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마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6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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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다. 빅토리아 시대의 로맨스 소설이라면 <오만과 편견> 같은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남녀의 연애와 결혼이 주가 되는 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패스하려다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소설 <북과 남>을 읽고 영국의 로맨스 소설은 로맨스만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게 생각나 구입을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기를 잘했다. 1,2권 합쳐서 1416쪽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분량이지만, 등장인물이 다양하고 줄거리가 흥미진진해서 걱정보다는 금방 읽었다. (종이책 읽기가 힘들다면 전자책으로 구입해 TTS 기능으로 읽는 걸 추천한다.)


이 소설에는 크게 세 커플이 등장한다. 첫 번째 커플은 도러시아 브룩과 윌 래디슬로다. 도러시아는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동생 실리아와 함께 삼촌인 브룩 씨의 집에서 자랐다. 외모 꾸미기를 좋아하고 적당한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목표인 실리아와 달리, 도러시아는 가능한 한 많은 공부를 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 한다. 에드워드 캐소본 목사를 보았을 때 도러시아는 그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캐소본 목사와 결혼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도러시아는 아무리 존경하는 남자라도 결혼을 하고 한 집에서 살게 되면 더는 존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설상가상으로 도러시아는 캐소본과 함께 로마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캐소본과 친척인 윌 래디슬로를 만나고, 늙고 지루한 캐소본과 달리 젊고 열정적인 래디슬로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도러시아는 이미 결혼한 몸인 데다가 래디슬로는 캐소본과 친척이다. 이혼 자체도 어렵지만, 이혼을 한다고 해도 래디슬로와 맺어지기는 어려울 터. 도러시아는 래디슬로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이후의 상황은 도러시아의 뜻과 반대로 흘러간다. 


두 번째 커플은 터시어스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 빈시다. 리드게이트는 타 지역 출신의 젊은 의사로, 부와 명예보다는 의학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마을 최고 미녀인 로저먼드는 리드게이트를 보자마자 자신의 신랑감으로 점찍는데,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그가 귀족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는 데다가 타 지역 출신인 그가 자신을 마을에서 데리고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하는데, 로저먼드의 짐작과 달리 리드게이트는 귀족 출신도 아니고 이 마을을 떠날 생각도 없다. 실망한 로저먼드는 돈을 펑펑 써대고, 리드게이트는 점점 더 위기에 몰린다.


세 번째 커플은 프레드 빈시와 메리 가스다. 로저먼드의 오빠인 프레드는 부모의 뜻대로 목사가 되기를 거부하고 흥청망청 살다가 메리와의 결혼을 위해 새 사람이 된다. 이 커플은 앞의 두 커플에 비해 비중이 적고, 소설 후반의 전개를 보면 이 커플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 불스트로드 씨다. 마을의 은행장 불스트로드 씨는 오랫동안 마을의 정치,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존경 받았는데, 사실 그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해 부자가 되었고 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뀐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여럿 나오기 때문에 의외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도러시아인데, 그의 대단한 점은 여자는 교육 받을 필요가 없고 얌전히 지내다가 남편 만나서 애 낳고 살면 그만이라는 당대의 사회적 규범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혼을 통해서라도 교육의 기회를 붙잡으려고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등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작가 조지 엘리엇이 도러시아 같은 여성이었다고 하니 더욱 감동적이다.) 남성 캐릭터 중에서는 리드게이트가 도러시아 못지 않게 지적이고 정의감도 투철한데, 그런 그도 결혼 상대를 잘못 고른 바람에 인생이 꼬인 걸 보면 '결혼은 미친짓'이라는 노랫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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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귀여운 사람아! 1
와타노 마이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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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외모의 초등학생 메이는 부모님을 여의고 자신과는 정반대로 화려한 외모를 지닌 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사람들은 연예인 못지 않게 잘생긴 삼촌을 보면서 그렇지 못한 메이를 불쌍하게 여기지만, 메이 자신은 그런 삼촌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고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만족한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삼촌이 자기를 맡아 키우기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물론이고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겉모습 외에 우리가 상대에 대해 정말 알아야 하는 건 무엇일까.


와타노 마이코의 만화 <너무나 귀여운 사람아!>는 최근에 읽은 만화 중에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이 만화는 삼촌과 함께 사는 초등학생 여자 아이의 일상을 통해 단순히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삼촌과 메이의 외모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 주요 설정인 만큼 이 만화에는 외모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수수한 외모를 지닌 메이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반면, 외모가 화려한 삼촌은 자신의 외모를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메이의 외모를 동경한다. 


외모뿐 아니라 다른 이유로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이 만화에는 많이 나온다.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는 외모가 콤플렉스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숙한 외모를 동경하면서 그렇지 못한 자신의 외모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남들과 다른 가정 환경이 콤플렉스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가정조차 없다는 사실에 비관적인 생각을 품는 사람도 있다. 결국 남이 가진 걸 부러워하는 마음이나 내가 가지지 못한 걸 헤아리는 마음은 매한가지이고, 반대로 내가 가진 걸 부러워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한 명 이상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메이처럼 '나는 귀엽다', '나는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진정한 인생의 승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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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의 아이돌에게는 비밀이 있다 4
아마네 카시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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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명문고에 입학한 히루노는 방과 후 보충 학습을 함께 들은 걸 계기로 인기 아이돌 쿠로미야 레이와 친해진다. 쿠로미야를 처음 본 순간부터 히루노는 호감을 느꼈지만, 인기 정상의 천재 아이돌인 쿠로미야가 자신을 좋아할 리 없다고 단념했다. 한편 인기 아이돌이면서 공부도 잘 하기로 유명한 쿠로미야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가 상당했는데, 보충 학습을 계기로 알게 된 히루노가 공부도 잘 가르쳐주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해줘서 점점 호감을 느끼는 상태다. 결국 쿠로미야는 히루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하는데...!


아마네 카시코의 만화 <방과 후의 아이돌에게는 비밀이 있다>는 인기 여자 아이돌과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의 연애를 그린 학원 로맨스물이다. 4권에서 쿠로미야와 히루노는 수족관과 영화관 데이트를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든다. 한편 히루노의 같은 학습 남학생들이 분량도 많고 어렵기로 소문난 방학 숙제를 함께 해결하자며 스터디 모임을 개최한다. 그러나 남학생들의 진짜 목적은 여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이었고, 히루노가 쿠로미야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관계가 들통날 위기에 처한다. 과연 이들의 비밀 연애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 다음 권을 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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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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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가 <빛의 호위>이다.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두운 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녀. 그 집에는 부엌도 화장실도 없고, 소녀를 돌보는 어른의 흔적도 안 보인다. 담임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소녀의 집을 찾아간 소년은 며칠 후 아버지의 카메라를 훔쳐서 소녀에게 선물한다. 이걸 팔아서 필요한 데 쓰라는 뜻이었지만, 소녀는 그 카메라를 팔지 않고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가 된다. 이 자체로 완벽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빛의 호위>를 장편으로 확장한 조해진 작가의 신작 소설 <빛과 멜로디>를 읽고 완벽함 너머에 또 다른 경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메라를 선물한 소년 승준과 카메라를 선물받은 소녀 권은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각각 기자와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가 되어 재회한다. 그 인터뷰로부터 7년 후, 권은은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촬영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의 절반을 잃는다. 현재는 권은이 가장 존경하는 사진 작가인 게리 앤더슨의 여동생 애나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아버지 콜린의 생애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민영과 결혼해 지유라는 딸을 얻은 승준은 선배로부터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여성 나스차를 인터뷰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아내는 그가 육아에 집중하기를 원하지만, 승준은 권은이라면 두 말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빛의 호위>가 한 국가 또는 한 사회 내의 계급 차이를 연민과 호의로 초월하는 두 사람(아이)의 이야기를 그린다면, <빛과 멜로디>는 국적이나 언어, 문화의 차이를 연민과 호의로 초월하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승준에게 카메라를 선물받은 걸 계기로 사진 찍기가 취미가 되고 직업에 된 권은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상업 사진 작가의 길을 마다하고 위험한 분쟁 지역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분쟁 지역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사고로 다리까지 잃자, 권은은 호의로 누군가를 돕거나 살리는 일에 생각보다 큰 희생이 따른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다.   


권은에게 카메라를 선물했던 승준은 일견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승준 자신은 그의 삶이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낀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와 내 가족만 잘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삶일까. 그런 사람이 부모로, 인간으로 대접 받아도 괜찮을까. 흔히 사람을 살리는 직업으로 의사나 소방관을 떠올리지만, 이 소설을 보면 그런 직업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작은 관심과 노력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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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희망 - 진짜 이름을 찾기 위한 찬란한 생존의 기록
스테퍼니 랜드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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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에는 용은커녕 개천도 감지덕지, 개천보다 낮은 곳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사는 사람도 많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실직을 당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병이라도 걸려서 다른 가족들까지 간병에 투입되거나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몇 년, 몇십 년이 걸려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조용한 희망>의 저자 스테퍼니 랜드의 경우도 비슷하다. 저자는 원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아이였다. 십 대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해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작가가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하고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면서 저자는 트레일러에 사는 조부모에게 맡겨졌고, 설상가상으로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저자는 남자친구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살기를 원했지만 남자친구의 생각은 달랐고, 고민 끝에 저자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폭력적으로 변했고, 더는 그와 함께 살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딸 미아를 낳고 노숙자 쉼터에 머무르며 일자리를 찾았지만, 고졸 학력의 싱글맘이 고려할 수 있는 직업의 수는 적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혜택이 존재하지만,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근로 소득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을 벌어선 안 된다. 우여곡절 끝에 청소 업체에 취직한 저자는 일과 육아, 살림, 학업을 병행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이런 상황보다 저자를 더 힘들게 한 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나 친구, 애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 외로워서 애인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어떤 남자도 저자를 고난에서 구해줄 '왕자님'은 아니었다. 결국 저자는 스스로 결혼 반지를 사서 끼고 혼자서 살아갈 결심을 했다.


저자의 대단한 점 또 하나는 딸을 임신하면서 포기했던, 몬태나 주립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학위를 받고 작가가 된다는 꿈을 이뤘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소 일을 하고 육아를 하는 틈틈이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공부를 했고, 꾸준히 글을 쓰며 작가로서의 능력도 발전시켰다. 나중에는 청소 일에 능숙해져서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예 사업체를 차리라는 제안까지 받았는데, 그랬다면 경제적으로 좀 더 일찍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겠지만, 저자는 가고 싶었던 대학에 가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서,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기 위해 (제안을) 거절했다. 


저자가 청소 일을 하면서 방문한 집들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으리으리한 집에 살면서 변기 청소를 한 번도 안 하는 사람,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인인데 부엌 청소를 절대 안 하는 사람, 배우자 몰래 담배를 피는 사람, 쓰레기를 절대 안 버리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면서 저자는 부와 명예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했고, 남들에게 보이는 삶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의 근황을 찾아보니 이 책 이후에 두 번째 책이 나왔고 세 번째 책도 곧 나온다고 한다. 얼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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