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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탐탐 - 숨은 차별을 발견하는 일곱가지 시선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4
김보통 외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국가인권위원회가 출판사 창비와 함께 만든 <호시탐탐>은 이번 탄핵 촉구 집회 같은 책이다. 노동, 성소수자, 지역, 여성, 환경, 이주민, 교육 등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주제 아래 한 데 모인 점, 각자의 입장을 여러 톤과 방식으로 다채롭고 유쾌하게 풀어낸 점 때문에 그렇게 느꼈다.
김보통의 <최후의 보호막>은 던전이라는 광산에서 일하는 마법사 광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한국의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겪는 문제들을 풍자한다. 서이레, 요니요니의 <청첩장 도둑>은 이혼한 여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힘들게 산 엄마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딸의 이야기를 통해 정상 가족 신화의 폐해를 보여준다. 김금숙의 <섬>은 서울의 비싼 월세를 감당 못하고 지방의 섬으로 이주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심각한 부동산 문제와 그로 인해 서민들이 겪는 고충을 묘사한다.
김정연의 <수수께끼>는 사람이 태어나 죽기 직전까지 필요로 하는 그것, 즉 돌봄의 문제를 각기 다른 세 인물의 입장을 통해 보여준다. 구희의 <폭염 속을 달리는 방법>은 기후 위기가 가까운 미래에 청소년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상상한다. 정영롱의 <끄나빠>는 양친 또는 부모 중 한쪽이 외국인인 청소년들이 외적, 내적으로 겪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보여준다. 최경민의 <참교육>은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가 사적제재를 원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교육 현장의 사례로 풀어낸다.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김금숙의 <섬>이다. 처음에는 도시에 살면서 몸도 마음도 지친 주인공이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서 시골에 갔다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정 많은 이웃들과 생활하며 점점 기력을 회복해 서울로 돌아오는, 비유하자면 <리틀 포레스트> 풍의 내용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반전을 보고 등골이 서늘함을 넘어 오싹했다. 경제 문제로 생각하기 쉬운 부동산 문제를 인권 문제로 풀어낸 점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