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 이연이 말하는 창작에 대한 이야기
이연 지음 / 한빛라이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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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예술가가 되기를 포기한다. 예술을 전공한 아이들 중에서도 전업 예술가가 되는 사람은 한줌이다. 그만큼 예술의 길은 어렵다. 아니, 예술로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벌기가 어렵다고 해야 하나. 그런 점에서 미술 전공자 이연의 성공은 여러 예비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어려서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던 저자는 미대 입시를 거쳐 미대에 진학했다. 예술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예술하면 밥 먹고 살기 어렵다 등등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저자는 졸업 후 창작이 아닌 취업의 길을 택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고 자신의 채널에 올린 드로잉 영상 몇 편이 '대박'을 쳤다. 자신의 그림이 돈이 된다는 걸 안 저자는 이후 전업 유튜버로, 작가로, 강연자로 변신했다. 예술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예술하면 밥 먹고 살기 어렵다던 주변 사람들의 말을 순순히 받아 들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기적'이다.


이연이 2023년에 발표한 산문집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를 읽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창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육하원칙에 맞추어 설명한다. 왜 창작을 하는가, 언제 하는가, 어디서 하는가, 어떻게 하는가, 무엇을 하는가, 누가 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따라 읽다 보면 독자가 저절로 저자의 창작론, 창작 루틴 등을 알 수 있는 구성이다. 


창작자로 살려면 일단 자신을 창작자로 믿어야 한다. 창작자가 되는 데에는 특정한 자격이나 커트라인이 필요하지 않다. 그림 그리는 삶을 살고 싶다면 일단 아무 선이나 그어보자. 계속 그리다 보면 더 잘 그리는 법을 찾게 되고, 찾다 보면 자신에게 적합한 화풍을 발견하게 된다. 학교 공부나 회사 일 때문에 바빠서 창작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 그림 일기라도 그려보자. 실제로 저자는 힘들게 입시를 통과해 미대를 나온 자신이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 게 답답해서 그림 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록하는 습관은 이후 글쓰기, 영상 제작, 저서 출간, 강연 등으로 이어졌다.


창작자가 되고 싶은데 창작의 원천이 되는 영감이 없다면 영감이 생기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영감을 찾아야 한다. 안 가본 동네에 가보거나, 안 먹어본 음식을 먹어보거나, 자신과 생각이 다른 친구의 결정을 따라보는 식으로 자신의 틀을 깨는 선택을 해보는 것이 좋다. 여행도 좋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영화관, 미술관, 공연장, 서점, 화방 등에 가보는 것도 좋다. 창작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쓸모 없는 일이 아니다, 고흐처럼 잘 그릴 수도 없으면서 고흐의 삶을 불행하다 여기는 건 잘못이다 같은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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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절친에게 고백받은 이야기
카모가와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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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전공하는 대학생 쿠리하라는 어느 날 황당한 일을 겪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11년 간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세상을 떠난 모모세가 유령이 되어 자기 앞에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유령이 되어 나타난 모모세로부터의 충격적인 고백 - "쿠리하라 좋아해." 갑자기 왜 이러느냐고 묻는 쿠리하라에게 모모세는 죽고 나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어져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 모모세에게 오랜만에 만났으니 일단 게임이나 하자고 말하는 쿠리하라. 이후 모모세는 성불을 하기는커녕 쿠리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데...


카모가와 케이의 <죽은 절친에게 고백받은 이야기>는 죽어서 유령이 된 절친으로부터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은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BL의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한 명은 인간, 한 명은 유령이라서 수위 높은 장면은 없다. 단편 <타케무라와 마츠다>는 대학교 1학년인 마츠다가 입주한 원룸의 전 주인인 타케무라의 유령을 만난다는 설정이다. 낯선 환경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유령이라도 곁에 있어주니 오히려 좋다는 마츠다를 보니 대학교 신입생 시절의 외롭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보너스 만화인 <모모세와 쿠리하라>는 두 사람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린다. 일종의 프리퀄로, 이 만화를 읽고 나면 본편의 감동이 더욱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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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나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소중해
마에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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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에 다니는 쿠레노 모미지와 후지미야 스미레는 사실 비밀 연애 중이다.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까 봐 둘만의 비밀로 하는 건데 좀처럼 숨기기가 어렵다. 특히 모미지는 누가 "후지미야 씨는 얼굴은 예쁜데 다가가기 어려운 성격이라 별로"라고 말하면 '스미레가 집에선 얼마나 귀엽고 상냥한데'라고 바로 반박하고 싶다. 그런 모미지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는 건 집에서 만나는 스미레의 환한 미소와 귀여운 애교다. 회사에서는 무표정인 스미레가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에 모미지는 점점 더 비밀을 지키기가 힘들어지는데...


마에바의 <애인이 나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소중해>는 비밀 사내 연애 중인 커플의 일상을 그린 오피스 배경의 로맨스 만화다. 회사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자기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다른 여자친구 때문에 (좋은 의미로) 힘들어 하는 남자친구 모미지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밀 연애 중인 회사에서의 아슬아슬한 텐션과 둘만의 공간인 집에서의 해방감이 이야기에 완급을 형성하며 재미를 더한다. 두 사람의 연애 계기를 그린 에피소드가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데, 모미지의 캐릭터가 사뭇 달라서 놀랐고 스미레를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단권으로 완결되어 아쉽다(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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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오지 명물 텐구의 사랑 1
나나오 토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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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정으로 고향인 하치오지로 돌아온 코타로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고독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커플의 권유로 하치오지의 명물인 다카오 산에 가게 된 코타로는 어릴 적 '텐구카쿠시'를 당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텐구카쿠시란 사람이 갑자기 신에 의해 숨겨지는 '가미카쿠시'와 비슷한 것으로, 코타로는 그 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텐구로 짐작되는 존재로부터 '이곳에는 오지 말라'는 경고를 들은 것만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날 밤 다시 찾아간 다카오 산에서 코타로는 어릴 적 자신을 지켜준 텐구 소녀 히메와 재회한다.


나나오 토모의 <하치오지 명물 텐구의 사랑>은 일본에 전해 내려오는 상상의 동물 요괴인 텐구를 소재로 한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 만화다. 알고 보니 히메가 코타로에게 '이곳에는 오지 말라'라고 경고했던 건, 텐구와 세 번 마주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마을의 관례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세 번을 채운 코타로는 히메와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그 전에 마을 밖으로는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다는 히메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서 동거부터 하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고독한 청년 코타로와 사랑 많은 텐구 신부 히메의 동거 라이프. 작화도 내용도 달달하니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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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카와는 울고 싶지 않아! 1
토야마 아치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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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가련한 외모의 여자아이 우사미 스즈는 사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 그것은 바로 겉으로는 강해 보이는 남자가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온갖 콘텐츠(아마도 성인 BL?)를 섭렵하며 자신의 욕망을 탐닉하던 우사미는 어느 날 학교 과학실에서 같은 반 남학생 나루카와와 우연히 마주친다. 잘생긴 외모의 인기남답게 모든 여자가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나루카와는 우사미에게 "한 번 해줄까?" 같은 도S 발언을 시전했는데, 그 말을 들은 우사미는 나루카와의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호기심이 발동하고 만다. 대체 이 남자는 '당할 때' 어떤 모습이 될까.


토야마 아치하의 <나루카와는 울고 싶지 않아!>는 읽으면서 여러 번 충격을 받은 작품이다. 일단 배경이나 인물 캐릭터 등은 전형적인 이성애 로맨스 만화의 그것인데, 연약한 외모의 여자가 공이고 세 보이는 외모의 남자가 수라는 점이 그랬다. 여자가 공이고 남자가 수인 설정까지는 다른 만화에서도 봤지만, 정신적으로만 공-수인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공-수인 상황은 이 만화에서 처음 봤다. 아마도 BL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은 여주가 자신의 욕망을 여과 없이 남주에게 시현하는데, 남주가 그런 상황에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아하는 모습도 신선했다(솔직히 내 눈에도 귀엽다). 재밌어서 2권은 무조건 읽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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