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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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의 여자들은 임신하는 순간 자신의 삶도 끝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줄리엣은 임신을 하고 나면 지혜가 필요하다고, 뭔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얼마 동안 그녀는 가정과 남편과 아이들이 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치 그런 것들이 평범하지 않은 일이고, 인간의 경험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어 주는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것들을 가지고 나서는 그녀의 혈관 안에 매일 조금씩 납덩이가 쌓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장을 보지 않으면 집 안에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바나비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베네딕트가 다시 직장에 나가 버리고 자신이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리해야 할 집안일들이 너무 많아서, 베네딕트에게 부탁하느니 직접 하는 것이 더 편하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일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땐 그녀도 많이 놀랐고, 거의 분노를 느꼈다. 

그녀가 알고 있던 정의에 따르면 그런 일상적 폭력의 흔적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가족들도 알아차려야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불평을 한 것은 실수였다. 어머니의 얼굴에 떠올랐던 그 기쁨의 표정, 사악한 기쁨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pp.55-6)

 
   

 
 

런던 인근의 베드타운 알링턴파크에 사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위 문장에서 '런던'을 '서울'로, '알링턴파크'를 '분당'으로 바꾸면, 그러니까 '서울 인근의 베드타운 분당에서 사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이라고 하면 그것은 곧 나의 어머니의 삶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어머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가 친정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만 하다가 옆 부서에서 일하던 신입사원, 그러니까 지금의 나의 아버지와 1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을 하면 여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그 때의 상식이었고, 어머니도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그 때부터 오로지 나와 동생을 키우고 내조를 하는 데에만 전념하며 25년을 보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까지 어머니는 과연 행복하셨을까? 당신 입으로는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좋은 남편, 안정적인 생활, 부족하지 않게 키운 자식들... 하지만 어머니 인생에도, 자식인 나는 감히 짐작하지도 못할 만큼의 권태와 괴로움, 갈증이 있었을 것이다. 높은 학업, 직장에서의 성공 같은, 어머니 인생에는 허락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소망들... 못난 딸은 이제서야, 그것도 소설을 읽으며 겨우 그것들을 헤아릴 정도가 되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중산층 여성이 나온다. 각각 캐릭터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라는 점은 같다. 그리고 지겹도록 단조롭고, 숨막힐듯 갑갑한 남편의 속박, 아이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고 있다는 점도. 그러나 세상이 그녀들에게 허락한 것은 얼마 안 된다. 기껏해야 근처 쇼핑몰에서 사지도 못할 야한 옷을 입어보며 여성성을 확인하고, 쉬는 시간마다 한 집에 모여 수다를 떠는 정도이다.  

그 수다 조차도 처녀 때 같지 않은 몸매와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 남편, 말 안 듣는 아이들 얘기를 하고나서, 그래도 자신들에게는 따뜻한 집이 있고 가족이 있으니 낫다는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수다 끝에 자기 삶을 합리화하기 좋아하는 크리스틴이 던진 말은 그 중 압권이다. "하긴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들을 생각하면, 저기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지진이나 그런 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는 불평하면 안 돼. 그렇죠?" 크리스틴이 말했다. - p.140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하루에도 얼마나 자주 이런 생각을 했던가!)

 


배경은 비슷하지만 이 소설이 '위기의 주부들'과 다른 점은 여성들 스스로 삶의 전환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문학에 대한 사랑, 문학반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누구는 딸에 대한 사랑을 다짐하고, 또 누구는 어머니의 삶을 반추하면서 권태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의 자세를 찾는다. 특히 솔리가 파올라를 홈스테이 게스트로 맞이하면서 여성성을 되찾게 되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파올라는 친구나 가족, 물건 등 세속적인 것에는 전혀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만끽하면서 사는 여성이다. 솔리는 그런 파올라를 보면서 한없는 부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의 인생이 '에사타멘테(Esattamente)', 즉 눈가리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파올라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가리개. 결핍과 상실감을 가리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 사는 인생이라니, 이보다 더 비참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 아내들은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의 삶을 희생하여 가족을 위해 눈가리개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사회는 여전히 많은 딸들, 며느리들에게 그런 삶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아버지, 남편, 아들, 사위들의 삶도 고단하긴 마찬가지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영화 제목에 이어 노래, 그리고 이제는 '결혼은 무덤'이라고까지 말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져도 가족, 부부 관계는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편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하지만 소설 속의 여성들이 끝내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나 또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희망을 놓고 싶지 않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불완전한' 생활이 그녀들의 변화로 인해 '완벽한' 모습이 될 수 있었듯이, 나의 삶 또한 내가 변하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지혜가 필요한 날이 왔을 때 꼭 이 책을 떠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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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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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우리는 관계와 소통을 배운다. 거래를 하면서 우리는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3000년 전, 초기 거래상들은 자신의 상품을 내다 팔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새롭고 진기한 문화를 만났다.  

돈에 집착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익을 남기겠다는 욕망이 없었다면 거래는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바깥세상에 뭐가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오랫동안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 

사업이든 사람이든 정말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직접 만나고 경험하고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저 멀리 언덕을 넘어가 국경을 건너려는 사람들, 그들 무리에 끼어들어 그들과 하나가 되면서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수밖에 없다. (p.14)

 
   


 


영국의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였던 코너 우드먼은 회사 구조조정을 위해 해고할 직원 명단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고 이런 일을 하기 위해 경제학을 공부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사무실 안의 '죽어있는 경제'가 아닌, 지구촌 곳곳에 스며있는 '살아 있는 경제'를 만나기 위해 그 길로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그의 스토리는 영국에서 <80일간의 거래일주(Around the world in 80 trades)>라는 제목의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80일간의 거래일주>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더니 전편 영상이 올라와 있다. 책에 실려있는 내용보다는 간략한 느낌이지만, 현지의 분위기나 당시 상황을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Part 3의 Asia편은 강추. 중국부터 대만, 홍콩, 그리고 일본까지 극동 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누비며 거래를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인 한국에는 안 왔을까. 아쉽다.......ㅠ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경제를 책에서, 사무실에서 배운 그에게 '진짜' 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물건을 싸게 구입하고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상품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현지 상인들과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손해를 본 경우도 많았다. 수단에서는 낙타를 구입하려다가 스파이로 몰려 감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어렵게 골라서 산 옥을 대만까지 가서 팔아보려고 했지만 헛탕만 쳤고, 일본 츠키지 시장에서는 잠도 못 자고 어선을 타고 일했지만 함께 작업한 어부와 이익을 나누고 나니 손에 쥔 것은 고작 몇 백엔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그가 번 돈은 우리돈으로 약 1억원(5만 파운드)! 그리고 방송과 책이 인기를 끌면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여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이 세계일주를 통해 얻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처럼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경제를 강의실에서만 배운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느낀 점이 많다.  



첫째는 실물경제의 원리. 현지에서 물건을 거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였다. 정보력의 차이가 거래 금액을 결정하고, 거래 금액에 따라 자신의 이윤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자신이 잘 아는 것,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구입하여 정보의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나라마다 분위기와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 가령 중국에서는 거래할 때 바가지를 너무 많이 씌우는 경향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관료주의 때문에 거래 하는 걸 허락받는 것조차 힘들었다. 영국에 있을 때는 대만에 대해 좋은 얘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활력이 없고 사람들이 탐욕스러웠다는 점도 그는 지적한다. 국내에서 접하는 정보와 현지의 분위기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나 주변으로부터 듣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만의 정보 루트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걸 알았다.

 

경제학을 비롯하여 학문에 대해 꼭 교과서대로, 강의실에서 배운것처럼 딱딱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사람들은 원리원칙을 따지거나 정적인 것보다는 일탈에 가까울만큼 파격적이고 동적인, 그야말로 '날 것'의 콘텐츠를 더 선호한다. 코너 우드먼의 TV 다큐멘터리와 책은 코너 우드먼은 경제학이라는 고전적인 학문의 세계를 '세계일주'를 통해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았다는 점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콘텐츠를 만든 코너 우드먼은 참 영리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내가 배운 학문을 소화하고 세상에 소개할 수 있을까? 그것이 요즘 나의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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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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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는 것보다 교도소 안에 있는 편이 차라리 나아요.

그곳엔 친구들이 다 있거든요. 누가 나를 판단하지도 않고요. 내 범죄 기록에 대해서 욕하지도 않고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에요. 하루 종일 운동하거나, 아니면 작업장에서 일하지요.

돈은 아주 조금밖에 못 벌지만 먹고 잘 수 있고, 게다가 빨래까지 해주잖아요.  

텔레비전도 있고, 어학과 컴퓨터 수업도 받게 해주고요.

밖에 나오면 일자리도 없죠, 얻어 걸리는 숙소라곤 더럽고 누추하죠, 놀림받죠,

남들 시선이 두려워요. 그래서 어느새 다시 구걸을 하게 되는 거에요......"

 

올리비에 로뱅은 호되게 한 방 맞은 것처럼,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사람들은 자유로운 상태를 좋아하지 않아...... 자유는 고뇌인거야.  

사람들은 충분한 자유가 없다고 불평하기나 좋아하지.

하지만 막상 자유를 주면 어찌할 바를 몰라. 그래서 자유를 박탈하겠다고......  

깜짝 놀랄 만한 식으로 이런 제안을 받으면 그들은 동의하고, 마침내 자유의 중압감에서 놓여나 안심을 하지.>

 

그는 혼자 생각했다. 그는 깊숙이 눌러앉았다.

로마가 공화정이었을 때 황제가 되려는 카이사르에게 로마인들이 어떤 환호를 보냈던가, 그 기억이 났다.

프랑스 사람들이 어떻게 투표로 나폴레옹 3세를 제위에 앉혔는지도,  

일본 여행 갔을 때 일본인이 털어놓던 말도 생각났다.

<유권자들이 민주적으로 뽑은 사람과, 태양의 자손인 천황의 아들, 둘 중 어느 쪽이 낫죠?>

 
   

 
 

이제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이번에 읽은 <파라다이스>가 가장 좋았다.

너무 자신 있게 얘기했나? 정정한다. 내 취향에 가장 맞는 책이었다.

 

'있을 법한 추억', '있을 법한 미래'라는 작은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총 두 권에 실린 열일곱 편의 단편들은 모두 베르베르의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과거 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1권을 보자.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꽃 섹스>, <영화의 거장> 등등 제목만 보아도 웃음이 큭큭 난다.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이라니!

본문의 내용은 더 웃기다. 미래에는 환경 오염을 우려하여 전력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운행시키려면 장정들이 도르래를 돌려야 하고,  

텔레비전 뉴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에서 연극처럼 상'연'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볼까. 불과 몇 십년 전에 존재했던 초기 형태의 엘리베이터는 전력이 아닌 인력으로 운행되었고,

텔레비전, 컴퓨터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극, 방송의 시초는 연극이다.

기술을 가동시킬 에너지원이 없다면 그 때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2권은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상표 전쟁> 등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미국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본다는 점은 여느 프랑스 작가 내지는 유럽 출신 작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상 '이라는 형식을 빌려서인지 비극적인 분위기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2권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는 <농담이 태어나는 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가들이 써주는 농담을 자신이 쓴 것 마냥 연기하며 살아온 유명 코미디언이 유머의 근원을 찾아간다는 내용인데,

오와라이 팬한테 '코미디언의 고뇌'라는 주제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또 있을까.

요시모토 직원이 이 책을 읽고 제안서를 올려서 판권을 사서 직접 영화하하면 재밌을 것 같다.

주인공은.... 고뇌에 찬 일본 최고 게닌 역할이니까 역시 맛쨩이 어울리려나.

하지만 프랑스와 일본의 거리와 문화 차이 등등을 고려했을 때, 소망은 소망일뿐.

맛쨩이 다른 극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더 빠르겠다. 에휴...

 

 

 

그래도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기분 좋다.

이것이 바로 상상의 힘,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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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창조자 - 똑같이 주어진 시간, 그러나 다르게 사는 사람들
로라 밴더캠 지음, 송연석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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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열심히 일할 용의가 있고 또 주어진 업무를 괜찮게 해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그 이상이 되기 어렵다.

주어진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딱 들여야 할 시간만 투자하고,  

즉각적으로 뻔히 보상받을 수 있는 일만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집에 와서는 TV에서 뭘 하고 있는지 등 일과 무관한 것들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최근 메릴랜드 대학교의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불행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보다 20퍼센트 이상 TV를 더 많이 본다고 한다.

자신의 불행을 잊게 해줄 도피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인적인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pp.100-1)

 
   


 

학교도, 회사도 안 다니는데 뭐 그리 바쁘냐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정말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

그러면 하고 싶은 공부도 맘껏 하고, 책도 하루에 두 권은 읽고, 봐야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도 실컷 볼 수 있을텐데.

 

<시간창조자>의 저자 로라 밴더캠은 다르게 말한다. 일주일동안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총 168시간.

이를 꼼꼼히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창조'하면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있는 시간도 부족한데, 새롭게 시간을 만들 수 있다니!

늘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허둥지둥대며 사는 사람으로서 솔깃하지 않을 수 있을쏘냐.

 

 

 

 시간 창조 과정 8단계

 

1. 시간을 기록한다.

2. 나만의 100가지 꿈 목록을 만든다.

3. 나의 핵심 역량을 확인한다.

4.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

5. 핵심 역량 시간을 블록 단위로 뭉쳐 168시간을 채운다.

6. 나머지는 무시하고 최소화하고 아웃소싱한다.

7. 자투리 시간의 기쁨을 누려본다.

8. 필요할 때마다 적응력을 키운다.
 

 

 

저자가 시간을 창조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들은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시간을 기록하는 건 대학교 때 경력계발센터에서 주최한 프로그램에서 시켜서 해본 적이 있고,

나만의 100가지 꿈 목록을 만드는 건 김수영 님의 책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에서 본 적이 있고,

핵심 역량을 파악하는 것은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에서 진작에 해봤다.

(※ 참고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을 구입하면 강점을 찾을 수 있는 온라인 테스트 응시권이 따라온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과정을 겪고 저런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이제는 이 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된다.

꿈 목록은 - 아직 오십 개도 못 채웠지만 - 틈틈이 작성하고 있고,

핵심 역량도 - 탐구심, 사고, 책임, 학습자, 질서 등이 나왔다 - 이미 파악했다.

남은 건 저자의 설명을 따라 핵심 역량 시간을 뭉치고 나머지는 비우며 시간을 관리하는 것뿐! 오예!!

 

그 결과를 소개해보자면...

 

먼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취미 생활을 직업과 관련되는 쪽으로 더욱 연계해나갈 생각이다.

나의 취미는 독서, 그리고 외국 영상 보기.

그러므로 전문분야와 관련이 있는 역사나 국제정치, 외국어, 경제경영 관련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고,

관련된 주제의 영화나 다큐멘터리, 드라마가 있으면 다른 것보다도 먼저 볼 생각이다.

앞으로는 관련 분야의 책만 엄선하여 구입하고, 관련 없는 분야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겠다.

 

저자의 경우 작가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자기 글을 분석해달라고 의뢰하거나 직접 분석하고,

의뢰받은 글이 없을 때에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일기를 쓰거나 소설에 활용할 장면들을 스케치했다고 한다. (p.141)

시도 때도 없이 페이스북을 확인하거나 관심 없는 분야의 글을 쓰는 것보다는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이 편이 훨씬 낫다고 하는데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물어보기로 했다.

 

 

* 지금 하는 일이 내적 동기 요인들을 활용하는가(어렸을 때 좋아했다거나 공짜로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 지금 하는 일이 합리적인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가?

* 주기적으로 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볼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일이 생기는가?

* 작업 환경이나 조직, 동료 직원들이 내가 최고의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가?

 

* 누군가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을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마지막 질문이 중요하다.

만약 누군가가 이 일을 못 하게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할 것인가?

나는 자신있다. 먼 길을 돌아서 선택한 길이고, 하루하루가 충만하다고 느낄만큼 지금의 일(공부)을 하는 순간이 즐겁다.

비록 사회적으로 인정을 못 받고, 남들보다 돈을 덜 번다고 해도,

다른 일을 할 때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기에 지금 하는 공부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지금 당장은 뜻이 확고하지만, 언젠가 초심을 잃고 방황할 때 꼭 위의 질문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야지.

그리고 시간관리도 효율적으로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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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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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오프라 윈프리 쇼>가 25년의 긴 역사를 뒤로 하고 종영되었다.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은 몇 번 없지만,

해당 방송사 뉴스를 즐겨보는터라 종영 며칠전부터  <오프라 윈프리 쇼>에 관한 소식을 본의아니게 많이 들었다.

25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았다는 사람, 전부 녹화까지 해두었다는 사람 등등

쇼의 역사와 인기 만큼이나 쇼를 사랑하고 쇼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그런데 몇몇 시청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은 모양이었다.

방송사 홈페이지에 마련된 게시판을 보니 간혹 쇼의 종영을 축하하는(?) 글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오프라 윈프리 쇼가 방영된 25년 동안 왜 미국인의 삶은 더 악화되었는가'하는 것.

오프라 쇼는 알려져있다시피 북클럽, 카운슬링, 메이크오버 등 대중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기획이 많았다.

하지만 정말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었을까? 폭력 사건과 우울증, 자살 건수가 줄었나?  

근본적으로 대중들의 삶이 바뀌었나?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에 관심이 갔다.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유방암을 선고받고 같은 유방암에 걸린 환자들을 만나게 된 것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긍정적인 사고, 낙관주의, 자기계발을 맹신하는 분위기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된다.

그 후 <시크릿>을 비롯한 자기계발서 열풍, <긍정의 힘>으로 유명한 조엘 오스틴의 긍정신학, 마틴 셀리그먼 등

'긍정을 팔아서' 돈을 번 작가, 종교인, 심리학자들의 이면을 파헤치고,  

긍정적 사고의 배경과 문제점 등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대해 비판하는 부분도 있다. 

  

 

   
  긍정적인 사고는 경제의 과잉을 변명해 주고 잘못을 덮어 주는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를 장려하는 것이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업이 되었다.

책과 DVD 등 관련 상품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수십만 명에 달하는 '라이프 코치'와 '경영 코치' 및 그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심리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 혼란에 따른 중산층의 불안감이 이런 상품의 수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긍정적 사고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유를 특정 경제 조류나 경기 왜곡에서 찾는 것은 망설여진다.

역사를 볼 때 미국에서는 온갖 종류의 분파와 종파, 신앙요법, 엉터리 상품 판매자들이 득실거렸으며

긍정적 사고 산업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많이 내는 부류가 번창해 왔기 때문이다.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이 앞섰는데

이 책을 읽으니 괜히 그랬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저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메시지가 아닌,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허울 좋게 쓴 얘기였으니 감동이 없었을 수밖에.

 

특히 긍정적 사고, 동기 부여, 유인 설계 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기에 더 좋은 구조를 만들기 위한 개념이라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애초에 동기 부여나 유인 설계 등은 경영학이나 심리학, 교육학 등에서 나온 개념일텐데,

소수의 자본가, 기업가가 독점하는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학문조차도 모두 돈으로, 이윤으로 치환이 된다.

하기야 이제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니고, 학생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예비 노동자, 아니 인적'자원'인걸.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긍정적 사고 라는 것의 개념을 더욱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

내 생각에 긍정적 사고는 사회과학에서 말하는(일단은 이 책이 사회학 도서니까) '이상주의'와는 다른 개념인 것 같고,

경영학에서 말하는 경력개발(커리어관리), 시간관리 등의 개념과는 또 다른 것 같다.

그러므로 자기계발서라고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보고 자기에게 맞는 것만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우선이다.

 

근데 과연 긍정적 사고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과연 이 책을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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