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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구루구루 애장판 7
에토 히로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평점 :

어린 시절에 즐겁게 본 만화 영화를 어른이 되어 만화로 다시 읽는 재미란. 에토 히로유키의 만화 시리즈 <마법진 구루구루>가 내게는 그런 작품이다. 90년대 말 공중파 채널을 통해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영화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의 원작 만화 <마법진 구루구루>가 작년 9월부터 매달 두 권씩 애장판으로 발행되었고 지난 12월 7,8권이 동시에 발행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공중파 채널을 통해 보았던 만화 영화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를 원작 만화로, 그것도 애장판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어린 시절에는 줄거리도 모르고 맥락도 모른 채 아무 생각 없이 봤던 만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자세한 줄거리도 알게 되고 맥락도 이해하게 되어 무척 좋았다.

<마법진 구루구루> 7권에선 용자에게 예언의 석판을 전해주는 임무를 지닌 예언자 가르니에가 등장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용자는 오지 않고 세월만 무상하게 흐르자 예언자 가르니에는 제자인 미우챠에게 용자를 자신에게 데려오는 임무를 내린다.
용자를 찾으러 떠난 미우챠는 용자가 되기 위한 모험을 떠난 니케와 미구미구족 최후의 소녀 쿠쿠리 일행을 만나게 되고, 세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예언자 가르니에가 기다리는 레프섬을 향해 떠난다. 용자를 무사히 예언자 가르니에 앞까지 데려가기 위해 잔뜩 긴장해 있는 미우챠와 달리, 니케와 쿠쿠리는 (언제나처럼) 무사태평한 모습을 보여 미우챠의 속을 끓인다.

쿠쿠리는 미우챠와 길을 떠나기 전에 어느 마을에서 옷을 사 입었는데, 마침 그 옷을 만든 사람이 미우챠임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미우챠는 옷 만들기도 배우고, 요리도 배우고, 승려 수행도 하고, 전사가 되기 위한 훈련도 받고, 상인 수행도 해봤지만 결국 뭘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 채 예언자 가르니에의 제자가 된 것이었다.
니케는 그런 미우차를 가리켜 '이해불가 전사 수수께끼 직업러'라고 했지만, 옷을 좋아하는 쿠쿠리는 옷을 잘 만드는 데다가 다른 능력까지 겸비한 미우챠가 대단해 보이기만 하다. 쿠쿠리는 결국 미우챠가 만들어준 옷의 힘을 이용해 괴물을 물리치고, 미우챠는 자신의 옷 만드는 능력이 쓸모가 있다는 사실에 감동해 옷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한다.
가까스로 래프섬에 도착한 세 사람. 미우챠의 집에 머물던 쿠쿠리는 마을 한구석에 있는 도서관에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소설책을 읽고 있는 아리따운 여성을 만난다. 그 여성이 읽고 있는 소설은 떨어져 있던 쌍둥이 자매가 다시 만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 그런 이야기라는데, 쿠쿠리는 이 이야기가 왠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따금 쿠쿠리에 관한 진지한 에피소드가 나올 때가 나는 참 좋다. 미구미구족 최후의 소녀라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마법 수행만 하면서 고독하게 지내온 쿠쿠리라서, 쿠쿠리가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 생각을 하거나 어린 시절 못 이룬 꿈 - 예를 들면 예쁘고 화려한 옷 입기 -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내가 다 안타깝다.
한편, 레프섬을 떠날 채비를 하던 니케와 쿠쿠리는 마왕 기리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세계 최대의 섬이자 수수께끼가 많은 땅인 피그나피나 대륙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니케와 쿠쿠리는 마왕 기리와 함께 부활한(?) 북북춤 할아버지, 니케와 쿠쿠리처럼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길을 떠난 최강의 할아버지 모임 'G판타지'를 만난다.
미우챠 에피소드는 감동적인 반면, G판타지 에피소드는 코믹하고 유쾌하다(북북춤 할아버지의 활약도 볼 만하다). 작가가 오래전에 구루구루 외전으로 그린 <가을의 사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