사나기 모토코라는 캐릭터 자체가 강함과 약함, 밝음과 어두움을 두루 가지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겠다.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는 내용의 깊이 또한 상당하다. 초반부만 해도 정부의 공안과에 속한 사이보그 요원이 정부를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일종의 SF 첩보물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쿠사나기 모토코가 사이보그로서 인간과 똑같은 껍질(Shell)을 가지고 있으나 그 안에 담긴 영혼(Ghost) 또한 인간과 똑같은 것인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작품은 보다 다양한 색채를 띄기 시작한다. 즉 인간과 기계의 차이를 질문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것이다.
이를테면 쿠사나기 모토코는 "진짜 나는 이미 죽었고 지금 이 나는 의체와 전뇌로 구성된 모사 인격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고 털어놓으며 "어느 날 갑자기 메이커에서 사람이 와서는 '불량품을 회수하러 왔습니다.'하고 분해 회수한 다음 남는 건 뇌세포 2~3점뿐이면 어쩌지?"라고 걱정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결국 지구에 뼈만 남기고 떠나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소멸을 예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사이보그가 과연 출현할까.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기에, 1991년작인 이 만화가 더욱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