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풍당의 사계절 2
시미즈 유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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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이의 쌍둥이 형이 등장하면서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파문이 생긴다.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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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풍당의 사계절 1
시미즈 유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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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운 만화. 녹풍당에 공부하러 왔다가 공부를 포기한 손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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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 1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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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초선 의원과 야당 당수가 열애 중이라면? 한국의 여당 초선 의원과 야당 당수가 열애 중이라고 상상하면 아찔하다 못해 끔찍하지만, 만화 속에서라면, 그 당사자가 영국 배우 못지않은 준수한 외모와 지성과 품격을 겸비한 남자들이라면, 적어도 일부 여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정치에 몰입할지도 모른다(적어도 나는 지금보다 몰입할 것이다 ㅎㅎ). 





<CIEL>, <Pure Crown> 등을 그린 임주연 작가의 신작 <대답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는 영국 의회를 무대로 한 신감각 로맨스 만화다. 벤자민 노엘은 여당인 보수당의 초선 하원 의원이다. 보수당 의원답게 부유한 집안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의원이 되기 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탄탄하게 실력을 쌓았다. 지역구 활동에 충실하며 천천히 정계 경력을 쌓고 싶었던 그에게 어느 날 총리로부터 관저 회의에 참석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관저 회의에 입장한 노엘은 그곳에 내각 요인도 아니고 여당 의원도 아닌 야당의 당수, 그러니까 적장에 해당하는 토머스 카디날이 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총리는 연배도 비슷하고 한때는 학교도 같이 다닌 두 사람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면서 같이 성장해나가면 좋겠다고 운을 뗀다.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은 그날 저녁 함께 술을 마시고 같이 밤을 보낸다. 눈을 뜬 노엘이 비몽사몽으로 현관문을 열자 그곳엔 벌떼같이 몰려든 기자들이...! 야당 당수의 집 현관문에서 여당 초선 의원이, 그것도 맨몸에 얇은 이불 하나 휘감은 채 나온 모습을 기자들이 놓칠 리 없고, 기자들이 찍은 사진은 그날 하루 전 세계 언론을 장식한다. 





"총리가 되어서 나와 공개적으로 연인이 되겠습니까?" 


알고 보니 이 모든 일은 노엘을 차기 총리 후보로 만들기 위한 총리의 계략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고, 총리가 계산한 대로 하룻밤 사이에 급격히 인지도를 올린 노엘은 강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된다(실제로 여당 초선 의원이 야당 당수랑 사귄다는 이유로 차기 대권 후보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건 만화니깐요...). 무명의 초선 의원으로 지내다가 순식간에 정계의 중심에 우뚝 선 노엘은 그야말로 얼떨떨한 상태다. 


노엘에게는 얼떨떨한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19년 전 학교에서 만난 것을 끝으로 한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토머스 카디날을 다시 만난 것으로 모자라, 전에 비해 한층 멋있고 늠름해진 그의 공개 연인이 된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물론 노엘로서는 가슴 설레는 상황이지만, 총리의 계략에 응해 노엘에게 손을 내민 카디널은 과연 진심일까. 




만화도 좋아하고 BL도 좋아하고 정치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화와 BL, 정치가 삼합을 이룬 이 작품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부디 지금처럼 만화의 재미와 BL의 애틋함, 정치의 긴장감을 셋 다 놓치지 않은 상태로 전개되기를. 이 작품처럼 소재와 장르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한국 만화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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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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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유고작을 읽는 기분이 죄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황홀했습니다. 작가 생전에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이 만나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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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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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사이로 소문난 소설가 KY와 소설가 KJ는 둘 중 누군가 먼저 죽으면 죽은 사람의 컴퓨터를 찾아서 하드디스크를 부숴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력이 익지 않은 시절에 쓴 원고나 퇴고를 하지 않은 초고가 세상에 공개되면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소설가 정미경의 유고작 <당신의 아주 먼 섬>을 읽는 동안 '내가 감히 이 소설을 읽어도 괜찮을까' 하고 몇 번이나 자문했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남편 김병종이 집필실을 정리하다 발견한 미발표 원고를 그 상태 그대로 출판사에 보내서 완성된 것이 이 책이다. '다시는 그녀의 새로운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남겨진 그녀의 글 한 쪼가리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김병종의 변(辯)이다. 


그래도 작가의 마음은 그게 아닐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으로는 계속 문장을 쫓고 소설 속 풍경을 상상했다. 소설의 무대는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돌아 멀리서 보면 산과 바다가 모두 검게 보인다 해서 '흑산(黑山)'이라는 이름이 붙은 섬, 흑산도. 여름을 앞둔 이 섬에 짧은 머리카락을 세차용 브러시 마냥 무지개색으로 물들인 여고생 이우가 찾아온다. 


이 섬에서 태어났지만 철들자마자 섬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연수는 하나뿐인 딸 이우를 천덕꾸러기 취급했다. 똑똑한 머리로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에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학교생활에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고3이 되어서도 겉돌기만 하니 엄마로선 애가 탈 만하다. 결국 연수는 이우를 고향 친구 정모에게 내려보낸다. 여름 한 철 섬에서 느긋하게 지내고 나면 이우도 도시 생활이 그리워질 거라는 얄팍한 계산이다. 


정모는 연수와 마찬가지로 철들자마자 섬을 떠났다가 도시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도서관을 짓겠다고 귀향했다. 사람들은 작디작은 섬에 책 읽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며 정모를 달래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지만, 정모는 꿈쩍하지 않고 도서관 짓는 일에만 매진한다. 정모가 도서관을 짓는 데 필요한 부지며 비용은 전부 정모의 오랜 친구이자 동네에서 제일 가는 부자인 영도의 외아들 태원이 대고 있다. 


이우는 처음에 섬 생활에 쉬이 적응하지 못했지만, 정모와 이웃에 사는 판도, 이삐 할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십 대 다운 활기를 조금씩 되찾는다. 바다 수영도 배우고 비린내 나는 음식에도 금세 익숙해진다. 이대로 섬에서 정모 아저씨와 판도와 이삐 할미와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할 무렵, 이우로서는 잊을 수 없고 잊고 싶지도 않은 기억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섬에 오기 전 이우가 맺은 관계의 씨앗이 그제야 싹을 틔우고 이우를 옭아맨다. 


푸른 바다 위에 뚝뚝 떨어져 있는 섬처럼 외따로 떨어져 있는 인물들의 관계를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의지할 혈육이라고는 둘뿐인데도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연수와 이우 모녀를 볼 때 특히 그랬다. 오랜 친구인데도 흉금을 터놓지 못하고 열등감만 끌어안고 있는 정모와 태원의 관계도 위태롭다. 판도 앞에서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이우와 그런 이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판도의 관계 역시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다.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한 영영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이들이 마침내 엉키고 섞일 때, 그 장소 역시 섬이라는 사실이 모순이라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동을 받았다. 돈이니 명예니, 자존심이니 열등감이니 하는 것들도 사방이 바다로 막힌 섬 안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물어뜯고 싸우고 죽일 듯이 미워해도 섬 안에 있으면 어떻게든 같이 살아나가야 한다. 마침내 이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한솥에 끓인 밥을 먹고 한 데 어울려 놀 때, 섬 같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섬이로구나, 그 섬은 아득히 멀어 보이지만 실은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없이 따뜻하고 푸근한 이 소설을 작가가 발표하지 않은 이유를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미완의 글을 멋대로 읽은 걸 알면 작가가 얼마나 섭섭해할지 짐작할 수도 없다. 다만 이 소설 덕분에 나라는 독자가 뒤늦게나마 당신의 작품 세계에 입도(入島) 했으니 이 또한 괜찮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변을 늘어놓는다면 너무 뻔뻔하게 들릴까. 완성되지 않은 채로도 근사한 이 소설을 작가 생전에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워서 해본 소리라고, 그렇게 여기며 너그럽게 용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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