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잉글리시 - 영어를 삼킨 아시아, 표준 영어를 흔들다
리처드 파월 지음, 김희경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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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사람들은 아시아권 사람들이 쓰는 영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으로 고른 책인데 마침 카이스트에서 연이어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 중 하나가 '100% 영어강의' 가 아니냐고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본의 아니게 시사 이슈와 맞아떨어진 덕분에 평소보다 진지한 태도로 읽었다.

저자 리처드 파월은 법학자 겸 언어학자인 영국인으로 일본에 체류하던 중에 간판이나 홍보물, 안내문의 잘못된 영어 표기는 물론, 잘 알아보고 만들었을 브랜드명마저 (가령 '포카리 스웨트'는 땀(sweat)을 마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이상한 영어 표현을 쓴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인의 생활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그들이 사용하는 영어의 가짓수는 늘거나, 아예 새로운 영어식 조어를 만들어 쓸 정도였다. 이에 영감을 얻어 25년간 아시아에 거주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언어인 영어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자랑스럽게도(!) 한국의 사례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저자가 주로 생활한 곳이 일본이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타이, 미얀마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연구했는데도 한국의 사례가 많다는 것은 곧 한국 내의 영어에 대한 열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고, 그만큼 특징이 두드러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내용에 대한 사례로 등장한다. (슬프게도 그의 지적은 사실이다.) 영어 사교육 열풍부터 '넘버 원', '프리미엄' 등 경쟁이나 비교의 뜻을 담은 말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저자가 한국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언어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외래어까지도 한국 문화의 부정적인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지만 74퍼센트에 이르는 학생들이 1,2학년부터 영어 사교육을 받는다. ... 이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한다면 영어 사교육에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응답이다. "내가 영어에 미쳐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내가 만난 젊은 한국 아버지가 말했다. "그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뿐입니다. 다 영어 과외를 시켜요. 영어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도 얻거든요.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교육 수준은 믿을 수가 없어요. 내 아들을 학원에 안 보내면 다른 아이들한테 뒤처져요." (p.55)

한국에서도 나는 약간 이상한 영어 자막이나 내레이션이 흐르는 광고들을 봤다. 가령 "넘버원 이미지(이미지가 어떻게 '넘버 원'이라는 걸까? 그리고 한국인들은 왜 '넘버 원'이라는 표현을 좋아할까?)라던가 "프리미엄 버거, 빅 태이스티(...)" ... "프리미엄 디지털 카메라 : 한국의 광고 제작자들은 '프리미엄'이라는 말을 유난히 좋아한다)" 같은 말들이다.(pp.104-5) 

 

저자는 영어가 아시아권에서 가지는 '파워' 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여기서 '파워'란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 이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격차나 차별까지도 포함한다. 사실 아시아 국가들이 고유의 언어를 버리고 영어를 강조하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다. 저자가 이 연구를 하게 된 것 역시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부자 학교와 가난한 학교의 격차는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유달리 커 보인다. 급속한 산업화와 중산층의 교육에 대한 집착 탓이다. 그 격차는 영어에 대한 접근성의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서울 강남구의 서울대 진학률은 다른 지역보다 최고 아홉 배나 높다. (p.195) 

 

영어의 파워는 국가간의 힘의 상징일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많은 격차를 야기한다. 전에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 vs 못 하는 사람'의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영어를 어릴 때부터 배우는 사람 vs 성인이 되어서야 배우는 사람', '외국에서 배우는 사람 vs 국내에서 배우는 사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영어 실력은 경제력의 차이를 낳고, 이는 자식들의 교육 접근성 차이로 이어지며 격차를 대물림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영어 학습지만 구독해도 유별난 집, 부모가 극성 맞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이른 아침부터 영어유치원 버스에 오르는 '케이트', '조나단'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저 아이들과 같은 세대인 아이들은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그 아이들이 서로 의사소통이나 될까? 

뿐만 아니라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가 100% 영어 강의 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한국의 사례는 나오지 않지만, 굳이 고급 학문을 다루는 대학 수업을 영어로 강의할 필요가 있는가, 필요하다면 과연 대학 자체의 국제화는 얼마나 진행되었는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시아 대학들은 영어로 진행하는 자체 수업도 새로 열고 있다. 태국 고등교육위원회에 따르면 대학에서 2008년 현재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 프로그램은 727개다. 학교들은 '국제적'이라고 내세우지만 태국 학생 비율이 99.8%로 압도적으로 많다. (pp.172-3)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영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오로지 '목적'으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태도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영'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영미권의 문학을 공부하는 '영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아시아인이 줄고, 인도나 필리핀의 고급 인력들이 자국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하지 못하고 영미권 기업의 전화상담원 역할만 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의 영어 교육 열기를 이용하여 미국이나 영국에서 언어연수 등을 명목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영어 광풍의 이면에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영어가 다른 언어를 희생시키며 확산되는 '킬러 언어'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치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가 더 심해지는 이면을 놓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어학 전공자가 아니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영어 교육의 현주소에 대해 생각해보고 올바른 언어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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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게 -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나계영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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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편지가게입니다. 저는 원하시는 분과 '편지 교환'을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보내는 편지는 모두 10통입니다. 이 10통의 편지로 당신이 보다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잠시 생각했지만 괜찮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때까지 제대로 된 편지를 써 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결국 어떻게 써야 할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생각나는 대로 써 보기로 했다. 다 쓰고 난 후 마음에 안 들면 보내지 않으면 되니까. 반 장난하는 기분으로 펜을 움직였다. (p.33)

 

얼마전 이사를 준비하면서 짐을 정리하다가 학창시절 친구들에게서 받은 편지가 담긴 상자를 찾았다. 삐뚤빼뚤한 글씨, 아기자기한 색상의 캐릭터 편지지, 그리고 그 위에 적힌 현재의 고민들과 미래의 꿈들... 그 중에 내가 이룬 것이 얼마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 때는 이런 걱정을 하고 이런 것들을 좋아했었구나.' 그저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지금의 내가 대견스럽고, 지금의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편지는 참 재미있는 매체다. 고작 종이 한 두 장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고, 시간과 시간이 연결되니 말이다. 바로 이 편지를 이용하여 젊은이들의 고민과 인생 설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쓴 책이 있다. 바로 <편지 가게>. 저자 기타가와 야스시는 한 사람이라도 많은 젊은이들이 보다 멋진 삶을 살 수 있게 돕기 위해 집필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요코하마에서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자기 계발에 관한 연구를 하는 소메이샤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책이기 때문에 '자기계발'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하지만 저자의 말을 빌어 '눈앞의 구직활동의 결과보다도 그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인생을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쓴 책인만큼 내용의 깊이와 감동은 여느 책과 달랐다.
 

취업준비생인 료타는 우연한 기회로 '편지가게'의 존재를 알게 되어 편지를 주고 받는 계약을 하게 된다. 계약의 조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 10통의 편지를 쓸 것. 편지의 내용은 '지금의 당신에 대하여' 쓸 것. 요즘처럼 눈 뜨고도 코가 베이는 세상에 무슨 사기나 다단계에 걸려드는 것이 아닌지 료타는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까짓것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펜을 들었다. 취업준비생, 불확실한 미래, 주변의 시선,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불안감... 대학을 졸업한지 2년째에 접어드는 내가 안고 있는 걱정과도 비슷하다. 아니 요즘 청년들 대부분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한통 한통 편지를 보내고 편지가게로부터 답장을 받으면서 료타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생전 처음으로 자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자신의 인생에서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돌아보게 되고, 부와 명예를 떠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성장의 계단을 밟아나간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괜히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변화가 편지가게에서 '이렇게 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료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이다. 료타의 고민에 대해 편지가게는 그저 '너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구나. 그렇다면 저런 식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하고 제안할뿐,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 적용하여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료타였다. 모든 답은 료타 자신에게 있었던 것이다.  

책을 비롯한 많은 매체 속에는 인류 역사를 통해 얻어진 수많은 지혜와 미덕, 교훈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오로지 인간, 즉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 , 그리고 그것은 곧 너 자신 안에 있다는 것, 그 것이 이 책의 진짜 메시지가 아닐런지. 

 

청춘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나는 어제 또 실패했고 오늘 처절하게 울었다. 누군가는 청춘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지만, '빈대처럼 기생하는 인생이 퍽도 그렇겠다'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 속의 긍정적인 자아는 이 책의 저자가 보내는 메시지에 기대보자고 외쳐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 이제는 정말 어제 내가 만난 실패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내가 부딪힐 수 있는 벽들 중 하나일뿐이라고, 오늘의 울음은 내일의 완벽한 미소를 위한 연습일뿐이라고 믿어보려 한다. 료타가 그랬듯이, 마음은 반신반의할지언정 일단 'YES'라고 외치면 하늘은 그런 나를 위해 다시 'YES'라고 대답해줄테니. 

편지는 참 매력적인 매체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4월의 비오는 밤이다. 편지의 첫 인사는 료타처럼 "편지가게 씨. 안녕하세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글이 뒤죽박죽일지도 모르겠지만 이해해주세요.' 이걸로도 충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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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일본어능력시험 이런 문제가 출제된다 독학용 N1 - 2010년 새롭게 전면개정된
신JLPT연구모임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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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12년, 대학교, 토익, 자격증 등등 다수의 시험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시험을 준비함에 있어 수험자가 가장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것은 바로 '기출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서도 중요하고 모의고사, 연습문제도 중요하지만, 수험자가 진짜로 실력 발휘를 해야하는 대상은 실!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일본어능력시험에 있어 기본서라고 할 수 있는 <신일본어능력시험 한권으로 합격하기>를 공부하고 나서도 기출문제집 또는 기출문제 분석서가 또 한 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요, 아쉽게도 주최측에서 기출문제는 현재까지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신일본어능력시험 이런문제가 출제된다 독학용 N1>은 2010년 전면 개정된 일본어능력시험을 철저히 분석하고 유형 소개와 대처법, 그리고 실전시험에 가장 가까운 모의고사 2회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마음이 푹 놓였습니다. 

책에 수록된 총 2회 분량의 모의시험 중 1회는 시험 유형 소개 및 비법을 파악하고 풀이하는 형식으로 되어있고, 2회는 실제 모의시험처럼 따로 문제를 풀고 해설집을 보면서 답을 맞출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1회는 일반 교재처럼, 2회는 모의고사 문제집처럼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어능력시험 세 파트 중에서도 저는 특히 독해 파트가 걱정이 되는데, 이 책에는 총 두 번의 모의시험 분량에 해당하는 다수의 지문이 들어있고, 1회 시험을 공부하는 부분에 문제 형식, 예상 문항 수, 비법 등 아주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팁이 나와있어서 공부만 잘 한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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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이 답이다 - 생각을 성과로 이끄는 성공 원동력 20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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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보면 지나치게 상상 속에 빠져들어 오히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상형만 고집하다 좋은 인연을 모두 떠나보내는 사람, 가능성이 없는 사업에 대한 장밋빛 환상으로 가산을 모두 날린 사업가, 대박의 꿈에 빠져 패가망신한 도박꾼도 많다. 심지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상상에 도취되어 망상과 환각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도 있다. 그들 모두는 원하는 것을 생생하게 상상했다. 간절이 원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p.21 

 

심리학 박사이자 임상심리 전문가이며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이민규 교수님이 쓴 <실행이 답이다>를 읽었다.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편이지만, '생생하게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논리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는데, 그런 나의 의문증, 내지는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결해준 책이다. 오죽하면 앉은자리에서 열심히 메모해가며 단번에 읽었을까. 

이 책의 첫번째 묘미는 저자가 대학 현장이나 생활에서 만난 생생한 사례들이 먼저 제시되고 그 답을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방 청소 같은 사소한 일부터 토익 공부, 학점 관리, 연애 등 만사에 '엄두가 나지 않는' 대학교 2학년생의 예를 보자. 말로만 '해야 되는데'를 반복하고, 막상 하는 것이라고는 놀고 먹고 자는 것뿐인 청춘. 우습지만 실제로 이런 친구들 제법 있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학창시절, 교실 맨 앞자리에 앉고 누구보다 노트 필기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안 오르는 친구. 그리고 아르바이트에 투잡, 쓰리잡까지 하며 열심히 사는데 돈도 못 모으고 이렇다할 만족감도 못 얻는 사람.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성과가 따라주지 않으니, 본인도 힘들고 보는 사람도 안타까운 경우다. 

이런 사례들에 대해 저자는 심리학과 풍부한 임상심리상담 경험을 토대로 설명과 함께 간단한 처방까지 제시한다. 가령 목표를 쉽게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역산스케줄링' 방식을 활용하여 먼저 큰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중기, 단기, 현재 할 일 등 시간을 역순으로 계산하여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계획이나 목표는 그것을 만들고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획짜다가, 목표 세우다가 시간 보내고 김 다 빼고 결국 아무 것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 방법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에서도 여러번 본 적이 있는데, 승진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 등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계획을 짤 때 참고하면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또한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 책을 구입하면 24시간 내에 한 페이지라도 읽어야지, 안 그러면 결국 못 읽고 책장 구석으로 밀어넣고 마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배송받자마자 바로 읽고, 읽자마자 바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24시간 안에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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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Plus Edition)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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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것입니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꿈도 없습니다. 외로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십시오. 외로움을 어떻게 경영했느냐가 당신의 경쟁력입니다. 청춘의 외로움의 에너지를 어떻게 운영했느냐에 따라서, 당신은 우아하고 능력 있고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둡고 재미없고 시시껄렁한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로울 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깊이 생각하십시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십시오. ... 그 시간들을 기꺼이 활용하지 않고 온갖 커뮤니케이션 장치들을 동원하여 소모적 오락거리로 탕진해버리면 당신은 쭉정이 같은 인간이 되고 맙니다. (p.019) 

 

저자 김형태는 일명 무규칙이종예술가다.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편집디자인, 공연기획, 무대디자인, 잡지사 편집장을 거쳐 홍대 앞 클럽을 운영했다. 이 뿐만 아니라 백상예술대상 남자배우 인기상 수상, 1996년 황신혜밴드 결성 등 대중문화의 전방위에서 창작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03년부터 본인의 홈페이지(http://www.thegim.com/)에서 청춘 고민 상담을 시작했고, 이것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2004년 여름에 <너 외롭구나> 초판이 출간되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2011년 재발행된 <너 외롭구나>를 읽기 전까지 저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다시한번 나의 무식함과 부족함을 깨달았다. (후유유...) 

이 책에는 10대부터 20대까지,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불문하고 우울증, 자살, 인간관계, 결혼, 가족, 학교, 직업 등으로 인해 고민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사례가 나온다. 그들의 처지와 고민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나와 비슷해서, 내가 겪었던 일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같은 젊은이가 보기에도 참 비겁하고 한심한 사람들도 많아서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 청춘 모라토리엄, 즉 청춘의 유예라는 말이 친구들 사이에 유행했었다. 어릴적 TV에서 보고 언니오빠들에게서 듣던 청춘의 모습은 참 밝고 명랑하고 열정적인 것이었는데, 겨우 20대가 되어 보니 우리의 정체는 그저 입시에 길들여져 막상 할 줄 아는 건 오직 공부뿐인 온실의 화초일 뿐이었고, 그런 우리가 마주한 것은 이태백, 88만원 세대라는 멍에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밤낮으로 취업과 스펙 쌓기에 매진해야하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너, 외롭구나>를 읽고 있으면서 그건 다 핑계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땅의 무기력한 청춘들에게 '청춘은 원래 다 아픈거야'라고 다독이고 위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위로에 매달리고 안주하지 말고, 더 굳세고 가열차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라고 호통친다. 나의 어머니는 '불경기 아닌 때가 없고 취업이 어렵지 않을 때가 없다'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세상은 늘 개인에게 혹독하고 비정하며,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 시련이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청년실업, 불경기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자신의 무력함을 감추기 위한 핑계로 이용한다면 비겁하다. 내가 보기에도 실력 있고 열정적이고 성실한 사람들은, 시대가 어떠하든 자신의 길을 찾아 지금 이 순간에도 전진하고 있다. 

저자는 끊임없이 호통치고, 상담을 청한 젊은이들의 모순과 변명을 하나하나 날카롭게 지적한다. 읽고 있노라면 뜨끔하고 정신이 번쩍 들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이 뭔데'하는 반발심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적도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가지고 있는 난점이 이것일 것이다. '과연 저자 자신은 얼마나 잘난 사람이기에 충고를 하는 것일까?'하는...)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싶었던 일을,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공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만큼 요즘의 젊은이들이 가장 바라고 목표로하는 모습이 또 있을까? 무슨 대학, 기업, 경력을 빌리지 않아도 자신의 이름, 살아온 이력만으로 떳떳한 인생을 산 저자이기에, 이 책의 내용은 더 현실감이 있고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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