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있는 식탁 -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의 사람 그리고 음식 이야기
박미향 글.사진 / 인디고(글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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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에 대한 관심만큼 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텔레비전만 봐도 몇 년 전까지는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정도가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음식에 대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케이블 음식 전문 채널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방영되었던 '마스터 셰프 코리아', 일명 '마셰코'의 인기는 주목 할 만하다. 요리 잘 하는 연예인은 물론 연예인 뺨 치게 인기가 높은 '스타 셰프'들의 등장도 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 한몫 했다.

 

출판계도 맛에 주목하고 있다. 예전에는 맛에 대한 책, 음식에 대한 책 하면 요리책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맛과 음식에 관한 책이 나온다. 가령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 등 음식에 관한 소설은 참으로 많고, 얼마 전에 읽은 황경신의 <위로의 레시피>, 일본 작가의 <도시락의 시간>,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 등을 음식에 관한 에세이로 들 수 있다.

 

<인생이 있는 식탁> 역시 음식에 관한 에세이다. 음식에 관한 책이 요즘 하도 많이 나와서 '또야?'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책은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다. 바로 '직접 가서 먹을 수 있다'는 점. 어떤 책은 소개된 음식이 너무 비싸거나, 파는 곳이 외국에 있거나, 이제는 아예 사라져서 먹어볼 수도 없는데, 이 책에 소개된 음식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먹을 수 있고, 추천한 음식점도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있어서 가까운 곳은 바로 달려갈 수도 있다. (나도 가까운 곳 몇 군데를 골라 놓았다. 주말에 가봐야지ㅎㅎ)

 

저자 박미향은 사진기자로 기자생활을 시작하여 현재 한겨레신문사 문화부에서 '음식 기자'로 일하고 있는 분이다. 사진기자 출신이라고 해서 사진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지 않고 글 위주로 되어 있는 점이 신선했다. 특히 글 한편 한편이 읽기가 쉽고 재미있어서 글의 맛, 이른바 글맛이 쏠쏠했다. 알고보니 이미 세 권의 책을 내셨고,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출연한 경력도 있을만큼 유명한 분이시라고. 글의 내공, 맛의 내공이 장난 아니다 싶었는데 역시나 싶었다.

 

이 책의 특징 또 하나는 소개된 음식의 버라이어티가 넓다는 것이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을 총망라하는 데다가, 한식만 해도 비빔밥, 대구탕, 곱창, 닭튀김 같은 일반적인 음식부터 삼치회, 생멸치조림, 고기국수 같은 지역색이 묻어나는 음식까지 다양하다. 양식 또한 건대입구에서 맛볼 수 있는 파스타, 서울 도심에서 유럽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벨기에 와플, 코코뱅 같은 낯선 프랑스 요리에 심지어 와인까지 소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에 곁들여져(!) 등장하는 인물들의 범주도 버라이어티 하다. 지인의 가족, 가까운 친구는 물론 (내가 요즘 푹 빠져 있는 ㅎㅎ) 소설가 김중혁, 거기에 안철수 후보와의 웃지 않을 수 없는 일화까지...!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음식으로 풀어내니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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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10-1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의 내공, 글맛이 쏠쏠한 책이라니 구미가 당깁니다.
그나저나 키치님 글맛과 내공도 만만찮네요. 발견하는 기쁨이랄까요.

키치 2012-10-22 18:27   좋아요 0 | URL
이 책 저자는 음식기자님이라서 그런지 글을 맛나게 잘 쓰시더라구요.
아직은 이렇게 글 잘 쓰시는 분들 보며 배우는 수준이지요... ^^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힘이 나네요!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 - 400명의 억만장자.CEO가 털어놓는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9
제프 스마트 & 랜디 스트리트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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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어떤 승부에 임하든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을 취업 문제에 적용하면, 취업준비생에게 있어 피(彼), 즉 적은 지원하는 기업 내지는 해당 기업의 인사 담당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인사 담당자가 어떤 기준으로 채용을 결정하는지를 알면 취업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봐도 무작정 나의 이력과 장점만 나열하다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처음부터 해당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채용을 하는지를 철저히 분석하여 그에 맞춰 대비하면 훨씬 효율적일뿐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미리 그 기업이 자신에게 맞는 곳인지 아닌지도 탐색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400명의 억만장자 CEO가 털어놓는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 는 제목 그대로 전세계 400명의 억만장자와 기업인의 채용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기업의 입장에서 최적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 책이다. 저자 제프 스마트와 랜디 스트리트는 세계 1000대 기업에서 신생 기업까지 1만 개가 넘는 기업에 컨설팅을 해온 경영 컨설턴트로, 지금까지 수많은 경영자들을 만나면서 조사한 결과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매출신장도 아니요, 이윤 확대도 아닌, 바로 '채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후 그간의 컨설팅 경험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캐플런 교수의 이론을 결합하여 'A method(A기법)'라는 채용 툴을 개발했다. 이 방식은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채용 툴이며 성공률 90%를 보장하는 획기적인 기법이다.


'A 기법'은 평가표, 탐색, 선발, 설득 - 이렇게 네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평가표는 기업이 채용에 앞서 원하는 인재상과 필요한 직무능력을 고려하여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툴이다. 지원자가 내는 이력서는 주관적인 장점만 나열되어 있어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평가표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업이 꼼꼼히 읽지 않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이는 건 시간 낭비라는 뜻 같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기업의 관점에 맞추어 구체적이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하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탐색 단계는 기업의 내, 외부에서 인맥이나 인재 풀(pool)을 활용하여 수시로 채용하는 단계다. 최근 공개 채용보다는 수시로 인재를 찾고 고용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선발 단계는 일반적인 면접 단계다. 지원자와 고용주가 일대일로 만나는 단계인만큼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여기 소개된 채용 기법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흔히 '압박 면접'이라고 알려진 면접 기법과 유사하다. 지원자에게 이 압박면접은 말 그대로 '압박'이지만, 고용주에 입장에서 보면 회사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한 절실함의 발로다. 나를 공격하고 당황시키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궁합이 맞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야겠다. 설득 단계는 채용한 인재를 기업에 끌어오는 과정이다. 책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 어렵게 채용을 한 인재가 다른 기업을 선택하지 않도록 '구애'하는 과정이 눈물겨울 정도였다. 그렇게 끌어들인 인재가 기업에 수백, 수천배의 이윤을 가져다주기도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나는 아직 채용을 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채용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읽을수록 채용이라는 문제가 채용되는 사람보다도 채용하는 쪽에게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채용되는 사람, 즉 고용인은 채용이 되든 안되든 자기 안위만 신경쓰면 될 일이지만, 채용하는 고용주는 채용된 사람의 실적과 기여도에 따라 기업의 당장 실적은 물론 향후 전망까지 달라지는만큼 채용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마침 최근 자기 사업을 하는 분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사람 뽑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새로 뽑힌 사람이 얼마나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 뽑히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때에는 최대한 내 장점만 어필해서 일단 채용이 되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였는데, 뽑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부터는 장점이든 단점이든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보면 채용은 '결혼과 비슷한 문제(p.87)'라는 말도 나오는데, 거짓된 모습을 보였다가 나중에 후회하느니 처음부터 안 맞는 부분은 터놓고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결국 채용도, 경영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기업이라는 곳도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다. 아무리 많은 보상이 주어진들, 아무리 좋은 경영기법이 개발되고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이 나쁘면, 사람이 싫으면 고용주나 고용인이나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 하나 잘못 뽑으면 그 피해는 연봉의 15배다', '일이 아니라 사람이 핵심이다' 라는 경영자들의 한숨 섞인 말이 허공을 맴돌지만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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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슈퍼사이클 - 불황, 호황 상관없이 시장의 순환에 따라 돈 버는 투자전략
데이비드 스카리카 지음, 송경헌 옮김 / 위츠(Wits)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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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은 정치외교학이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나름대로 큰 포부를 가지고 전공에 임했지만, 알려져 있다시피 정치외교학이라는 전공을 직업으로 살리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좋아서 선택한 전공인만큼 학부 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공부한 내용은 의외로 다양한 곳에서 '써먹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경제에 대한 화제가 나올 때다. 대학 시절 전공 과목으로 지정학 수업을 들었는데, 어느 날 수업 중간에 교수님이 한 선배가 대학 다니는 내내 공부를 안 했는데도 국제정치에 관한 책 한 권을 마스터하고 투자금융사에 들어갔다는 말씀을 농담 섞어 하셨다. 국제정치를 공부해두면 금융 및 세계 경제를 이해하는 데에도 남다른 감각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들었는데, 나중에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님 말씀이 참 옳다고 느꼈다. 정치외교학, 그 중에서도 국제정치학 시간에 배운 내용은 경제학에 접목할 거리가 많고, 그럴 때마다 경제학만 배운 사람들로부터 '신선하다, 독특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레이트 슈퍼사이클>도 그런 맥락의 책이다. 저자 데이비드 스카리카는 1998년 첫 저서 <주식시장의 공포! 다가오는 약세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에서 다가오는 경제 상황을 훌륭하게 예측한 것을 계기로 여러 투자정보지의 집필가로 활약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신간 <그레이트 슈퍼사이클>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초대형 순환을 예측하고 발빠르게 준비하라'는 것.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의 흐름은 몇 십 년 간격의 거대한 순환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순환의 흐름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초대형 순환에 대한 이론은 국제정치학에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모델스키 같은 수많은 학자들이 초대형 순환에 관한 이론을 발표했고, 이 흐름을 따라 세계경제는 물론 국제정치의 패권이 바뀐다는 것을 주장했다.

 

저자가 보기에 현재 초대형 순환의 방향은 2차 대전 이후 60여 년이 넘게 세계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해 온 미국의 파워가 감소하고 있으며, 그에 반해 중국과 인도 같은 아시아의 신흥 세력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았다. 미국의 침체는 향후 몇 년 간 피할 수 없는 흐름인데, 그 중에서도 중산층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산층의 부채 증가는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는 재정 적자를 피할 수 없고 가뜩이나 높은 정부부채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는 좀처럼 활황이 되기 어려우니 적어도 향후 5년 간 주식 투자는 피하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반면 아시아의 파워는 앞으로 계속 상승할 것인데,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 시장은 막강한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과 우리나라, 대만 등도 투자 대상으로 적합한 나라로 분류했다. (p.301)

 

저자는 주식 투자를 피하는 대신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첫째는 금과 은. 이미 언론을 통해 금과 은을 비롯한 귀금속, 광물 투자가 각광 받고 있다는 보도가 수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직도 금과 은이 저평가 상태라고 예측했다. 둘째는 상품투자, 셋째는 국제투자이다. 저자는 '비관을 사라'며, 비관적일만큼 저평가된 시장을 찾아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의 타타 자동차다. 저자는 타타 자동차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전에 이미 이 기업을 발견하고 투자를 한 경험이 있다. 투자 당시 '인도산 자동차를 누가 사냐', '밥을 굶을 만큼 가난한 인도 사람이 자동차를 사겠느냐' 등 비관적인 조언이 잇달았지만 과감하게 투자했고,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매도를 빨리 해서 안타까울 지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타타 자동차 건만큼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국제 정세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시장 전체를 관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초보자가 저자의 말만 믿고 '비관을 산다'며 무작정 투자를 했다가 쪽박을 차는 경우는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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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식사전 - 최신 개정판 길벗 상식 사전
백영록 지음 / 길벗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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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직장 관계나 학교 문제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2~3년에 한 번씩은 이사를 해야 했다. 남들 다 있는 동네 친구도 없고, 고향이나 오래 산 동네에 대한 기억이 없는 점은 늘 아쉽다. 하지만 그 덕분에 부모님 손 잡고 흔히 '복덕방'이라고 불리는 동네 부동산에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드나든 덕분에 부동산에 대해 친숙하게 느끼게 된 점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최근 지인이 꼼꼼히 확인하고 부동산 계약을 했는데도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부동산 계약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찾은 책이 길벗에서 나온 <부동산 상식 사전(최신 개정판)>이다. 2008년 초판이 나온 이후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이번 2012년도 개정판이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와 정확도가 높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저자 백영록은 공인중개사와 법률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부동산 전문가이다. '중개사는 경제 치료사'라는 마음으로,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간절한 마음과 정성을 알 수 있었다. 부동산에 관한 지식을 이 책 한 권으로 다 얻을 수 있겠다 싶을만큼 내용이 체계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데다가, 일반 주택 및 상가, 토지는 물론 경매에 관해서까지 소개가 되어있어서 부동산을 처음 접하는 독자부터 부동산 고수들까지 두루두루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공인중개사인 저자가 부동산 광고를 믿지말라니... 부동산 업계에서 냉대 받을 소리가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요즘도 거리나 지하철, 무가지 신문 등에서 허위, 과장된 부동산 광고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 집, 그 땅, 그 상가를 지금 사면 당장이라도 대박이 날 것 같은 광고 문구를 보며 '나도 한 번 투자해봐?' 하고 마음이 흔들린 적 있는 분들, 꽤 있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는 한두푼이 아니라 자기 재산의 일부분을 투자하는 큰 거래인만큼 무작정 남의 말만 믿고 성급하게 거래해서는 안 된다, 관할 행정기관에서 해당 물건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거래를 결정한다면 당장 발품은 들겠지만 여차했다가 생길 수 있는 큰 손실이나 위험은 막을 수 있다.

 

'전세가 나을까? 월세가 나을까?' 부동산에 관한 고민 중 1,2위를 다투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1위는 아마도 '지금 살까? 팔까'?) 뿐만 아니라 집 장만하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 및 절차, 집 구하는 요령, 집 보러 다닐 때 꼭 따져야 하는 체크리스트, 중개수수료 책정하는 방법, 못된 집주인에 대처하는 방법, 보증금 문제 등 부동산에 관련된 궁금증과 기초적인 상식이 A부터 Z까지, 마치 네이버 지식IN처럼 자세하게 나와 있다.

 

부동산 초보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집 사기 전 필수 확인 서류들이다. 대학생이나 갓 사회에 나온 사회인, 신혼 부부 등 부동산 계약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은 부동산 집 구하는 것보다도 각종 법률 및 세무 문제가 뒤따르는 계약 절차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절차를 제대로 모르거나 어려운 법률 용어 및 세무 용어의 벽에 부딪쳐 중요한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기를 당하고 큰 돈을 잃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보일수록 먼저 부동산에 관한 기초 상식을 알고 계약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큰 문제라고 해서 마냥 부모님에게 맡기거나 (결혼한 여성이라면) 남편한테 일임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닌 것 같다.

 

일반적인 주택 매매 외에도 임대수익을 원하는 베이비부모 세대가 늘면서 각광받고 있는 상가 투자, 토지 투자 및 경매 투자에 관한 내용도 나와 있다. 이런 재테크 목적의 투자 역시 거액의 돈이 왔다갔다 하는 거래인 데다가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지인의 소개, 부동산 업자의 추천만 믿고 겁없이 덤벼들지 말고 이런 책을 통해 본인이 직접 공부하고나서 투자에 임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 것이다.

 

부록 CD에는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부동산 서식 103종이 들어있다. 기본적인 부동산서류부터 전월세 계약, 매매계약, 상가, 토지, 경매 관련 서류까지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어서 말 그대로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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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의 심리학 - 모두가 다 루저야, 미래를 향해 달려!
신승철 지음 / 삼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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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심리학이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가정폭력이나 학원폭력,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같은 개인적인 영역에 국한하여 분석하는 학문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범위를 넓혀 분석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가령 정혜신 정신과 박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집단 심리치료한 사례를 들 수 있는데, 노동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가 개인에게 가하는 정신적인 악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사회 구조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일방적이라고 보았단 반면, 최근에는 개인의 병든 심리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싸이코패스)

 

'루저(loser)' 문제도 개인의 심리라는 측면과 사회 구조의 병폐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루저'는 몇 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모 여대생이 특정 신장에 미달하는 남성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하여 화제가 된 말인데, 최근에는 신장뿐 아니라 학벌, 외모, 직업, 재산 등 여러 측면으로 보아 미달하고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학벌이든 외모든 뭐라도 하나 빠지는 사람이 루저라면, 이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소위 '스펙'을 전부 갖춘 '엄친아', '엄친딸'은 우리 사회에 0.001%도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의 99.99%가 루저인 사회, 이런 사회를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루저의 심리학>의 저자 신승철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한국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루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심리를 분석한 뒤 임상 실험을 통해 그들의 삶을 바꾸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루저라는 주제 자체는 처음 보는 것이 아니지만 사회적인 이슈로 볼 수 있는 문제를 개인의 심리 차원에서 접근한 점이 신기했고, 막연한 서술이 아니라 저자가 피험자들과 직접 일대일로 만나 임상 실험을 하는 과정이 담겼다는 점이 신선했다.

 

이 책에 나오는 루저는 꿈루저, 외모루저, 돈루저, 실업루저, 빚루저, 학벌루저, 주택루저, 직장루저 등이다. 용어 자체는 낯설지만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일상에서 한두번쯤은 만나봤을 인물군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꿈루저' 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꿈루저는 말 그대로 꿈이 없는 사람인데, 자신의 꿈을 찾고 몰두하는 대신 연예인, 드라마 이야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상만 해도 그런 사람들이 아주 많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연예인의 가십과 드라마 줄거리에 인생을 맡기는 사람들. 'TV가 대신 꿈을 꿔 줘요'라는 피험자의 말은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는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현재의 사회는 거대 구조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계 부품들의 연결 방식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사회이며, 그렇기 때문에 <u>작은 기계 부품이 색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회임을 알 수 있다. ... 색다른 꿈에 따라 전체의 방향성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언제든지 가능하며, 이 꿈의 행로에 따라 특이한 삶을 사는 것도 언제든 가능하다.</u> ...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틀 안에서 똑같이 움직여야 할 로봇과 같은 운명에 놓인 것이 아니라 자신마다 특이한 삶의 방식과 특이한 꿈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이 바로 '자신만의 아주 특별한 꿈꾸기'의 순간이자 꿈루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색다른 계기라고 할 수 있다. (pp.53-4)


저자는 책에 나온 실험을 통해 '루저' 문제는 사회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 탓만 하지 말고 일단 나부터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을' 루저'라고 규정짓는 것은 남일 수도 있고 사회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만약 나인 경우에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가령 '꿈루저'라면 꿈이라는 것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것, 손쉬운 것에서 시작하는 방법이 있다. '주택루저'라면 TV에 나오는 멋진 집, 이웃이나 친척이 산 집을 탐할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집의 소중함을 깨닫고, 내가 꿈꾸는 집을 생각하는 방법이 있다.

 

'Why be a runner when you can own the race?''라는 말을 좋아한다. 남의 경기에서 뛰다가 패자가 될 것을 걱정하지 말고 네 스스로 경기를 만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말을 우리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루저가 될 것을 걱정하기 전에, 루저라고 자기 자신을 탓하기 전에 내가 바라는 승자의 모습은 무엇인지, 내가 두려워하는 루저의 모습이 무엇인지부터 아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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