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아리스가와 2
오자키 아키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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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아리스가와>의 주인공 아리스가와 스즈는 엄격한 가풍과 할아버지의 지나친 손주 사랑으로 인해 고등학생이 되도록 이성 교제 경험은커녕 이성에 대한 관심을 1도 가지지 못한 채 자란 여고생이다(그런 걸 가풍이나 교육으로 달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아리스가와가 사랑에 빠진 상대는 이웃 마을 남고에 다니는 완벽한 미남 노미야. 몇 번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아리스가와는 급속도로 노미야에게 끌리지만, 연애 경험이 전무한 데다가 연애에 관한 지식은커녕 관심조차 없어서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무엇인지 인식조차 못한다. 노미야는 노미야대로 이런 아리스가와를 귀엽다고 여기는 눈치인데, 아리스가와는 자신의 감정이 어떤 건지 분간하는 데에 몰두해서 노미야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아리스가와는 노미야에 대한 생각을 잊기 위해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서예를 해보기도 하고 연애에 관심 많은 친구들에게 상담도 해보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한다. 아리스가와가 듣고 싶은 대답은 "정신 차려. 그건 사랑이 아니야."인데, 친구들의 대답은 "어서 고백해. 그건 사랑이야."인 상황. 아리스가와는 자신이 사랑에 빠질 리 없다고("내가 사랑을?! ... 그건 낫짱이 자주 하는 못된 농담이 틀림없어.") 믿고 있고, 믿고 싶다. 


그런데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노미야는 왜 이렇게 눈부시고 근사해 보이는 걸까. 순정 만화 여주인공(뿐 아니라 웬만한 여성)은 이럴 때 '내가 왜 이러지...? 혹시 사랑...?' 이라고 느끼는 게 보통인데, 사랑에 1도 관심 없는 철벽녀 아리스가와는 '원래 노미야는 누가 보더라도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근사한 사람이잖아.'라고 아주 잠깐 심쿵했던 마음을 쿨하게 털어버린다(솔직히 그건 그래. 노미야는 누가 보더라도 빛나는 것처럼 근사하지). 





아리스가와는 자신이 노미야의 겉모습에 잠시 반했을 뿐이며, 노미야에게 마음을 주려면 노미야의 속마음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이건 정답).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속마음은 누구에게나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보기가 힘든데... 때마침 노미야의 인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스즈가 다니는 여고에서 교내 구기대회가 열리고, 스즈는 반 대표로 농구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반 대표로 뽑히기는 했지만 사실 스즈는 농구를 포함한 모든 운동에 젬병... 


중학교 농구부 출신인 노미야는 스즈에게 농구를 가르쳐주겠다고 하는데, 보통 잘 사귀던 연인이나 오래 산 부부도 운전이든 뭐든 서로 가르쳐주고 가르침 받는 관계가 되면 쉽게 싸우고 헤어지기 마련인데도 이 둘은 안 싸우고 순조롭게 연습한다(문제는 실력이 도통 늘지 않는 스즈...). 





이 밖에도 여름 방학을 맞은 아리스가와와 노미야가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귀신의 집으로 놀러 가기도 하고, 시내에서 쇼핑을 하기도 하면서 가 알콩달콩 추억을 만들어가는 가운데(이런데도 사귀는 게 아니라니!) 의외의 복병이 나타난다. 과연 그의 정체는...?! 아리스가와도 아리스가와지만, 노미야도 딱히 연애에 관심 없고 아리스가와한테 먼저 사귀자고 고백할 마음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라이벌의 출현이 싫지 않고 오히려 반갑다. 노미야 군이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모습, 기대해도 될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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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오타쿠소년☆아사히나 3
나나미 신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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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이 대거 포진한 연예 기획사 쟈니스... 가 아니라 쟈니스를 본뜬 '조커스'를 좋아하는 'J오타쿠 소년' 아사히나의 일상을 그린 만화 <J오타쿠소년☆아사히나> 3권이 출간되었다. 아사히나는 공부면 공부, 외모면 외모, 운동이면 운동, 빠지는 것이 없는 완벽한 남고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사히나에게는 이성 친구는커녕 동성 친구조차 없는데, 그도 그럴 게 아사히나 군의 머릿속에는 오직 국민적 미소년 아이돌 군단 '조커스'에 관한 정보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ㅎㅎㅎ 





아사히나는 조커스 팬들의 여름 이벤트 중 하나인 '26시간 TV'(매년 여름 일본의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대형 특집방송)를 볼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이번 26시간 TV의 메인 퍼스낼리티는 NEWS... 가 아니라 MUSE(ㅋㅋㅋ). 26시간 TV는 조커스 소속의 다른 아이돌 그룹도 출연하기 때문에 조커스 소속의 아이돌 그룹을 모두 좋아하는 아사히나로서는 매우 기대가 크다. 매년 여름 26시간 TV... 가 아니라 '27시간 TV(후지)'를 지켜봤던 나로서는 옛 기억이 새록새록 ㅎㅎㅎ 


올해는 동생이 좋아하는 쟈니스의 모 아이돌 그룹이 '24시간 TV(니혼)' 메인 퍼스낼리티로 선정되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볼 예정이다. 좋아하는 그룹이 아니라서 아사히나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요의를 참아가며 ㅋㅋㅋ) 시청하지는 않겠지만, 좋아하는 쟈니스 아이돌 그룹이 총출동하며 그들의 협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할 가치는 충분한 듯 ㅎㅎㅎ 





마지막 권이라서 아사히나와 아사히나를 짝사랑하는 아오바가 (이제는) 잘 되려나 했는데 그런 거 없다 ㅋㅋㅋ 이제나저제나 아사히나의 관심은 오로지 조커스뿐이다 ㅋㅋㅋ 이렇게 되면 짝사랑하는 쪽이 지치거나 질려서 떠나기 마련인데, 아오바는 아사히나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욱 불타오른다. 조커스를 좋아하는 여자애가 아사히나한테 와도 막아낼 수 있도록 조커스 덕질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이런 사람이 없어서 내가 아직 싱글인가 보다...ㅎㅎㅎ). 





쟈덕(쟈니스 덕후)으로서 이 만화를 읽으며 배 찢어지도록 웃을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아사히나는 덕친(덕질 친구)들과 '나니조커(칸쟈니 에이또)' 도쿄돔 콘서트에 가게 되는데, 콘서트가 끝나고 손에서 내려놓은 우치와(부채) 속 얼굴이 하필 '스마루(시부타니 스바루)'였기 때문이다(시부타니 스바루는 2018년 4월 15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 탈퇴 및 사무소 퇴소를 발표했다). 


칸쟈니 팬이 아닌 나도 스바루의 탈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참 아팠는데, 엄청난 쟈덕(이자 칸쟈니&스바루 팬으로 짐작되는)인 작가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지... 이 만화를 연재하는 동안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업했다는 작가님. 덕분에 저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이 마음을 전할 길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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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4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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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네코마키의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4권이 나왔다. <고양이와 할아버지>의 주인공은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몇 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다이키치 할아버지. 혼자서 눈 뜨고 혼자서 밥 먹는 생활이 적적할 법도 한데,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일상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타마 덕분에 조금도 외롭거나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이번 4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다이키치 할아버지와 고양이 타마가 집 안에서 술래잡기를 한 에피소드다. 외출에서 돌아온 다이키치 할아버지는 타마가 보이지 않아 당황한다. 할아버지가 찾는 걸 알아챈 타마는 할아버지가 잡으려고 하면 도망치고, 잡으려고 하면 또 도망치며 할아버지를 놀린다. 평소에는 도도하게 굴면서 이따금 이렇게 장난을 걸어오는 타마와, 그런 타마를 잡겠다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집 안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다이키치 할아버지가 너무 귀엽다 ㅋㅋㅋ 





이번 4권에는 다이키치 할아버지와 섬마을 사람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가장 맛있어 보였던 음식은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소꿉친구인 이와오 할아버지가 취미인 낚시로 잡아온 팔뚝보다 큰 꽃돔으로 만든 음식들이다. 도미회부터 도미알조림, 돔밥, 도미탕 등 이 모든 요리를 손수 만든 다이키치 할아버지 대단해요 bbb 


떠나는 사람은 있어도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없는 한적한 섬마을에 처음 보는 얼굴이 등장한다. 바로 이모가 운영하는 카페로 일하러 온 젊은 여성 셰프 미치코다. 뛰어난 음식 솜씨로 섬마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미치코 씨를 섬마을의 유일한 총각이자 의사인 사토미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인 건 내 기분 탓일까 ㅎㅎㅎ (잘.됐.으.면.좋.겠.다!) 





이 밖에도 맛있는 음식과 순박한 섬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고양이와 할아버지의 일상을 담은 만화가 가득 담겨 있다. 마을 사람들이 배불리 먹여주고 다정하게 대해줘서 토실 토실 살이 오른 고양이들이 너무너무 귀엽다 ㅎㅎㅎ 초판 한정 부록인 미니 클리어 파일은 예쁜 건 두 말할 것 없고, 티켓이나 영수증 등을 보관하기에 편리해 보인다. 품절되기 전에 얼른 구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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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별 -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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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아무도 없는 학교에 혼자 남은 적이 있다. 도시락 가방을 자리에 두고 온 걸 집에 도착한 다음에야 알아챈 나는 엄마의 꾸지람을 뒤로하며 헐레벌떡 학교로 달려갔다.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시간. 학교 운동장도 복도도 교실도 텅 빈 상태. 평소와 달리 사람 그림자 한 점 보이지 않는 학교가 그저 낯설고 무서웠던 나는, 교실 한구석에 가만히 놓여 있는 도시락 가방을 보자마자 낚아채듯 집어 들고 정신없이 달려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수위 아저씨나 당직 선생님 한두 분쯤은 학교에 계셨을 텐데, 그 시절의 나는 한낮의 소란을 집어삼킨 학교가 무슨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행성이라도 되는 양, 행여 다리라도 삐끗하거나 고개라도 잘못 돌렸다가는 평생 그곳에서 존재를 잊힌 채 살게 될지도 모르는 양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인 강태식의 <리의 별>은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 '플랜 A'에 혼자 남은 지구인 남자 '리'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플랜 A는 한때 모든 지구인들의 꿈이자 희망이었다. 51세기 초, 인간들은 고물이 되다시피 한 지구를 버리고 플랜 A에서 살아가는 미래를 상상했다. 플랜 A는 인류가 발견한 행성 중 생명유지 장치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최초의 행성이었다. 지구인들이 모두 플랜 A로 이주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했고 현실적으로도 이루어질 법 했지만, 이제나저제나 가성비를 따지는 인간들은 플랜 A라는 신도시, 아니 신행성으로 이주하기보다 지구를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하는 게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선택지라고 여겼다. 결국 플랜 A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반짝 인기를 끌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무인 행성으로 변했다. 엄연히 말하면 '리'가 그곳에 남아 있었으니 '무인(無人)' 행성은 아니지만. 


이때부터 '리'는 점점 폐허로 변해가는 행성에서 녹슬어가는 놀이기구, 통제가 되지 않는 로봇들과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이런 '리'의 삶이 대체 어떤 것인지 작가는 리의 입이 아닌 다른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들려준다. 한때는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이제는 아내도 죽고 찾는 사람 하나 없는 신세가 되어 버린 기무라 다로. 열네 살 때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로 폭식을 거듭해 비만이 되어버린 텔레마케터 도리스 브라운. 형기를 마치고 하나뿐인 아들 마리오를 만나러 플랜 A로 떠나는 호세 로드리게스. 플랜 A를 멸망시킨 바이러스를 조사하기 위해 플랜 A로 떠난 행성심사대. 그리고 얼마 전 이혼한 아내 프레데리카와 아들 율리안을 길에서 발견하고 술독에 빠진 양 웬리. 이들은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리'와 통화하고 '리'라는 사람을 알게 된다. 더불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리'에게 전한다. 각자의 이야기가 '리'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엮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아무도 없는 행성에 혼자 남은 '리'가 느낀 외로움과 절망감이 어느 정도일지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도리스 브라운처럼 하루에도 몇 명씩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통화하고, 양 웬리처럼 곁에 두고 싶고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을 보고도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일이 여러 번 있으니까. '리'처럼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은 경험을 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다만 '리'를 제외한 그 누구도 자신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줄만 알지, 자신이 먼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법이 없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만약 기무라 다로가 쓸쓸하게 눈을 감기 전에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면, 호세 로드리게스가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혹은 들어간 후에라도) 아들 마리오에게 다정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넨 적이 있다면, 양 웬리가 프레데리카와 율리안을 보는 순간 그들을 붙잡고 지금이라도 돌아와달라고 애걸했다면 이들은 조금이라도 덜 외롭고 덜 괴롭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하나의 별인 걸 모르고, 이 별에서 저 별로 가기 위해선 전화를 걸든 우주선을 타든 뭐라도 시도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외로움이라는 괴물에 집어삼켜질지도 모른다는 환상(幻想)에 빠져 있지 않나 싶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나를 그리워하고 나를 찾도록 만들기 위해선 내가 먼저 말을 걸고 다정함이라는 선물을 내밀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지 않나 싶다. <리의 별>은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지고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보러 가고 싶게 만드는, 따뜻하고도 강력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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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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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죽는 날 빈손인 게 인생이라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물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나침반이다." (13쪽) 


거침없는 발언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여러 번 화제가 된 명진 스님의 책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가 출간되었다. 스님이 쓴 책이라고 하면 불교의 가르침이나 삶의 철학을 담담하게 풀어쓴 책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명진 스님의 평소 발언이나 행동처럼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출가를 결심한 이유부터 동생의 죽음과 그로 인한 깨달음, 이후 조계종 내부의 비리와 폐단을 고발하고 개혁, 진보 운동을 펼치다가 미운 털이 박혀 쫓겨나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저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네 살 터울의 동생이 군대에서 유명을 달리한 일이다. 1974년 2월 22일 통영 앞바다에서 해군 예인정이 침몰해 해군 훈련병 백육십 명이 죽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있었다. 저자는 당일 뉴스를 보고도 설마 내 동생이 죽었으랴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날 저녁 늦게 집으로 들어가 동생의 실종 소식을 전해 들었고 사흘 뒤 동생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자는 행복이 그리 크지도 않고 멀리 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생이 살아있을 때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잘해주지 않은 게 후회스러웠다. 


오늘날 한국의 일부 종교인들이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성공과 출세를 탐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하는 것을 비판한다. "지금 불교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절에서 신도들의 돈을 횡령한 사건도 있고 논문을 표절하거나 학력을 속인 채 요직을 맡고 있는 이들도 있고 자식을 숨겨둔 고위직 승려도 여럿 있다." 저자는 현재 조계종 내부를 비판하다 승적을 박탈 당했지만, 시간을 돌릴 수 있다 해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항상 이익보다 정의를 택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한다. 스님의 시원하고도 강직한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마음에 죽비처럼 내려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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