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까지 몇 번인가 장하준 교수가 쓴 책들을 구입했지만 제대로 정독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워낙 많은 매체를 통해 이 분의 주장과 이론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을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일까... 라고 하자니 변명이 안 될 것 같다.

 

다른 변명을 대보자면...

사실 경제학을 전공으로 배우면서 주류 이론인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입'한지라 이에 대한 반론을 읽을 때마다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분명 교과서에는 정부는 시장실패가 발생할 때만 시장에 개입해야 하고, 보호무역주의보다는 자유무역이 옳다고 나와있었는데, 현실에서 접하는 책들은, 아니 현실은 교과서와 교수님들의 가르침을 부정했다. 결국 그 낯설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경제학에 계속 흥미를 가지게 했고, 나아가 이 책까지 읽게 만든 것이 아닐까.

 

 

이 책 제목에서 '그들'은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자들을 이른다. 대공황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손'이 저절로 시장을 작동하게 한다는 믿음이 무너졌지만, 70년대 석유 파동과 불황으로 시장 개입에 대한 신화 또한 무너졌다. 이후 시장의 기능을 전적으로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여 80년대 레이건과 대처 시절에 절정에 달했고, 냉전 종식으로 자유 무역과 지구화가 본격화된 90년대와 2000년대에도 자유 시장에 대한 믿음은 '대세'다.

 

여기서 장하준 교수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가 과연 그들이 말하는대로 완벽한 이론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가령, 지난 20세기에 인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고,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2G에서 3G, 4G로 바뀌는 것이 전화가 발명되었을 때, 아니 그보다 훨씬 전에 종이나 바퀴가 발명된 것만큼 혁신적인 기술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은 조상들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04 thing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참고)

 

잘 설계된 복지 정책이 있는 나라 국민들은 일자리와 관련된 위험을 감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오히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보호 무역에 대한 요구가 덜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해도 실업 수당을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에 반해 미국 사람들은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생활이 심하게 어려워질 뿐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p.290)

 

또한 복지정책이 잘 갖춰진 나라가 훨씬 개방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흔히 자유 시장주의를 채택한 국가가 개방적이고 복지 국가는 보수적이고 사회가 덜 역동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복지국가는 사회 안전망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이나 시도에 따르는 리스크를 국가가 흡수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하거나 기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도 부담이 덜하다. 반면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선택이나 시도에 따르는 리스크를 오로지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나 한국처럼 복지제도가 잘 안 되어 있는 나라일수록 의사, 변호사 등 안정성이 높은 직업에 사람들이 몰리고, 이는 사회의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악영향을 낳는다.

 

결국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신화는 이론 자체의 완벽성이나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일부 선진국의 정책적인 필요로 인해 '만들어진' 면이 없지 않다. 저자는 미국마저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으며, 미국이 강요하는대로 자유무역주의를 따라서 부국이 된 개발도상국은 없다는 것을 증거로 든다. ('07 thing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참고) 

 

 

최근 몇 년동안 주류인 시장주의 경제학을 비판하는 책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믿음을 흔든 몇 가지 현상들에 대해서만 다룬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 자체의 허구성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경제학적으로 풀어낸 점이 좋았다. 이념과 학문적 입장을 떠나서 '더 나은 자본주의'를 기대하고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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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Emma 9
카오루 모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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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권에 비해 노출씬이 많아서 좋습니다ㅎㅎㅎ 역시 모리 카오루님의 인체묘사는 탁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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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급 김윤수 탐구한국사 문제편 - 17판 탐구한국사 시리즈
김윤수 지음 / 박문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기출문제가 단원별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참 좋습니다. 해설도 꼼꼼하고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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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토머스 프리드먼 <미국 쇠망론>

 

학부 때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을 교과서처럼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세계는 평평하다'던 그의 주장이 어디까지 맞고 어디까지 틀린지 요즘도 곰곰히 생각해볼 때가 있는데요, 마침 그의 새로운 책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골라봤습니다. 제목도 거창한 <미국 쇠망론>. 지난해 여름 국가 파산 위기에 몰렸던 것을 계기로 미국의 경제적 패권에 대한 회의론이 이제는 미국 내부에서조차 거세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관망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2. 시장의 배반

 

요즘 뒤늦게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한계에 대해서는 이미 신간평가단에서 이전에 선정되었던 책들을 통해서도 접했던 내용이기는 하지만, 장하준 교수의 해석도 흥미로웠습니다. 그 책을 읽고 시장의 기능과 역할, 맹신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책을 더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시장의 한계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려줄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3. 이코노미스트 2012 세계경제대전망

 

연초인만큼 2012년 경제를 전망하는 책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코노미스트의 2012 세계경제 대전망은 지명도와 분석의 질적인 면에서 단연 주목할만한 책이 아닐까 싶은데요, 신간평가단을 통해서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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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부터 안좋은 일이 있어서 마음이 싱숭생숭 했는데, 오후에 도서관 다녀오고 괜찮아졌다. 작은 동네 도서관인데 갈 때마다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그런데 사람 많은 게 싫지 않다. 나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이 이 동네에 이렇게 많이들 사는구나, 생각하면 참 좋다. 외롭지 않다.

 

 

2. 도서관 신간 코너를 둘러보는데 이름이 낯익어서 꺼내보니 중학교 때 친구가 쓴 책이었다. 여행에 관한 책이었다. 하긴, 이십대 중반이니까 여행 에세이를 써도 무리는 아니다. (몇 년 전에는 다른 친구가 명문대 합격생 수기집 같은 책에 이름을 올린 걸 봤다. 나이대별로 쓸 수 있는 책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그나저나 벌써 우리가 이렇게 책을 내도 되는 나이가 되다니. 작가가 되는 게 꿈은 아니지만, 만약 언젠가 내가 어떤 식으로라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게 된다면 언제쯤이 될까? 어떤 책일까? 

 

 

3. 오늘 빌린 책 두 권. 소설을 빌리고 싶었는데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어서 이 두 권을 골라봤다.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으니 공부하는 분야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 요즘 밤마다 틈틈이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있는데 매우 재밌다. 경제경영 분야 신간평가단 하면서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책을 여러권 읽었는데, 그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거기에 플러스 알파까지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를 빌리려고 했는데 못 빌렸다. 다음번을 기약하며...

 

 

5.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추웠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걸어서 40분 정도인데, 갈 때는 별로 힘든 줄 몰랐는데 오는 길이 어찌나 춥던지.

 

게다가 눈까지 왔다. 새해 처음 맞는 눈. 첫 5분 정도는 로맨틱하다고 좋다고 걸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눈발이 점점 거세져서 혼났다. 결국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뜨거운 캔커피 한 잔을 사서 손을 녹였다. 캔커피가 몸에 안 좋다고 해서 안 마시려고 하는데 겨울에는 어쩔 수가 없다. 겨울의 캔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라 보온용으로도 굿. 손도 녹이고 커피로 뱃속도 달래고, 그런 다음에 다시 걷는 눈길은 전보다 괜찮았다.

 

 

6. 오는 길에 통장 다 쓴 게 생각나서 은행에도 들렀다. 은행은 갈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 치과와 동급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바로 아래 레벨 정도는 된다. (아마도 백수라는 사회적 지위?에서 비롯된 자괴감 + 새로운 상품을 권유당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런지...) 번호표 뽑고 번호 불리자마자 통장 교체 받았다. 그래도 오늘은 은행 직원이 통장 케이스를 바꿔줘서 호감도 1상승ㅋㅋ 아, 내가 고객이고 내 돈 맡기는데 왜 내가 '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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