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절친에게 고백받은 이야기
카모가와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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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전공하는 대학생 쿠리하라는 어느 날 황당한 일을 겪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11년 간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세상을 떠난 모모세가 유령이 되어 자기 앞에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유령이 되어 나타난 모모세로부터의 충격적인 고백 - "쿠리하라 좋아해." 갑자기 왜 이러느냐고 묻는 쿠리하라에게 모모세는 죽고 나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어져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 모모세에게 오랜만에 만났으니 일단 게임이나 하자고 말하는 쿠리하라. 이후 모모세는 성불을 하기는커녕 쿠리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데...


카모가와 케이의 <죽은 절친에게 고백받은 이야기>는 죽어서 유령이 된 절친으로부터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은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BL의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한 명은 인간, 한 명은 유령이라서 수위 높은 장면은 없다. 단편 <타케무라와 마츠다>는 대학교 1학년인 마츠다가 입주한 원룸의 전 주인인 타케무라의 유령을 만난다는 설정이다. 낯선 환경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유령이라도 곁에 있어주니 오히려 좋다는 마츠다를 보니 대학교 신입생 시절의 외롭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보너스 만화인 <모모세와 쿠리하라>는 두 사람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린다. 일종의 프리퀄로, 이 만화를 읽고 나면 본편의 감동이 더욱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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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나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소중해
마에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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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에 다니는 쿠레노 모미지와 후지미야 스미레는 사실 비밀 연애 중이다.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까 봐 둘만의 비밀로 하는 건데 좀처럼 숨기기가 어렵다. 특히 모미지는 누가 "후지미야 씨는 얼굴은 예쁜데 다가가기 어려운 성격이라 별로"라고 말하면 '스미레가 집에선 얼마나 귀엽고 상냥한데'라고 바로 반박하고 싶다. 그런 모미지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는 건 집에서 만나는 스미레의 환한 미소와 귀여운 애교다. 회사에서는 무표정인 스미레가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에 모미지는 점점 더 비밀을 지키기가 힘들어지는데...


마에바의 <애인이 나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소중해>는 비밀 사내 연애 중인 커플의 일상을 그린 오피스 배경의 로맨스 만화다. 회사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자기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다른 여자친구 때문에 (좋은 의미로) 힘들어 하는 남자친구 모미지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밀 연애 중인 회사에서의 아슬아슬한 텐션과 둘만의 공간인 집에서의 해방감이 이야기에 완급을 형성하며 재미를 더한다. 두 사람의 연애 계기를 그린 에피소드가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데, 모미지의 캐릭터가 사뭇 달라서 놀랐고 스미레를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단권으로 완결되어 아쉽다(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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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오지 명물 텐구의 사랑 1
나나오 토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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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정으로 고향인 하치오지로 돌아온 코타로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고독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커플의 권유로 하치오지의 명물인 다카오 산에 가게 된 코타로는 어릴 적 '텐구카쿠시'를 당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텐구카쿠시란 사람이 갑자기 신에 의해 숨겨지는 '가미카쿠시'와 비슷한 것으로, 코타로는 그 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텐구로 짐작되는 존재로부터 '이곳에는 오지 말라'는 경고를 들은 것만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날 밤 다시 찾아간 다카오 산에서 코타로는 어릴 적 자신을 지켜준 텐구 소녀 히메와 재회한다.


나나오 토모의 <하치오지 명물 텐구의 사랑>은 일본의 일본에 전해 내려오는 상상의 동물 요괴인 텐구를 소재로 한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 만화다. 알고 보니 히메가 코타로에게 '이곳에는 오지 말라'라고 경고했던 건, 텐구와 세 번 마주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마을의 관례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세 번을 채운 코타로는 히메와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그 전에 마을 밖으로는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다는 히메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서 동거부터 하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고독한 청년 코타로와 사랑 많은 텐구 신부 히메의 동거 라이프. 작화도 내용도 달달하니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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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카와는 울고 싶지 않아! 1
토야마 아치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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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가련한 외모의 여자아이 우사미 스즈는 사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 그것은 바로 겉으로는 강해 보이는 남자가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온갖 콘텐츠(아마도 성인 BL?)를 섭렵하며 자신의 욕망을 탐닉하던 우사미는 어느 날 학교 과학실에서 같은 반 남학생 나루카와와 우연히 마주친다. 잘생긴 외모의 인기남답게 모든 여자가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나루카와는 우사미에게 "한 번 해줄까?" 같은 도S 발언을 시전했는데, 그 말을 들은 우사미는 나루카와의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호기심이 발동하고 만다. 대체 이 남자는 '당할 때' 어떤 모습이 될까.


토야마 아치하의 <나루카와는 울고 싶지 않아!>는 읽으면서 여러 번 충격을 받은 작품이다. 일단 배경이나 인물 캐릭터 등은 전형적인 이성애 로맨스 만화의 그것인데, 연약한 외모의 여자가 공이고 세 보이는 외모의 남자가 수라는 점이 그랬다. 여자가 공이고 남자가 수인 설정까지는 다른 만화에서도 봤지만, 정신적으로만 공-수인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공-수인 상황은 이 만화에서 처음 봤다. 아마도 BL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은 여주가 자신의 욕망을 여과 없이 남주에게 시현하는데, 남주가 그런 상황에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아하는 모습도 신선했다(솔직히 내 눈에도 귀엽다). 재밌어서 2권은 무조건 읽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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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크리처스 : 하늘을 나는 소녀와 신비한 동물들
캐서린 런델 지음, 김원종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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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에게는 남들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가졌던 맬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예언자가 남기고 간 어른 사이즈의 코트를 입고 열심히 나는 연습을 했다. 이웃들은 그런 맬을 보고 비웃었지만 맬은 굴하지 않고 더욱 더 연습에 몰두했다. 결국 아홉 살이 되던 해에 하늘을 나는 데 성공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바람이 불면 하늘을 나는 것이 맬의 일상이자 맬이 사는 마을의 흔한 풍경이 되었다. 맬을 걱정한 고모할머니는 집 정원과 근처 들판에서만 하늘을 날기로 맬에게 약속을 시킨다. 하지만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은 맬의 호기심에는 끝이 없다.


크리스토퍼에게도 흔치 않은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는 곳마다 동물들이 찾아와 그를 따르는 능력이다. 동물들을 좋아하는 크리스토퍼로서는 싫지 않은 능력이었지만, 크리스토퍼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성격이 날카로워진 크리스토퍼의 아버지는 그의 능력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외할아버지를 뵈러 혼자서 길을 떠난 그날도 크리스토퍼가 가는 곳마다 동물들이 그를 따랐다. 겨우 집에 도착한 크리스토퍼에게 외할아버지는 집 안팎에서 무엇을 해도 좋지만 언덕 너머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대체 그 너머에 무엇이 있기에 이러는 걸까.





영국 작가 캐서린 런델의 소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작가의 첫 책이지만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내용이 탄탄하다. 소설의 두 주인공 맬과 크리스토퍼는 각자의 '금기'를 깨면서 위험에 빠지고 모험을 시작한다. 고모할머니가 금지한 숲 위에서 날다가 자신을 노리는 살인자의 눈에 띈 맬은 살인자를 피해 도망치다 그리핀을 잃어버린다. 언덕 너머로 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크리스토퍼는 호수에서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한다. 얼마 후 나타난 소녀가 그 동물이 그리핀이라고, 자신이 사는 아키펠라고에는 그리핀 말고도 더 다양한 동물들이 산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아키펠라고로 떠난 맬과 크리스토퍼는 맬을 찾는 살인자를 피해 달아나는 동시에 아키펠라고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키펠라고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 중에 하나는 그리핀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앞부분에는 '수호자의 야수 도감'이라는 제목으로 켄타우로스/켄타우리드, 키메라, 용, 그리핀, 히포캠프, 크라켄, 머메이드 ,스핑크스, 유니콘 같은 동물들의 일러스트와 설명이 나와 있다. 이 동물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신화 속 동물 또는 상상 속 동물이라는 것인데, 이 동물들이 신화도 상상도 아닌 세계에 공존하는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소설의 전반부가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았던 맬과 크리스토퍼가 각자의 세계를 연결하는 공간에서 만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소설의 후반부는 살인자를 피해 달아나다 항해 중인 배에 올라탄 두 사람이 뱃사람 피덴스 나이트핸드를 만나 함께 아키펠라고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여정을 그린다. 나이트핸드는 투박한 외모와 거친 성미를 지녔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고 정의로운 태도를 지녔으며, 넉넉한 인품으로 두 아이에게 의지할 만한 어른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그리드를 연상시킨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2023년 영국 워터스톤스 올해의 책, 브리티시 북어워드, 올해의 작가상, 포일스 올해의 도서상 등을 수상했고,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등을 기록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판타지 문학의 원점이자 최고작인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의 계보를 잇고 <해리포터> 급의 인기를 누릴 만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신비한 동물들이나 마법의 땅 같은 기존 판타지 문학의 요소를 차용해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구역을 여행하며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이 마치 게임의 전개처럼 느껴져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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