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앤드 밸리 - 절망의 골짜기에서 다음 봉우리를 바라보라
스펜서 존슨 지음, 김유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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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지난 한 주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일주일을 맞이할 겸, 어제는 늦은 밤까지 책을 읽었다. 딱딱하고 어려운 책은 가급적 피하고, 피로를 달래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밸리(valley)' 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어 책장에서 이 책을 골랐다. 골짜기. 나는 지금 골짜기에 빠진 것만 같다. 끝이 어딘지 모르고 바닥까지 굴러떨어지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오를 일만 남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 어서 피크에 올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만은 확실하다. 

저자 스펜서 존슨은 전 세계 6천만 독자들에게 읽힌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선물> 등을 쓴 사람이기도 하다. <피크 앤드 밸리>는 그의 2009년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출간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 또한 2009년 출간 당시 이 책을 구입하여 읽었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어제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의 구성은 스펜서 존슨의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인생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교훈을 설명할 뿐이다. 하지만 시간의 힘 때문인지 전에 읽었던 것과는 또 다른 감동과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때는 인생의 무게를 아직 잘 몰랐고, 내 상황이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되고, 그 누구도 내 손을 잡아주고 부축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나니 이런 책의 작은 교훈 한 줄에도 감동이 오나보다.

 
책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인생에는 수많은 골짜기와 산봉우리가 있지만 인간은 그것을 조절할 수 없고 다만 태도를 바꿀 수는 있다. 골짜기를 만드는 것, 아니 골짜기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태도 문제인 것이다.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돈에 대한 두려움, 사람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두려움이 두려움을 낳고, 골짜기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절망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끊임 없이 구하고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러는 중에 얻어지는 것은 분명히 있다. (반드시 돈 같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도 말이다.) 젊은 시절을 한 가지 일만 하면서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가지 일에 도전해 보면서 나의 가능성을 넓힐 기회를 얻었으니 더 좋은지도 모른다. 나처럼 한달에 수십권씩 책을 읽고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생각하는 청춘이 그리 많지는 않을테니. 그러니 오늘 하루 또 여유로운 날을 얻은 것을 자책하지 말고 감사히 여기며 귀하게 써야겠다. 그리고 언젠가 꼭 지금의 시련들을 안주거리 삼아 얘기할 수 있는 날을 맞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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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식사전 2 - 세계경제편 길벗 상식 사전 11
정재학 지음 / 길벗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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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리뷰를 쓴 김민구 저자의 <경제상식사전>의 후속편 격인 책이다. <경제상식사전>이 경제학 기초와 국내 이슈에 비중을 많이 둔 반면, <경제상식사전2>는 세계경제를 비롯하여 환율, 금융이 주내용이다. 전편에 비해 세계경제와 관련된 이슈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나, 전편을 읽은 사람으로서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고, 후반의 환율, 금융 부분은 대학에서 국제금융론을 수강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내용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세계경제편'인만큼 세계경제의 역사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비롯한 최근 이슈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이 되어 있는 점은 좋다. 첫째마당 '아는척하기 딱 좋은 세계경제 기초상식'에 소개되어 있는 동인도회사, 튤립 버블, 로스차일드, 폰지 기법, 브레튼우즈 체제 등의 토픽들은 신문, 뉴스는 물론 헐리우드 영화나 영미권 소설을 볼 때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재들이라서 배경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둘째마당 '세계경제 핫이슈 따라잡기'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비롯하여 G20까지 비교적 최신 이슈에 대해 일반인들도 알기 쉽도록 여러가지 사례와 도표, 그림을 활용하여 간결하고 재미있게 설명한 점이 좋았다. 

셋째마당 '알아두면 돈 되는 해외투자 정보'는 중국, 인도, 베트남, 남미 등 신흥 경제시장에 대한 설명이 주로 나와 있다. 이머징 마켓, 브릭스 등 익숙한 개념부터, 중국 주식시장의 시스템과 인도 경제의 강점, 베트남 시장의 성장 등 평소 궁금했지만 정보를 찾기 힘들었던 내용에 대해서도 나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넷째마당은 '환율과 금융 상식' 부분인데, 나는 대학에서 국제금융론을 수강할 때 배운 내용이라서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금융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평소 신문을 볼 때 환율에 대한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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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나이 드는 법 31 : 여성 편 멋지게 나이 드는 법
장윤희 지음 / 작은씨앗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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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을 가진 책이 여러 권 있는 모양이다. 그 책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다지 권해주고 싶지 않다.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이라고 하기에 인생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나 멋진 중년, 노년을 보내기 위한 준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줄 알았는데, 와인 즐기기, 피부 관리, 옷차림 연출, 휴식 방법 등 굳이 이 책에서 다뤄져야 하는가 싶을만큼 일반적인(또는 잡다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뭐, 책에 소개된 방법을 따르면 '멋'있게 나이 들 수 있을런지는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멋'이 꼭 그 멋 뿐만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책에서 마음에 남는 부분이 한 곳 있다. 직업적 성공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평생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의 저자인 오현숙씨의 사례를 소개한다. 오현숙씨는 커리어 우먼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살다가, 쉰 살을 얼마 앞둔 어느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에 돌연 홀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가족, 친구가 모두 말렸던 그 여행에서 그녀는 여러 나라의 특징을 몸소 체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인생의 참된 의미를 발견했다. 더 가지고 모으고 욕심부리기만 했던 지난날보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났던 여행길에서 얻은 것이 더 많았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이 아니라 <평생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의 내용이다. 인용 부분이 가장 좋았다니... 역시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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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잉글리시 - 영어를 삼킨 아시아, 표준 영어를 흔들다
리처드 파월 지음, 김희경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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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사람들은 아시아권 사람들이 쓰는 영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으로 고른 책인데 마침 카이스트에서 연이어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 중 하나가 '100% 영어강의' 가 아니냐고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본의 아니게 시사 이슈와 맞아떨어진 덕분에 평소보다 진지한 태도로 읽었다.

저자 리처드 파월은 법학자 겸 언어학자인 영국인으로 일본에 체류하던 중에 간판이나 홍보물, 안내문의 잘못된 영어 표기는 물론, 잘 알아보고 만들었을 브랜드명마저 (가령 '포카리 스웨트'는 땀(sweat)을 마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이상한 영어 표현을 쓴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인의 생활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그들이 사용하는 영어의 가짓수는 늘거나, 아예 새로운 영어식 조어를 만들어 쓸 정도였다. 이에 영감을 얻어 25년간 아시아에 거주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언어인 영어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자랑스럽게도(!) 한국의 사례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저자가 주로 생활한 곳이 일본이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타이, 미얀마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연구했는데도 한국의 사례가 많다는 것은 곧 한국 내의 영어에 대한 열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고, 그만큼 특징이 두드러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내용에 대한 사례로 등장한다. (슬프게도 그의 지적은 사실이다.) 영어 사교육 열풍부터 '넘버 원', '프리미엄' 등 경쟁이나 비교의 뜻을 담은 말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저자가 한국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언어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외래어까지도 한국 문화의 부정적인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지만 74퍼센트에 이르는 학생들이 1,2학년부터 영어 사교육을 받는다. ... 이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한다면 영어 사교육에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응답이다. "내가 영어에 미쳐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내가 만난 젊은 한국 아버지가 말했다. "그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뿐입니다. 다 영어 과외를 시켜요. 영어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도 얻거든요.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교육 수준은 믿을 수가 없어요. 내 아들을 학원에 안 보내면 다른 아이들한테 뒤처져요." (p.55)

한국에서도 나는 약간 이상한 영어 자막이나 내레이션이 흐르는 광고들을 봤다. 가령 "넘버원 이미지(이미지가 어떻게 '넘버 원'이라는 걸까? 그리고 한국인들은 왜 '넘버 원'이라는 표현을 좋아할까?)라던가 "프리미엄 버거, 빅 태이스티(...)" ... "프리미엄 디지털 카메라 : 한국의 광고 제작자들은 '프리미엄'이라는 말을 유난히 좋아한다)" 같은 말들이다.(pp.104-5) 

 

저자는 영어가 아시아권에서 가지는 '파워' 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여기서 '파워'란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 이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격차나 차별까지도 포함한다. 사실 아시아 국가들이 고유의 언어를 버리고 영어를 강조하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다. 저자가 이 연구를 하게 된 것 역시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부자 학교와 가난한 학교의 격차는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유달리 커 보인다. 급속한 산업화와 중산층의 교육에 대한 집착 탓이다. 그 격차는 영어에 대한 접근성의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서울 강남구의 서울대 진학률은 다른 지역보다 최고 아홉 배나 높다. (p.195) 

 

영어의 파워는 국가간의 힘의 상징일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많은 격차를 야기한다. 전에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 vs 못 하는 사람'의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영어를 어릴 때부터 배우는 사람 vs 성인이 되어서야 배우는 사람', '외국에서 배우는 사람 vs 국내에서 배우는 사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영어 실력은 경제력의 차이를 낳고, 이는 자식들의 교육 접근성 차이로 이어지며 격차를 대물림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영어 학습지만 구독해도 유별난 집, 부모가 극성 맞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이른 아침부터 영어유치원 버스에 오르는 '케이트', '조나단'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저 아이들과 같은 세대인 아이들은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그 아이들이 서로 의사소통이나 될까? 

뿐만 아니라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가 100% 영어 강의 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한국의 사례는 나오지 않지만, 굳이 고급 학문을 다루는 대학 수업을 영어로 강의할 필요가 있는가, 필요하다면 과연 대학 자체의 국제화는 얼마나 진행되었는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시아 대학들은 영어로 진행하는 자체 수업도 새로 열고 있다. 태국 고등교육위원회에 따르면 대학에서 2008년 현재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 프로그램은 727개다. 학교들은 '국제적'이라고 내세우지만 태국 학생 비율이 99.8%로 압도적으로 많다. (pp.172-3)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영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오로지 '목적'으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태도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영'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영미권의 문학을 공부하는 '영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아시아인이 줄고, 인도나 필리핀의 고급 인력들이 자국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하지 못하고 영미권 기업의 전화상담원 역할만 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의 영어 교육 열기를 이용하여 미국이나 영국에서 언어연수 등을 명목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영어 광풍의 이면에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영어가 다른 언어를 희생시키며 확산되는 '킬러 언어'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치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가 더 심해지는 이면을 놓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어학 전공자가 아니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영어 교육의 현주소에 대해 생각해보고 올바른 언어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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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게 -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나계영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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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편지가게입니다. 저는 원하시는 분과 '편지 교환'을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보내는 편지는 모두 10통입니다. 이 10통의 편지로 당신이 보다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잠시 생각했지만 괜찮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때까지 제대로 된 편지를 써 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결국 어떻게 써야 할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생각나는 대로 써 보기로 했다. 다 쓰고 난 후 마음에 안 들면 보내지 않으면 되니까. 반 장난하는 기분으로 펜을 움직였다. (p.33)

 

얼마전 이사를 준비하면서 짐을 정리하다가 학창시절 친구들에게서 받은 편지가 담긴 상자를 찾았다. 삐뚤빼뚤한 글씨, 아기자기한 색상의 캐릭터 편지지, 그리고 그 위에 적힌 현재의 고민들과 미래의 꿈들... 그 중에 내가 이룬 것이 얼마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 때는 이런 걱정을 하고 이런 것들을 좋아했었구나.' 그저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지금의 내가 대견스럽고, 지금의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편지는 참 재미있는 매체다. 고작 종이 한 두 장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고, 시간과 시간이 연결되니 말이다. 바로 이 편지를 이용하여 젊은이들의 고민과 인생 설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쓴 책이 있다. 바로 <편지 가게>. 저자 기타가와 야스시는 한 사람이라도 많은 젊은이들이 보다 멋진 삶을 살 수 있게 돕기 위해 집필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요코하마에서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자기 계발에 관한 연구를 하는 소메이샤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책이기 때문에 '자기계발'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하지만 저자의 말을 빌어 '눈앞의 구직활동의 결과보다도 그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인생을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쓴 책인만큼 내용의 깊이와 감동은 여느 책과 달랐다.
 

취업준비생인 료타는 우연한 기회로 '편지가게'의 존재를 알게 되어 편지를 주고 받는 계약을 하게 된다. 계약의 조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 10통의 편지를 쓸 것. 편지의 내용은 '지금의 당신에 대하여' 쓸 것. 요즘처럼 눈 뜨고도 코가 베이는 세상에 무슨 사기나 다단계에 걸려드는 것이 아닌지 료타는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까짓것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펜을 들었다. 취업준비생, 불확실한 미래, 주변의 시선,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불안감... 대학을 졸업한지 2년째에 접어드는 내가 안고 있는 걱정과도 비슷하다. 아니 요즘 청년들 대부분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한통 한통 편지를 보내고 편지가게로부터 답장을 받으면서 료타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생전 처음으로 자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자신의 인생에서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돌아보게 되고, 부와 명예를 떠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성장의 계단을 밟아나간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괜히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변화가 편지가게에서 '이렇게 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료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이다. 료타의 고민에 대해 편지가게는 그저 '너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구나. 그렇다면 저런 식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하고 제안할뿐,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 적용하여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료타였다. 모든 답은 료타 자신에게 있었던 것이다.  

책을 비롯한 많은 매체 속에는 인류 역사를 통해 얻어진 수많은 지혜와 미덕, 교훈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오로지 인간, 즉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 , 그리고 그것은 곧 너 자신 안에 있다는 것, 그 것이 이 책의 진짜 메시지가 아닐런지. 

 

청춘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나는 어제 또 실패했고 오늘 처절하게 울었다. 누군가는 청춘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지만, '빈대처럼 기생하는 인생이 퍽도 그렇겠다'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 속의 긍정적인 자아는 이 책의 저자가 보내는 메시지에 기대보자고 외쳐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 이제는 정말 어제 내가 만난 실패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내가 부딪힐 수 있는 벽들 중 하나일뿐이라고, 오늘의 울음은 내일의 완벽한 미소를 위한 연습일뿐이라고 믿어보려 한다. 료타가 그랬듯이, 마음은 반신반의할지언정 일단 'YES'라고 외치면 하늘은 그런 나를 위해 다시 'YES'라고 대답해줄테니. 

편지는 참 매력적인 매체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4월의 비오는 밤이다. 편지의 첫 인사는 료타처럼 "편지가게 씨. 안녕하세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글이 뒤죽박죽일지도 모르겠지만 이해해주세요.' 이걸로도 충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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