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천사 오늘의 젊은 작가 44
이희주 지음 / 민음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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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는 <성소년>, <마유미>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이희주 작가의 소설이다. 이희주 작가의 대표작 <성소년>은 아름다운 소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를 납치한 네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풍의 소설인데, <나의 천사> 역시 소설의 중심에 아름다운 소년이 있다.

 

이 소설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유미, 환희, 미리내의 이야기이다. 인간과 연애하고 결혼하기보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로봇 '천사'를 구매하는 것이 보편적인 시대. 인간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열세 살 소녀 유미는 아름답지 않은 자연인 부모를 두었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어느 날 유미의 친구 환희가 천사 중에서도 진짜 천사로 칭송받는 '자비천사'를 동네에서 보았다고 말하고, 유미, 환희, 미리내는 다같이 자비천사를 보러 간다. 자비천사가 산다고 알려진 아파트 안을 돌아다니던 세 사람은 그곳에서 자비천사가 아닌 같은 반 남자아이 이오를 만난다. 환희와 미리내는 실망하지만, 전부터 이오를 내심 좋아했던 유미는 마음이 설렌다.


다른 하나는 전직 형사 민성기의 이야기이다. 퇴직 후 천사를 폐기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부처(butcher)가 된 민성기는 수많은 '천사'들을 만든 불세출의 디자이너 '선우판석'이 장미 저택에 남긴 천사들을 폐기하는 일을 의뢰 받는다. 민성기는 프로답게 일을 처리하지만, 속으로는 젊고 아름다운 소년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후 그들이 조금이라도 나이가 들고 추해 보이면 방치하거나 폐기한 선우판석의 행위에 혐오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자신도 죽은 아내와 똑같이 생긴 천사를 주문 제작한 후 천사와 아내를 비교하며 천사를 증오하고 자신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혐오는 모순적이다. 


마지막 하나는 천사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윤조의 이야기이다. 하루 여덟 시간을 공장에서 일하고 공장에 딸린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윤조는 자신과 다른 파트에서 일하는 남성 직원과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친밀감을 느낀다. 어느 날 동료로부터 그 남성 직원이 부품을 몰래 빼돌리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윤조는 그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한다. 대체 이 남성 직원은 왜 부품을 몰래 빼돌리고 있는 걸까.


이야기는 크게 새 갈래이지만, 유미, 환희, 미리내의 이야기 비중이 다른 두 이야기의 비중에 비해 훨씬 크다. 유미, 환희, 미리내는 각각 청소업자, 전업주부, 배우가 되어 전혀 다른 결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환희와 미리내가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하고, 둘 사이의 해묵은 애증의 실체가 드러난다. 유미는 의뢰받은 집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이오와 꼭 닮은 천사를 발견하고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천사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절대적인 미를 추구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미의 기준이 다양해지고 급기야 천사보다 인간이 낫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는 천사의 공급량이 늘면서 아름다움이 흔해지자 아름다움의 가치가 낮아지고 반대로 아름답지 않은 것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결과다. 결국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다고 믿는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나 신봉도 언젠가는 한계에 달할 것이고, 어차피 모든 것에 끝이 있다면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걸 추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게 역시 아름다움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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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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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관해 자유롭게 쓴 글이 에세이라면, 이 책은 에세이 그 이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장애인이면서 변호사이고 무용수이기도 한 자신의 삶을 장애의 역사, 법의 역사, 무용의 역사와 교차하며 서술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종횡무진 뻗어나가는 사고의 흐름, 지식의 깊이가 너무나 흥미로우면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리베카 솔닛, 율라 비스 등의 책을 읽으며 부러워했던 마음이 이 책으로 해소되었다. 저자의 다음 책이 벌써 기대된다.


1980년대 강원도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릴 때 장애 때문에 또래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냈다.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서 자신도 강백호, 서태웅처럼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고 활발하게 운동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그의 주변 사람들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몸을 움직이고 운동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다. 특수학교에 진학한 저자는 자신처럼 신체적 장애가 있지만 각자의 몸을 잘 활용하고 운동 능력도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일반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몸의 차이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 이후 서울대 사회학과,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가 되었고, 오래 전부터 꿈이었던 무용수가 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 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 책은 저자가 한예종 입학 실기 시험을 치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저자가 다른 대학의 무용과가 아닌 한예종의 문을 두드린 건, 한예종의 교풍이 다른 학교에 비해 훨씬 더 자유롭고 진보적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 무용은 기존의 무용이 완벽한 몸을 추구하고 엄격한 훈련을 강조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탄생한 장르이기 때문에 장애가 있고 오랫동안 무용 훈련을 받지 않은 자신도 지원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고,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현대 무용이 내세우는 자유로움, 다양성 포용 같은 가치가 자신과 같은 장애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현대 무용뿐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스스로를 계몽적이고 문명화 되었다고 여겼던 근대의 유럽인, 미국인들이 아프리카, 아시아의 문화를 배타적, 차별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프릭 쇼(freak show)'라는 이름으로 전시하여 돈벌이를 했던 역사를 소개한다. 실제 장애인은 춤은커녕 집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게 현실인데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흉내내어 춤을 추는 '병신춤'은 계승해야 할 전통 문화로 칭송받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를 하기도 한다. 어느 예술 분야를 막론하고 장애인 공연자를 보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장애인이 공연을 보러 가는 것부터가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2부는 장애를 가진 몸과 무용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3부는 사회와 법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독일의 저명한 법학자인 칼 슈미트의 사례를 읽으며 정상적인 몸, 이상적인 몸에 대한 편견 그리고 집착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나치즘 같은 위험한 사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떠오른 인물이 미시마 유키오인데, 그 또한 완벽한 육체에 집착한 극우주의자였다. 몸을 차별의 근거가 아닌 연대의 계기로 삼을 순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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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의 법칙 - 당신을 시작하게 만드는 빠른 결정의 힘
멜 로빈스 지음, 정미화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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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빠져 있는 미국의 동기부여 전문가 멜 로빈스의 첫 책이다. '5초의 법칙'이란 뭔가를 해야겠다 또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생각이 개입하기 전에 5초를 세고 바로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기상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기 싫다', '출근하기 싫다' 같은 생각이 들기 전에 '5-4-3-2-1'을 세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만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딱 한 잔만 더 마시자'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5-4-3-2-1'을 세고 바로 잔을 내려놓는다.


저자가 이런 생각을 한 건 자신이 불안이나 걱정이 지나치게 많아서 해야 하는 일을 못하거나 하면 안 되는 일을 계속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불안 증세가 심했던 저자는 발표할 때 심하게 긴장하고, 관심이 가는 사람이 있어도 말을 걸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간 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술에 의존했고 결국 알코올 중독, 불안, 공황 장애 등의 증상을 얻게 되었다.


문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면 안 되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체중을 감량하고 싶다면 평소보다 덜 먹어야 하고 더 움직여야 한다는 걸 누구나 안다. 하지만 평소보다 덜 먹으면 배고프고 더 움직이면 힘들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5초의 법칙은 더 먹고 싶다, 운동하기 싫다는 생각이 틈입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다. 한 입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5-4-3-2-1'을 세며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운동하러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5-4-3-2-1'을 세고 운동화를 신고 나간다. 

 

<미라클 해빗>에 이어 <5초의 법칙>까지 멜 로빈스의 저서를 연이어 읽으며 느낀 건, 자기 자신을 긍정하기가 의외로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도 자기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수시로 비난하고 비하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자신이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안 돼", "하지 마" 같은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자신이 부모에게 들은 부정적인 말들이 내면화된 결과 자기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수시로 비난하고 비하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중요한 건 나를 부정하는 말, 나를 멈추게 하고 주저 앉히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나를 긍정하는 말, 나를 일어서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반드시 '5-4-3-2-1' 순서로 세야지 '1-2-3-4-5' 순서로 세면 안 된다는 것이다. '1-2-3-4-5' 순서로 세면 자동적으로 '6-7-8-9-10'으로 이어져 행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저자의 지인은 '5-4-3-2-1'도 길다고 '3-2-1'만 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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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에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7
우다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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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오롯이 혼자인 사람은 없다. 매일 먹는 밥 한 공기, 국 한 그릇조차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다영의 소설 <북해에서>를 읽으며 떠올린 생각이다. 이 소설에는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여러 명 나온다. 나선은 군인 아버지를 둔 외동딸이다. 원래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군인이 되고자 했던 오빠가 한 명 있었는데 사고로 죽었다. 아버지는 후배 군인들을 집으로 종종 초대하는데, 나선은 아버지가 군인 아들 대신 군인 사위라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아버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오경은 딸부잣집의 막내딸인데, 어느 날 도시 전체가 공습을 당하면서 가족 모두를 잃고 홀로 살아남는다. 군인의 추격을 피해 수로로 도망간 오경은 수로가 붕괴되면서 돌무더기 안에 갇히는데, 군인도 그 돌무더기 안에 갇히면서 적군과 협력해 생존을 도모하는 기묘한 상황에 놓인다. 미림은 특별히 아끼던 새가 사라진 후 사냥꾼이 되기로 결심한다. 자신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던 새를 사라지게 한 숲에게 복수를 하는 심정으로 숲에 사는 크고 작은 동물들을 열심히 죽인다. 하지만 마을에 철도가 놓이면서 철도 노선에 위치한 숲 전체를 없앤다는 말이 들려오고, 설상가상으로 미림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이 생긴다.


이 소설은 나선, 오경, 미림의 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진 다음 북해의 슬픈 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미림, 오경, 나선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북해의 슬픈 왕은 미림의 아이인데, 미림의 아이가 되기 이전에 여러 사람들의 육체에 깃든 영혼이었던 전적이 있다. 미림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의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러므로 유일한 탄생도 영원한 상실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종국에 나선에게로 전해져 가족 안에서조차 혼자라고 느꼈던 나선의 영혼을 위로한다. 나선의 아버지에게도 이 이야기가 전해졌을까. 부디 그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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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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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박솔뫼 작가의 독서 에세이집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읽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이주란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엄청 잘 먹는데, 특히 <수면 아래>에서는 "사람이 나오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일단 먹기부터" 할 정도다. 그런데 실제로도 사람이 만나면 일단 먹기부터 한다는 점에서 이런 전개는 "자연스럽고 표준적인 것"이고, 오히려 다른 소설에서 등장 인물들을 먹이는 장면을 너무 안 보여주는 것 같다는 설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음식을 주제로 소설을 분석해 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참에 아직 안 읽은 <수면 아래>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꺼내 펼쳤다.


해인은 일주일에 여섯 번, 집에서 버스로 40분 거리에 있는 '해동중고'라는 이름의 중고물품점으로 출근한다. 해인이 하는 일은 손님들이 가져온 중고물품을 매입하고 세척하고 진열하고 판매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을 관리하는 일 정도로 크게 힘들지는 않다. 일이 끝나면 집에서 쉬거나 지인들을 만나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한다. 잔잔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로 극적인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일상을 그저 묘사할 뿐이지만, 해인과 우경이 한때는 부부였고, 두 사람이 함께 베트남에 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고, 해인이 지금처럼 평범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 건 최근의 일이라는 걸 넌지시 암시한다.


해인의 과거를 암시하는 문장들을 읽고 현재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해인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준 일이 과거에 있었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아프고 힘든 나날을 보냈으며,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해인의 주변 사람들이 사실은 해인을 고통 밖으로 끌어내 준 은인들임을, 작가가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해인이 음식을 먹는 장면들도 사실은 그가 이렇게 식욕을 느끼고 스스로 잘 챙겨 먹고 다른 사람까지 먹일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 동안 큰 노력을 했는지를 헤아리게 하는 장면들로 읽힌다. 


이주란 작가의 소설에는 먹는 장면도 많이 나오지만 남을 먹이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이 소설에서도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이모에게 해인이 미역국을 끓여 먹이는 장면이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이주란 작가의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에 실린 단편 <위해>에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화자가 과거의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에 놓인 이웃집 아이에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고 그 음식을 사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먹는 행위가 살기 위해 하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위라면, 먹이는 행위는 삶의 기회를 남에게 주는, 어떻게 보면 부자연스럽고 본능을 거스르는, 그래서 더 숭고하고 위대한 행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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