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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길어 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食史
황광해 지음 / 하빌리스 / 2017년 9월
평점 :

한국인의 음식 '한식'은 대체 언제 어떻게 만들어져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맛 칼럼니스트 황광해가 쓴 책 <고전에서 길어 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食史>에 그 자세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이 책에는 밥과 국수를 포함한 주식을 비롯해 신선로, 전골, 불고기, 만두, 설렁탕 등 고기 요리, 회, 굴, 전복, 청어, 복어 등을 이용한 생선 요리, 과채 요리, 향신료, 술, 간식 등의 역사는 물론, 한식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적 일화와 비화(秘話)가 담겨 있다. 연세대학교 사학과, 경향신문사 기자 출신의 저자가 철저한 고증과 치밀한 조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니 믿고 읽어봐도 좋겠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 하나는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냉면은 음식 자체가 차가운 데다가 지금으로 치면 북한 지역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이라서 궁중에서는 먹지 않았을 것 같은데, 조선 후기의 문신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를 보면 순조가 열한 살 때 궁궐 밖에서 냉면을 사 오라고 시켜서 밤참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으로 치면 '냉면 테이크아웃'을 한 셈이다.
요즘은 두부가 콩나물과 함께 서민들이 저렴한 값에 즐겨먹는 식재료로 자리 잡았지만, 조선시대에는 두부를 넣어 끓인 '연포탕'이 최고급 요리로 사랑받을 정도로 두부의 위상이 훨씬 높았다. 두부가 저렴한 식재료가 된 건 산업화 이후 두부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두부 고유의 맛과 풍미가 사라지고 두부의 참맛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나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 또 하나는 음식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천 년 넘게 육식을 금하다가 메이지 유신 이후 비로소 육식이 허용된 사실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만, 조선 시대에도 육식이 금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서 육(肉)은 소고기를 일컫는데, 소를 밀도살하다가 걸리면 왕족이 평민으로 신분이 강등될 만큼 엄한 벌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성종 때 왕실 종친이 소를 밀도살하다가 걸려서 평민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사극에 자주 나오는 '주막'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주막은 국가에 영업신고를 한 '주점'과 달리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사설 술집을 일컫는다. 영업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세금도 내지 않았고, 처음엔 술만 팔았지만 점차 음식도 팔고 숙박업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주막은 조선 초기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조선 후기 정조 때 신해통공으로 금난전권이 폐지되고 시전 독점 구조가 무너지면서 생겨났다. 국사 시간에 배운 신해통공, 금난전권이란 용어를 얼마 만에 다시 보는지. 음식으로 우리 역사를 배우니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