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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1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웹툰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신뢰하는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제작해 출간하는 경우에는 구입해서 읽어보는 편이다. <극락왕생>도 웹툰으로 본 적은 없고 문학동네에서 출간했다고 해서 직접 구입해 읽어본 경우인데, 연달아 1,2권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오랜만에 작화와 구성, 스토리와 메시지 모두 완벽한 만화를 만났다는 생각에 한동안 정신이 아득했다.
지옥의 호법신 도명은 비가 오는 날마다 합정에서 당산으로 넘어가는 2호선 지하철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듣고 그 귀신을 잡으러 간다. 도명이 귀신을 잡으려는 순간, 관음보살이 나타나 도명을 제지하며 당산역 귀신에게 한 해의 시간을 주라고 명한다. 그렇게 해서 돌아간 해가 2011년. 당산역 귀신이 '박자언'이라는 이름의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으로 살아가던 때다. 지긋지긋한 고3 시절을 다시 살게 된 자언과 팔자에 없는 수험 생활을 하게 된 도명.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번 죽어서 귀신이 되었다가 다시 인간이 된 자언의 눈에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귀신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자언은 집과 학교에 출몰하는 귀신들의 사연을 듣거나 퇴치하면서, 전에는 몰랐던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가족과 친구의 의미를 되새기는 평범한 휴먼 드라마 같은데, 2권부터 자언의 죽음을 둘러싼 단서가 제시되면서 미스터리물, 심지어는 호러물의 분위기까지 가미된다. 여기에 보살이나 귀신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불교의 세계관에 대한 해석까지 추가되면서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더해진다. 어서 3권이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