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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마니아 1
쿠제 가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의 난 더 이상 겁날 게 없다."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돌연 유학을 결정한 일본인 소녀 베니아 아카리.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다는 생각으로 그녀가 지도를 향해 던진 다트는 '토리마니아'라는 섬나라에 꽂히고, 그녀는 그곳으로 장기유학을 떠난다.
의기양양하게 떠난 것까지는 좋았는데, 대체 토리마니아는 어떤 나라일까? 베니아가 비행기 안에서 부랴부랴 알아본 바에 따르면, 토리마니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날개를 가진 '새 인간'이 사는 나라다('토리'는 새를 뜻하는 일본어다). 수도는 토리마, 공용어는 일본어, 명물은 토리만주이며, 인구도 약 1억 명으로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일에 관련된 적은 없다고.
아카리가 토리마니아에서 처음 만난 새 인간은 가이드인 하토자와 그리지오('하토'는 비둘기를 뜻하는 일본어다).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토리마니아인은 어릴 때 날개 접는 법부터 배우기 때문에 하토자와 역시 날개를 접은 채로 산다. 심지어 날 수 있는데도 전철을 타고 비행기를 탄다. 아카리가 "전철이 있네요? 날 수 있는데도." 라고 묻자, 하토자와 왈 "댁은 걸을 수 있다고 해서 현경이나 국경도 걸어서 넘어가나요?" ㅋㅋ 새 인간도 생물이라 체력적 한계가 있어서 항상 날아서 이동하지는 않는다고.
그래도 가까운 거리는 이렇게 날아서 이동하기도 한다.
하토자와의 안내로 아카리는 여러 새 인간과 만난다. 아카리가 머무는 하숙집의 오너 우즈하시 마로네('우즈'는 메추라기를 뜻하는 일본어다), 잘생긴 외모 때문에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 오우노 세룰리아('오우'는 갈매기를 뜻하는 일본어다), 인상은 험악하지만 속마음은 착한 보육교사 카라스다니 코르보('카라스'는 까마귀를 뜻하는 일본어다) 등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툭툭 던지는 대사도 코믹하다. 풍자성이 짙은 것이 <세인트 영멘>을 연상시킨다.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토리마니아에 온 아카리는 여러 새 인간과 만나고 교류하며 이들에게도 고민이 있고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오랫동안 인류의 로망이었던, 창공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능력을 생래적으로 지닌 새 인간에게도 고민이 있고 아픔이 있다면, 인간은 살아있는 한 계속 고민하고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까. 유머와 풍자가 난무하는 가운데 가끔 이렇게 철학적인 대목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계속 읽다 보면 대단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