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감탄력 - 평범한 세상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힘
김규림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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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김규림 작가님의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김규림 작가님의 저서를 쭉 따라 읽었다.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작가님은 참 밝고 긍정적인 분 같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초에 출간된 책 <매일의 감탄력>을 읽고 작가님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학부 때부터 열심히 노력했고, 덕분에 대기업 마케터로 취직해 즐겁게 일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삶에 일, 일, 일 밖에 없고 정작 나는 없는 기분이 들었고, 종국에는 번아웃이 와서 퇴사를 하셨다고.


가장 심하게 우울이 왔을 때의 증상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오락성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시간이 너무 아깝고, 아까워 하면서도 계속해서 그걸 소비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결국 심리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고, 선생님은 쉴 때는 일 생각 하지 말고 몸도 마음도 철저히 쉬라는 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일하면서 놀고 놀듯이 일하는 '일놀놀이'의 주창자인 저자에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은 낭비로 느껴지는 것이 한국인의 '종특'이다 보니 이른바 '거룩한 낭비'를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잘 쉬는 법, 보다 완전히 철저하게 쉬는 법을 찾고 있다.


책의 주제인 '매일의 감탄'은 수시로 우울과 절망에 빠지는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한 일종의 팁이다. 상태가 좋을 때의 저자는 회사에서 별명이 '김과장'이었을 정도로 작은 것에도 감탄하기를 잘하고, 자신을 감탄시킨 것에 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저자의 오랜 관심사이자 덕질 대상인 문구가 대표적이다. 조금만 색다른 문구를 접해도 남들보다 유별나게 감탄하고, 자신을 감탄시킨 문구에 관한 이야기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하다 보니 어느새 '문구인'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는 퇴사 이후에도 저자를 수식하는 호칭이 되었다. 나도 나를 감탄시킨 것들에 관해 더 기록하고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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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놀놀일 -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는 마케터의 경계 허물기
김규림.이승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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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놀놀일>의 저자 김규림, 이승희는 몇 년 전 한 회사에서 동료로 만났다. 동료에서 친구가 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죽마고우처럼 잘 맞았다. 특히 일과 삶에 대한 태도가 그랬다. 책에서 두 사람은 '일놀놀일(일하면서 놀고 놀듯이 일하다)'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두 사람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새로 생긴 음식점에 가거나, 이른바 핫 플레이스에 가거나 등등 이른바 '놀이'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일의 영감을 얻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일하면서 만난 사람, 배운 지식, 얻은 교훈 등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와 자기 자신을 발전하는 데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일놀놀일'에 관한 생각을 규칙, 꼰대, 동료, 마감, 성장, 시간, 업데이트, 자괴감 등 총 25가지 키워드를 통해 소개한다. 김규림 작가는 그림(만화)으로, 이승희 작가는 글로 각자의 생각을 풀어낸 점도 신선하다. 인상적인 대목이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간'이라는 챕터에 나온 "시간은 '어쨌든' 흐른다. 내가 뭔가를 하든, 하지 않든."이라는 문장이다. 뭔가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른다.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뭐라도 했다면, 그렇게 한 일들이 쌓여서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나를 바꿀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위한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자.


같은 챕터에서 이승희 작가는 이런 글을 인용한다. "인간에게는 시간을 자각하는 능력이 없다. 그렇기에 생각하면서 흔적을 남겨야 한다. 이렇게 주절주절 무언가를 쓰고 있는 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김동조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중에서) 저자는 매일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었고, 그 기록이 자신의 진로를 바꾸고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는 데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기록의 대가인 김규림 작가 역시 '규칙'이라는 챕터에서 그 날 있었던 일을 하나쯤은 꼭 써두고 자는 습관이 자신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했다고 썼다. 닮아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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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구 - 나는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아무튼 시리즈 22
김규림 지음 / 위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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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 유튜브 화면에 <김규림의 문구 예찬>이라는 채널이 떴다. 채널의 영상을 재미있게 보다가, 영상 속 김규림 작가가 <아무튼, 문구>를 쓴 그 김규림 작가인 걸 깨닫고 <아무튼, 문구>를 읽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작가님 책을 열심히 읽은 결과 지금은 <뉴욕규림일기>, <일놀놀일>, <매일의 감탄력>까지 읽은 상태. 작가님이 직접 독립출판하신 <도쿄규림일기>와 최근에 나온 <연변규림일기>도 어떻게든(?) 구입해서 읽을 예정이다. 작가님 유튜브도 재밌고 책도 재밌지만, 작가님 활동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 <뀰로그>도 완전 재밌다. 왜 이제야 작가님을 디깅하게 되었을까(팬이에요...♥).


<아무튼, 문구>는 본업은 마케터이지만 스스로를 '문구인'으로 소개하는 저자의 문구 덕력을 가득 담은 책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문구를 매우 좋아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그러했듯이 학교나 집 주변 문방구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고, 새로 나온 문구를 직접 안 써보고는 못 배겼다. 그러나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나이가 들고 학업과 멀어지면서 문구에 대한 관심이 식는 반면, 저자는 학업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 사회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문구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돈을 벌고 재정적 상황이 나아지면서 더 많은 문구, 더 다양한 문구를 체험해 볼 수 있어 신이 났다.


책에는 문구에 얽힌 추억부터 문구 취향, 문구 추천, 문구 쇼핑, 문구의 미래에 대한 생각 등 문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문구라면 나도 꽤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국내 문구뿐 아니라 해외 문구에도 조예가 깊고, 아끼는 문구는 혹시 모를 품절에 대비해 문구점에 갈 때마다 여분을 구입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문구를 직접 제작해서 사용하기까지 하신다니 어나더 레벨이시다. 기분 전환을 위해 일요일 저녁엔 문구점에 간다 같은 팁도 좋았다. 문구는 많이 쓸수록 아이디어가 샘솟고 학업 또는 업무 성과가 높아지니 좋아하는 문구는 아까워 하지 말고 팍팍 쓰라는 조언도 마음에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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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구재를 마치고 : 타누마 아사 단편집
타누마 아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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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구재를 마치고>는 <어허, 아타미 군>의 작가 타누마 아사의 단편집이다.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어허, 아타미 군>와 마찬가지로 슴슴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매력이 있다. 맨처음에 실린 단편 <바다는 가지 않아>는 평범한 사무직원 타카모리 씨와 근처에서 일하는 소우다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초 직장의 몇 안 되는 여직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은 휴식 시간에 잠깐 만나서 간식을 먹으며 짧게 수다를 떠는 친구 비슷한 사이로 발전한다. GL 같아 보이지만 GL은 아니고, 일하는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정세랑 작가의 <옥상에서 만나요>가 생각나기도 했다.


표제작 <사십구재를 마치고>는 이십대 후반의 직장인 이시카와 츠카사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장례식에서 만난 큰아버지는 '너도 이제 곧 삼십 대인데 슬슬 결혼해야지' 같은 말을 하고, 혼자 남은 엄마는 사실 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츠카사의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일한 친구인 아키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츠카사의 곁을 지킨다. 서로 불같이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삶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어허, 아타미 군>의 뒤뜰 친구 아타미 군과 아다치 군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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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아타미 군 2
타누마 아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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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최고의 미인인 아타미 군은 매일같이 여학생들의 고백을 받지만 그의 관심은 오로지 남성에게만 향한다. 아타미 군은 물건을 사러 들어간 가게 점원에게도 사랑에 빠질 만큼 '금사빠'이지만, 그렇다고 남자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는 '남미새'는 아니다. 특히 아타미 군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멋대로 들이대는 타입의 남자는 딱 싫어한다. 2권에도 그런 남학생이 나온다. 서점에서 마주친 쿠스모토 군은 아타미 군을 보자마자 '옆 반의 쿠스모토'라며 자기를 소개하고 친한 척을 한다. 그런 사람을 하도 많이 봐서 새롭지는 않았지만, 싫은 내색을 해도 계속해서 들이대는 쿠스모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에피소드 초반만 해도 아타미 군의 감정에 이입해 나도 쿠스모토 같은 타입은 정말 싫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전개를 보면서 애초에 '쿠스모토 같은 타입'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쿠스모토를 비롯해 사람은 그 사람 안에도 다양한 면이 있고, 타인은 그 사람의 한 가지 또는 몇 가지 면만을 볼 수 밖에 없다. 그 사람의 고작 한 가지 또는 몇 가지 면만 보고 '그 사람은 이렇다', '그 사람 같은 타입은 이렇다'라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게 얼마나 섣부르고 오만한 행동인지. 나처럼 아타미 군도 각성(!)해서 자신답지 않은 시도를 해보는데, 그 결과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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