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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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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한 해의 시작이니까,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니까 등등의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사람 참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성공 못한 사람들은 가을에 도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 가을에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다. 날씨가 서늘해져서 따뜻한 음식을 더 찾게 되고, 매운 음식은 매운 음식대로, 단 음식은 단 음식대로 여름보다 더 맛있다. 가장 큰 고비는 뭐니뭐니해도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일찌감치 명절 음식 준비하면서 먹고, 명절이라고 먹고, 명절 끝난 다음에는 음식 치운다고 먹다보면 살은 모르는 새에 찌게 마련이다. 체중계에 올라가면, 아니 늘어난 살만 봐도 한숨이 푹푹 나오고 당장 살을 빼야 한다는 결심이 서지만, 결국에는 이 달콤한 말 한 마디에 오늘도 먹고 내일도 또 먹는다. 오.늘.까.지.만.

 

사실 이 '오늘까지만 먹겠다'는 말도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말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참 많은 거짓말을 한다. 내일부터는 운동을 꼬박꼬박해야지, TV는 몇 시까지만 봐야지, 오늘까지만 늦게 자고 내일은 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등등. 가끔은 남한테도 거짓말을 한다. 싫은데 좋다고,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착한 사람인 척 하는 거짓말. 싫어져서 헤어지는 건데 사랑하니까 헤어져야 한다는 희망고문. 이 정도 사소한 거짓말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며 쉽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소한 거짓말을 수 천, 수 만 명이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회사에서, 금융가에서, 정부에서....!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의 신작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사소한 거짓말이 낳는 엄청난 폐해에 관한 책이다. 최근 몇 년 간 경제학계의 대세는 행동경제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고전파 경제학의 기본 전제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인간의 비합리성과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경제학의 하위 분야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위 중에서도 거짓말에 주목했다. 왜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경제학을 떠나 윤리학, 심리학에서도 궁금해할 법한 주제다.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이유와 결과를 비용편익분석, 퍼지요인 이론, 이익충돌 등 경제학적인 차원뿐 아니라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자기기만 등 심리학적 차원, 사회적 전염, 사회적 의존 등 사회학적 차원 등으로 다양하게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같은 심리적 차원의 분석이 아주 재미있었다.

 

자아고갈은 쉽게 말해서 이런 현상이다. 대학 시절, 강의 초기에는 앉을 자리 없이 빽빽했던 강의실이 시험기간만 되면 텅텅 비었다. 교수님이 이유를 물어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를 댄다. 왜 대학생 손자, 손녀를 둔 할머니들은 유독 시험 기간에 많이 돌아가시는 걸까? (물론 강의를 듣는 대신 시험 공부를 하거나 쉬기 위한 거짓말이 분명하다. 그 중에는 진짜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는 그 이유를 '자아고갈'이라고 분석했다. 자아고갈은 심리적 압박이 극도에 달해 도덕성이나 자기통제력이 고갈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평소 같으면 안 했을 거짓말도 쉽게 해버린다는 것이다.

 

자기신호화의 예로는 소위 말하는 '짝퉁'을 들 수 있다. 저자의 실험에 따르면 진짜 명품을 들고 있는 사람에 비해 짝퉁을 들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가짜 명품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가짜, 즉 거짓말을 하도록 자기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기 쉽다는 설명이다. 하기야 거짓말을 한 번 하기가 어렵지, 한 번 한 사람이 두 번, 세 번 하기는 쉬울 것이다. 가짜를 진짜인 양 들고 다니는 것도 거짓말이라면, 짝퉁을 들고다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 이해가 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거짓말에 관해 분석한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요즘 나오는 경제학 서적 중 대다수가 심리학과 접목하거나 도덕, 윤리에 관해 논하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경제학과 심리학에 베이스를 두면서 도덕, 윤리적 문제를 논했다는 점에서 요즘 트렌드에도 잘 맞는 책인 것 같고, 특히나 금융위기와 각종 부정 사건으로 인해 재계, 금융계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아도 시의적절한 테마를 다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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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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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즐겨 보지 않는 내가 오랜만에 드라마에 푹 빠졌다. 바로 장안의 화제 <응답하라 1997>. 1997년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즉 '초딩'이었으니 드라마 속 고등학생들과 같은 세대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 주변에도 H.O.T와 젝스키스를 좋아하던 친구들이 있었고, <슬램덩크>와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을 보았고, '양파'라는 이름이 신기했고, '얼굴 없는 가수' 조성모의 얼굴이 궁금했고, <별은 내 가슴에>와 <신데렐라>를 모두 본방사수했던, 세상 일에(주로 연예계) 관심 많은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무척 공감하며 보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그 때 그 시절의 풍경과 유행했던 것들을 보면서 새삼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은 그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일단 몸이 변했고,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주변 사람들, 세상을 보는 눈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도 이제까지 살면서 인생을 좌우할 만한 큰 사고나 사건은 없었지만, 그 때로부터 무려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 곁을 작은 바람들이 무수히 지나며 내 몸을 수없이 흔들었던 탓일까.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의 신작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바로 이런 - 아이가 어른으로 커가면서 느끼는 성장통과, 겉만 자란 '어른아이'들의 고민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내용이나 구성만으로 보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많이 닮았다. 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주로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20대 청춘들이 대상이라면, 이 책은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층, 그리고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아직도 아잇적 상처를 안고 있는 직장인, 은퇴자, 전업주부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 책에는 어른이 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크고 작은 위기와 시련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느끼는 무력감,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서러움,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받지 못하고, 함께 있고 싶은데 함께 있지 못하는 데서 느끼는 쓸쓸함, 여자라서, 남자라서 느끼는 한계... 그 모든 시련들을 저자 김난도는 '바람'이라고 명명하고, 이 바람들을 견뎌냄으로써 튼튼한 고목으로,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니 자연히 이제까지 나를 흔들었던 무수히 많은 작은 바람들이 떠올랐다. 중학교 운동장에서 친구와 배드민턴 실기 연습을 할 때 셔틀콕을 싣고 날라주었던 바람, 방송반 모임을 마치고 교문 앞에서 친구들과 붕어빵을 사먹을 때 차갑게 불어댔던 야속한 바람, 입시제도가 추첨제로 바뀌는 바람에 1지망으로 썼던 고등학교는 떨어지고 16 지망으로 썼던 고등학교에 붙어서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석했던 날에 불어왔던 바람, 대학교 첫 엠티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불었던 바람, 알바 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불었던 바람, 소중했던 사람과 함께 걸으며 맞았던 바람, 마지막으로 본 날 불었던 바람, 바람...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는 서정주의 유명한 싯구처럼, 나를 키운 것 역시 팔할은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바람이 불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바람으로 인해 내가 전보다 더 단단하게 여물어지고 성숙해졌다는 것. 지금 불고 있는 바람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 바로 그것이 아닐까.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어른이 아니라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그 때의 흔들림이 '지극히 당연한 어른 되기의 여정' 이었다는 저자의 말을 믿어보고 싶다.

 

 

 


사실 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었을 때만 해도 란도쌤은 우리나라 최고 대학 법대 출신에 교수라는 위치에 있는 분인 만큼 나 같은 ‘잉여 청춘’에 대한 시각이 보통 사람들과 같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신간을 읽으면서 란도쌤도 전셋집 구하느라 애먹고, 부모님 생각에 아프고, 자식 걱정을 하는 보통 사람이라는 점이 엿보여서 재미있기도 하고, 따뜻하고 정감 있게 느껴졌다.

 


돌아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른이 전문 분야나 업적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어떤 직업인, 사회인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선생님께서 생활에 대해, 인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를 계속 들려주셨으면 좋겠다.

 

 

 

 

청춘은 젊음이 자연스레 가져다주었는지 모르지만 어른은 다릅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학교를 졸업한다고, 절로 어른이 되진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흔들리며 조금씩 삶을 배워나가면서, 꼭 그만큼씩만 어른이 됩니다. (p.9)

 

지금 취업을 못 하고 있다고 해서 인생이 멈춰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버스는 가고 있습니다. 다만 서서 가야 하다보니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p.34)

 

'아, 내 안에 아직도 열지 않은 서랍이 많구나.'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조심스럽게 자기 내면의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확인하고, 또 그 안에 새로운 것을 담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p.52)

 

내가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면서 더 풍요한 존재가 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평판이 아니라, 나라는 이름의 초인에 끊임없이 다가가려는 시도들이 나의 가치를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시도하는 그 무엇이다. (p.82)

 

꿈은 결코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는 건 항상 당신 자신이다. (p.98)


우리는 서로에게 달 같은 존재다. 계속 같은 반구만 보여준다. 가장 밝은 면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어두운 뒷면은 볼 수가 없다. 내 어둠을 아는 것은 나뿐이라는 사실은 하나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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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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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유일하다시피 관심을 가지고 신간이 나오면 살펴보게 되는 작가가 바로 김연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분위기가 좋아서? 글이 좋아서? 아무튼...... 김연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가 한국의 무라카미 하루키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사건에서 시작하여 급물살을 타듯이 큰 주제로 나아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도 그렇고, 담담하고 간결한 글의 느낌도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자국 문학의 한계를 뛰어 넘어 이국적인 것, 외국의 것을 글 속에 도입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닮았다. 한국 문학이 앞으로 세계에 더 알려졌으면 좋겠고, 한국 문학의 장르와 내용이 보다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김연수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의 신작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역시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외국으로 입양된 여인 카밀라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그의 단편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도 입양아가 한국에 와서 부모를 찾는 비슷한 설정이 있었다.) 작가인 카밀라는 의뢰받은 글을 쓰기 위해 사진 한 장만 달랑 들고 사진 속 어머니의 땅 한국을 찾는다. 그녀는 수소문 끝에 사진에 관한 정보와 어머니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되고, 상상조차 하지 않은, 자신의 출생에 관한 무서운 진실을 알게 된다.

 

후반으로 갈수록 카밀라보다는 카밀라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내용이 주가 되는데, 이 때 카밀라가 아닌 다른 화자의 입을 빌어 서술되는 점 역시 신선했다. 카밀라만 보면 단순히 입양된 여자가 어머니를 찾는 이야기다. 하지만 후반부는 다른 화자의 입을 빌림으로써 사건의 진실이 객관적인 르포가 아닌, 여인의 원한 서린 비가(悲歌) 같은 느낌으로 절절하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카밀라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는 큰 줄거리 속에 노동자와 사주 간의 대립,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 사람 사이의 소통이 단절되고 끝내 부재하는 현상, 고독의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어우러진 점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의 삶은 언뜻 섬처럼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와 사건의 중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생각해보니, 카밀라는 우리말로 '동백' - 추운 겨울에 눈부시게 붉은 빛깔을 뽐내는 꽃의 이름이다. 도무지 꽃이 필 수 없을 것 같은 계절에 피어나는 동백처럼 카밀라는 태어났고, 우리 인간도 도무지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 놓여져도 꿋꿋이 살아간다. 아니, 살아진다. 그것은 인간의 힘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엄청난 사랑과 애정을 쏟아부어준 존재 - 바로 그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언젠가 이 책을 잊어도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던 화자의 말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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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의 독설 - 홀로 독 불사를 설, 가장 나답게 뜨겁게 화려하게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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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서점 한 켠에서 유수연의 첫 에세이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를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유명하지 않은 대학에 재수로 들어가 4학년 때 돌연 유학을 결심, 치열한 유학 생활과 직장 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강사로 변신했고, 현재는 연봉 10억원에 달하는 스타 토익 강사이자 경영자로서 대단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수연. 그녀의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노력이 묻어나는 인생 스토리를 읽으며 나도 많은 자극을 받았고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여전히 정상의 위치에 있고, 나는 대학을 졸업한 뒤 몇 번의 시험에 낙방한 끝에 인생을 좌우할 선택을 했다. 최고의 강사와 바람 잘 날 없는 사회초년생 -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책 한 권을 통해 그녀를 다시 만났다. 바로 그녀의 신간, <유수연의 독설>로.

  

독. 설. '나만의 무대를 세우라'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을 찾았다'던 저자의 예전 저작들과는 다르게 터프하고 비정한 느낌마저 드는 제목이다. 무엇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저자를 이토록 대담하게 바꾸었을까? 책을 읽어보니 저자를 바꾼 것은 다름 아닌 대중이 아닐까 싶었다. 잦은 TV 출연과 강연, 그리고 얼마전 '스타 특강쇼' 출연으로 저자에게 열광하는 팬도 늘었지만, 저자의 솔직하고 대담한 화법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늘었다고 한다. 그런 시선 앞에, 저자는 피하거나 숨는 대신 당당히 맞서는 쪽을 택했다. 대중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착한 척, 겸손한 척 하는 대신, 나는 이방인이다, 행복한 마이너리티다, 고독한 승리자다, 내가 이렇게 성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 - 이렇게 반문하는 것이 '유수연 스타일'이다.

 

저자의 글 속에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보면서 일련의 대립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중, 다수, 구속, 개성 상실, 비겁함. 그리고 그에 맞서는 고독, 자유, 만족, 행복, 개성. 유수연은 단연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다. 대중의 뜻에 따르지 않아 욕을 먹고 시기와 질투를 받아도, 비겁하게 그들의 기대에 맞추거나, 학교나 회사 같은 더 큰 권위에 기대는 대신, 자기 이름 석자를 믿고, 인생을 증거로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고독하지만 행복한, 이 세상에 몇 안 되는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앞으로 이 사회에 힘이 되어줄 20, 30대 젊은이들에게, 무한 가능성과 능력이 있음에도 주저앉아 있는 청춘들을 위한 채찍이다. 당근은 없다. 그들의 당근은 감히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당근, 즉 그들의 미래는 내 능력보다 더 원대하다. 젊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무한대이며 그들의 파괴력은 함부로 가늠하거나 논할 수 없다. 이 시대의 청춘들은 약자가 아니다. 단지 아직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한 것뿐이다. (서문 중에서)

 

 

'과연 독기를 가지고 사는 것이 좋은것인가'라는 식으로 방어하지 마라.

그럼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평생을 흐리멍덩하게 사는 것은 좋은 것인가? (P.58)

 

 

그대가 할 일은 그대가 찾아서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가 해야 할 일이 그대를 끝까지 찾아다닐 것이오. -조지 버나드 쇼

 

 

노력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것을 노력해서 해내는 것이다. 나의 노력이 내 방 안에서, 혹은 자기만족에서 끝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빛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노력들에 대해 먼저 증명해야 한다. (P.93)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애플사의 창업주인 故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와 일치하는 부분을 몇 가지 발견했다. 유명하지 않은 대학을 나와 자기 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비슷하고, 젊은이들의 멘토라는 점도 같다. 정상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도전을 시도하는 점은 'stay foolish, stay hungry' 정신과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점은 MBA를 나온 경영학도이면서 오랜 유학생활로 영어를 잘하는 데다가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점을 접목하여 자기만의 영어 강의 사업을 시작한 저자의 인생 궤적이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 나온 'connecting the dots' 스토리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살면서 지나왔던 궤적들을 이어 인생으로 연결시킨다는 뜻의 'connecting the dots' 스토리는 그냥 들으면 아주 멋진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이를 자기 삶에 적용하는 것은 매순간 최선을 다 하고, 잘났든 못났든 자신의 삶의 파편들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기 삶을 참 알차고 단단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다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분다 해도 쓰러질 걱정이 없기에, 쓰러진다 해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기에, 남의 눈과 입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독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보통 독설 하면 독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책은 독보다 '설(說)'이 남은 케이스다. 앞으로 저자 유수연의 활약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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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라딘에서 책을 왕창 질렀다.

그래봤자 얄팍한 지갑 사정 탓에 몇 권 밖에 못 샀지만,

한 두 권씩 사다가 여러 권을 샀으니

'왕창' 질렀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아님 말고)

 

택배 기사님의 '택배 왔습니다' 소리에 신나게 달려 나가서 

상자 전달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 보았는데

영 포장이 허술한 점은 아쉬웠다.

 

뽁뽁이 포장지로 한 권씩 꽁꽁 싸매져 있길 기대한 건 아니지만,

포장 '옷'도 없이 책만 덜렁덜렁 들어 있으면

책이 홀딱 벗은 채로 먼 길 온 것 같아서 민망하고 섭섭하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한권 한권 살펴보니

흠 하나, 구김 하나 없는 것은 불행 중 다행.

 

 

이번에 내가 가장 기대한 것은 그 어떤 책도 아닌 

바로 이 알라딘 노트!

 

주문 직전까지 어떤 디자인으로 고를까 무지하게 고민했다.

줄 없는 노트는 잘 못 써서 일단 여섯 권 중 세 권은 불합격,

나머지 세 권 중에서 하늘색이랑 요 검정색을 두고 고민했는데,

내 변덕스런 성격에 하늘색은 무늬도 요란스럽고 금방 질릴 것 같아서

심플한 검정색으로 골랐다.

 

표지 디자인도 예쁘고, 노란색 끈도 예쁘고,

나쓰메 소세키도 좋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도 좋아하니까 겸사겸사 잘 고른 것 같다.

(적어놓고 보니 이렇게 좋아할 만한 점이 많은데

애초에 하늘색 표지랑 고민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처음부터 이거 할 걸)

 

근데 내 마일리지 2천점을 내고 받는 건데 '선물'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

명색이 '선물'인데 2천원을 받으면

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모양 빠지고 받는 사람도 김 새는 것 같은데...

정가 만 2천원 중에 2천원 받느니 그냥 주면 안 되나...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이 노트 매우 마음에 든다.

지금 쓰는 노트 다 쓰면 책 노트로 써야지~ 루루루♪ ^-----------------^ 으하하하

 

 

알라딘 노트 받은 김에

이제까지 알라딘에서 받은 aladiner's only 선물을 모아서 찍어봤다.

 

알라딘 이용한지 오래 되지도 않았고 전

전에는 이런 선물에 욕심을 안 내서 이런 선물(!)을 모으는 재미를 몰랐는데

하나 둘 받다보니 안 받고 지나가면 괜히 서운한(?) 마음도 들고 그렇다.

머그잔 두 개는 연필꽂이로 쓰고 있고, 달력은 달력대로 잘 쓰고 있고, 텀블러도 잘 쓰고 있다. 노트도 잘 쓸 듯.

 

 

이번에 산 책들.

 

맨 위의 책은 정혜윤 신작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나는 왜 이 제목이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랑 비슷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무튼 정혜윤 씨 책은 처음 읽어보는 건데 괜찮아서 앞으로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그 밑에는 오에 겐자부로의 칼럼집 <회복하는 인간>.

얼마전에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일단 에세이집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 밑의 세 권은 요즘 돈이 생기는 대로 콜렉트하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

 

그리고 맨 밑에는 류시화 옮김 이라는 설명에 혹해서 산 반값 도서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모아놓고 보니 표지등 색깔이 비슷비슷해서 신기하다.

내용은 퍽 다르지만.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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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09-10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컵 두 개, 텀블러까지 우리집에도~~ 어쩜 알라디너들 집 분위기는 비슷하지 않을까요? ㅋ

키치 2012-09-11 19:2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럴 것 같아요 ^^
알라딘 마크가 찍힌 컵, 텀블러, 달력을 보면
어느새 알라디너 다 되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