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12
아오키 코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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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그녀'로 지칭되는 여자 주인공이 대단한 거짓말쟁이이거나 아니면 여자 주인공한테 심각한 허언증이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여자 주인공은 허언증은커녕 선의의 거짓말도 못할 것 같은 순수 그 자체인 소녀. 그런 소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 주인공이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중대한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제목이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가 되었다. 


남자 주인공 아키는 인기 밴드 '크루드 플레이'의 전 멤버이자 천재 작곡가이다. 아키는 거창하고 대중적인 음악을 만드느라 자신이 추구하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음악은 만들 수 없는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인기 가수 마리의 연인이지만 사실은 그녀에게 농락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는 매력적인 음색을 지닌 소녀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사귀기로 한다. 알고 보니 아키는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소녀였고, 그녀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에 마음이 복잡해진 아키는 리코에게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한다. 


최근 국내에 정식 발행된 12권은 밴드 'Mush & Co.'로서 드디어 데뷔하게 된 리코와 그런 리코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아키의 모습을 그린다. 방송 사고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데뷔 무대를 마친 'Mush & Co.'는 신인답지 않게 뛰어난 실력과 멤버들의 소탈한 성격이 화제가 되면서 조금씩 인기를 모은다(회사에서 사주는 비싼 고기도 먹고 ^^) . 아키는 리코를 대견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언제까지나 자신의 곁에 있을 줄 알았던 리코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급기야 아키 답지 않은 행동을 해서 리코의 마음을 어지럽힌다(박력 넘치는 키스신! 독자의 마음은 두근두근♡). 


아키와 리코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동안, 아키와 연인인 듯 보였지만 실은 아키를 농락하고 있었던 마리는 아키를 이대로 놓칠까 봐 두려워하고, 리코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유우이치는 'Mush & Co.'로 멋지게 데뷔했는데도 아버지가 그의 성취를 인정해주지 않아서 답답하다. 이는 보컬이 눈에 띌수록 다른 멤버들이 빛을 보기 힘든 밴드 음악의 특성 때문인데, 작가는 이러한 대중음악 현실을 이야기 속에 녹여 매끄럽게 전달한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내가 사랑하는 여동생>,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등 히트작을 줄줄이 탄생시킨 인기 만화가 아오키 코토미가 그렸고, 제59회 쇼가쿠칸 만화대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일본에서 인기 배우 사토 타케루, 오오하라 사쿠라코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2017년에는 배우 이현우와 레드벨벳 멤버 조이 주연의 tvN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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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R - 우리가 몰랐던 디자인 이노베이터의 생각과 힘
서승교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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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심한 고용 불안이 더욱 심해질 것이며, 그럴수록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휘하는 직업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 능력은 과연 어떤 능력일까. 내 생각에는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 즉 창의성이다. 문제는 이 창의성을 획득하거나 개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디자인 이노베이션 전문가 서승교가 쓴 <크리에이티브 R>에 따르면 창의성 키우기가 결코 어렵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디자인 이노베이션의 핵심은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4R 프로세스'가 필요하며, 여기서 4R은 'Rapport(고객과 공감대 형성하기), Read(고객의 행동에서 혁신의 단서 모으기), Re-Think(고객의 진짜 니즈 분석하기), Radical Create(고객이 감동하는 혁신 만들기)'이다. 


고객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말하지 않는 것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몇 년 전 저자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전화상담사를 만나서 그들의 어려움과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회사 주도로 이루어지는 인터뷰라서 전화상담사들이 속 깊은 이야기를 다 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상담에 앞서 전화상담사들의 책상을 관찰했고, 대부분의 전화상담사가 일회용 종이컵 묶음, 플라스틱 물병, 무릎담요를 가지고 있는 발견했다. 이를 통해 전화상담사들이 물 마실 시간도 없을 만큼 충분히 쉬지 못하며,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온도를 낮춘 실내에서 고생하며 일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얻고 싶다면 고객이 하는 말만 듣지 말고, 고객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도 담아내는 오감 관찰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차별적인 혁신의 근거를 얻을 수 있다. (106쪽) 


고객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그리는 제품과 서비스 구매의 최종 목적, 즉 '엔드 픽처(end picture)'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태어난 후 가장 먼저 시작하는 교육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 부모는 언어 교육, 지식 교육 순으로 답했고, 미국 부모는 음식물 교육, 수영 교육 순으로 답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한국 부모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반면, 미국 부모는 자녀가 생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과 문화에 따라서 자녀 교육의 목적이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면 각 지역과 문화권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고객은 감탄(신기)만 해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상품과 서비스 안에 있는 가치가 자신의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를 기준으로 구매한다." 저자는 감탄할 만한 기술과 화려한 외관 디자인은 혁신을 도와주는 조연에 불과하며,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주연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현장에서 "당신이라면 살래?"라는 질문을 반복한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물건을 사는 사람의 마음을 백 퍼센트 알기 어렵다. 저자는 이를 알기 위해 항상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하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역지사지의 정신은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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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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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이 여러 매체에 기고한 짤막한 글과 강연록을 엮은 것이라서 읽기 쉽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묵직하고 울림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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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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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이 멀지 않은 아버지는 임금 피크제로 인해 월급이 반으로 깎였다. 환갑을 목전에 둔 어머니는 얼마 전부터 동네 아주머니들과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서른을 넘지 않은 동생은 얼마 전 오른쪽 가슴에서 작은 혹을 발견했다. 소득이 들쭉날쭉한 프리랜서인 까닭에 20만 원이나 되는 검사비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대학 졸업장을 받기 위해 수천만 원을 등록금으로 쓰고, 그것으로 모자라 취업을 준비하고 스펙을 쌓는다는 명목으로 매달 수십만 원을 내고도 서른이 넘도록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나는 식구들 앞에 그저 죄인일 뿐이다. 그 흔한 배낭여행 한 번 가본 적 없고 클럽에서 밤새도록 놀아본 적도 없이 공부하고 일만 하며 살았건만 나의 20대는 빛나는 추억 하나 없다. 더 걱정인 것은 이대로라면 30대 역시 가난과 과로로 찌들 것 같다는 것이다. 대체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무엇을 꿈꿔야 하는가.

절망하는 내게 가까운 선배 하나가 책 한 권을 알려줬다. 2016년 고인이 되신 신영복 선생의 유고집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이다. 평소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던 신영복 선생의 생애를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저자는 부친이 교육자인 까닭에 비교적 편안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나, 부친이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었고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부산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가난한 가정 형편과 답답한 학교생활, 암울한 시대 상황이라는 삼중고가 저자를 옥죄었지만, 앞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독서에 열중하고 학업에 매진한 결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재직하며 탄탄대로를 걷던 저자는 1968년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를 맞는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심한 고문을 받고 사형까지 언도받은 것이다. 군인 신분인 까닭에 총살형을 받을 것이 확실해 보였지만 기적적으로 최고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저자는 이후 20년 20일 동안 옥살이를 하게 된다. 말이 20년 20일이지, 28세부터 48세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오롯이 어둡고 차디찬 감옥에서 보냈다. 게다가 죄가 있어서 죗값을 치르느라고 옥살이를 한 것이 아니라 독재 정권이 없는 죄를 지어다 구속을 시켰다. 나라면 억울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외려 감옥에서 보낸 20년을 '나의 대학 시절'이라고 명명하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지고 귀한 시절로 추억한다. 저자가 긴 세월을 보낸 대전교도소는 정치사상범이 많은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일제 강점기 때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군 출신부터 한국 전쟁 당시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사람, 지리산 빨치산 등 다양한 이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책에서도 접하지 못할 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절도를 하고, 목숨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인 사람들을 보며 그동안 자신의 인식이 얼마나 좁고 편협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덕분에 고 학부를 나왔다는 이유로 엘리트 의식에 젖어 살 뻔한 것을 피했고, 경제학자로서 자본주의의 실체가 무엇이고 무엇이 민중을 힘들게 만들고 무엇이 민중을 구할 수 있는지 배웠다. 그에게 예정되어 있던 탄탄대로의 인생을 그대로 살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기쁨이자 감동이다.

임꺽정이 강한 사람입니까? 약한 사람입니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살인, 강도도 있지만 보통 사람보다 훨씬 약한 사람들입니다. 강한 사람들은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강한 사람들은 외형이 아주 공손해요. 아주 세련되고 젠틀합니다. 마치 나치스의 정치장교들이 굉장한 음악적 소양을 가지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여러분 생각에 절도와 강도 중에 누가 더 험상궂을 것 같아요? 칼 들고 있는 강도가 훨씬 사나울 것 같죠? 절도가 강도한테 그래요. "야, 너 간도 크다. 칼 들고 사람들 위협하고." 그러니까 강도가 절도보고 그래요. "야, 너 간도 크다. 사람이 자고 있는데 조용조용 다니며 일 보다니." (43쪽)

저자는 감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사람들은 대체로 거칠고 험상궂은 사람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진짜 강한 사람은 오히려 유순하고 공손하고 인상이 선했다. 진짜 강한 사람은 강도처럼 대놓고 남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절도범처럼 사람들이 부주의한 틈을 노리고 사람들의 안일한 인식을 이용했다. 나치 전범 아이히만이 꼭 그랬다. 아이히만은 수백만 명을 학살하고도 '법을 따랐을 뿐이다', '상사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라고 천진한 얼굴로 말했다. 감옥에 끌려들어 오는 사람들은 오히려 조직 또는 사회가 떠밀어낸 약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살기 위해 절도를 하고 살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 살기 위해 죄를 짓고 감옥에 끌려들어 온 사람과 죄를 짓고도 사회에서 버젓이 살아가는 사람 중에서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가. 저자는 그 답을 감옥에서 배웠다.

그렇다면 강하지 않지만 약하게 살 수만도 없는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저자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면피할 요량으로 부른 동요 '시냇물'을 예로 든다. '시냇물'의 노랫말은 이러하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아무리 잘나고 대단한 사람도 광활한 우주 안에서는 물 한 방울과 다르지 않다. 물 한 방울은 금세 증발되고 그 자체로는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지만,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닷물이 되면 물살을 이루고 배를 띄우고 지형을 바꾼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방이 장벽으로 가로막힌 듯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면 세상 천지에 오로지 나뿐인 것 같고 나 혼자만으로는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지만, 나처럼 힘든 사람 둘이 모이고 열이 모이고 천 명, 만 명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세력이 된다.


선생은 길이 되기보다 숲이 되기를 바랐고, 홀로 우뚝 서기보다 더불어 비스듬히 기대어 서기를 꿈꾸었다. 선생의 꿈 또한 그 자체로는 아무 힘도 될 수 없었지만, 선생이 생전에 쓰신 글과 책을 통해 사람들 마음에 그 꿈이 스며들었고 이제는 세상을 바꿀 만한 물결조차 이루고 있다. 비록 나는 비루하고 암담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나에게도 꿈이 있다. 선생이 감옥에서 20년 20일을 보내는 동안에도 그 꿈을 잃지 않고 소중히 간직한 것처럼 나도 내 삶의 조건과 환경에 굴하지 않고 내 꿈을 간직하고 키워야지. 그리하여 언젠가는 목마른 사람의 목을 축일 냇물이 되고, 길을 건너고 싶은 사람을 태워줄 배를 띄울 강물이 되고, 더 큰 세상을 연결하는 바닷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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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씨의 간단요리 3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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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밥을 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밥만 해 먹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 재료를 사 와서 재료를 씻고 다듬어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여야 한다. 밥만 해도 전기밥솥이 다 해주지 않는다. 쌀독에서 쌀을 푸고 쌀을 씻고 충분히 불린 다음 적당량의 물을 넣고 밥솥에 넣는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전기밥솥이 밥을 해준다. 식사가 끝나면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그릇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고 부엌을 청소해야 한다. 이래도 밥해 먹는 일이 쉬운가, 안 쉬운가. 


자칭 타칭 게으른 주부 하나 씨가 끼니 때마다 밥해 먹기 싫어 몸부림치는 것도 이해해 줘야 한다. 게다가 하나 씨는 하나뿐인 식구이자 사랑하는 남편 고로 씨가 단신 부임 중인 관계로 신혼인데도 독수공방하는 신세가 아닌가. 남편이 집에 자주 안 들어온다는 핑계로 청소도 빨래도 게을리하지만 끼니 때마다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는 하나 씨의 이야기는 <하나 씨의 간단 요리> 3권에서 이어진다.


표지만 보고 그 사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나 했더니 그건 아니다. 여전히 긴 머리를 고수하는 하나 씨는 여전히 게으르지만 먹을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3권에 나오는 음식은 모두 30여 가지. 유잘리 바질 페페론치노에 고로 씨가 먹다 남긴 와인을 곁들이고, 이웃이 가져다준 다진 전갱이 된장 버무림을 흰쌀밥에 올려 먹고, 가볍게 데친 파스타에 오차즈케에 넣어 먹는 김가루를 뿌려 먹는 등 혼자 사는 여자의 식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메뉴가 화려하다. 화려하지만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특히 바질 소스를 끼얹은 페페론치노와 오차즈케용 김가루를 뿌린 파스타는 만드는 법이 간단해서 나도 만들어볼까 한다.


<하나 씨의 간단 요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하나 씨가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아재 개그'다. 평소엔 귀찮아서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하나 씨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어쩌면 그리 온몸을 화려하게 뒤 트는지. 싱거운 말장난도 귀여운 하나 씨의 입에서 나온다면 오케이다. 말로는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 끼니 때를 거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하나 씨야말로 이 시대의 모든 혼밥족들의 모범이 아닐까. 밥해 먹는 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혼자서 먹는 밥이 아무리 헛헛해도 내 삶의 소중한 한 끼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하나 씨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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