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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거짓말 3
무사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평점 :
얼마 전 <사랑과 거짓말> 4권을 읽고 충격을 받아 한동안 만화 내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대책으로 정부가 직접 결혼 상대를 정해주는 사회. 이런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성장한 소년이 어느 날 한 소녀를 좋아하게 되고 그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채 결혼할 상대를 통지받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정부가 정한 상대와 결혼해야 할까, 정부의 명령을 어기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소녀를 택해야 할까. 참 머리 아픈 문제다.
정부 통지를 통한 결혼은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사랑과 거짓말> 3권을 읽으며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정부 통지를 통한 결혼의 목적은 결국 출산이다. 정부 통지를 통한 결혼이 시행되고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올랐고 갈수록 줄어들었던 인구도 겨우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사회에선 결혼이 출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선 결혼 및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랑과 연애는 무가치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선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아이들도 출산 도구에 불과하다.
여름방학을 앞둔 네지마는 어느 날 정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에 적힌 대로 특별 강습회에 나간 네지마는 그날 정부로부터 지정받은 결혼 상대인 리리나와 함께 성교육을 받는다. 남성과 여성이 성행위를 하는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보여주는 '교육'을. 당황한 네지마는 주변을 둘러보는데, 주변에는 영상을 보고 자극받아 파트너와 스킨십을 하거나 입을 맞추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어지는 '실습' 시간. 친구 언니가 정부가 정해준 상대와 관계를 안 했는데 그걸 들켜서 정부로부터 호출을 받고 학교에도 들켜서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을 들은 네지마는, 자신과 리리나나 관계를 안 하면 전교 1등인 리리나의 학교 성적에 영향이 갈까 봐 연기를 한다. 리리나는 네지마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진심으로 임하지 않고 연기를 해서 슬프고, 자신을 걱정해 일부러 연기를 해서 또 슬프다. 가엾은 리리나. 가엾은 네지마. 이렇게 어린아이들을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몰아넣은 어른들은, 그래서 살림살이 나아지셨나요... 행복하신가요...
한편, 네지마의 정부 통지 상대가 리리나임을 알게 된 타카사키는 타카사키대로 고민이 많다. (네지마는 모르지만) 타카사키 역시 네지마를 오랫동안 좋아해왔기 때문에, 리리나처럼 좋은 아이가 네지마의 상대라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네지마를 좋아하지만, 네지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네지마가 타카사키와 잘 되는 걸 응원할 수밖에 없는 리리나처럼(네지마는 무슨 복이냐. 이렇게 착한 여자애들이 동시에, 비슷한 마음으로 자신을 좋아하다니).
최근에 읽은 만화 중에 결말이 가장 궁금하다. 마음 같아서는 국민들이 촛불 혁명이라도 해서 사회를 바꿨으면 좋겠는데, 배경이 일본이라서 혁명은커녕 작은 집회조차 할 수 있을지. 어떤 의미에선 네지마가 타카사키와 이어질지 리리나와 이어질지보다 이 사회가 어떻게 될지가 더 궁금하다. 제발 시원하게 망했으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