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3 - 완결
신카이 마코토 지음, 코토네 란마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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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 <너의 이름은> 3권이 최근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다. 1권과 2권이 짧은 텀을 두고 발매 것에 비해 3권은 상대적으로 늦게 발매되었다. 3권이 드디어 발매되었다는 반가움도 잠시, 책을 다 읽고 나서야 3권이 완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내 안의) '너의 이름은' 신드롬과 이제는 안녕해야 할 시간인 걸까. 만화와 소설, 외전까지 <너의 이름은>과 관련된 것이라면 전부 섭렵했기에, 더 읽을거리, 볼 거리가 없는 게 너무 아쉽다(동인지를 찾아봐야 하나...). 


만화 <너의 이름은> 3권은 티아마트 혜성으로부터 미츠하와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타키가 마을 이장인 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미츠하의 아버지는 미츠하의 몸속에 타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타키가 하는 말을 헛소리로 치부한다. 그 사이 미츠하의 절친인 텟시와 사야는 타키가 시킨 대로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이때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방송을 해도 되는지를 두고 내적 갈등하는 사야가 엄청 귀엽다!). 


영화에선 혜성 충돌 이후 미츠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나오지 않는데 만화에선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혜성 충돌 이후 타키가 대학에 들어가고 구직 활동에 고전을 겪는 동안 미츠하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면 이 만화를 꼭 보길 바란다. 미츠하도 타키처럼 아침에 눈 뜨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항상 누군가를, 뭔가를 찾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을 알자 나 또한 이유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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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7-05-2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모노는 살아있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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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유럽의 중세 역사를 잘 모른다. 유럽의 고대나 근대에 비해 중세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십자군 전쟁, 흑사병, 마녀재판 같은 끔찍한 사건들이 생각났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교황의 권위와 교회의 부패, 면죄부 판매도 떠올랐다. 내게 유럽의 중세란 이성보다 신앙, 능력보다 신분이 중시되었던 암흑의 시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럽의 중세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책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가 참 반가웠다. 저자 주경철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항해 시대>, <문명과 바다>, <문화로 읽는 세계사> 등 저술 활동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에도 힘써 왔다. 이 책은 2016년 네이버 '파워라이터 ON'에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업로드 당일에 4~5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독자들의 커다란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많은 역사서가 시대순 또는 국가별로 진행되는 구성 방식을 따르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인물에 주목한다. 잔 다르크, 부르고뉴 공작들, 카를 5세, 헨리 8세, 콜럼버스, 코르테스와 말린체,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터 같은 인물들의 생애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중세 유럽의 풍경이 그려지고 유럽의 중세 역사가 정리된다. 


잔 다르크에 대해서는 어린 소녀가 위험에 처한 프랑스를 구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밖에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당시 프랑스가 잉글랜드와 부르고뉴 공국과의 경쟁에 밀려 잔 다르크 같은 소녀의 힘을 빌려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잔 다르크가 천사로부터 프랑스 왕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은 '팩트 체크' 할 수 없지만, 잔 다르크가 지고 있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오히려 마녀로 몰리고 화형을 당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르고뉴 공국이 프랑스, 잉글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큰 세력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프랑스 왕의 방계 혈족이 지배했던 부르고뉴 공국은 점차 영토와 세력을 키워 나중에는 군신 관계인 프랑스를 위협할 만큼 커졌다. 잔 다르크의 활약으로 프랑스가 백 년 전쟁에 승리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부르고뉴 공국을 계승하는 제3의 국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영국 헨리 8세 파트도 재미있다. 헨리 8세는 왕비를 여섯 명이나 들였고 그중 두 명과는 이혼하고 두 명은 참수한 악부(惡夫)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악행이 영국을 교황의 지배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과를 낳았고 그전까지 약했던 왕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니 놀라웠다. 콜럼버스, 코르테스와 말린체,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터의 생애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고 이들의 명(明)과 암(暗)을 두루 다룬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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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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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 스미스>와 <아가씨>가 다른 매력이 있는 것처럼 <이와 손톱>과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비교하며 읽으면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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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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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재탄생한 것처럼, 20세기 미국 최고의 서스펜스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 <이와 손톱>이 최근 정식, 김휘 감독의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 다시 태어났다. 빌 밸린저의 1955년작인 <이와 손톱>은 50년대 뉴욕이 배경인 반면,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직후의 경성(서울)이 배경이다. 이런 차이점 외에도 세부적인 설정이 다른 부분이 많아서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술사 루는 어느 날 곤경에 처한 여인 탤리를 구하게 되고, 처지가 딱한 탤리를 보다 못해 지낼 곳과 일자리까지 찾아준다. 루가 찾아낸 일자리란 자신이 매일 밤 공연하는 나이트클럽에서 공연을 보조하는 것. 루와 탤리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공연을 흥행시키고, 자연스럽게 둘은 사랑에 빠지고 부부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탤리가 의문의 추락사를 당한다. 타살임을 직감한 루는 마술사로서의 재능을 총동원해 탤리를 살해한 살인범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배경을 해방 직후의 경성으로 바꾼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주인공이 쫓는 살인범이 단순한 위조 지폐범이 아니라 친일파가 되고, 수많은 친일파들이 기회주의적인 성격과 언어 능력을 활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부와 명예를 쌓았던 역사적 사실과 연결되면서 허구인 소설이 현실성을 얻었다. 루가 살인범을 찾아내기 위해 쓴 방법과 살인범이 루의 정체를 알게 되는 과정도 소설보다 영화가 훨씬 신선하고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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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
윌리엄 데이비스 킹 지음, 김갑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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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집하는 것이 없다. 한때는 책도 모으고 음반도 모았지만, 간소한 생활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만난 후로는 읽지 않는 책은 바로 처분하고 음반 대신 음원을 구입하거나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듣는다. 수집하는 것이 없는 생활은 때로 아쉽고 쓸쓸하다. 윌리엄 데이비스 킹의 자전적 에세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를 읽으며 부쩍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남들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잡다한 것들을 수집했다. 통조림, 생수병, 고양이 사료 등 온갖 종류의 라벨만 1만 8000개를 모았다. 시리얼 상자는 1579개, 우편봉투 속지 패턴은 800개, 병뚜껑은 500개, 치약 포장 상자는 120개를 모았다. 저자는 대체 왜 이런 잡다한 것들을 수집할까. 알고 보니 저자는 수집에 강박적으로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저자의 바로 위 누나 신디는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를 앓았고 정신박약이었다. 부모의 관심은 자연히 누나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누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저자를 미워했다. 저자는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누나에게 미움받는 현실을 잊기 위해 수집을 택했다. 텅 빈 마음을 잡다한 물건으로 채웠다. 


다만 저자가 수집하는 것들은 '말 없고 빈약하고 실용적인 가치가 없는 물건들'에 한정된다. 해변 위를 굴러다니는 돌멩이, 남이 버리고 간 물통 뚜껑 같은 것이야말로 저자가 열광하는 수집 대상이다. 저자는 이런 물건들을 보면 '잃어버린 사랑'을 느낀다. 어쩌면 저자는 잡다한 물건들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 부모와 누나로부터 받지 못한 자신을 떠올리고 이내 안쓰러워지는 지도 모르겠다.


내 삶의 이야기. 또는 이야기들. 우리는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모든 사람은 수집가다. 경험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들은 기억 속에서 더미를 이룬다. (358쪽) 


저자는 수집한 물건들을 보면서 과거를 떠올리고,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 아주 무의미하지만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수집하는 것이 없는 나는 과연 훗날 무엇을 보면서 지난날을 떠올릴까. 미래를 위해 현실을 희생해 가며 수집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 수집하고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과거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의미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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