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과보호인 마왕님 1
센리 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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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세이나는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천애 고아에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서 아파트에서 혼자 극빈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런 사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세이나는 가뜩이나 없는 돈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는데 때마침 나타난 이상한 차림의 남자가 세이나를 구해준다. 자신을 '마왕'이라고 밝힌 남자는 "널 따라 이 세상에 왔어."같은 믿기 힘든 소리를 하면서 세이나를 따라다닌다. 급기야 세이나는 마왕과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낸 세이나로서는 이런 상황이 그리 싫지 않다.


센리 미코의 <참으로 과호보인 마왕님>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 세이나를 과보호하는 마왕님과 세이나의 동거 생활을 그린 코믹 로맨스 만화다. 세이나에게는 아무런 기억이 없지만, 마왕이 세이나를 '다시 태어난 성녀'라고 부르며 엄청난 애정을 쏟아붓는 것으로 보아 세이나의 전생에 마왕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무슨 일일까? 얼른 공개되었으면...). 세이나를 찾기 전까지 인간 세계에 온 적이 없어 보이는 마왕이 인간의 생활에 대해 잘 몰라서 벌이는 바보짓? 실수?가 상당히 귀엽고 재미있다.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마왕 답게 마법으로 해결하는데 이런 설정도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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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의 열매 10
히가시모토 토시야 지음, 원성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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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읽은 작품인데 드디어 완결이다. 주인공은 약간 괴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속 깊고 성실한 소아과 의사 스즈카케 마코. 가정사에 문제가 있어서 오랫동안 본가에 돌아가지 않았는데, 우연히 알게 된 환자가 소아과 전문 병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병원에 입원하면서 마코 자신도 그 병원에 취직한다. 마코는 아버지와 되도록 마주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역시나 소아과 의사인 형 히데키가 미국에서 귀국해 아버지의 병원에 취직하면서 세 부자(父子) 간에 긴장 상태가 발생한다. 


의학물답게 환자들 이야기가 에피소드마다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프로 축구 선수 지망생 유키. 그를 담당하게 된 마코와 히데키는 완치율이 높지만 축구선수로 활동하기는 힘든 수술 방법과 축구선수로 활동할 가능성은 남지만 완치율이 낮은 수술 방법을 두고 의견 대립을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유키의 아버지가 과거에 벌인 '어떤 일'이 마코네 가족의 불화의 원인이 된 사건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난다. 개인으로서의 감정과 의사로서의 책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부자 의사의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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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마을 청호리
배명은 지음 / 네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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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미주는 어릴 때부터 귀신을 보았다. 사람들은 귀신을 본다는 이유로 미주를 배척하고, 귀신들은 자신들이 보인다는 이유로 미주를 좋아해서 미주는 어디서도 오래 살지 못하고 이삼 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다. 더는 이사할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번에 이사를 간 곳은 충청도 거천시 근처의 작은 마을인 청호리. 엄마의 고향이자 외가 식구들이 살고 있는 청호리에는 이상한 규칙이 있다. 첫째는 마을 바깥의 것을 탐내지 말 것. 둘째는 14세 이상의 남녀 청소년은 한자리에 있거나 대화하지 말 것. 셋째는 '선녀님'의 존재를 마을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말 것.


이상한 규칙들 때문에 미주는 청호리가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단체로 거주하는 곳은 아닌지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엄마의 고향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과 학교 친구들이 대체로 친절하게 대해줘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적응한다. 하지만 마을에서 처음 사귄 친구인 연희가 같은 동아리에 들자고 하도 떼를 써서 들어간 오컬트 동아리 '그믐' 활동을 하면서 마을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하나둘 알게 되고, 보기와 달리 이 마을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급기야 연희가 마을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주가 느끼는 공포는 극에 달한다.


<이상한 마을 청호리>는 장편소설 <수상한 한의원>, 단편소설 <계화의 여름> 등을 쓰고 앤솔러지 <절망과 열정의 시대>,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괴이 학원>, <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 등을 쓴 소설가 배명은의 신작이다. 소설 맨앞에 '변재천녀(변재선녀)'에 관한 설명이 나오는데, 처음 접하는 단어라서 뜻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불교에서 모시는 최고의 여성신으로 <삼국유사>에도 언급된다고 한다. 청호리 사람들이 모시는 '선녀님'이 바로 이 변재천녀(변재선녀)이며, 소설은 선녀님이 깃들어 계시다고 여겨지는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에 문제가 생기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다.


이 소설의 장점은 평범한 오컬트 소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는(봐야 하는) 문제 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청호리는 이상한 규칙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견 평화롭고 풍족하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규칙이야말로 청호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동시에, 청호리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진실(혹은 비밀)을 담고 있다. 미주는 외부인의 시각과 귀신을 보는 능력,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청호리 사람들이 오랫동안 쉬쉬했던 문제를 밝혀낸다. 미주의 이런 끈기와 용기는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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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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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다. 그 후로 14년이 지난 2025년 4월 10일 현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2차 방류가 시작되었고, 올해만 5차례 더 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아니 분명 (나를 포함해) 걱정하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하지만 뉴스나 신문 같은 매스 미디어에서는 오염수를 방류했다, 같은 뉴스를 기계적으로 내보낼 뿐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부작용을 걱정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 이상 원전 건설을 하지 않고 기존 원전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력 사용량을 줄여야 할 테지만 요원한 일이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 <그리고 생활은 계속한다>는 아사히신문 기자로 이십여 년 간 재직한 저자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스스로 전기 사용을 줄이며 탈원전 생활을 실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마흔 살 때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 이후의 삶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 내용은 저자의 첫 책 <퇴사하겠습니다>에 자세히 나온다.) 한 달 지출 중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전기 사용료를 줄이기로 결심했는데 생각 외로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10퍼센트를 줄이는 게 어려우면 50퍼센트를 줄이라"는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말에 힌트를 얻어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같은 전기제품 자체를 처분해 버렸다. 그 결과 전기 사용료가 줄어든 건 물론이고 생활도 대폭 간소해졌다.


냉장고 없이, 세탁기 없이, 청소기 없이 어떻게 살아? 싶겠지만, 저자가 해보니 의외로 쉬운 일이었다. 냉장고가 없으니 장 볼 때 식재료를 덜 사게 되고, 식재료를 덜 사니 요리를 많이 안 하게 되어서 요리에 쓰는 시간이 줄었다. 반찬 수도 줄었지만, 사실 반찬은 한두 가지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나는 그렇다). 세탁기도 없으니까 옷을 덜 사게 되고, 사더라고 세탁이 쉬운 옷만 사게 되고, 세탁이 쉬운 옷만 사니까 세탁하는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 청소기 대신 빗자루와 걸레로 청소하니 청소할 때마다 거슬렸던 청소기 소음을 안 들어서 좋다. 이 밖에도 전자레인지, 헤어 드라이어 등 당연하게 사용했던 전기제품이 의외로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가 팔랑팔랑... 나도 없애볼까?


저자가 처분한 전기제품 중에서 나라면 그래도 이건 처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은 냉장고다. 겨울에는 몰라도 여름에는 어떻게 하려고... 근데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여름은 여름대로 냉장고 없이 살 만하다. 무청(시래기)을 햇볕에 말려서 무쳐 먹고 끓여 먹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듯이, 다양한 채소들을 햇볕에 말려서 먹을 수 있고 맛도 영양도 더 좋다. 저자가 냉장고 없이 살면서 요리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후속작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 자세히 나온다(지금 읽고 있다). 채식, 자연식물식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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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와 오야마 2 - 완결
아이다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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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중연극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키타가와 엔노스케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집을 나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카페 마스터 이타미 코이치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타미는 몇 년 전 아내와 딸을 사고로 잃고 삶의 의욕을 잃었다가 우연히 엔노스케를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죽은 딸에게 못해줬던 것들을 대신 해주고 있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지내고 있던 두 사람에게 위기가 닥친다. 엔노스케의 아버지가 이타미의 집에 나타난 것이다.


엔노스케의 이야기를 읽으며, 부모의 직업을 계승해야 하는 자식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런 경우가 아니지만, 한국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고 일본에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처럼 스스로 직업을 택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부모의 직업을 계승하는 삶이 편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엔노스케의 경우처럼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의 뒤를 잇는 삶을 사는 것으로 정해져 철이 들기도 전부터 일종의 직업 훈련을 받아야 하는 삶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래도 이타미의 경우처럼 죽음이 부모와 자식을 갈라놓은 경우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지... 


이 만화처럼 혈육도 아니고 혼인으로 연결되지도 않은 사람들끼리 가족을 이루어 사는 이야기가 요즘 일본에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가족은 필요한데 진짜 가족은 싫어' 또는 '가족은 필요한데 결혼은 하기 싫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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