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 올드맨 1
오노 나츠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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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ACCA 13구 감찰과>, <후타가시라>, <납치사 고요> 등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 오노 나츠메의 최신작 <레이디 & 올드맨>은 교도소에서 100년의 형기를 채우고도 조금도 늙지 않은 불로불사의 존재인 남자 롭과 그를 좋아하게 된 여자 셸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1963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 교도소 인근의 식당집 딸인 셸리는 방금 교도소에서 출소한 노인을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온다.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허름한 옷차림 때문에 누가 봐도 노숙자로 보이는 노인을 두고 식당 안의 손님들은 말한다. 구 수용동의 '최후의 죄수'라느니. 중범죄로 징역 100년을 받았는데 형기를 마쳤다느니. 불로불사의 존재라느니. 


셸리는 아버지의 엄포를 무시하고 노인을 씻기고 노인의 머리카락을 손수 잘라준다. 그랬더니 노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청년. 그것도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순수 그 자체인 청년이었다! 버스와 오토바이도 처음 보고, TV와 커피 메이커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현재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롭에게 셸리는 강렬한 호기심을 느낀다. 


갈 곳이 없는 롭과 식당 일이 지겨워진 셸리는 셸리의 아버지를 대신해 '운반일'을 하게 된다. 운반일을 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게 된 코드명이 바로 '레이디 & 올드맨'. 코드명은 본인이 연상되지 않도록 겉모습과 정반대인 편이 좋다는 충고에 따라 젊은 롭은 '올드맨', 호기심 왕성한 셸리는 '레이디'가 된다. 


운반일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의뢰받은 물건을 전해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수취인을 찾기가 힘들고 자꾸만 위험한 일에 휘말린다. 여기에 100년 동안 교도소에 격리되어 있었던 탓에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숙맥으로만 보이는 롭에 얽힌 미스터리가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스릴을 더한다. 


롭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불로불사의 존재가 되었으며 무슨 죄를 지어 100년씩이나 교도소에 수감되었을까? 롭을 불로불사의 존재로 만들었다는 일란성 쌍둥이는 과연 누구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메리칸 로드 무비를 연상케하는 참신한 설정과 일본 만화로는 보이지 않는 독특한 그림체가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롭의 정체가 드러나고 롭과 셸리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 이야기가 점점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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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디의 해적 레시피 - 바다의 1류 셰프
상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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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본의 국민 만화 <원피스>가 탄생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원피스> 하면 자타 공인 원피스 덕후인 기무라 타쿠야가 떠오르는 나란 덕후... 스마스마가 종영되지 않고 계속 방영했으면 원피스 20주년을 기념해 콜라보레이션 행사 한두 개쯤 했겠지... ㅠㅠ


아무튼 <원피스>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기념비적인 책 두 권이 출시되었다. 한 권은 원피스의 인기 캐릭터 일러스트 340컷 이상이 수록된 <원피스 간단 일러스트 가이드>이고, 다른 한 권은 이제부터 소개할 <상디의 해적 레시피>이다. 


밀짚모자 해적단의 위장을 책임지는 명주방장 상디의 캐릭터에 맞춰 만화 속에 등장하는 요리의 레시피를 일러주는 콘셉트의 책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웬만한 요리책을 능가할 만큼 내용이 알차다. 요리를 감수한 분이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영화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음식들을 스타일링한 이이지마 나미라고 하면 이 책의 요리가 어떤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



"마지막으로... 요리는 사랑이야." 여자에게 한없이 약한 로맨티스트 상디다운 멘트다 ^^


책은 크게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볍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순간 포만 식사',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호쾌! 고기 레시피', 바다가 무대인 만화답게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생선 요리법을 다룬 '초보자도 OK! 생선 요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웰빙 채소 레시피', 모두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만족 든든한 밥', 마지막으로 여심을 사로잡기 위한 상디의 최종병기 '산뜻한 디저트'까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제목 아래 무려 40여 개의 음식 레시피를 소개한다.





책장을 펼치면 음식의 제목과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만드는 방법은 물론이고, 해당 음식이 나온 만화 컷과 상디의 코멘트가 함께 나온다. 첫 장에 나온 음식은 '깅에게 내준 볶음밥'과 '토하게 맛없는(맛있는) 직원 식사용 수프'. 어떤 상대라도 배고파하는 녀석이 있으면 밥을 주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 상디의 배려에 깅이 눈물을 흘리며 볶음밥을 퍼먹었던 장면이 또 한 번 감동을 자아낸다. 발라티에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맛없다'고 연기했던, 실제로는 혀가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는 수프의 맛은 과연 어떨까. 재료를 보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맑은 도미탕 맛에 가까울 듯하다.


이어서 등장하는 레시피는 에너지 보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고열량의 '사막을 넘는 해적 도시락'과 바다의 식재료가 한가득 들어간 '보물 나누기 샌드위치'. '사막을 넘는 해적 도시락'은 토마토를 넣어 만든 명란 파스타가 맛있을 것 같고, '보물 나누기 샌드위치'는 달걀과 게살(또는 게맛살) 샌드위치, 서양풍 참치 샌드위치, 감자와 시치킨 샌드위치 이렇게 3종인데 뭘 먹어도 맛있을 듯. 군침 돌아 죽겠다...





만화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쯤 먹고 싶다 생각해봤을 '뼈 들어간 고기' 레시피도 나와 있다. 만화로 볼 때는 바비큐와 비슷한 요리인 줄 알았는데, 상디의 레시피를 보니 달걀을 닭고기로 감싼 다음 빵가루를 묻혀서 굽는 일종의 크로켓인 듯하다(뭔가 속은 느낌...). 달걀도 맛있고 닭고기도 맛있고 빵가루를 묻혀 굽기까지 했으니 맛은 있겠지?


일본 문화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먹어보기도 했을 음식인 타코야키와 야키소바 레시피도 나온다. 타코야키는 타코야키 굽는 기계만 있으면 집에서 실컷 해 먹어볼 텐데. 타코야키 굽는 기계가 없어서 매번 오코노미야키만 구워 먹고 있다. 야키소바는 최근에 풀무원에서 야키소바 라면이 나와서 인터넷에서 왕창 구입해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고 있다. 이제 상디의 야키소바 레시피를 알았으니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봐야겠다.




이 밖에도 <원피스>의 원작자 오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시치킨 주먹밥 만드는 법과 <원피스> 작업장 식사 파파라치, 오다 가의 가정 요리 파파라치(오다 선생님이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드시는 음식이겠지?), 다시마와 가랑어포 등으로 기본 육수 만드는 법이 추가로 실려 있다. <원피스> 덕후라면 이 부분만 봐도 마음이 두근거릴 듯 ^^


초판한정 2대 부록인 상디의 실리콘 매트와 상디의 캐릭터 클리어 스탠드도 사용하기가 아까울 만큼 퀄리티가 높다. 당장 내일부터 몇 가지 레시피를 따라서 만들어봐야겠다. 상디처럼 맛있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디의 말대로 '요리는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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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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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소설은 오랫동안 '청춘'의 대명사였다. 그것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이 아니라 눈물 나게 고달픈 청춘. 새벽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애인과 갈 곳이 없어서 허름한 모텔을 전전하고, 장마철 반지하 월세방에 들어찬 물을 열심히 퍼나르는 청춘을 김애란만큼 성실하게 글로 옮긴 작가는 없었다.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김애란은 이제 청춘이 아닌 청춘을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 즉 '청춘 그 후'에 주목한다. 새벽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은 아침마다 출근 전철에 몸을 싣는 직장인이 되었다. 애인과 모텔을 전전하던 남자는 자기 명의의 집에서 아내와 잠을 잔다. 반지하 월세방을 전전하던 여자는 자식에게 먹일 생선을 굽는다. 인생이 사계절이라면 어느덧 파란 봄[靑春]을 지나 무더운 여름에 접어든 사람들. 우연인지 필연인지 소설집의 제목도 <바깥은 여름>이다. 


인생의 봄을 지나 여름에 들어선 사람들의 최대 고민이자 위기는 무엇일까. 아마도 작가의 답은 '상실'인 것 같다. <입동>에서 그토록 바라던 첫 집을 마련한 젊은 부부는 다섯 살도 채 안 된 아들을 사고로 잃는다. <건너편>에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아내는 남편과 헤어질 준비를 한다. <풍경의 쓸모>에서 시간 강사를 전전하는 남자는 교수 임용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고 거짓말을 한다. <가리는 손>에서 혼자 몸으로 아들을 키우는 엄마는 아들이 노인 학대 가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믿지 않으려 한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남편을 사고로 잃은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비밀로 한 채 남편의 옛 친구를 만난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하나같이 뭔가를 잃거나 버린다. 


<노찬성과 에반>과 <침묵의 미래>는 청춘 그 후를 그린 작품은 아니지만 상실에 관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맥락이 통한다. <노찬성과 에반>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 찬성은 유일한 동무인 반려견 에반을 잃는다. <침묵의 미래>는 사라져가는 언어의 마지막 화자들을 데려다가 소수 언어 박물관을 만든다는 설정의 관념적인 우화다. 소수 언어의 유일한 화자이기 때문에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는 이들은 박물관의 방침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자식까지 잃는다. 


청춘 그 후에 오는 것이 상실이라니. 젊음이 지나가고 나이가 들면 인격이 성숙하고 지혜가 생긴다던 뭇 어른들의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작가의 서늘한 고백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인생은 언제나 인간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예비하고 있으며, 아등바등 산다 한들 결과가 늘 해피엔딩일 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작품의 전개와 결말에 새삼 놀랐다. 


이제 더 이상 김애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새파란 이십 대도 아니고 고시원이나 편의점에 머물지도 않겠지만, 시선은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고정되어 있고, 여전히 예리하고 정확해 마음이 놓인다. 다음엔 어떤 소설로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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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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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책은 아닌데 계속 읽게 만드는 힘과 매력이 있다. 괜히 명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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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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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내가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을 고르는 것이다.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을 읽은 것은 그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존경하는 작가, 박찬욱이 사랑하는 책이라는데 읽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읽어보니 과연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입을 모아 추천할 만하다. 눈에 비친 현실을 노골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세련된 태도, 허구를 그리면서도 진실을 놓치지 않는 통렬한 시선이 하루키와 박찬욱의 어딘가를 닮았다. 


<제5도살장>은 커트 보니것의 체험에 기반을 둔다. 코넬 대학교에서 생화학을 공부하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에 나갔다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고, 1945년 드레스덴 폭격을 겪었다. 주인공 빌리가 군인이 되어 유럽으로 가는 과정도 비슷하다. 검안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던 빌리는 전쟁에 나갔다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히고 드레스덴 폭격에 휘말리지만 고기 저장소에 피신해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커트 보니것이 전쟁이 끝나고 20년 넘게 지난 1969년에야 이 소설을 발표한 것처럼, 빌리의 이야기 역시 빌리가 아닌 소설 속 '나'가 쓴 책을 통해 전해진다. 


빌리는 전통적인 영웅 또는 주인공 상에 걸맞지 않다. 영웅이라기엔 겁이 많고 소심하고, 주인공이라기엔 현실을 타개할 힘도 의지도 없다. 그 대신 빌리는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과거, 현재, 미래를 정신없이 오가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빌리는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돌연 미래로 이동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을 만나기도 하고, 노인의 몸으로 뉴욕 거리를 거닐다가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드레스덴 폭격을 목도하기도 한다. 심지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트랄파마도어 행성에 끌려가기도 한다. 이쯤 되면 전쟁 소설이 아니라 SF 판타지 소설로 분류해도 될 것 같다. 


일반적인 전쟁 소설과 달라도 너무 다른데도 전쟁의 비극은 외려 더 강하게 전해진다. 이는 빌리의 담담한 태도도 한몫한다. 유대인과 집시와 동성애자와 공산주의자의 지방을 녹여 만든 비누를 쓰면서도 '뭐 그런 거지'. 열네 살짜리 소년을 적으로 오인해 총살한 이야기를 듣고도 '뭐 그런 거지'. 드레스덴 폭격 당일 고기 저장소에 피신한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도 '뭐 그런 거지'. 이런 식으로 빌리가 참혹한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넘기는 것은 그가 무던한 성격의 소유자여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참혹한 현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인간의 목숨만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도 앗아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선 영웅도 주인공도 없다, 오로지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찬 연약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이런 인간을 현혹하는 전쟁, 이런 인간을 전쟁터로 끌고 가는 국가야말로 경계의 대상이다,라고 대놓고 말하지 않는데도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점이 무라카미 하루키, 박찬욱 같은 작가, 예술가들을 매혹한 걸까. 이들이 커트 보니것에 반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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