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1
김훈민.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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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왜 진작에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적인 경제학에 대한 개론서, 교양서는 무수히 많고, 실생활과 접목시킨다든지, 만화나 스토리텔링 등등 장르도 다양하다. 하지만 인문학과 접목한 책은 보기 드물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책이 나오자마자 얼른 구입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보니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8월. 너무 늦었나?

 

이 책에 나오는 경제학 이론은 경제학 원론 수준의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다.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고등학생, 대학생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사실 경제학보다 인문학이다. 제목도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가 아닌가.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가볍게 경제학과 인문학을 연결한 정도가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읽어보니 각각의 경제학 이론과 연결된 인문학적인 콘텐츠가 장르도 다양하고 내용도 아주 새로웠다. 특히 북유럽 신화를 통해 기회비용 이론을 설명한다든지, 이광수의 소설을 통해 로스쿨 문제를 설명하는 부분은 다른 책에서는 본 적이 없는 시도였다. 학교에서 어려운 수식을 풀거나 이론을 외우는 대신 (적어도 문과생에게는 더 익숙한) 인문학 콘텐츠를 통해 경제학을 공부했더라면 경제학 공부가 좀 더 쉽고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것은 분명 경제경영 분야의 도서인데도 책을 읽을수록 경제학보다 인문학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익숙한데 북유럽 신화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고, 학창시절 문학 시간에 배울 때는 그렇게 재미가 없고 따분하게만 느껴졌던 근대 소설이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였다. 앞으로 소설을 읽거나 인문학적인 내용을 배울 때 저자들처럼 나도 경제학 전공자로서 경제학적인 마인드로 접근해 보면 좀 더 흥미가 생기고 남들과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경제학과 인문학을 접목하는 시도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 현상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알려져 있다시피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경제, 경영 등 상경계열의 인기는 꾸준하지만, '밥벌이'에 도움이 안 되는 인문학의 인기는 시들다못해 학과 폐지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학을 통해 경제학을, 경제학을 통해 인문학을 이해하는 시도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을뿐더러, '돈 안 되는 학문'이라는 인문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짧게 보면 인문학이 돈이 안 되는 학문일지 몰라도, 결국 역사에 남고 후세에 전해지는 것은 인문학이라는 것, 경제와 경영은 그것을 활용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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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2,100마일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최신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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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 그 때부터는 앞으로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문학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전문 지식을 전하는 사람도 아니니, 쉬우면서도 약간의 무게가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 때 떠오른 사람이 바로 빌 브라이슨. 이전에도 그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글 자체는 간결해서 읽기 쉽고 유머가 많아서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 되지만, 책을 덮을 때에는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참 좋았다.

 

 

나는 트레일이 지겨웠지만 여전히 이상하게도 그것의 노예가 되었고, 지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불가항력적이었으며, 끝없이 펼쳐진 숲에 신물이 났지만 그들의 광대무변함에 매혹되었다. 나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싶기도 했다. 침대에서 자고 싶기도 하고 텐트에서 자고 싶기도 했다. 봉우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했고, 다시는 봉우리를 안 보았으면 싶기도 했다. 트레일에 있을 때나 벗어났을 때나 항상 그랬다. "모르겠어. 그렇기도 하고 안그렇기도 하고. 너는 어때?" 그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p.411)

 

 

이 책은 저자 빌 브라이슨이 친구 카츠와 함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여행기, 종주기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빌 브라이슨 하면 떠오르는 풍부한 지식과 시원한 유머가 이 책에도 유감 없이 발휘되어 있어서 빌 브라이슨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책에 보면 등산가나 모험가뿐 아니라 신혼여행 대신 혹은 서로의 호흡을 맞춰보기 위해 험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신혼부부가 나오는데, 나도 편하게 쉬는 여행 대신 이렇게 조금은 힘들어도 기억에 남고, 평생 함께 갈 사람을 남길 수 있는 여행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숲이, 산이 나를 부르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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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고전강독 3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진정한 행복을 묻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3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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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가, 서울 모 처에서 열린 공병호 소장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가 마침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그 강연에서 공병호 소장님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청중들의 질문에 정성스럽게 답해주시는 모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하시면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귀감으로 남아있다. 그 때 그 소장님의 모습을 보며 언제나 겸허하게 살고, 마음 먹은 일은 포기하지 말고 꼭 이뤄내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들었던 앞으로의 계획 중에 고전을 바탕으로 하는 책을 쓰고 싶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공병호의 고전 강독' 시리즈가 그 결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가슴이 무척 설렜다. 계획한 일은 반드시 실현시키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 한 권이지만 한 사람의 오랜 꿈이 실현된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고, 책을 대하는 마음이 경건해졌다. 그 때 이런 책을 구상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내심 어떤 책으로 완성이 될까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왠지 운명 같은(!) 기분도 들었다.

 

+


3부째를 맞이한 '공병호의 고전강독' 시리즈는 1,2부에서는 서양 철학 사상의 원류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다뤘고, 이번 3부에서는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메인이다. 고전강독이라는 제목 답게 각 챕터마다 원전인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번역본이 먼저 제시되고 그에 대한 저자의 풀이와 견해가 해설처럼 덧붙여진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인문서, 철학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고전 번역본만 보면 낯선 어휘도 있고 딱딱한 개념이 많이 등장하는 데다가, 추상적인 문장이 많아서 어려웠다. 하지만 저자의 해설 부분은 저자가 직접 겪었거나 주변에서 관찰한 경험담, 사례도 나오고, 현대어로 쉽게 풀이가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이렇게 읽으면 어려운 고전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고전강독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고전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질 것 같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를 위해 쓴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재미있게도 저자 역시 이 책에 아들과의 애틋한 추억이 담겨있다고 한다. 저자의 막내 아들이 군입대를 하고나서 저자는 아들이 떠나고 없는 방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그 책이 바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었다. 마침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지만, 아들이 학교에서 이 책을 공부하면서 여백에 메모를 하기도 하고, 밑줄을 그은 부분을 보니 마치 입대한 아들과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고, 저자는 입대한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고대와 현대의 두 부자(父子)가 같은 책 한 권을 통해 교감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읽게 된 이 책에서 저자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윤리학'이라는 제목만 보면 이 책이 윤리나 도덕에 관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직접 저자가 읽어보니 요즘 말하는 '자기계발서'의 고전이라고 봐도 좋을만큼 개인의 행복과 성공에 관한 이야기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술한 수많은 책 중에서 이 책을 이번 시리즈의 주제로 선정했고, '행복과 성공에 관한 인류 최고의 고전'으로 이 책을 평가한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고대 그리스의 인물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현대의 자기계발서의 고전을 제시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책을 읽어보니 먼 옛날 고대 그리스에서 쓰인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자기계발서를 연상시키는 구절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의 모든 행위와 선택은 결국 행복을 향한 것이다, 행복을 위해서는 탁월성을 갖춰야 한다, 탁월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한다 등 현대 자기계발서라고 해도 감쪽 같이 속을 만한 경구들을 보며 역시 기본적인 원칙과 철학은 시대를 관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자기계발서의 창시자로 일컫는 사람이 미국의 데일 카네기인데, 최근에 읽은 책들을 보면 그는 결국 자본주의, 산업시대에 한정된 자기계발서를 쓴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특정 시대, 특정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도리와 역할에 관한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근래에 나온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깊이와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고대의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인간에게 있어 더없이 중요한 것은 행복,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며 사는 것이었지만,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를 보면 그저 직장에서 성공하고, 돈 많이 벌고,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팁만 제시된 것도 많다. 인생에는 물질적인 풍요나 남과 비교해서 얻어지는 우월감보다 중요한 것이 많은데 현대인들은 그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전을 읽고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역시 그런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으로서, 자기계발을 위해, 성공을 위해 먼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는 책인 것 같다.

 

+


이렇게 다 읽고보니 미처 못 읽은 공병호의 고전강독 1,2, 그리고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여름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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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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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실용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 알라딘 서재를 비롯하여 여러 외부 블로그에서 이 책을 읽고나서 대청소를 하고, 각종 물건과 책, 옷 등을 처분하면서 정말 '인생이 빛나는' 경험을 했다는 서평이 꾸준히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를 잘 안 하는 사람은 몰라도 청소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왜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내 이야기를 조금 써보자면, 어릴 때부터 이사를 하도 자주 해서 우리 가족은 이사할 때마다, 해마다, 계절마다 대청소도 많이 하고, 짐도 많이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청소할 때마다 청소할 게 너무 많다. 이번에도 큰맘먹고 대청소를 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여름의 끝도 보이는데, 청소의 끝은 왜 보이지 않는 것인가!

 

대청소를 하면서 이 책을 읽어 보니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내는지 알 것 같았다. 제목이 '정리의 마법'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책의 요점은 '정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버리라'는 것이다. 저자 곤도 마리에는 어릴 때부터 노는 것보다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는 별난 아이였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하고 놀다가 학급 문고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교실로 뛰어들어갈 정도였다고 하니 어느 정도로 정리를 좋아하는지 알 만하다.) 하지만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짐들을 보며 자기가 정리를 잘 못해서 계속 치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방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한 권의 책을 만났고, 그 책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 책의 메시지는 바로 '버리라'는 것이었다.

 

'버리는' 마법을 깨달은 저자는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는 기준은 '마음이 설레느냐'. 기준 치고는 주관적이고 애매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이게 은근히 효과가 있다. (나도 이번에 대청소를 하면서 큰 효과를 봤다.)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서, 남들이 좋다니까, 값이 싸니까, 1+1이니까 등등의 이유로 구매를 결정하고, 결국 안 쓰고 놔두는 물건이 꽤 많다. 이런 물건들, 앞으로 계속 가지고 있어도 다시 쓸 일 없다. 괜히 자리만 차지하고, 기분만 무겁게 만들 뿐이다. 그럴 바에야 깨끗하게 버리는 게 낫다. 버린다고 해서 전부 쓰레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재활용센터나 온라인 중고장처 등도 많으니 이런 곳을 통해 물건들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이력과 정리에 관한 마인드에 대한 내용 위주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리 방법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알다시피 버리는 행위에는 따로 방법이 필요 없다. 그저 버리는 것밖에는.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고 저자의 조언들을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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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라이어 - 전 세계 글로벌 리더 150명을 20년간 탐구한 연구 보고서 멀티플라이어
리즈 와이즈먼 외 지음, 최정인 옮김, 고영건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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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3>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늘신하고 매력적인 참가자들을 보는 재미에 보기 시작했는데(참고로 나는 여자다), 한 회 한 회 보면서 참가자들 외의 요소를 발견하며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심사위원들의 평가. 참가자에 대해 '당신은 이런 점이 좋다, 이런 점이 부족하다'고 평가를 내리는 건, 솔직히 TV를 보는 시청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심사위원은 시청자가 보지 못한 장점을 보게끔 일부러 알려주기도 하고, 결과물이 안 좋아도 '당신은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반면 결과물이 좋아도, 다른 모든 사람들이 칭찬을 해도 '이것이 최선이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현장에서 자신만이 느낀 참가자의 부족한 부분을 질책하는 것이리라. 쓴소리를 한다고, 남들과 다른 소리를 낸다고 자기가 욕 먹고, 악역을 맡게 되더라도 더 큰 가치 -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 좋은 모델을 발굴하는 것 - 을 위해 자신을 죽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본 일이 있던가. 아쉽게도 나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리즈 와이즈먼이 쓴 <멀티 플라이어>에 따르면, 이렇게 자기 능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남의 능력까지 몇 곱절로 끌어올릴 줄 아는 사람을 바로 '멀티 플라이어(Multi-plier)'라고 한다고 한다. 보통 하나만 잘 하기도 벅찬데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을 '멀티 플레이어'라고 한다. 멀티 플레이어는 자기 능력만 뛰어나지만, 멀티 플라이어는 자기 능력도 뛰어나고 남의 능력까지 키운다는 점에서 더욱 유능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멀티 플라이어의 특성과 사례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멀티 플라이어의 대표적인 특성을 나열해 보자면, 먼저 리더로서 너무 나서지 않고 팀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기, 실수에 관대한 대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기,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기 등이 있다. 글로 쓰기는 쉽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행하기는 참 어려운 덕목들이다. 멀티 플라이어의 반대 개념인 '디미니셔'의 특성도 같이 소개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현실에는 멀티 플라이어보다 디미니셔가 더 많은 것 같다. 팀원이나 부하의 능력을 믿지 못하고 일일이 간섭하는 리더, 작은 실수라도 가혹하게 비난하는 리더, 팀보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 나는 어떤 유형의 리더이고 상사인지(였는지)도 되돌아보게 된다.

 

멀티 플라이어라는 개념에 관한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간결한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점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소개된 사례가 파편적이라는 점. 지난 달에 읽은 <인사이드 애플>에서도 보았듯이 현대 경영 이론과 실제 기업의 성공 사례는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애플만 하더라도, 故 스티브 잡스는 '독재자'라고 불릴 만큼 멀티 플라이어라기보다 디미니셔에 가까운 리더였지만, 기업 전체로 봤을 때는 가장 효율적인 관리 기법을 선보인, 성공적인 리더로 평가 받는다. 일개 팀이나 조직에 있어서는 멀티 플라이어 형 리더가 유용할지 몰라도, 조직 전체, 기업 전체로 봤을 때는 어떤지, 또 프로젝트, 사업 단위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유용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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