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도라에몽 : 가슴벅찬 감동편 1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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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코 F. 후지오의 대표작 <도라에몽>은 일본을 넘어 한국과 아시아,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명작이다. 지난 7월 출간된 <특별한 도라에몽 : 가슴벅찬 감동편>은 60여 권 이상 출간된 도라에몽 만화 단행본 중에서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깊은 감동을 주는 것으로 손꼽히는 에피소드만을 간추려서 만든 책이다. 주인공 노진구가 태어난 날을 그린 <내가 태어난 날>을 시작으로 진구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신 할머니와 재회하는 <할머니의 추억>, 또 다시 진구가 타임머신을 타고 이슬이와 결혼하는 날을 보러 가는 <결혼식 전날 밤> 등 유명한 에피소드도 많이 있다.


이 책에는 도라에몽 사상 최초 3D CG 애니메이션 영화 <STAND BY ME 도라에몽> 1, 2편을 공동 연출한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의 해설도 실려 있다.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은 이 글에서 <할머니의 추억>을 <STAND BY ME 도라에몽> 1편에서 쓰고 싶었는데 쓰지 못해서 아쉬웠고, 그래서 <STAND BY ME 도라에몽> 2편 제작을 제안 받았을 때 <할머니의 추억>을 핵심으로 삼았다고 밝힌다. 도라에몽은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타임머신을 비롯해 각종 SF적 요소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오랫동안 사랑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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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타가 있는 생활 1
아사히나 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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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여성 아이자와 유카리는 3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자는 현장을 목격하고 동거하던 집에서 나온다. 당장 갈 곳이 없어서 친오빠에게 부탁해 잠시 신세질 곳을 찾는데 그곳이 바로 무타 씨의 집이다. 무타 씨가 여성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성인 것에 황당한 것도 잠시. 무타 씨를 따라 들어간 집에 물건이라고는 거의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고 유카리는 깜짝 놀란다. 극도의 미니멀리스트인 무타 씨는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며, 자신의 집에 얹혀 살게 된 유카리에게도 정리를 (강요?)권한다. 유카리는 처음에 반발하지만 점점 무타 씨의 말에 감화 되는데...


아사히나 쇼의 <무타가 있는 생활>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한참 유행했던 미니멀리스트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을 로맨스 장르에 적용한 만화다. 유카리는 이미 숙련된 미니멀리스트인 무타와 함께 살면서 자신이 가진 물건들을 미니멀리스트의 관점에서 다시 보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처분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필요 없는 물건들만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쁜 남자에게 빠져 나쁜 연애를 반복했던 습관이나 직장 생활, 일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 만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내용이나 주제가 아주 훌륭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드라마화 되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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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어 하는 동기 군 1
소데야마 미미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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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여성 회사원인 이누야마 카렌은 남자의 근육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런 카렌을 안 좋게 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카렌의 회사 동기인 호소카와 타쿠마다. 카렌은 타쿠마가 자기만 보면 "또 근육이냐. 일이나 해!"라며 시비를 거는 데다가, 타쿠마의 체형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근육과는 거리가 먼 타입이라고 생각해 그를 남자로 안 본다. 그러나 어느 날 어떤 사건으로 인해 타쿠마가 겉보기와 달리 사실은 '슬림 탄탄 근육'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타쿠마의 몸을 만지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다 결국 그와 전속 마사지 계약을 맺게 되는데...


소데야마 미미리의 <감추고 싶어 하는 동기 군>은 오랜만에 깔깔 웃으면서 본 만화다. 회사 동기인 여성과 남성이 서로 좋아하게 된다는 설정 자체는 새롭지 않은데, 여성이 엄청난 근육 덕후이고, 우연히 보게 된 남자 동기의 몸이 자신이 이상으로 여기는 남성의 몸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랑이 아닌) '흑심'을 느낀다는 설정이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다. 카렌과 타쿠마가 생각보다 빨리 커플로 발전해서 아쉬웠는데, 중간에 등장한 카렌의 직속 후배 아놀드의 캐릭터가 너무나 강렬해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타쿠마보다는 아놀드 쪽이 내 취향인데 외전 안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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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훔치는 자는 1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소라 카케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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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을'로 유명한 요무나가 마을에 사는 여고생 미쿠라 미후유는 전국에 이름난 서적 수집가인 증조 할아버지를 두었으며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거대 서고 '미쿠라관'을 관리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책과 인연이 깊은 가문에서 자랐으니 모두들 미후유가 책을 매우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미후유는 책을 좋아하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후유는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 대신 미쿠라관에 갔다가 책 도둑이 남긴 메모를 발견하게 된다. 메모에는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리라'라는 수수께끼 같은 문장이 쓰여 있는데...


소라 카케루의 만화 <이 책을 훔치는 자는>은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후카미도리 노와키라는 이름이 눈에 익다 싶어서 찾아보니 몇 년 전에 읽은 <전쟁터의 요리사들>을 썼다고 해서 '역시!' 싶었다.) 이 작품은 책 또는 문서에 관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는 '비블리오 미스터리' 장르에 속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인 <전쟁터의 요리사들>보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비블리오 미스터리 소설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특정 작품이나 작가가 아닌 마술적 사실주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스팀펑크, 호러 등 장르를 소재로 삼는다는 점이다.


만화 <이 책을 훔치는 자는> 1권에서 주인공 미후유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크게 융성한 환상 문학의 한 갈래인 마술적 사실주의의 세계를 체험하기도 하고, 주로 미국에서 발전한 마초적인 남성 탐정이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세계를 체험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전까지 안일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미후유가 여러 가지 색다른 필터를 통해 기존의 일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면서 책의 가치와 독서의 재미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하다. 2권은 물론이고 원작 소설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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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동정탑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구단 리에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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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는 흔히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이 꼽힌다.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에는 여러 차이점이 있는데, 아쿠타가와상은 주로 신인 작가에게 수여되는 반면 나오키상은 기성 작가에게도 수여된다. 아쿠타가와상은 작품의 예술성, 독창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나오키상은 대중성, 오락성 등을 두루 평가한다. 내가 읽어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과 나오키상 수상작만 해도 그랬다. 특히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은 <헌치백> (2023년 수상작), <최애, 타오르다> (2022년 수상작), <편의점 인간> (2016년 수상작) 등 주제나 소재, 문장과 형식 면에서 기발하고 참신한 작품이 많다.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구단 리에의 <도쿄도 동정탑> 역시 여러 면에서 새롭고 독특하다. 주인공인 마키나 사라는 삼십 대 후반의 여성 건축가이다.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그는 도쿄 도심 한가운데에 새로 지어지는 교도소의 설계 공모전에 참가해 당선된다. 문제는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정한 교도소의 명칭이 '심퍼시 타워 도쿄'라는 것이다. 사라는 죄수들을 수감하는 장소인 교도소의 명칭 어디에도 교도소를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과 일본인들 자신이 일본어 사용을 기피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


미쳤다. 무엇이? 머리가 미쳤다. 아니 '머리'라고 하기엔 범주가 너무 넓은가? 아니, 오히려 좁지. 게다가 '머리가 미쳤다'라고 하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여기서는 '네이밍 센스' 정도가 좋겠다. (중략) 자동 모드로 단어 선택에 대한 검열 기능이 바쁘게 작동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성장하고 있는 검열관의 존재에 피로를 느끼고, 에너지 충전을 위해 급히 수식이 필요해진다. (7쪽) 


사라는 "일본인들이 일본어를 버리고 싶어"한다고 느낀다. 노숙자는 홈리스, 육아 방임은 니글렉트, 채식주의자는 비건, 소수자는 마이너리티, 성적 소수자는 섹슈얼 마이너리티... 이런 식으로 일본어 표현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영어 표현을 부러 사용하는 이유는 기존에 사용하던 언어에 담긴 차별적, 혐오적 뉘앙스를 피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미혼모 대신 싱글맘을 사용하는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도, 범죄자를 범죄자라고 부르지 못하고 '호모 미세라빌리스(불쌍한 인간을 뜻하는 라틴어)'라고 부르는 건 괜찮지 않은 것 아닌가.


이 소설은 일본의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한국 여자의 줄임말인 '한녀'는 혐오 표현이 아닌데 한국 남자의 줄임말인 '한남'은 혐오 표현인 것,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의 후손들이 중도우파, 합리적 절충주의를 위시하며 그들을 규탄하는 정당과 대다수 국민들의 주장을 극단적 좌파, 비합리적 억지 논리로 일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소설은 생성형 AI로 만든 문장을 사용한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는데, 언어가 담고 있는 사상이나 판단에 대한 평가 또는 해석 없이 그저 답만 제공할 뿐인 생성형 AI의 사용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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