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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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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웨터] 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재클린 노보그라츠는 스물 다섯의 나이에 월가의 금융 전문가로서의 직함을 버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위험하다, 미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의 결정이 참으로 정석적이다.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물론 외국어도 중요하지만 법률이나 회계 등 실용적인 기술을 가지는 것이 우선적이다. '국제 구호'라는 이상과 금융 전문가로서의 기술을 적절히 조화시킨 그의 삶은 내게 많은 귀감이 되었다.

 

재클린은 (공교롭게도 최근에 읽은 두 책의 주인공 이름이 모두 재클린이다. '워너비 재키'의 재클린 케네디.) 아프리카 구호 단체에 자원하여 빈민은행 '두테림베레'를 창설했다. 두테림베레는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과 비슷하다. 또한 자활 기업인 '블루 베이커리'를 세워서 르완다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왔다. 이후 미국에 돌아와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던 중에 르완다 내전이 일어나고, 그는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갔다. 폐허가 된 르완다를 보며 국제 사회의 빈민 구호를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확고히 한 그는 비영리 벤처 캐피탈 기구인 어큐먼펀드를 세웠다.  

 

그는 원조 위주의 국제 구호 활동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말처럼 빈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과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구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남편의 허락 없이는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없었던 여성 사업자들에게 소액대출을 해주고, 경영 기법과 판매 전략을 가르쳐준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 자본을 지원하는 기구를 세워 기부가와 사업체를 연결하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금융 전문가 답게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국제 구호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끊임 없이 고민하는 재클린은 막연한 이상만을 품고 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블루 스웨터] 는 이러한 그의 눈부시고도 치열한 삶의 행적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어느 정도로 빼곡하냐면, 책에는 그가 만난 사람의 옷차림과 표정, 함께 먹은 음식, 그가 본 건물의 외관과 분위기까지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어쩌면 이런 책을 쓰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일기 쓰기' 일지도 모른다. 다섯 줄 짜리 내 일기장이 부끄럽다.) 이 책은 양장본도 아니고, 멋진 이미지나 사진도 많지 않다. 컬러 사진도 별로 없다. 하지만 600여 쪽이 되레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치밀한 기록과 알찬 내용이야말로 꾸밈이 없고 내실을 추구하는 그의 성품과 열정을 대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The best head to the best heart. 사람은 가슴만으로 살 수 없고, 머리만으로도 살 수 없다. 사회를 바꾸고 싶고, 더 넓은 세상에서 일하고 싶고, 덜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성과 감성을 연결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클린 노보그라츠의 [블루 스웨터] 는 그런 아름다운 삶의 증거와도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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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재키 - 당당한 여자를 만드는 8가지 자기주문법 Wannabe Series
티나 산티 플래허티 지음, 이은선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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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는 시원한 산들바람처럼 등장해서 미국의 이미지를 단번에 스타일리시하고 우아하게 바꾸어놓았다. 그녀는 영부인이 되자마자 자신이 무슨 일을 하건 우선은 외모로 평가 받으리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역사와 문학을 공부한 덕분에, 철저하게 계산된 이미지야말로 자신을 세계무대에 내보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이다. ... 재키 역시도 사람들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쳐지고 싶은지를 분명하게 정하고, 모든 초점을 그 쪽에 맞추었다. (p.35)

 

 

<워너비 재키>는 미국의 역대 퍼스트 레이디 중 가장 인기있는 인물이자 여전히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손꼽히는 재클린 부비에 케네디 오나시스, 일명 재키에 관한 책이다. 재키 하면 첫째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패션. 뛰어난 미모를 완벽하게 받쳐주는 패션 감각으로 자기 자신은 물론 케네디 전 대통령, 미국의 이미지를 격상시킨 그녀에게 있어 패션은 곧 '외교'였다. 어릴 때는 체형의 단점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패션을 이용했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옷 잘 입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었고, 영부인 시절에는 옷차림만으로 남편 케네디의 말 열 마디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도 했단다. 그렇다고 늘 비싼 최신 명품옷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패션만큼 중요한 것은 태도와 취향.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든 간에 당당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갖춘다면 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우아하고 세련되게 보일 것이다.

 

  

둘째는 사랑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그늘 아래 성장한 탓인지 성인이 된 후에도 케네디, 오나시스, 모리스 템펄스먼 등 막강한 부와 명예, 능력을 지닌 남자들과 차례로 사랑에 빠졌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평생 남성의 부와 명예에 기대어 산 여자로 비하하기도 하지만, 그녀 자신은 그들을 이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충실히 사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녀 자신의 성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호사가들은 그녀를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 미모와 지성을 무기로 숱한 남성을 휘두른 요부로 보기도 하지만, 그녀는 환경이 유복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를 개척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실제로 그녀는 집안 배경에 기대는 대신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독립할 꿈을 꾸었고, 적극적으로 정치, 외교, 외국어, 예술 등의 분야를 섭렵했다. 얌전히 있다가 시집이나 가라는 부모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신문 기자가 되었고, 영부인이 되어서는 전통적인 영부인상에서 벗어나 활발하게 활동했다. 케네디, 오나시스 사후에도 편집자로 일했다. 그녀는 남자만큼이나 그녀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사랑했다. 그랬기에 전설로 불리는 삶을 산 것이 아닐까. 그녀가 여전히 워너비로 손꼽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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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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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 구루 세스 고딘의 명저 <보랏빛 소가 온다>는 광고와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장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상품의 홍보를 매스 미디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전통적인 광고 형식은 한계가 있다('광고는 죽었다')고 말한다. 기업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만한 획기적인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며, 상품이 소비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상품을 찾게끔 시장의 규칙(rule)을 바꿔야 한다. 그러한 획기적인(remarkable, 리마커블) 상품을 저자는 '보랏빛 소(purple cow)'에 비유한다.

 

 

책에 많은 사례가 등장하는데, 나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보랏빛 소의 교훈을 적용해 보았다. 엉겁결에 부잣집 자제들만 다니는 신화고에 입학한 세탁소집 딸 금잔디는 윤지후를 좋아하다가 나중에 구준표에게 마음을 주었다. 처음에 그녀가 윤지후를 좋아했던 건, 물론 그가 F4 얼짱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전교생에게 왕따를 당하는 상황에서 그만이 유일하게 잘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구준표가 사실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전교에 알려지자 그녀의 입지는 하늘로 치솟고 전교생이 그녀와 친해지려고 애를 쓴다. 그 때 그녀에게 불편한(혹은 매력적인) 사람은 오직 구준표뿐. 그만이 어떻게 해서라도 가지고 싶은 보랏빛 소가 된 것이다. 물론 구준표가 이 책을 읽고 그런 전략을 쓴 건 아닐 터. 그녀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백방으로 애쓰다가 성공한 게 우연히 그런 전략이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보랏빛 소는 무언가를 너무나 사랑해서 열정을 바치는 사람,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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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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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안경을 썼다. 시력이 점점 나빠져서 지금은 안경을 벗으면 글자는커녕 눈 앞에 놓인 물체의 형체마저도 희미하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종종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시각 대신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다른 감각에 의존해서 사는 상상을 한다. 잘 살 수 있을까? 쉽게 답이 안 나온다.

 

 

나만 눈이 안 보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나만 눈이 보인다면 어떨까?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은 '만약 이 세상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사람만 볼 수 있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 갑자기 눈이 멀이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이는 '백색 공포' 가 삽시간에 지구 전역에 퍼지고, 실명에 따른 공포와 좌절감으로 인해 폭력과 범죄가 만연한다. 그런데 '의사의 아내' 만은 눈이 멀쩡해 세상의 모든 비극과 참상을 목격한다. 처음에 나는 그녀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온 세상을 강타한 공포로부터 혼자만 비껴갔다니 축복이 아닌가. 하지만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나만 눈이 보이는 상황은 행운이 아니라 형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이해와 공감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건 죽느니만 못한 비극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고도의 상징과 비유인 것 같다. 내 눈엔 똑똑히 보이는 진실 혹은 진리를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상황, 보았으나 눈감는 상황은 현실에서 왕왕 벌어지는 일이다. 이를테면 내 눈엔 보이는 불쌍한 사람을 그 누구도 발벗고 돕지 않는다든가, 역시 내 눈엔 뻔히 보이는 불의를 역시 그 누구나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상황 말이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나는 보이는 것을 보인다, 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보니 주제 사라마구는 이 소설을 통해 그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에 대해 물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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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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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해서 서울대학교에 갔을 때에도 그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목격한 것은 이른바 엘리트 학생들이 "필요 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여가가 있으면 스킬을 몸에 익히고, 전문지식을 몸에 익히고, 유용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획득해야 한다.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 ... 그들 가운데에는 아직 이십대인데도 "이미 나이가 많아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의 청춘기와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그런 학창시절을 보내면 일류 기업에 취직할 수 있고 높은 월급을 받는 엘리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에 청춘기이기 때문에 마음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열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 결과로 정기가 모두 빠져나간 바싹 마른 늙은 몸만 품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p.88)

 

 

재일(在日, 자이니치)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쿠보즈카 요스케 주연의 영화 <GO>다. 이 영화를 보면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최초의 도쿄대 교수다. 강상중 역시 재일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터. 그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나츠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 등을 비롯한 많은 책을 읽었다.<고민하는 힘>은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자아, 돈, 지식, 청춘, 종교, 직업, 사랑, 죽음, 늙음 등의 문제에 대해 총 아홉 개의 장에 걸쳐 논한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4장 '청춘은 아름다운가?'에 있었다. 저자는 이 장에서 한국의 청춘들이 과거 자신이 보낸 청춘과 달리 오로지 어른들의 눈에 들고, 그 자신이 사회의 기준에 합당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만 보였다고 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했다. 나도 한때는 스펙 쌓기와 취업 성공에만 골몰하며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하고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러다 몸과 마음이 크게 상하고 나서부터는 성공과 스펙의 의미를 재정의했다. 비록 직장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해도 언젠가 내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즐거운 청춘을 보냈다'고 말할 자신은 있는 삶을 살리라, 고 말이다. 진정한 성공은 스스로 치열하게 생각한 끝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법. 그래서 저자는 '고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고 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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