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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1
후게츠 마코토 지음, 이와이 슌지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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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가 일본에서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리석게도 나는 이 영화를 <너의 이름은>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아류작 정도로 짐작했다. 얼마 후 영화의 원작자가 <러브레터>, <립반윙클의 신부> 등을 만든 이와이 슌지 감독이라는 소식을 듣고도 '이와이 슌지 감독이 왜 하필 이런 영화를...?'이라는 생각에 그쳤다.
그러다 영화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여럿 알게 되었다. 일단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너의 이름은>이 개봉하기 훨씬 전인 1993년에 제작된 텔레비전 단편 드라마가 원작이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이와이 슌지는 드라마 감독으로서는 드물게 그해 일본영화감독협회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 참고로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옴니버스 드라마 <IF 만약에>의 한 작품으로서 방송되었다. <IF 만약에>는 주인공이 극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는 기로에 서게 되고 선택에 따라 각각 어떤 결말을 맞는지를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그래, 결심했어!"라는 유행어를 낳은 '이휘재의 인생극장'과 비슷한 건 기분 탓일까). 제목이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인 것은 <IF 만약에>의 규정상 제목이 '~할까? ~할까?'의 형태를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이 슌지는 데뷔작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를 통해 유년 시절의 추억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재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입증했다. 이 작품에서 선보인 특유의 센티멘털한 감성은 이후 영화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으로 이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이를 종합하면 이와이 슌지의 작품 세계, 즉 '이와이 월드'의 시작은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1993년 텔레비전 단편 드라마로 방송된 지 2년 만에 영화화되었고, 24년이 지난 2017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어 일반 대중에 공개되었다. 2018년 1월에는 한국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며, 개봉을 앞두고 이와이 슌지 감독이 직접 집필한 소설과 영화를 코미컬라이즈한 만화가 동시에 출간되어 팬들의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한여름의 어느 바닷가 마을이다. 저녁에 마을 최대 행사인 불꽃 축제가 열리기로 예정된 이 날, 주인공 노리미치는 단짝 친구 유스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로 가는 길에 노리미치는 그동안 남몰래 짝사랑해왔던 여학생 나즈나가 바닷가 절벽 위에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본다. 노리미치는 나즈나에게 말 걸기가 쑥스러워서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쳤다. 나즈나의 손안에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 한 통과 신기한 힘을 지닌 구슬 하나가 쥐어져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학교에 도착한 노리미치는 수영장 청소 당번인 유스케를 도와 수영장 청소를 하게 된다. 노리미치와 유스케는 수영장 청소 당번의 특권을 이용해 아무도 없는 학교 수영장에서 수영 시합을 하기로 하고, 그냥 시합을 하면 재미가 없으니 내기를 하기로 한다. 노리미치가 수영 시합에서 이기면 만화 <원피스> 한 권을 사주고, 유스케가 이기면 나즈나에게 고백하는 것이 내기의 조건이다(참고로 1993년 원작에선 <원피스>가 아니라 <슬램덩크>를 걸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

때마침 수영장에 수영복 차림의 나즈나가 갑자기 등장한다. 나즈나는 자기도 시합에 참가하고 싶다며, 자기가 수영 시합에서 이기면 뭐든지 소원을 들어달라고 한다. 마침내 시합이 시작되고 승리의 여신은 나즈나의 손을 들어준다. 결승선에 맨 처음 도착한 나즈나는 두 번째로 도착한 노리미치에게 이따가 불꽃 축제에 같이 가자고 말한다. 꼴찌인 노리미치는 물속에 있느라 나즈나와 유스케가 무슨 말을 나눴는지 알지 못한다.

노리미치가 알지 못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이 날 나즈나는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전학을 갈 예정이었고, 전학을 가는 게 싫었던 나즈나는 노리미치와 유스케 중에서 결승선에 먼저 도착한 사람을 꾀어 동네에서 달아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즈나는 노리미치를 만나기도 전에 엄마에게 들켜 강제로 끌려갔고, 이를 우연히 보게 된 노리미치는 시합에서 이기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나즈나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나즈나가 아침에 바다에서 주웠던 구슬을 세게 던진다. 그 순간, 시간은 세 사람이 수영 시합을 하기 전으로 돌아간다.

판타지가 가미된 점을 제외하면 첫사랑의 설렘과 삼각관계의 애절함을 연출하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답다. 무려 24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된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전체 줄거리는 과연 어떨까? 이와이 슌지 특유의 감성 터지는 영상을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재연했을까? 어서 영화관에서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