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 2
아프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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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 2권이 나왔다. 1권이 나온 지 5년 만이다. 오랜만에 읽는 모노, 역시 재밌다. 모노의 주인공은 여고생들이다. 폐부 위기에 놓인 사진부와 영화연구부의 학생들이 '시네포토부'로 통합해 함께 부활동을 한다. 부활동의 내용은 정기적으로 야외에 나가서 액션 캠으로 촬영을 하는 것. 1권을 읽었을 때만 해도 액션 캠이 뭔지 잘 몰랐는데 그동안 액션 캠으로 찍은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내가 학생 때는 휴대폰을 가진 사람도 드물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액션 캠도 자유자재로 쓰겠구나 싶어서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다.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이 여고생인데 딱 한 사람, 이들과 어울리는 만화가 아키야마 하루노만은 성인이다. 하루노는 사진부의 여고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액션 캠 소재의 네 컷 만화를 연재하는 만화가이다. 시네포토부의 부원들로부터 소재를 얻기도 하지만 부원들에게 촬영 소재를 제공하기도 하는 상부상조 관계로도 볼 수 있다. 2권에는 하루노 선생의 지인인 유명 호러 만화가 쿠로쿠마 토라요가 등장해 하루노가 작업하는 방의 액막이를 해주기도 한다. 이분과 함께 심령 스폿을 방문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런 호러 풍의 에피소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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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 호텔 문학동네 청소년 76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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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십 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 하루 중 몇 시간을 공부하는 지가 대학 간판을 결정한다 같은 말에 세뇌되어 당장 하고 싶은 일, 그때 아니면 못할 일을 포기하거나 대학 입학 이후로 미뤄야 했던 그 시절을 반복한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오! 사랑>,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등을 쓴 조우리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 호텔>의 주인공 심락영을 보면서 그 시절 나의 모습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인 락영은 학급 반장에 서울대를 목표로 할 정도로 공부도 잘한다. 락영이 이렇게 일찍부터 자기 앞가림을 잘하는 아이로 자란 건, 몽상가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때문에 꿈을 포기한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젊은 시절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는 현재 서울 종로의 뒷골목에서 '첼시 호텔'이라는 이름의 LP 바를 운영하며 여전히 음악에 빠져 살고 있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공무원으로 일하며 세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고, 락영은 그런 부모를 보면서 자신은 가능한 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입사해 하루 빨리 경제적 안정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날인데도 공부를 하려고 스터디카페에 간 락영은 같은 반 아이인 정지유와 마주친다. 같은 스터디카페에 다닌다는 걸 알게 된 두 사람은 같이 편의점에 가고 커피우유를 나눠 마시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런데 며칠 후 누군가 지유의 책상에 긴 지렁이 같은 벌레 수십 마리를 놓고 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지유의 친구이자 학급 반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 락영은 앞장서서 범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담임 교사는 쓸데 없는 일에 정신 팔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한다. 이때 같은 반 남학생 김도영이 두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이 소설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락영이 친구 지유, 도영과 함께 '연쇄 벌레 테러'를 일으킨 범인을 찾으러 다니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락영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첼시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그동안 입시 공부와 학종 관리를 하느라 친구들과 마음 편히 어울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던 락영은 지유, 도영과 범인을 찾으러 다니면서 비로소 십 대 청소년다운 나날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 사이에 다양한 감정이 생겨나는데, 각자의 감정이 어디로 향하고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봐주었으면 좋겠다.


첼시 호텔 또한 락영의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공간이다. 락영은 내심 첼시 호텔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한심하게 보았다. 남들은 성공하려고 노력하고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음악이나 듣고 술이나 마시면서 세월을 보내는 게 미련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락영 자신이 정신적으로 위기 상태에 놓였을 때(번아웃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예전과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첼시 호텔에 오는 사람들은 세상을 피해 도망 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마침내 이곳에 도착한 거라고. 이런 깨우침을 주는 공간이 십 대 시절의 나에게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에게 첼시 호텔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는 취미는 없지만, 비슷한 효과를 주는 시간은 있다. 바로 책을 읽는 시간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현재의 우울이나 미래의 불안을 잊을 수 있다. 아무 책이 아니라 좋아하는 책,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그 효과가 더 크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돈이 되거나 미래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정도를 넘어 퇴행적인 취미로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시간이 없으면 다른 시간을 버틸 힘이 안 생긴다. 첼시 호텔을 찾는 사람들에게 첼시 호텔이 꼭 그런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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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 한정원의 8월 시의적절 8
한정원 지음 / 난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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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다. 계절이 네 개인데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라니. 그러면 그냥 계절 중에 제일 싫어한다는 말 아닌가, 라고 생각한 걸 반성하게 되는 글이 이 책에 있다. "여름은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다. 세 번을 거쳐온 마음은 미약하다. 그래도 싫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한껏 사랑할 수 없다면 조금 사랑하면 되지." (8월 7일 <조금 사랑하기> 중에서) 싫다고 말하는 건 쉽다. 싫다 대신 조금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애써 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인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꽃이 필 정도로 완연한 봄이지만 아직은 긴소매 옷을 입는 게 당연한 날씨다. 그러나 외출해서 걷다 보면 반팔 차림이 그리워질 만큼 더운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여름이 곧 다가올 거라는 생각에 미리 괴롭고 이내 울적하다(그렇다. 내게도 여름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름 아닌 계절에 이 책을 읽으니, 다가오는 여름은 조금에서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이 쓴 책이지만 사슴, 멧돼지, 솔개, 매미, 고양이, 개 등 동물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좋았고, 나의 더위, 나의 추위만 살피지 말고 나보다 더 덥거나 추운 존재들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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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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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는 내가 비를 맞고 있을 때 우산을 가져다 주는 친구가 아니라 나와 함께 비를 맞아주는 친구라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러면 그냥 비 맞은 사람 둘이 되는 거 아닌가?'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손해 볼 걸 알면서도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라는 걸 안다. 친구든 연인이든 간에 그런 사람은 드물다. 드물기에 귀하다.


한강 작가가 201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을 다시 읽었다. 이 소설에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나온다. 여자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홉 살 난 아들의 양육권까지 빼앗긴 트라우마로 인해 말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다. 오래 전 처음 말을 잃었을 때 낯선 프랑스어 단어를 듣고 다시 말을 하게 된 것을 기억해낸 여자는, 그저 배울 수 있는 언어 중에 가장 낯설다는 이유로 희랍어를 택해 강의를 듣는다. 남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내고 서른 살 후반이 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희랍어 강사다. 그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중인데, 이런 사정을 아는 이는 독일에 있는 가족 외에는 없다.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을 잃어버린 여자는 각각 희랍어를 가르치는 강사와 희랍어를 배우는 학생으로 한 교실에서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몇 회의 수업이 지나도록 서로의 존재는 알지만 서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남자에게 여자는 그저 말수가 없는 학생이고, 여자에게 남자는 그저 낯선 언어를 가르치는 강사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상대방이 중요한 감각 하나를 잃었거나 잃어가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되고, 어떤 감각인지가 다를 뿐 세상을 인식하고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는 수단 하나를 잃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한 처지라는 걸 깨닫는다.


그 깨달음의 순간, 나는 여자가 남자의 눈이 되고 남자가 여자의 입이 되는 전개를 예상했다. 실제로 그런 전개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는 건, 여자가 눈을 감고 남자가 입을 닫는 때부터다. 볼 수 없는 건 볼 수 없는 것만이 아니고 말할 수 없는 건 말할 수 없는 것만이 아니다. 비를 맞아본 적 없는 사람은 비에 젖어본 사람의 기분을 알지 못하듯이, 볼 수 없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세상이 있고 말할 수 없음으로서 말해지는 감정이 있다. 2016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이런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잃어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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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과보호인 마왕님 2
센리 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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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과 갑자기 동거를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게다가 그 사람이 평범한 인간이 아닌 마왕이라면...? 센리 미코의 <참으로 과보호인 마왕님>은 천애 고아인 극빈층 여고생 야마다 세이나가 자신을 '다시 태어난 성녀'라고 부르며 숭배하는 마왕님과 동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로맨스 만화다. (세이나는 기억 못하지만)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이나를 잠시도 혼자 두지 못하는 마왕은 급기야 세이나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야마다 마오'라는 이름으로 입학해 학교에서도 세이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가 마왕이라는 것과 두 사람이 동거한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세이나는 늘 긴장 상태.


2권에는 하이틴 로맨스 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 중 하나인 수학여행 에피소드가 나온다. 수학여행 중에도 자신을 졸졸 쫓아다니는 마왕 때문에 세이나는 조금 귀찮고 불안하기는 하지만,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반드시 자신을 구해주는 점이 믿음직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보는 남학생에게 질투심을 드러내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는 세이나와 마왕의 거리... 그런데 2권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마왕에게 위기가 발생한다. 과연 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어서 3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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