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노석미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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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 네신은 [개가 남긴 한 마디],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등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권의 책이 번역 출간된 터키 출신의 작가다. 그가 터키 작가라는 것은 알았지만 저작들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같은 터키 출신이며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오르한 파묵보다 젊은 작가라고 생각했다. (덜 알려졌기 때문에 젊을 것이라고 추측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니, 그는 덜 알려지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몰랐을 뿐이다.) 

이번에 나온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의 지은이 약력 칸을 읽고 나서야 그가 무려 1915년에 태어나 1995년에 사망한 작가로, 오르한 파묵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만큼 대가(大家)임을 알았다. (오르한 파묵은 '아지즈 네신의 사망 기사를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고 한다.) 무지를 반성하며 서평 쓰기에 앞서 아지즈 네신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검색 포탈나 위키사전에는 그에 대한 인물정보가 나와있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영문으로 된 위키피디아의 힘을 빌렸다. 

 

   
 

아지즈 네신(Aziz Nesin) 

(정보 출처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Aziz_Nesin) 

본명은 메흐멧 누르셋. 터키 출신의 유명한 풍자 작가. 1915년에 태어나 100권 이상의 책을 썼으며 199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장교였다. 경제적 불평등, 관료제의 부패 등의 주제를 지역적인 특성과 보편적인 교훈을 결합하여 글을 쓰기로 유명하다. 비판적인 정치적 견해 때문에 여러 번 수감된 적이 있고, 군부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지식인들을 모으기도 했다. 80년대 말에는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를 번역하여 과격 이슬람 신도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네신 재단] 을 세워 고아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도록 힘썼고, 그의 판권을 재단 앞으로 돌려서 모든 인세 수입이 아이들에게 기부되게끔 했다.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는 아지즈 네신이 유년 시절에 겪은 자전적인 일화들을 엮은 책이다.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평전이나 비망록 같은 분위기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글이 짧으면서도 유쾌하고 감동적이라서 동화를 읽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린이들이 읽는다면 옛날 터키 어린이들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어른들이 읽는다면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그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정도로 가난했느냐 하면, 어린 여동생이 병들어 죽어가는데도 손 쓸 길이 없었고, 아지즈 자신은 일을 하느라 이웃 꼬마 친구들과 마음 편히 어울려 놀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지즈는 가난 속에서도 병약하지만 착한 어머니, 성질이 급하지만 인정 많은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런 배경이 그가 훗날 웃음을 통해 사회를 비꼬는 풍자 작가로서 대성하게끔 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은 제게 왜 풍자 작가가 되었냐고 항상 묻습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절 풍자 작가로 만든 것은 저의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눈물 속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p.24)"  
   

 

책을 읽고 아지즈 네신의 삶에 대해 알아보면서, 앞으로 그의 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독자를 웃기기도 어렵고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를 쓰기도 어려운데, 둘을 함께 시도한 작가라면 틀림 없이 역량이 대단할 것이다. 유명한 저작들을 읽기에 앞서 이 책을 통해 그의 사상적 토대가 된 유년시절을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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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문 마케팅 - 버즈 마스터가 되기 위한 실용 테크닉 50
무라모토 리에코 지음, 정선우 옮김, 정재윤 감수 / 멘토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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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로그의 상업화에 대한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등 기존 미디어가 거대 자본과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미디어로서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블로그의 상업화 역시 무턱대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즐겁게 보는 드라마, 뉴스, 버라이어티 쇼도 결국 기업의 광고를 보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미디어의 상업화가 불가피한 일이라면, 결국 이를 구분하고 견제하는 것은 이용자의 몫이다. 다만 주력 신문과 방송 등 기존 미디어가 지나치게 친정부적인 성향을 보여 이용자의 분별력을 흐리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이를 알아차리고 견제하는 현명한 이용자들이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멘토르에서 나온 [웹소문 마케팅] 은 블로그를 비롯한 인터넷 소스들에 기반한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블로그의 상업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나,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는 기업 측면에서 블로그를 리서치, 혹은 마케팅 도구로 설명하는 방법(테크닉)에 대해 주로 나와있다. 책에 따르면 기업은 웹소문을 프로모션에 활용하거나, 신상품 출시 전에 소비자의 반응을 읽거나, 특정 목표 고객의 심리를 엿보는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비록 일본의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 사례가 자주 등장해서 이해하기도 쉽다. 
 

한 예를 보자. 가정용 칼라 프린터 이용자들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웹소문을 분석한 결과 '소리가 거슬린다'는 내용이 많았다. 왜 소리가 거슬리는지 인터넷 게시판에서 알아보았더니, 칼라 프린트를 이용하는 남성들 중에는 가정에서 한밤중에 성인용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사진을 출력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얼굴을 보거나 이름을 기입하는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서는 결코 이러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프린터 회사는 웹소문 분석에 따라 기기의 소음을 줄이고, 모델의 살 색깔이 예쁘게 나오도록 업그레이드 했다고 한다. (^^)
 

블로거로서도 배울 만한 점이 많았다. 파워 블로그, 버즈 마스터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라도, 블로그에 어떤 특성이 있으며, 블로거가 쓴 글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자주 가는 블로그에 나온 책이나 영화, 공연, 제품에는 더욱 관심이 가며, 실제 구매로까지 연결된 경우가 많다.  


단, 블로그 마케팅에 있어서 기업과 블로거가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블로거는 댓가를 받든 안 받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올릴 때 반드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상품에 대해 칭찬 일색인 포스트를 올린다고 해도, 이를 분별하는 방문자의 눈은 훨씬 정확하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는 아무도 그 블로그의 정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기업은 블로거를 하나의 미디어로서 존중하고, 이들의 자유를 존중해줘야 한다. 블로그 마케팅을 할 경우, 댓가를 지불하더라도 이들 역시 잠재적인 소비자다. 만약 이들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좋지 않은 대우를 해 줄 경우, 온라인 상에는 긍정적인 웹소문을 올리고, 오프라인 상에서는 부정적인 '입'소문을 퍼뜨릴지도 모른다. 반면 이들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대우를 잘 해준다면 충성스런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다.   

 

   
  "기업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자신의 블로그에 상품, 서비스를 소개할 의향이 있습니까?" 이 질문을 받은 응답자의 61.7%가 "자유롭게 쓸 수만 있다면 소개할 의향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많은 블로거들은 "이 광고 메시지를 그대로 당신의 블로그에 올려줬으면 한다."라는 식의 일방적 제안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모양이다. (p.212)

클레이머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무래도 적과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기업이나 제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클레임을 제기하지 않고, 그저 '그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역으로 클레이머일수록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그 기업과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물론 그 중에는 악성 클레이머도 있다.) (p.176) 
 
   

 

저널리즘과 자본주의의 결탁을 비난하지만, 결국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서는 저널리즘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블로그가 사회적인 미디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익이 있어야 한다. 다만 그 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종속되면, 기존 거대 미디어들처럼 친자본, 친정부화 되어 미디어로서의 인정은 커녕, 신뢰성을 잃게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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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쇼 - 세상을 지켜온 작은 믿음의 소리
제이 엘리슨 지음, 댄 게디먼 엮음, 윤미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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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언론학 시간에 에드워드 R. 머로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다.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머로는 매카시즘을 몰아내는 데 큰 공을 세운 미국의 방송 저널리스트라고 배웠던 것만큼은 생각난다. 그는 1951년에 [This I believe] 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직접 쓴 에세이들을 선별하여 낭송했다. 그의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 그리고 그가 낭송하는 진솔하고 담담한 에세이들은 세계 대전이 끝나고 냉전과 매카시즘 광풍으로 혼란에 휩싸여 있던 미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라디오 쇼] 는 1952년 초판과 2000년에 개정된 [This I believe] 의 에세이집을 번역한 책이다. 에세이의 저자는 아인슈타인, 아놀드 토인비, 이사벨 아옌데, 헬렌 켈러, 콜린 파월, 빌 게이츠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사들부터 주부, 교사, 언론인, 학생 등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예일대 법과대학원 학장이 된 고홍주 씨의 에세이도 실려 있다. 
 


에세이의 주제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 -내가 믿는 이것(This I believe)- 으로 정해져 있다. 에세이는 종교적, 정치적 신념이나 아집, 편견은 배제하고, 오로지 개인의 특별한 경험이나 성찰을 바탕으로 쓰여져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래서 저자들은 에세이를 쓰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신념을 재확인하며,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믿음들은 항상 유동적이지요. 그러므로 내가 믿는 것들보다는 내가 믿지 않는 것들을 열거하는 게 훨씬 더 쉬울 겁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이 세상의 문제들을 독점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역시 그들의 몫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몫들은 대개 내 몫보다 훨씬, 훨씬 더 크지요. 이런 깨달음 덕에 나는 내가 가진 문제들을 더욱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p.22)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극장] 이라는 TV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인간극장] 은 내가 즐겨 보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것은 최근 방송 시간이 오전으로 변경되어 못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30분 남짓한 시간 만큼은 방송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특별할 것 없는 삶이 특별하고, 특별한 삶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기묘한 힘을 [라디오 쇼] 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직접 만났더라면 머리 모양이나 말투 따위가 거슬려서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세이라는 간결한 매개체를 통해서인지, 나는 그들을 만난 적이 없어도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고,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정보들은 이제 그날의 사건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 순간에 초점을 맞추며 점점 더 빨리 양산되고 있습니다. 한 시간 전에 일어난 사건은 이미 뉴스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과거의 사건'이 되어버리곤 하지요. ... <내가 믿는 이것>은 그것과는 다른 방향을 추구합니다. <내가 믿는 이것>은 방금 전에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평생을 바쳐야 겨우 알 수 있는 일들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p.25)

 
   



나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엮어낸 언론의 힘에 또한 감동했다. 위기 시에 방향을 잃고 여론을 선동하는 언론이 아닌, 진정 민중의 편이 되어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언론. 그런 언론이 요즘 같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싶다. 나는 신문과 텔레비전을 '열심히' 읽거나 보지 않게 된지 오래다. 한때는 언론인이 되기를 꿈꾼 적도 있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민중의 등을 두드려주지는 못할 망정, 민중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언론을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그런 언론에 비하면 [라디오 쇼] 는 결코 '쇼(show)'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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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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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는 언뜻 스토리텔링 방식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로 보인다. 어느 정도 맞지만, 오나시스 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허구의 이야기를 담은 여타의 책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주장하는 바에 공감이 되지 않더라도, 오나시스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다면 가볍게 읽을 만하다. 선박왕, 재키의 두 번째 남편, 그레이스 켈리와 마리아 칼라스 등 유명 배우, 예술인들과의 염문설 등 그의 이름과 행적에 대해 한번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테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정치가나 학자에 비해 경영자, 특히 무역가에 대한 평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상이나 학문만큼 상업과 무역도 인류 역사에 공헌한 바가 매우 큰데...

 

책 속의 화자가 자신이 오나시스라고 주장하는 노인을 만나고 그의 옛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노인은 어릴 적 전쟁의 공포와 극심한 가난을 겪었는데, 우연히 아버지가 갇혀있는 감옥에서 한 노인을 만나 성공을 가져다 주는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를 얻게 된다. 거기에 적힌 율법에 따라 행동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과감히 이민, 조금씩 성공을 거두며 이후에는 우리가 잘 아는 '선박왕 오나시스'가 된다. 하지만 큰 부를 얻은 다음에 오나시스는 명예를 잃고 심지어는 가정과 아들을 잃는다. 재클린 케네디와의 짧은 재혼도 그가 자초한 실수 중 하나였다.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는 이것을 손에 얻은 사람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캅베드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공경'인데, 사람이나 일을 공경하고 몰두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신을 공경하지 않고 그릇된 가치를 공경하거나, 또는 공경할 대상에 대해 잘못 판단했을 때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언뜻 환타지처럼 들리기도 하고, 양피지 한 쪽 때문에 인생이 바뀐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비단 캅베드 뿐만 아니라, 인간이 오해하거나 오용하는 가치 때문에 사회에 부작용을 낳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맹목적으로 부와 명예를 추구하고, 생명과 자연을 경시하고 해쳐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얘기가 오늘자 신문에도 수십 건 실려있지 않은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따를 것인가' 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제법 설득력이 있다.     

 

다만 실존 인물의 일화와 가공된 메시지가 섞여 있기 때문에 '책 속의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점은 아쉽다. 정말 오나시스와 빌게이츠가 캅베드를 얻었는가? 난 왠지 아닐 것 같은데... 오나시스가 캅베드를 얻은 건 사실인데 내가 모르는 것인지, 허구의 이야기인데 내가 착각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저자가 정말 오나시스를 만난 건지 아닌지도 나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앞으로 다른 책에서 실존 인물에 대한 얘기를 다룰 때에는 이런 모호함이 남지 않도록 조심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재밌게 읽었다.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읽어버렸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특히 성공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아버지께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역사서, 평전 같은 분위기도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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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 대한민국 최초의 브랜드 마케팅 소설
유창조.안광호 지음, 김성민 이야기 / 컬처그라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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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젠가 영상학 수업을 들으면서 조별 과제로 KTF SHOW 의 광고를 분석한 적이 있다. 경쾌한 징글과 기발한 카피까지, 분석할 만한 요소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가. 당시 광고의 인기가 엄청나서 서른 개의 팀 중 네다섯 조가 이 광고를 선택했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학교 특강을 통해 KTF의 CEO 님을 뵌 적도 있다. SKT라는 업계 1위를 물리치고 KTF의 쇼가 2위에서 1위로 오르기까지의 에피소드, KTF의 경영철학 등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참 반가웠다. 
 

이 책은 쇼(SHOW)라는 브랜드의 기획부터 영업, 마케팅, 광고,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고 있다. 본문에는 강직한 실장을 비롯하여 쇼를 담당하는 TF팀의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소설체라서 읽기 쉬웠다. 한 브랜드가 탄생하여 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 광고 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 수 있었고, 쇼의 사례만을 두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산만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웠다. 본문 끝에는 저자가 해당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경영학적 배경지식과 마케팅 기법에 대해 설명해 주는 코너가 있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다.

  
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광고. 기발하고 재미있는 광고 내용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책에서 보니 광고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봐 내부에서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다행히 쇼는 매출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어서 3G 분야에서 업계 1위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쇼가 우세하지만, 최근에는 SKT의 공세가 만만치 않고(생각대로 하면 되고~ 비비디바비디부~♬), LGT의 오즈도 선전하고 있다. 그래서 쇼도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을 확대하려면 SKT가 들어와야 한다며 자극하는 광고를 만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SKT의 T가 예상 외의 선전을 하자 바짝 긴장하는 책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보니 재밌었다. 앞으로 통신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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