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 반납 여행 - 전후 일본 사학사의 한 컷 오래된 책을 찾아 자박자박 1
아미노 요시히코 지음, 김시덕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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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짐작과 달리 '고문서 반납'에 중점을 둔 인문 교양서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 아미노 요시히코는 일본 정부가 1949년에 세운 사회사 자료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 사회사 자료관에는 일본 정부가 전국 농어촌에서 수집한 엄청난 양의 고문서가 있었는데, 얼마 후 사회사 자료관은 재정난으로 인해 문을 닫고 저자도 고등학교 교사로 이직하면서 고문서는 갈 곳을 잃게 되었다. 


저자는 한동안 고문서의 존재조차 잊고 살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문서 도둑'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문서를 빌려 갈 때는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여태까지 돌려주지 않았으니 도둑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리하여 저자는 무려 18년에 걸쳐 일본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고문서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고문서 반납 여행을 한다. 고문서를 빌려준 주인 입장에서 보면 1949년에 빌려준 문서를 1998년에야 돌려받았으니 50년 넘게 걸린 셈이다. 


저자는 고문서를 돌려주러 갈 때마다 주인에게 쓴소리를 들을 것을 각오했는데, 놀랍게도 고문서를 돌려받은 주인 대부분이 고문서를 돌려줘서 고맙다고 오히려 감사를 표했다. 심지어는 정부나 기업, 학교 등에서 일하는 '높은 사람들'이 고문서를 빌리고 돌려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이니 고문서 외의 영역에서는 민간에 대한 횡포(갑질)가 얼마나 심할지 짐작이 된다(한국은 어떨까). 


저자는 고문서의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개념이나 역사 이론에 허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농공상'이 대표적인데, 저자는 농업을 중심으로 일본의 경제가 발전했다는 기존 역사학의 관점은 잘못이며, 어민, 산민, 상인, 직공 등 그동안 천시된 '비농업' 분야의 경제인들이 일본 경제의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고문서를 반납하기 위해 쓰시마(대마도)를 방문한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가 쓰시마의 전통 가옥이 일본의 전통 가옥과 다른 모습임을 깨닫고 그 이유를 묻자, 같이 방문한 연구자가 쓰시마의 전통 가옥은 제주도 또는 한국 남부 지방의 전통 가옥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답한다. 대체 얼마나 비슷할까. 궁금해서 쓰시마의 전통 가옥 사진을 검색해봤더니 일본의 전통 가옥을 연상케하는 사진만 나온다. 직접 가서 봐야 알 수 있는 걸까. 반납할 고문서는 없지만, 언젠가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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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공감 - 우리가 나누지 못한 빨간 날 이야기
김보람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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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피가 나오는 거니까 참아." 생리통을 호소할 때마다 엄마는 말했다. 생리로 인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깨질 것 같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플 때에도 엄마가 해준 말을 되뇌이며 참았다. 엄마 말대로 나쁜 피가 몸에서 나오고 있는 중일 테니까. 나쁜 피가 나오면 내 몸은 더 깨끗해지고 건강해질 테니까.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를 만들고 책 <생리 공감>을 쓴 김보람 감독도 오랫동안 생리는 나쁜 피가 몸에서 나오는 것,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년 전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네덜란드인 친구에게 우정의 상징으로 할머니가 만들어준 생리대 파우치를 선물했을 때, 네덜란드인 친구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네덜란드에선 사각형의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이 드물고, 자신은 그조차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오래 전에 '생리를 하지 않는 시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저자는 생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생리컵, 면생리대, 해면 탐폰, 스펀지 탐폰, 울 탐폰, 생리컵, 여성용 콘돔 등 다양한 생리 용품을 직접 사용해 보았고, 생리 경험을 공유하는 수많은 '피'자매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저자가 얻은 것은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과 책 한 권만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이기 때문에 당해야 했던 수많은 금지와 차별, 혐오를 인식하게 되었고, 자기 자신조차 남성의 시선에 동화되어 스스로를 부정하고 혐오하고(내 가슴은 왜 이렇게 작을까, 나는 왜 남자친구를 만족시키지 못할까) 있었음을 깨달았다. 


'생리=나쁜 피'라는 관념이 생긴 것도 생리 경험이 없는 남성들이 이 사회의 다수라서 벌어진 일이다. 알다시피 생리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할 것을 대비해 형성된 자궁내막이, 착상이 이루어지지 않자 저절로 탈락해 배출되는 현상이다. 즉, 생리혈은 나쁜 피가 아니라 좋은 피, 건강한 피다. 매달 3일에서 7일 동안 좋은 피, 건강한 피가 수백 밀리리터씩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아프고 힘든데 '생리충', '피싸개'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 생리는 성적 흥분으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니므로 사정 또는 몽정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도 잘못이다.


<생리 공감>에는 이 밖에도 저자가 생리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면서 생리와 여성에 몸에 관해 새롭게 얻은 지식과 성찰이 담겨 있다. 김보람 감독을 처음 알게 된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 - 김보람 감독 편'과 교보문고 북뉴스 김보람 감독 인터뷰도 좋으니 관심 있는 분은 듣거나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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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 클래식 클라우드 2
이진우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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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나 출신 학교, 숨을 거둔 집,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묘소에 가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좋아하는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학창시절을 보낸 일본 고베의 한신칸 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졸업한 학교를 둘러보고, 그가 들렀을 것으로 짐작되는 서점에 들르거나 거닐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변을 따라 걸어보니, 작가는 물론 작품에 대해서도 전보다 많이 이해하게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를 좋아한다면, 한국 니체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진우 교수가 쓴 <니체 :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를 읽고 니체의 자취를 따라 여행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 책에는 1844년생인 니체가 35세가 된 1879년, 바젤 대학 교수직을 스스로 버리고 방랑의 길을 택한 후 9년 반만에 토리노에서 몰락하기까지 그가 지나갔던 자취를 따라 여행한 기록이 담겨 있다. 그가 따라간 니체의 여정은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위스 질스 마리아, 프랑스 니스를 거쳐 이탈리아 토리노에 이르는 긴 여정이다. 


니체의 이름이야 익히 들었지만 그의 생애나 사상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이 책을 통해 니체의 삶과 철학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니체는 결코 외향적이거나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었지만 언어와 음악에 관해서만큼은 누구 못지않은 열정을 불태웠다. 특히 바그너가 주도하는 음악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사람들은 니체가 바그너가 아니라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를 흠모한다고 의심했는데 이는 사실이었다. 이후 니체는 유명한 삼각관계 소동을 한 번 더 일으킨다. 이때의 상대는 니체 외에도 릴케, 프로이트 등을 매혹한 유럽의 뮤즈 살로메와 파울 레다. 


두 번의 삼각관계, 두 번의 실연을 겪으며 크게 낙담한 니체는 고통을 부정하거나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고통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니체는 사실 대단한 마조히스트인지도 모른다...). 이때만이 아니다. 가난이 괴롭히면 가난에 대해, 병마가 덮치면 병마에 대해, 죽음의 공포가 밀려들면 죽음에 대해, 니체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끈질기게 답을 찾았다. 이 과정을 통해 니체의 사유는 허무주의의 질곡을 통과해 영원회귀 사상으로 나아갔다. 인간이 초인(超人)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 변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쓴 책들은 당대엔 널리 읽히지 못했으나, 현재는 전 세계인들이 읽고 연구하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니체는 토리노를 매일매일 다른 감성으로 받아들인다. 모네가 하루의 리듬에 따라 다르게 표출되는 풍경의 분위기를 화폭에 담았던 것처럼 니체는 토리노를 다양하게 체험한다. 우리가 도시의 길을 매일 반복해서 걸을 수 있는 것은 그 길이 매일매일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287-9쪽) 


이 책이 기존의 니체 해설서와 다른 점은 니체가 실제로 머물렀던 곳들을 저자가 직접 가보고 느낀 점까지 담겨 있다는 점이다. 니체는 우쭐거리듯 늘어서 있는 개성 없는 건물로 가득한 베니스나 독일의 도시보다는,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많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니스나 토리노 같은 도시를 사랑했다.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낙타의 삶보다 위험하지만 변화무쌍한 사자의 삶을 동경했던 니체의 사상을 꼭 닮은 도시 취향이 아닐 수 없다.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현재 셰익스피어 편과 클림트 편이 출간되어 있다. 향후 페소아, 오스카 와일드, 가와바타 야스나리,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편 등등이 출간될 예정이다(작가진도 김사과, 최민석, 이다혜, 정여울, 이현우, 김경희, 이정모 등 쟁쟁하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팟캐스트, 팟빵 등에 업데이트 되는 '클래식 클라우드 -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으로 먼저 만나볼 수도 있다. 1회부터 한 회도 빠트리지 않고 애청하고 있는 방송이라서 시리즈 출간이 반갑다. 앞으로 출간될 책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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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역사 꿈이 되는 직업 - 초등 한국사 진로역사스쿨
박정화 지음, 김은주 그림, 김명선 감수 / 리프레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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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내용과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학교 교육은 입시에 필요한 성적을 받기 위한 과정일 뿐이고, 교육 수혜자인 학생의 인생에 (어쩌면) 훨씬 더 중요한 직업 체험이나 진로 교육은 각자 알아서 해야 하니 합리적이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살아 있는 역사 꿈이 되는 직업>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한 직업과 진로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콘셉트의 책이다. 학교 현장에서 나온 자유학년제, 자유학기제 수업안을 바탕으로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들이 다 함께 살아 있는 역사를 공부하고 미래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살아 있는 역사 꿈이 되는 직업>은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역사적 사건, 유물, 발명품, 건축물 등이나 위인들의 업적, 정통 음식 등을 배우고 이를 통해 미래 유망 직업을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조선의 글씨 천재 한호(한석봉)과 김정희를 소개하면서 캘리그래퍼의 직업 세계를 설명하고, 이성계의 한양 천도를 소개하면서 도시 계획가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식이다. 


모두 5개 분야 28개 직업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고, 소개된 직업은 인문, 사회, 건축, 공학, 의학, 문화, 예술, 패션, 뷰티, 법률, 공공 서비스 분야를 총망라한다. 인문 사회 분야의 직업으로는 쇼핑 호스트, 외교관, 머천다이저(MD), 네이미스트, 파티플래너가, 건축 공학 의학 분야의 직업으로는 건축가, 금속 공학자, 수의사, 도시 계획가, 로봇 공학자, 빅데이터 전문가, 유비쿼터스 도시 기술자 등이 소개되었다.





문화 예술 분야의 직업으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애니메이터, 큐레이터, 이모티콘 디자이너, 캘리그래퍼, 음식 메뉴 개발자 등이, 패션 뷰티 분야의 직업으로는 패션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조향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텍스타일 디자이너, 컬러리스트가, 법률 공공 서비스 분야의 직업으로는 변리사, 소방관, 경호원, 프로파일러 등이 소개되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직업도 있지만, 빅데이터 전문가나 유비쿼터스 도시 기술자, 이모티콘 디자이너, 음식 메뉴 개발자, 프로파일러처럼 최근 들어 급부상해 각광받는 직업도 적지 않다. 이런 직업은 초등학생들은 물론 중, 고등학생, 대학생, 사회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어떤 직업인지, 앞으로는 어떤 직업이 등장할지 등에 대해 배워보면 좋겠다.







<살아 있는 역사 꿈이 되는 직업>의 장점 첫 번째는 낯설고 어려운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고조선의 중계무역, 백제의 왕인 박사, 고려의 대외무역, 이자겸의 난, 정조의 업적 등을 하나하나 교과서를 통해 배우면 딱딱하고 재미없다. 이 책은 그런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과서 내용을 재미있는 이야기와 귀여운 그림으로 풀어서 설명한다. 


쉽고 재미있다고 내용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개성상인들이 가게 주인을 '가게쟁이'라고 불렀고 이 말이 변해 '깍쟁이'란 말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자겸의 난은 전부터 알았지만, 난을 일으킨 후 전라도 영광으로 귀양간 이자겸이 조기를 포장해 '굴비(屈非, 비굴하게 굽히지 않겠다는 뜻)'라고 써서 왕에게 보낸 것을 계기로 영광 굴비가 생겨난 것도 처음 알았다(설마 나만 몰랐나 ㄷㄷㄷ).





<살아 있는 역사 꿈이 되는 직업>의 장점 두 번째는 역사 공부와 직업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계무역을 통해 나라의 부를 늘린 고조선의 역사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해 매출을 올리는 쇼핑 호스트의 직업 세계를 소개하고, 왜에 문물을 전파하는 외교관 역할을 했던 백제의 박사들을 통해 국가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와 좋은 관계를 지키는 활동을 하는 외교관의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식이다.


단순히 직업에 대해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직업을 가지는 데 필요한 적성과 구체적인 준비 과정은 물론, 이 직업은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적합한지, 비슷한 직업은 무엇인지 등도 세세하게 알려준다. 참고로 쇼핑 호스트는 국어와 영어, 외교관은 국어와 영어, 사회를 좋아하는 학생에게 적합하다. 쇼핑 호스트와 비슷한 직업으로는 아나운서, 강사, 머천다이저가 있고, 외교관과 비슷한 직업으로는 검사, 국회 의원, 법관 등이 있다.





<살아 있는 역사 꿈이 되는 직업>의 장점 세 번째는 학생들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직업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쇼핑 호스트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부모님께 선물하고 싶은 효도 상품은 무엇인지, 효도 상품을 팔기 위한 홈쇼핑 방송 대본을 미리 써 보자. 수의사가 꿈이라면 동물 사전 만들기를, 로봇 공학자가 꿈이라면 나에게 필요한 로봇 비서 만들기를,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꿈이라면 캐릭터 빵 만들기를 해보자. 


혼자서 해도 좋고, 친구들과 함께 해도 좋고, 부모님 또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해도 좋을 듯. 특히 진로는 아이 혼자서 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의논해서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해당 진로로 나아감에 있어서 부모님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으니, 아이와 부모가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의 적성은 무엇인지, 요즘 어떤 직업이 새로 생겨났는지, 해당 직업을 가지기 위해선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등을 이야기 나누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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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심리학 - 너의 마음속이 보여
송형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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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 속이 보일까, 안 보일까? 나는 당연히 보일 줄 알았는데, <위험한 심리학>을 쓴 정신과 의사 송형석에 따르면 '보인다'는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안 보인다'가 정답인 것도 아니다. 정신과 의사가 일반인에 비해 상대방의 마음 상태를 더욱 잘 파악하는 건 맞지만, 상대방이 숨기고 있는 진짜 속내나 깊은 의도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어쭙잖은 심리학 지식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척, 간파한 척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은 정신과 의사에게도 적용된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이런 경고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상대의 심리를 읽는 기술과 문제 인간의 유형과 그 대비책이 나온다. 상대의 심리를 읽는 기술로는 겉모습, 사소한 행동, 말투, 눈길, 말의 속도와 간격 등 사람을 간파하는 단서를 활용하는 법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대상관계 이론, 자기 심리학, 융의 인격 분류 등 심리학 이론을 참고하는 법이 있다. 


사람을 간파하는 단서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말의 속도와 간격이다. 정말 친한 사이끼리 신나게 대화할 때 두 사람의 대화 간격은 -1초 이하다. 정말 친한 사이라면 상대방이 말을 끝내기 전에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이를 반대로 이용하면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과 거리를 둘 수 있다. 즉,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말을 걸 때 가능한 한 천천히 대답하거나 느리게 반응하면 상대는 자연히 답답함을 느끼고 나에게 말을 걸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그래도 내가 싫어하는 걸 눈치를 못 챈다면 그건 내 운명ㅠㅠ). 


문제 인간의 유형은 크게 관심에 목마른 사람들, 타인에게 관심 없는 사람들,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도 아랫사람 부리듯 명령하는 사람, 쉽게 화를 내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문제 인간인 건 알겠는데, 외모와 상관없이 사람이 '너무' 멋있거나 선하면 그 또한 문제 인간일 수 있다니 놀랍다. "인간이 천사인 척한다면 분명히 어디에선가는 악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은 약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극복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멋있는 사람, 착한 사람을 너무 좋아하지 말고 먼저 의심해보시라. 


이 책을 구입하면 더 이상 이상한 사람에게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문제 인간 대비책>이라는 특별 부력이 딸려 온다. 책에 나온 문제 인간의 유형과 그에 대한 대처법을 그야말로 요점만 간추려서 알려주는 책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 이 책을 읽으며 그날 만나게 될 인간 군상을 미리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아보는 건 어떨까(실은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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