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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 성장이 멈춘 세계,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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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인 2002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한일 월드컵'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만 해도 경사스러운 일인데 4강에 진출하는 기적적인 일까지 벌어져 온국민이 함께 감동했던 기억,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때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 박지성을 비롯한 수많은 축구 선수들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하여 해외 리그에서 당당히 선수로 활약했다. 또한 그 때만 해도 스포츠 종목으로서는 불모지나 다름 없던 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연아라는 슈퍼 스타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도 없는 중고등학생이 많았고(나도 2002년에 처음 휴대폰을 가졌다.), 3D 영화는커녕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수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대통령도 두 번이나 바뀌고, 나도, 내 생활도 바뀐다.

 

 

그렇다면 앞으로 십 년 후, 아니 사십 년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MIT 출신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요르겐 랜더스의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앞으로 사십 년 후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저자 요르겐 랜더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멤버로서 <성장의 한계>라는 중요한 책을 집필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기후 문제를 비롯하여 현존하는 인류의 위협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고 인류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해 모색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2052년이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상정하고, 그 때 인류의 모습이 어떠할지를 기후, 인구, 식량,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어조는 매우 부정적이다. 마음 같아서는 제목에서 '쉽게'를 빼고 <더 나은 미래는 오지 않는다>로 짓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저자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이 지구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고,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죄가 있는 것은 더 나은 미래가 오지 않을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 어른들이다. 그러니 비록 지금 이대로라면 부정적인 미래를 맞을 가능성이 높지만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을 전해주고 싶어서, 굳이 제목에 '쉽게'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먼저 저자는 현존하는 인류의 위협 요소들을 나열하고, 각각이 왜 위험한지를 설명한다. 희귀자원의 대체물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일, 온실가스 같은 위험한 배출 물질에 대한 해결책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일, 지하수, 빙하수처럼 과거에는 공짜였던 생태 서비스를 대체하는 일, 원전 해체, 연안 설치물 제거를 비롯해 과거의 인류 활동으로 누적된 피해를 복구하는 일(p.128) 등 인류가 야기했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수없이 많다. 특히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자로 재난을 계기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이를 대체할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해졌다. (p.170) 인구는 점점 늘고,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감당할 새로운 에너지원은 찾지 못한채 점점 화석연료만 고갈되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책에 그려진 미래 모습을 고려하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2052년에는 대부분의 세계 인구가 대도시에서 살 것이라고 한다. "대도시는 대다수 사람들의 사회적 세계를 구성한다. 또한 인간 종의 사회적 존재를 규정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보다 더 중요해진다. 우리는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가령 우리는 미국으로 이주한다고 말하지 않고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다고 말한다." (p.257) 그렇다면 사람들은 더 많이 소비하게 될 텐데 그 자원은 어디서 마련하나? 지금처럼 편안히, 물질 걱정 없이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전자책도 한몫 한다. "인쇄 도서에서 전자 도서로의 전환을 예로 들어보자. 디지털 도서로의 이동 노력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최초로 전용 이북 리더가 출시된 것은 1998년이다. 소니의 이북 리더와 킨들 같은 주류 제품이 2006년과 2007년에 출시되기 전까지 시장의 수용 속도는 여전히 느렸다. 그러나 아마존은 그로부터 4년 만에 인쇄 도서보다 전자 도서를 더 많이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p.373) 전자책 수요가 종이책 수요를 추월할 조짐이 보인다지만, 전자책 수요가 늘면 그만큼 에너지 수요도 늘 것이다. 그에 대한 대책은 마련된 것일까? 에너지가 부족해서 전자책으로 책을 읽지 못하게 되면 나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벌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을 것이고, 이미 세계 곳곳의 정부, 기업, NGO 등은 앞장선 지 오래다. 금융가도 예외는 아니다. "근래까지 투자계는 지속가능성 협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해관계자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부채와 조화를 이루는 장기 자산을 모색하고 정부가 여력이 부족한 은행 분야가 아닌 곳에서 녹색 경제에 투입할 자본을 도모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나는 2020년까지 일련의 새로운 정책적 지원과 규제, 금융 혁신이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든 대도시에서 건물 개보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투자자들은 아마도 확정이자부 채권 형태로 에너지 절약과 연계된 배당금을 받을 것이다." (pp. 280-1)

 

 

마지막으로 저자는 독자들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스무 가지 방법을 '미래를 위한 조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그 중에서 나는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훌륭한 전자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고 좋아하는 법을 배워라', '모든 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믿지 마라' 등의 조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저자는 기계, 컴퓨터, 로봇 등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제조업 분야의 직업은 절멸하는 반면, 기계로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나 돌봄 분야의 직업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조언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직업을 고를 때에는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 및 돌봄 분야, 또는 에너지 효율성이나 재생에너지 분야를 택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나는 어쩌나. 더 나은 미래는 역시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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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그 비밀노트 - 1000명을 부르는 힘
고영민 지음 / 길벗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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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퍼스널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알음알음 나모 웹에디터를 배워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중학교 때는 친구들이 고작해야 미니홈피를 만들 때 페이퍼도 발행하고 클럽도 운영했다. 블로그는 대학 때부터 했으려나. 다음에서도 해보고, 티스토리에서도 해보았지만 결국 네이버에 정착했다. 네이버에서도 블로그를 여러번 바꾸었다. 처음에는 일기를 쓰고 사진을 올리는 정도의, 지극히 평범한 개인 블로그를 운영했다.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때 모 블로거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전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소위 '파워 블로거'라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저마다 전문 분야가 있는 것은 물론, 글이면 글, 촬영이면 촬영, 프로 저널리스트나 에디터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진 그 분들을 보면서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분들처럼 '파워 블로거'가 되지는 못해도, 뭔가 나도 전문 분야를 하나 가지고 전념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한 블로그가 바로 지금의 '키치의 책다락'이다.


다음과 티스토리에서 '네오유저(neouser)'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계신 블로거 고영민 님이 지은 <파워블로그 비밀노트>를 읽으면서 그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떠올렸다. 이 책에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데 필요한 팁부터 블로그를 파워 블로그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까지 알찬 정보가 담겨 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글쓰기 실력? 디자인 감각? 물론 다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과 '블로그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미니홈피처럼 개인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공유할 공간이 필요해서 블로그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에는 스펙 쌓기, 인맥 쌓기, 돈 벌기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블로거가 늘고 있다. 나 같은 경우 처음부터 전문 분야를 가지는 것이 목표였고, 그것을 수련하기 위한 공간으로 블로그를 택했다. 실제로 4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저 취미에 불과했던 책 읽기가 당당한 특기이자 전문 분야가 되었고, 블로그에 꾸준히 서평을 업데이트 하면서 책도 열심히 읽게 되었고 글쓰기도 연습할 수 있었다. 목적이 정해지면 주제도 쉽게 정할 수 있다. 블로그 주제는 한 번 정하면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고심해서 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뿐 아니라 디자인, 글쓰기 팁도 소개되어 있다. 블로그 디자인, 글 제목, 글쓰기 방법 등에 따라 블로그 유입자 수는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왔지만 이런 정보는 아무리 읽어도 새롭고, 읽을 때마다 나의 블로그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블로그 디자인도 살짝 바꾸고 폰트도 바꿔 보았다. ^^) 또한 '그냥 블로그'를 '파워 블로그'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필요한 팁도 나와 있다. 유입자 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블로그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메타 서비스와 SNS 서비스, 오픈 캐스트 등을 활용하여 홍보도 해야 하고, 덧글과 안부글을 이용한 인맥 관리도 필요하다고 한다. 이웃이 내 블로그에 덧글을 달아주면 반드시 그 이웃의 블로그에 덧글을 달아주어야 한다는 '덧글 품앗이'. 이제 꼭꼭 실천해야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던 파워 블로그 공동구매 문제와 저작권 문제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블로거로서 이런 문제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참 아프다. 블로그라는 공간은, 잘 활용하면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지만, 악용할 경우 무수히 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낳을 수 있다. 블로그의 '파워'를 악용하지 않는 블로거가 진짜 '파워 블로거'가 아닐까? 오늘도 열심히 블로고스피어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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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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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한국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들을 보면 <레 미제라블>, <라이프 오브 파이>, <은교>, <화차>, <완득이> 등 소설 원작인 작품이 많다. (곧 개봉할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안나 카레니나>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꽃미남 배우들이 열연한 <성균관 스캔들>도 소설이 원작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이런 '미디어 믹스(하나의 콘텐츠를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음악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하는 것)'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내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꽃보다 남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동명의 만화로, 영화, 드라마 등으로 다시 제작되었고, 일본뿐 아니라 대만, 한국, 중국 등에서 리메이크되며 이십년 가까이 수많은 소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일반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라마화, 영화화 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소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도 마찬가지다. 데뷔는 2002년도에 했지만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 소설은, 초판을 겨우 7000부 밖에 찍지 않았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2011년 5월 당시 130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그 해 일본서점대상 1위를 차지했다. 급기야 이듬해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 '세븐틴' 모델 출신의 여배우 키타가와 케이코, 꽃중년 배우 시이나 킷페이 등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우며 드라마화 되기에 이르렀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소설을 읽어보니 형식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드라마화 되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기에도) 충분한 소설이라는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 호쇼 레이코는 일본 최고의 재벌 기업 '호쇼 그룹'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지만 신분을 숨기고 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직속 상사 가자마쓰리도 일본 중견 자동차 기업의 상속자. 그러나 그는 레이코와 달리 부잣집 아들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다닌다. 낮에는 가자마쓰리의 은근한 성희롱을 받아내며 살아야 하는 평범한 경찰인 레이코. 그러나 밤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그녀는 부잣집 외동딸의 생활로 돌아온다. 그녀의 집사가 바로 미스터리 청년 가게야마. 겉보기에는 예의 바르고 공손한 집사지만, 레이코가 낮에 해결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 말하면 주인 아가씨인 레이코를 그야말로 '개무시' 하며 사건을 해결해 버린다.

 

정통 미스터리 소설과 비교하면 트릭의 치밀함이라든가 이야기의 완결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재벌가 외동딸과 부잣집 아들이 경찰이 된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과 코미디 터치의 이야기가 대중들에게는 훨씬 잘 '먹히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의 독특함, 인물들의 관계, 에피소드의 길이, 트릭의 난이도 등 드라마화 되기에 좋은 요소들도 잘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 캐스팅을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세 배우가 각각의 인물을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 꼭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미스터리 소설 팬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보통의 독자로서 이런 '머리 좋은' 소설을 만나면 속은 듯 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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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윈투어 - 스타일리시한 포스를 만드는 39가지 자기경영법 Wannabe Series
제리 오펜하이머 지음, 김은경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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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세계 최고의 패션 매거진 미국 <보그(VOGUE)>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있는 안나 윈투어. 힐러리 클린턴의 뷰티 컨설턴트, 마크 제이콥스의 대모,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적인 파워 피플 등 그녀를 수식하는 말들은 실로 화려하다. 그런 그녀를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린 것은 단연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들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악마 같은 패션지 편집장의 모델이 안나 윈투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이름은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익히 알려지게 되었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패션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일이고, 좋아하는 스타일도 <보그>에서 다루는 하이 패션이 아니라 편안하고 심플한 스타일이라서 안나 윈투어라는 사람이 그렇게 대단하고 유명한 사람인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도서관 서가에서 그녀에 관한 평전 <워너비 윈투어>를 발견하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워너비 재키>, <워너비 오드리> 등 '워너비'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데다가, 환갑을 넘기고도 (안나 윈투어는 1949년생이다) 젊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신 유행의 첨단을 걷는다는 것이 굉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은 사람으로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키, 오드리와 비교했을 때) 그녀는 '워너비'로 삼을 만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장점과 패션계에 남긴 업적은 충분히 이해한다. 영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린 나이에 패션에 눈을 떴고, 고교 졸업 후 바로 패션지의 세계에 들어섰다. 비록 까다로운 성격과 남다른 야망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았고 어떤 조직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뛰어난 감각과 끈기로 어린시절부터의 꿈 - 미국 <보그> 편집장 - 을 이루었다. 이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괜히 '악마'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 아니다 싶을 만큼 악독한 성격과, 패션과 미(美) 이외에는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고 인정하지도 않는 편협함, 그리고 명사로서 책임감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사생활은 그녀의 업적을 덮고도 남을 것 같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틀린 일이 아니지만, 그 수단과 방법이 공정하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그릇된 것이라면 과연 그 성공에 값어치가 있는 것일까? 성공의 진정한 의미, 내실 있는 성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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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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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님들 중 한 분이 바로 고미숙 님이다. 고미숙 작가님은 1960년 강원도 정선의 광산촌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고려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하여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다. 문학박사 학위를 받으면 교수가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고미숙 님은 세상으로 나와 지식인공동체 '수유+너머'를 세우셨고, 10여 년 가까이 '몸, 삶, 글'에 뜻을 품은 젊은이들과 함께하며 책을 쓰고 공부를 하고 계신다. 이력도 멋있지만, 이분의 지식과 삶과 생각이 절절히 녹아 있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에 이런 지식인, 이런 학자,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감사하게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출세나 하거나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세상에서, 이분은 자신을 다스리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계신다. 닮고 싶은 분이다.

 

아직 고미숙 작가님이 쓰신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너무 좋아서 이번에 구입한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이하 동의보감)>, 어머니와 함께 읽고 있는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그리고 이번에 읽은 신간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까지 총 네 권. 이 중에서 <동의보감>,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이 이른바 '동의보감 3종세트'라고 한다. 어쩌다보니 세 권을 전부 읽었고 소장까지 하게 되었다.  이런 달성감 내지는 성취감 때문에 책을 계속 읽는 것이 아닐까? (조만간 달인 3종세트, 열하일기 3종세트에도 도전하겠습니다!)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은 '동의보감 3종세트'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성격의 책이지만, 원래 작년에 동아일보에서 고미숙 님이 연재한 칼럼에 실렸던 글을 묶은 것이기 때문에 세 권의 책 중 가장 대중적이고 읽기 쉽다. (<동의보감>과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읽다가 포기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책은 <몸과 인문학>이라는 제목대로 현대인의 몸을 여성, 사랑, 가족, 교육, 정치, 사회, 경제, 운명 등 인문학적인 관점을 통해 성찰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고 쓰니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신문 칼럼답게 스마트 기기 열풍, 성형 중독, 개그콘서트의 인기, 조기교육, 동안 신드롬 등 사회 이슈와 트렌드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서 전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이런 이슈들이 <동의보감>에서 다루는 한의학, 그리고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 나오는 사주명리학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를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책에서 저자는 '근대적 이분법을 극복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근대 서양 학문은 지성과 에로스, 미와 윤리, 냉정과 열정 - 이런 식으로 대립항을 만들었고, 양자는 결코 조화되지 않는 것처럼 오해를 심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가치들이 조화되고 융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었고, 자기와 다른 것을 배척하게 되었다. 또한 근대 서양 학문은 몸은 의사가 관리하고, 운명은 종교가 주관하고, 교육은 학교가 담당하고, 생산은 기업이 담당하는 식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분리하고 타자화시켰다. 이로 인해 사람은 병이 생기면 무조건 의사에게 의존하고, 고민이 생기면 종교에 매달리고, 혼자서 배우지 못하고 생산하지 못하는 -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노예' 상태로 전락했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치과 진료를 받은 일이 생각난다. 1년 전 이맘때에 진료를 받고 검사차 들렀는데 충치가 있다고 해서 비싼 값을 치르고 치료를 받았다. 치료는 잘 끝났지만 마음은 영 찜찜했다. 충치 치료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열심히 관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1년 사이에 충치가 생겼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통증이 있어서 다시 갔더니 염증이 생겼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치실이 치아 사이에 남아있어서 아팠던 것뿐이었다. 이런 일도 있고 해서 앞으로는 치과 진료를 비롯해 의료 서비스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내 몸을 챙기려고 한다. (왜 부모님, 선생님들이 의대에 가라고 했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러나 난 수학, 과학을 못해도 너무 못했는 걸...)

 

<동의보감> 서두에 보면 고미숙 저자님도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셨고 그 결과 여러 권의 책까지 내게 되셨다고 한다. 책까지는 못 내더라도 앞으로 이런 책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몸에 대해, 내 몸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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