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름다운 날 1
아카네다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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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하는 네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커플이다. 출판 편집자인 케이이치와 보육 교사인 아키라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한다. 이웃들은 같은 성을 쓰고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두 남녀를 신혼부부인 줄 안다. 케이이치와 아키라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이웃이 신혼이냐고 물으면 웃으며 맞다고 대답한다. 


사실 케이이치와 아키라는 부부이기 이전에 남매다. 만화에 직접 언급된 건 아니지만, 부모가 재혼한 것도 아니요, 아버지와 어머니 중에 일방이 다른 것도 아닌 친.남.매. 어릴 때부터 여느 남매들보다 눈에 띄게 친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이 우애가 아니라 사랑인 걸 깨닫고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을뿐더러 아이도 가질 수 없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지만, 속으로는 할 수 없는 일, 될 수 없는 모습을 헤아리며 괴로워한다. 과연 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야 하는 건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건지, 독자로서도 마음이 복잡하다. 


다른 두 사람은 커플이 아니다. 아키라의 친구 타마키는 옆집에 사는 고우 오빠를 어려서부터 남몰래 좋아했다(고우는 케이이치의 친구다). 고우가 하도 타마키랑 잘 놀아줘서 주위는 물론 타마키의 부모조차도 타마키의 신랑감으로 고우를 점찍었을 정도다. 하지만 고우에게는 타마키를 좋아할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가 있다. 타마키는 그 이유를 알고 난 후에도 고우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다. 


자신의 사랑을 비밀로 간직해야 하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아름다우면서도 처연하다. 네 사람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는데 사회 통념상 가능할지 의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답이 궁금해서라도 결말까지 꼭 봐야겠다. 일반적인 순정 만화와는 다른, 피상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의 본질을 캐묻는 만화를 찾는 독자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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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으면 꼬리에 닿는다
우노 타마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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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람만큼(또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걸으면 꼬리에 닿는다>의 저자 우노 타마고가 그렇다. 저자는 사물을 분별하던 무렵부터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동물도감만 봤다.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건 잘 못했지만 동물 친구(& 동물을 좋아하는 아저씨, 아줌마 친구)는 잘 사귀었다. 이 책은 그런 저자가 그동안 만난 동물과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담은 자전 만화다. 


저자의 하굣길은 언제나 혼자였다. 함께 귀가할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하굣길에는 저자만 아는 즐거움이 있었다. 유난히 개 키우는 집이 많은 길을 걸으며 집집마다 들러서 개한테 인사하는 것이 저자의 유년 시절 일과 중 하나였다. 그중 한 마리가 유난히 불친절하고 잘 짖었는데, 저자는 왠지 이 개가 마음에 들어서 날마다 그 개한테 그날 일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오늘도 친구를 못 만들었어. 인간관계는 어려워." 등등. 맑은 날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개를 상대로 고민을 털어놓는 초등학생이라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나마 개라도 있어서 다행이었지 싶다. 


어린 시절 저자는 검은 고양이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미신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어느 날 동네에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저자는 "사실은 말할 수 있는 거지?", "말하면 좋겠다~!"라며 고양이를 재촉했다. 그러자 고양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강아지 풀 좋아.", "좋아하는 음식은 도루묵." 알고 보니 검은 고양이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저자를 위해 고양이 연기를 한 것인데, 저자는 그것도 모르고 검은 고양이가 인간처럼 말을 한다며 팔짝팔짝 ㅎㅎㅎ 지금도 저자는 검은 고양이를 보거나 만지면 그 시절의 풍경이나 기분이 떠올라 그리워진다고 한다. 


저자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개, 고양이, 새, 물고기 할 것 없이 수많은 동물과 생활해본 경험이 있다. 저자가 생애 최초로 함께 생활한 반려동물은 강아지 '푸타'다. 아홉 살 때 처음으로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부모님을 졸라 수컷 강아지를 입양한 저자는 밤낮 가리지 않고 정성으로 푸타를 돌봤다. 비록 푸타와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저자의 마음속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저자가 이 만화를 그린 건 13년 동안 함께 생활한 반려견 포쿠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쭉 동물을 사랑했고 동물과 함께 했고, 앞으로도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이 아름답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맞아, 맞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동물 사랑이 넘치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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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서툴렀다 2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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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식당>을 읽을 때마다 마스터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심에 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싶었는데, <심야 식당>의 저자 아베 야로의 자전 코믹 만화 <날 때부터 서툴렀다>를 읽으니 마스터의 원형이 저자의 아버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는 다르지만(^^), 넉넉한 인품과 푸근한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날 때부터 서툴렀다>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 얽힌 추억을 그린 만화다. 저자는 1963년 고치 현에서 토목업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슬하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은 결코 넉넉하다고 할 수 없었고, 저자 역시 공부도 운동도 외모도 그저 그런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좋은 기억이 대부분인데, 그중에는 아버지에 관한 것이 많다. 하루는 저자의 어머니가 독감에 걸려 앓아누웠다. 저자와 저자의 여동생이 배고픔을 호소하자 저자의 아버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 부엌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인데 의외로 솜씨 좋게 양파를 썰고, 계란을 풀고, 설탕과 간장 등으로 양념을 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반찬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 맛은 저자가 무심코 이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만약 아버지와 어머니가 헤어지면 아버지를 따라가야겠다!' (ㅎㅎㅎ)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만화만 그려도 꾸중 한 번 하지 않았을 만큼 자상한 분이었다. 저자가 만화에 눈을 뜬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인 신야네 집에서 집주인 아들이 그린 만화 노트를 보고 나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만화가가 될 수 없었고, 대학 졸업 후 19년간 광고 제작회사에서 일하며 원고를 투고하다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신인 만화상을 수상하며 겨우 데뷔했다. 


<심야 식당>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지금도 요령이 늘지 않는 자신을 한탄하는 저자는, 힘이 들 때마다 아버지라면 "서툰 놈은 서툰 대로 사는 수밖에 없지."라고 담담하게 말한 후 훌훌 털고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야 식당>을 비롯해 아베 야로가 그리는 만화가 유난히 따뜻하고 감동적인 건 이런 아버지의 인품을 쏙 빼닮은 아들이 그리는 만화라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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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20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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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와 더불어 국내에 일본 음식 만화 열풍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인 아베 야로의 <심야 식당> 제20권이 출간되었다. <심야 식당> 제1권이 국내에 출간된 해가 2008년이니 꼭 10년 만이다. 


만화의 주 무대인 심야 식당은 낮 또는 저녁 시간대에 주로 영업하는 일반 식당과 달리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영업한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주로 밤늦게 일을 마친 샐러리맨이나 새벽녘에 귀가하는 야쿠자나 AV 배우, 윤락업 종사자 등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재료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만들 줄 아는 마스터는 손님이 청하면 일식이든 양식이든 중식이든 한식이든 뚝딱뚝딱 만들어 대접한다. 이번에 출간된 제20권에는 꽈리고추, 군오징어, 비프커틀릿, 부추전, 곱창과 양배추 된장볶음, 명란 계란말이, 한펜, 연어 버섯 호일구이, 유부우동 등 십여 가지의 음식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입맛을 자극한다. 


<심야 식당>의 첫 번째 묘미가 음식이라면 두 번째 묘미는 손님들의 이야기이다. 마스터가 만든 음식을 먹다 보면 손님들은 자기도 모르게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게 된다. '꽈리고추를 먹을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요'라든가, '군오징어가 맛있다는 걸 알려준 건 그 남자였어요'라든가. 


'부추전' 편에는 '욘사마' 배용준과 똑같이 생긴 손님인 준노스케가 등장해 자신의 지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종종 부쳐주곤 했던 부추전을 먹기 위해 심야 식당에 들른 준노스케는 우연히 자신의 옛 애인 요시미와 마주친다. 하지만 요시미의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이 여자는 요시미가 아니라 사야카라며, 준노스케가 잘못 본 거라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가 일본 내 한류 드라마의 이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이 밖에도 짧지만 강렬하고, 가볍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에피소드가 열다섯 편이나 실려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 '안녕'은 해외에서 가장 먼저 <심야 식당>을 알아봐 주고,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고 뮤지컬로 만들어질 만큼 뜨거운 사랑과 격려를 보내준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입가심'ㅋㅋㅋ) 만화다. 이 만화를 보니 지난 10년간 <심야 식당>을 지켜봐 온 팬으로서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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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8-07-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국독자를 위한 만화까지.. 뭐처럼 한국판 챙겨봐야겠네요.

키치 2018-07-01 16:44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심야 식당 읽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의 한국팬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 진화심리학이 퍼뜨리는 젠더 불평등
마리 루티 지음, 김명주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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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축구 이야기 싫어하는데 오늘만큼은 참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가 남성 진행자가 꺼낸 이 말을 듣고 빈정이 확 상했다. 얼마 전 치러진 대한민국 대 독일의 월드컵 예선 경기.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도, 승리를 기뻐하는 마음도 남녀 모두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여자는 축구 싫어한다'라는 잘못된 일반화를 이 상황에서 들먹이는 심리는 뭘까. 정말 '모든' 여자가 축구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마리 루티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진화심리학을 비롯한 과학이 주입하는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저렇다'라는 식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책이다. 저자가 진화심리학을 만난 건 사랑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연애 관련 자기 계발서를 읽던 중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비롯해 수많은 연애 관련 자기 계발서가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저렇다'라는 식의 편견을 조장하고 주입한다. 이런 책을 쓰는 저자들은 남녀가 심리적, 감정적, 성적으로 엄청나게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며, 이런 차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연구와 분석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한 진화심리학의 설명 중에는 틀린 것이 많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보다 더 큰 것은 개인 간의 차이다. 흔히 남성은 이성적이고 여성은 감성적이라고 말하지만, 감성적인 남성도 많고 이성적인 여성도 많다. 남성은 포르노에 흥분하고 여성은 애정 표현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애정 표현을 좋아하는 남성도 많고 포르노에 흥분하는 여성도 많다. 남성은 젊음, 아름다움, 연약함에 끌리고 여성은 돈과 권력에 끌린다고 말하지만, 여성이 가진 돈과 권력에 끌리는 남성도 많고 남성이 가진 젊음과 아름다움, 연약함에 끌리는 여성도 많다. 즉, 성차보다 '케바케, 사바사'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남성은 가능한 한 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자손을 번식하고 싶어 하는 존재다. 하지만 아내가 아이를 더 갖고 싶어 해도 거부하는 남자, 여자가 임신했다고 하면 낙태를 권(하거나 아님 말없이 도망가는)하는 남자, 여자가 관계를 요구하면 정숙하지 않다며 차버리는 남자 등 수많은 반례가 있다. 여성은 성욕이 없고, 있더라도 생식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도 잘못이다. 성과 생식을 구분하지 않은 나머지 생식과 무관한 성애(예:동성애)를 폄훼하는 것 역시 진화심리학이 야기한 폐해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현대의 남성과 여성이 지난날의 번식 의무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는다는 개념에 질색하는 진화심리학자들이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독립함으로써 해방된 여성들이 돈이나 지위 같은 전통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남성을 선택하게 된 것은 좋은 일 아닌가? 해방된 여성들이 남성의 자상함, 관대함, 위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멋진 일 아닌가? 마찬가지로 자식의 수가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아닌 세상에서 남성들이 생식력 외의 다른 이유로 여성을(또는 남성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경이로운 일 아닌가? 요즘 남성들이 데이트하는 여성들에게 정서적 성숙함이나 직업적 야망 같은 것을 원할 수 있다는 것은 축하할 일 아닌가? (139쪽)


저자는 말한다. 여성성에 대한 틀에 박힌 관념과 오해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해를 끼친다고. 정말 그렇다. '여성은 이렇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라는 식의 관념이 많이 남아 있는 사회일수록 '남성은 이렇다', '남성은 이래야 한다'라는 식의 관념도 많다. 남성성이란 결국 여성성에 대한 부정과 폄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축구 싫어한다'라는 말을 할 때 상처를 입는 건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뿐 아니라 축구를 싫어하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남성에게도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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