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잊을 사랑이 하고 싶어 2
유우키 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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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는 중3 때 만난 첫사랑 세나가 전학을 가면서 헤어진 이후에도 그를 잊지 못하고 다른 연애를 안 했다. 4년의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시노는 밴드 동아리에 가입하는데 놀랍게도 그곳에 시노의 첫사랑 세나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세나는 과거의 순수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며 노는 날라리 중의 날라리. 시노는 그런 세나에게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멋있어지고 기타도 잘 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설렌다. 세나 또한 시노는 연애 대상이 아니라며 거리를 두면서도 묘한 행동으로 시노의 마음을 자꾸만 흔든다.


유우키 하루의 만화 <너를 잊을 사랑이 하고 싶어>는 요즘 내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이성애 로맨스 만화 중 하나다. 로맨스 만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소위 '나쁜 남자' 캐릭터를 좋아할 때 여주가 남주에 대해 좋아하는 점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점까지 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노는 세나에 대해 좋아하는 점(외모와 기타 실력)과 좋아하지 않는 점(복잡한 여자관계, 사람 헷갈리게 하는 태도)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좋아하지 않는 점을 (세나가) 고치지 않으면 좋아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면이 멋있다. 세나한테 "네가 나한테 상처 줘도 나는 그렇게 쉽게 상처 받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좋았다. 시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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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남자아이 9
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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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있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 사키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여행 끝에 아빠는 사키에게 같이 살자고 말하고, 사키는 고래 밖에 모르는 줄 알았던 아빠의 진심을 깨닫는다. 그러나 여행 전에 엄마에게도 같이 살자는 말을 들었던 사키는 아빠와 엄마 둘 중에서 누구와 사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사키보다 한 학년 위인 마코토와 류지는 슬슬 진로를 정해야 할 시기를 맞는다. 장래를 위해 타지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류지와 달리, 마코토는 대학도 전공도 정한 것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마코토는 사키에 대해 전과 다른 감정을 느끼는데...


<선배는 남자아이> 9권은 인생의 갈림길에 선 사키와 마코토, 류지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린다. 나는 이 만화의 주인공이 마코토라고 생각했는데 후반 전개를 보면 사키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고, 애초에 '선배'라는 단어도 사키 입장인 걸 감안하면 진정한 주인공은 사키인가 싶다. 그래서, 라고 볼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마코토와 류지가 서로 호감을 느끼는 전개였던 것이 갈수록 사키-마코토가 서로 호감을 느끼는 전개로 바뀌어서 혼란스럽다(BL 전개 내놔)... 아무튼 완결 권인 다음 10권에서 사키가 드디어 중대 결정을 내릴 것 같다. 얼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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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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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았는데, 요즘은 곡 하나를 끝까지 듣는 경우가 거의 없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볼 때 정도만 음악을 끝까지 듣는데, 그마저도 정신은 무대에 가 있기 때문에 온전히 음악을 '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고 평소에 아무 음악도 안 듣고 사는 건 아니다. 내가 음악을 듣는 경우는 주로 글을 쓸 때인데(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이 때 듣는 음악은 보사노바나 클래식 곡이 대부분이다. 이 때도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은 모니터 화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온전히 음악을 '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뜬금없이 음악에 대해 생각한 건,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에서 작년에 출간한 앤솔러지 북 <음악소설집>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등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다섯 명이 각각 음악을 주제로 쓴 소설이 담겨 있다. 다섯 편의 소설이 고르게 다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은희경 작가의 <웨더링>이다. 이 소설은 우연히 기차의 4인석에 앉게 된 네 명의 인물이 서로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곡 하나에 대해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구성이 마치 네 명의 연주자가 각자 다른 악기로 다른 곡조를 연주해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콰르텟 연주 같다고 느꼈다.


편혜영 작가의 단편 <초록 스웨터>도 좋았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 <재와 빨강>, 소설집 <아오이 가든>을 읽으며 편혜영 작가는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소설을 주로 쓴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초록 스웨터>는 편혜영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다정함을 넘어 애틋하기까지 한 분위기라서 신선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이런 기획 덕분에 작가로서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동료 작가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작가님들이 하나같이 말씀하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독자로서도 반가운 기획이고, 장르를 좁혀서 클래식, 가요, 록, 힙합 등을 주제로 앤솔로지를 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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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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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마 요코의 에세이집 <바다를 주다>에 대해 알게 된 건, 몇 년 전 아침 NHK 뉴스에서 이 책이 그 해의 서점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여러 문학상 중에서 서점대상은 독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서점인들이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독자들이 읽고 좋아할 만한 책을 뽑을 것이고 그만큼 잘 읽히고 재미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게다가 이 책의 한국어판 추천사를 쓴 분들은 내가 좋아하는 이다혜 작가님과 오지은 작가님!!! 읽어보지 않을 수가... (라고 한 것 치고는 출간된 지 2년이 넘은 시점에 읽었지만... 책은 신간일 때 샀어요 ㅠㅠ)


서점대상 수상작이라는 정보 외에 이 책에 대해 아는 건 오키나와의 환경 파괴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 정도였는데, 책을 펼치자 예상치 못한 저자의 개인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전남편의 외도로 첫 번째 결혼 생활을 끝낸 저자는 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딸 후카를 낳고 고향의 대학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행복한 결말 같지만, 저자의 일상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저자가 살고 있는 오키나와 자체의 문제 때문이다. 


저자가 어릴 때에도 오키나와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영토로 병합되기 이전에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 국가였다. 병합 이후 오키나와는 일본 정부로부터 동화 정책을 강요 받는 한편 미군 기지 건설 같은 문제를 떠안았다.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은 소음 공해, 환경 오염, 각종 범죄 및 성범죄 등을 일으켜왔는데, 이는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벌어져 온 문제다. 저자는 어른이 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어른이 되어 고향에 돌아온 현재 저자는 어린 딸이 오염된 물 때문에 피부병에 걸릴까 봐 수돗물을 못 쓰고 인근 지역에서 생수를 사다 쓰는 상황이다.


오키나와 사람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이자 여성 문제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만난 여성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가 만난 한 여성은 성폭력 후유증 때문에 남성과 접촉하는 상황을 피하지만 어느 곳에 취업하든 남성과의 접촉을 강요 당한다. 또 다른 여성은 정신적인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전문 시설에 드나드는 것을 원가족이 방해해 치료를 마치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원치 않는 걸 강요 당하고 독립적인 선택을 방해 받는 여성들의 모습은 일본 정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오키나와의 모습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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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이 - 취향의 테두리를 넓히는 둘만의 독서 모임
구달.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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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출판사에서 외판원으로 잠시 일한 적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집에 책이 많은 편이었다. 그 책들을 열심히 읽는 나를 보고 주변에선 '책 좋아하는 아이', '책 많이 읽는 아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그 책들의 태반이 동화책이나 위인전 같은 아동 도서였기 때문에 온전히 나의 취향에 맞는 독서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랬던 내가 책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눈뜬 건 고등학교 때 만난 한 친구 덕분이다. 


더 이상 아동 도서를 읽지는 않았지만 주로 청소년 필독서나 '00대 추천 도서' 목록에 오른 책 위주로 독서를 하고 있던 나와 달리, 그 친구는 글로리아 스타이넘부터 아메리칸 원주민의 책까지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다양한 책들을 읽었다. 그 친구의 영향으로 곧바로 독서 취향이 바뀌...지는 않았지만(당시 내 눈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독서가 아니라 입시였으므로), 대학에 입학하고 전보다 여유롭게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내가 이십 대 때 겨우 만난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아메리칸 원주민의 세계를 십 대 때 만난 친구의 심정은 어땠는지도 뒤늦게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그 친구 이후로는 책 이야기를 주고 받을 만한 '실친'을 만난 적이 없다. 대신 그런 '인친'은 수없이 많으므로 아쉬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에세이스트 구달과 번역가 이지수의 독서 에세이집 <읽는 사이>를 읽으며 부러움을 조금(아니 많이) 느낀 걸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실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가 보다.


구달 작가와 이지수 작가는 출판사에서 직장 동료로 만나 둘 다 퇴사하고 각각 에세이스트와 번역가로 다른 길을 걷게 된 후에도 우정을 이어 가고 있다(책 좋아하는 '실친'을 만나는 방법 중 하나는 출판사 입사인지도...). 두 사람을 잇는 공통점은 물론 '책'인데, 똑같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좋아해도 사계절 내내 '아아'만 마시는 사람과 '뜨아'만 마시는 사람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 것처럼, 똑같이 책을 좋아해도 러시아 문학을 애정하는 구달 작가와 일본 문학을 애정하는 이지수 작가의 독서 취향은 서로 달랐다.


좋아하는 책만 읽어도 나쁠 건 없지만 좋아하는 책 말고도 좋은 책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두 사람은, 마침 팬데믹 시기라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해서, 각자의 책장에서 고른 책 열 권을 택배로 부쳐서 바꿔 읽는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이들이 고른 책 중에는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같은 벽돌책도 있고 <정년이>, <노견일기> 같은 만화책도 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고 친구와 함께 별을 보러 가고, <김이나의 작사법>를 읽고 작사에 도전하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이 분들이 지향하는 독서의 경지가 보통이 아니라고 느꼈다(존경합니다). 이런 독서 모임 시리즈,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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