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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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로 스웨덴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한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베어타운>. 깊은 산속에 있고 어두운 숲이 있고 눈이 내렸다 하면 어깨까지 쌓이는, 이름 그대로 곰이 출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베어타운이라는 마을이 배경이다. 베어타운에는 한때 많은 인구가 살았지만, 산업이 쇠퇴하고 일자리가 급감한 지금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줄줄이 떠나서 빈집이 늘고 마을 분위기도 침체되었다. 


베어타운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은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제법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베어타운 아이스하키 청소년팀이다. 페테르 단장과 다비드 코치가 이끄는 현 청소년팀은 역대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지고 있어 베어타운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이스하키 천재로 불리는 케빈과 그에 못지않은 환상적인 기량을 갖춘 벤야민의 콤비 플레이는 언제나 팀을 승리로 이끈다. 여기에 이민자 가정 출신의 날쌘돌이 아맛까지 더해져 베어타운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더 커진다. 


그런데 삼월 초의 어느 날 밤. 베어타운 아이스하키 청소년팀의 운명을 바꿀 '대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알게 된 베어타운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거짓과 알고 싶지 않은 진실 사이에서 전자를 택하는 우를 범한다. 베어타운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던 아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의 더러운 민낯을 보게 되고, 그동안 자신들을 감싸고 있었고 지켜주었던 명예니 영광이니 정의니 우정이니 하는 말들도 모두 다 빈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술과 마리화나에 대해 물을 것이다. 영원히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바닥 모를 공포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평생 벗어나지 못할, 전축과 포스터가 있는 이 방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것이다. 어딘가로 굴러간 블라우스 단추와 평생 그녀를 따라다닐 두려움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깔린 채 소리 없이 흐느끼고 그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힌 채 침묵의 비명을 지른다. (245쪽) 


<베어타운>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오베라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유쾌한 분위기의 소설이 아닐까 멋대로 짐작했다. 페테르와 그의 딸 마야의 가정을 보아도, 케빈의 가정을 보아도, 벤야민의 가정을 보아도, 마야의 친구 아나의 가정을 보아도, 마야를 짝사랑하는 아맛의 가정을 보아도 가족 구성원의 상실이나 부모의 무관심, 학대, 폭력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일관되게 보였지만, 이는 어느 가정에나 있는 어두운 일면에 불과할 뿐이고 훗날 커다란 재앙과도 같은 사건으로 확대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더욱이 이들을 뒤흔드는 사건의 피해자는 어느 사회 공동체 내에서든 가장 약하고 힘없는 존재인 어린 소녀다. 누가 보아도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훨씬 힘도 세고 공동체 내에서 가지는 지위도 높은데, 그러니 가해자가 피해자를 겁박하는 게 피해자가 가해자를 유혹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자의 편을 들지 않고 끔찍한 일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동조한다.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부터는 눈을 돌리고, 어떻게 하면 가해자에게 빌붙어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을까 궁리한다(가해자에게 동조하는 사람도 가해자입니다). 


이 아이들을 키운 장본인이 하키가 아니라 당신들이라는 걸 언제쯤 인정할래? 자기들이 멍청한 짓을 저질러놓고 자기들이 창조한 쓰레기 탓으로 돌리는 남자들은 어딜 가나 있다니까? 종교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둥, 총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둥, 다 똑같은 개소리잖아! (중략) 염병할 남자들 같으니라고! 당신들이 문제야! 종교는 싸우지 않고 총기는 죽이지 않아. 그리고 씨발, 똑바로 알아두라고. 하키는 지금까지 아무도 강간한 적이 없어! 그런데 누가 그러는지 알아? 누가 싸우고 죽이고 강간하는지 알아? (445-6쪽) 


지난밤에 앉은 자리에서(정확히는 침대에 누워서) 560여 쪽을 한달음에 읽고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조만간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케빈이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브릿마리 여기 있다>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 책도 읽어봐야지. <베어타운>을 읽고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등장인물인(적어도 나는 그렇다 ^^) 벤야민의 이야기는 이대로 끝일까, 아니면 역자의 예상대로 후속편에도 등장할까.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읽으며 올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절대 슬프지 않습니다! 절대로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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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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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언제부터인가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신작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그의 작품을 읽었는데 모처럼 책을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작품을 만났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오랜만에 명성에 걸맞은 신작을 쓴 줄 알았더니 출간 연도가 1992년. 이거 실화냐...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지금의 인기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비밀>이나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등이 나오기 수년 전에 쓰인 소설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완성도다. 


소설은 한 여성이 남성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트레이닝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트레이닝이 끝날 때쯤 건물 안으로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는 신호가 울리고, 남자는 여자를 방 안에 가둔 채 밖으로 나간다. 장면이 바뀌고 세 남자와 한 여자가 어두운 밤중에 한 건물 안으로 침입하는 모습이 나온다. 운동선수 출신인지, 그 어떤 기구나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높은 벽을 타고 건물 안에 들어온 네 사람은 때마침 등장한 키 작은 남자를 총으로 쏘고 건물에 불을 지른 뒤 자리를 벗어난다. 


한편, 화재인 줄 알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총상을 입은 시체를 보고 수사에 착수한다. 한 순경이 화재가 일어난 건물 옆에 튼튼해 보이는 창고가 있어서 무심코 들어갔다가 살해를 당하는데, 경찰은 사건 현장 감식을 통해 순경을 살해한 자가 이 창고에 갇혀서 훈련을 받고 있던 의문의 육상 선수이자 인간의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탄생한 괴물 같은 존재, 즉 '타란툴라'임을 알아낸다. 


이야기는 하룻밤 사이에 자신을 일본에 데려온 스승을 잃고 혼자가 된 타란툴라가 스승의 복수를 위해 스승을 죽인 범인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 타란툴라가 자신들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범인들이 타란툴라를 피해 도망치는 과정, 경찰이 이들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이들의 행방을 찾는 과정, 이렇게 총 세 가지 갈래로 진행된다. 


이 중에 타란툴라의 이야기가 단연 압권이다. 여자인데도 190cm가 넘는 장신이며 오랜 기간 동안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고 스승으로부터 '악마의 실험'까지 받아서 가히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게 된 타란툴라는 자전거 하나로 야마나시 현에서 도쿄까지 가는 정도는 가뿐하고, 사람 하나쯤은 손바닥 하나로 죽일 수 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는 작품인데 영화화되지 않은 걸 보면 타란툴라의 연기를 할 만한 배우를 찾기 힘들어서가 아닐까(영화화가 힘들면 애니메이션화는 어떨지). 


성적만 중시하는 엘리트 체육 문화와 이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자세하게 묘사한 점도 인상적이다. 국제 대회 성적과 메달 개수에만 집착하고, 정작 선수 개개인의 인권이나 생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인권을 억압하고 말살하는 문화는 한국만의 것이 아닌가 보다. 올림픽 같은 큰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논란이 되는 도핑 문제를 언급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남을 짓밟고 올라가는 것만 가르치고 남과 더불어 사는 것에는 무관심한 분야가 어디 스포츠뿐일까. 잘못된 경쟁, 어긋난 사랑, 비뚤어진 열정의 결말을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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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입니다. 틈날 때마다 다시는 안 읽을 것 같은 책, 읽지는 않았는데 앞으로도 읽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잡초 걸러내듯 골라내고 있는데요, 문제는 책장을 비우는 속도보다 책장을 채우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 ㅠㅠ 요즘 날이 풀렸다는 핑계로 시내 곳곳의 중고서점에 들러서 책을 사기도 하고, 인터넷서점에서는 적립금이 쌓였다든가 이벤트를 한다는 핑계로 책을 한두 권씩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습니다. 돈은 언제 모을까요... (하아아...)

















김숨의 <L의 운동화>는 애정하는 뮤지션이자 책방지기인 요조 님의 추천 도서라서 구입했습니다. 김숨 작가님 책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되겠네요. 1987년 시민 항쟁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니 영화 <1987>을 떠올리며 읽어봐야겠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2018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의 원작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썼다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 <그해 여름 손님>도 구입해서 읽는 중인데 진도가 왜 이렇게 안 나가는지(퀴어 소설을 무지하게 좋아하는데도 말이죠...). 


엠마뉘엘 카레르 역시 작품 좋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신간 <왕국>으로 처음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엠마뉘엘 카레르가 이야기, 특히 거짓말에 관한 작품을 많이 선보였는데, 그런 작가가 예수에 관한 소설을 썼다고 하니 흥미롭습니다. 저 역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예수에 관심이 많고요. <권력과 교회>는 <왕국>과 달리 논픽션입니다. 한국 교회가 권력과 어떻게 결탁해 성장했고 지금의 위세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다룬 책이라고 하는데요, 역시 관심 있는 주제이며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라서 얼른 읽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관심이 많은 나라도, 제일 많이 가본 나라도, 해당 국가의 언어를 가장 잘 구사할 수 있는 나라도 일본입니다. 책도 일본에 관한 책, 일본 작가가 쓴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요, 그러다 보니 관심사가 협소해지고 무엇보다 일본 외의 다른 나라에 관한 정보나 지식이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이제부터라도 틈틈이 다른 나라에 관한 지식, 정보를 채우려고 합니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한 책입니다. 영국은 가본 적도 없고 딱히 관심도 없는 나라인데, 최근 임주연 작가님의 <대답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라는 만화를 보면서 새삼 영국 정치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이 책을 구입해 봤습니다. 이 책을 쭉 훑어보다가 PMQ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ㅎ (아는 거 딱 하나 발견 ㅎㅎㅎ)


<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는 신간입니다. 라틴아메리카는 영국보다도 모르는 지역이라서 이참에 이 책 읽고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관심도 키우고 지식도 키우고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대학 시절 은사님 중 한 분이 라틴아메리카 정치 전공이셨는데 지금은 하늘에 계세요. 어둡던 시절에 학교와 싸우다가 큰 병을 얻으시고 너무 일찍 소천하셨는데 요즘 세상이 바뀐 걸 보시면 아쉬워하실까요, 흐뭇해하실까요. 부족한 제자는 죄스런 마음뿐입니다.


<짠내투어>는 요즘 유행하는 초저가 여행법을 다룬 책이라고 해서 구입해봤습니다. 여행가고 싶어요 ㅎㅎㅎ 


















네 권 모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들입니다. 왼쪽부터 <수잔 이펙트>, <삼생삼세 십리도화>, <당신의 진짜 인생은>, <내 이름은 루시 바턴>입니다. 네 권 모두 보관함에 넣어놓고 구입은 하지 않은 책들인데, 마침 중고서점에서 발견해 새 것과 다름 없는 품질의 책을 중고가로 득템해서 넘넘 기분 좋네요 ㅎㅎ 알라딘 중고서점은 사랑입니다♡


















<레이디 조커> 1~3권도 구입 완료했습니다. 얼마 전 <죄의 목소리>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죄의 목소리>의 배경이 된 일본 쇼와 시대 최대의 미제 사건으로 남은 구리코-모리나가 사장 납치 사건을 다룬 또 다른 소설이 <레이디 조커>라고 해서 큰맘먹고 거금을 들여 (ㄷㄷㄷ) <레이디 조커> 전권을 구입했습니다. 일단 1권 도입부까지 읽었는데, <죄의 목소리>를 읽고나서 <레이디 조커>를 읽어서 그런지 두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많이 눈에 띕니다. <죄의 목소리>가 사건 종료 후 30년이 지나서 기자와 후손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면, <레이디 조커>는 사건의 범인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도모했는지를 그리는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두 소설 모두 사건의 중심에 재일조선인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요, <죄의 목소리>보다는 <레이디 조커>쪽이 재일조선인 내지는 일본내 부락민 차별 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편입니다. 이 또한 관심 있는 주제라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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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오 2018-04-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지도 않는 책들만 쌓여갑니다 ㅜㅜ

키치 2018-04-11 09:25   좋아요 0 | URL
저두요 ㅎㅎㅎ 부지런히 읽어치워야(!)겠습니다 ㅎㅎㅎ

메오 2018-04-11 11:12   좋아요 0 | URL
읽은 책이 어마무시 하시네요^^ 저는 아직 개구리 알 수준이네요 ㅜㅜ

오후즈음 2018-04-1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키치님 정말 다독하시잖아요. 전 사는것에비해 넘 못 읽고있어요 ㅠ

키치 2018-04-11 10:25   좋아요 0 | URL
진짜 요즘 눈이 벌게지도록 읽고 있습니다 ㅠㅠ 봄인데 이러고 있네요 ^^;;;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 10인의 과학자들이 뽑은 내 마음을 뒤흔든 과학책
강양구 외 지음 / 바틀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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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이렇게 글을 잘 쓰면 문과 출신은 어쩌란 말인가요!'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을 읽으며 여러 번 탄식했다. 이 책은 강양구, 김범준, 김상욱, 송기원, 이강환, 이은희, 이정모, 이지유, 정경숙, 황정아 등 열 명의 과학자 및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한 해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과학과 비과학 분야의 책을 각각 한 권씩 선택해 쓴 서평을 모았다. 20편의 서평이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좋은지. 이렇게 글솜씨 좋은 과학자들이 많으니 한국 과학계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문과라는 핑계로 과학 기본서 한 번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내가 부끄러웠다(반성합니다 ㅠㅠ). 


지식 큐레이터 강양구는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를 소개하며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이 판치는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대한 기대와 긍정적인 자세를 잃어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이정모는 일본의 농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수컷들의 육아분투기>를 소개하며 생태계에서는 강한 수컷일수록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인간과 달리 암컷이 독박육아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한다(그러면서 저자 자신의 반성문을 적어내렸는데 참으로 눈물겹다).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는 과학밖에 모르는 과학자와 과학에 무지한 비과학자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책으로 데이비드 헬펀드의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을 소개한다. "역사를 모르고 정치에 무관심하며 예술을 즐기지 않으면 '교양 없다'고 손가락질하지만, 물리적 법칙을 모르고 화학 반응에 무관심하고 진화에 대해 부정해도 다들 그러려니 한다"는 문장에 가슴이 뜨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황정아가 쓴 <로켓 걸스> 서평을 읽으면서는 여성 과학자들이 겪는 편견과 고난을 생각하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이 책 읽으며 많이 울었다.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아니랄까 봐...). 





과학자가 읽은 비과학 분야의 책은 <섬에 있는 서점>, <미스 함무라비>,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바깥은 여름>, <냉정한 이타주의자>,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달리기의 맛>,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힐빌리의 노래> 등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픽션부터 묵직한 울림이 있는 논픽션, 사회과학, 미술 교양서까지 분야와 주제가 다양하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회한, 후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겪는 고충,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일의 어려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 등 책을 고른 이유도 다채롭다. 


과학 분야의 서평을 읽을 때는 필자의 사회적 얼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면, 비과학 분야의 서평을 읽을 때는 필자의 민낯, 맨얼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다들 이렇게 생기셨군요 ^^). 과학 외에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을 모아 놓고 같은 기획을 시도하면 어떤 책을 고를지 궁금하다( <수학자를 울린 수학책>, <경제학자를 울린 경제학책> 등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봅니다). 쉽게 읽는 과학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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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플랜 - 일하는 여자, 일하는 엄마를 위한
석혜림 지음 / 라온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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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 시절에는 취업만 하면 인생이 탄탄대로일 것 같았지만, 막상 취업을 하고 연차가 쌓이니 취업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평생직장의 신화가 무너져 30대도 되지 않은 직원이 명예퇴직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더욱이 여성은 조직 내에서 평가와 승진 대상에서 밀리거나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커리어 관리, 자기계발이 훨씬 더 중요하다. 


<워라밸 플랜>은 NS홈쇼핑의 14년 차 쇼핑호스트이자 아들 하나, 딸 쌍둥이를 둔 엄마인 석혜림이 쓴 여성을 위한 자기 계발서다. 워킹맘으로 생활하며 일찌감치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의 중요성을 체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일과 사생활 모두를 잡을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한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비법은 물론, 방송을 준비하거나 촬영하면서 만난 명사, 기업가, 전문가, 선배 멘토들의 사례도 실려 있어 큰 도움을 준다. 


조직은 생물체와 같아서 신기하게도 안이한 버팀을 언젠가는 알아챈다. 버티기만으로는 성공이라는 노선을 탈 수 없다. '가만히 있었더니 성공했더라구요'는 '눈 떠보니 스타가 됐던데요?' 같은 먼 이야기다. 우리의 성공 스토리는 '비즈니스맨이 되어서 버티고 해냈다'가 되어야 한다. (36-7쪽) 


쇼핑호스트는 직장에 속한 상태로 일할 수도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전환해 1인 사업자로 활동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저자는 일찍부터 직장인이 아닌 사업가, 즉 비즈니스맨의 마인드로 일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고, 동시에 방송을 위해 찾아오는 개인사업자부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경험하며 그들의 노하우와 특징을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직장인이 아닌 비즈니스맨의 마인드로 전환하고 비즈니스맨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법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비즈니스맨이 된다는 것은 당장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일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조직이 시키는 일을 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조직에 모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가운데 쇼핑호스트 최초로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양식 조리사, 스피치 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경험도 방송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00% 준비될 때를 기다리지 않고 나설 기회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유연하게 생각했다. 항상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해두면 언제든 도움이 되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마개 뚜껑도 어른인 나는 아무렇지 않게 열기 때문에 몰랐는데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위험하진 않은지 점검하게 됐다. 나 중심의 눈높이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주부, 엄마라는 국민 프로듀서의 시각을 배우면서 보이는 것이다. (185쪽) 


비즈니스맨은 자기 입장을 고집해선 안 된다. 항상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를 갖춰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매출로 연결할 수 있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경험은 저자의 시각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평범한 물건도 아이의 시각으로 보면 새로운 특징이나 장단점이 보인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이 차가 나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거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무대 공포증, 회의 공포증 극복하는 법, 관찰하고 분석하는 법, 회의를 주도하는 법, 효율적으로 기록하는 법,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 등 직장을 포함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팁도 실려 있다. 워킹맘은 물론, 아직 맘(mom)이 아닌 여성에게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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