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 - 일본 최고의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우울과 기분장애에 대한 모든 것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현정 옮김, 김병수 감수 / 북라이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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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한 걸까, 우울증인 걸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보다 전문적으로 알고 싶다면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가 쓴 책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를 포함하는 기분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사례를 담고 있다. 증상의 메커니즘과 치료제의 작용기전에 대해서도 전문서 수준의 설명을 실었다. ​ 


기분장애는 크게 단극성 장애, 양극성 장애, 계절성 정서장애로 나뉜다. 단극성 장애는 우울 상태 중 우울 삽화만 나타나는 경우이며, 양극성 장애는 우울 상태 중 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가 모두 나타나는 경우를 일컫는다. 단극성 장애는 정도에 따라 심한 우울과 경미한 우울로 나뉘며, 심한 우울증은 다시 멜랑꼴리형 우울증(정신병적 우울증), 비정형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으로 나뉜다. 양극성 장애 역시 정도에 따라 심한 우울과 경미한 우울로 나뉘며, 심한 우울증은 제1형 양극성 장애와 제2형 양극성 장애로 나뉜다. ​ 


과거에는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는 단극성 장애나 우울한 상태와 조증인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제1형 양극성 장애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우울한 상태와 경조증인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제2형 양극성 장애가 두드러진다. 제2형 양극성 장애의 양상은 이렇다. 승승장구하던 직장인이 업무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취미 생활이나 사생활에는 문제가 없는데 출근할 때가 되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결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엄연히 우울증의 범주에 들어간다니 놀랍다. ​ 


자신이 그저 우울한 건지, 아니면 우울증인 건지 궁금하다면 다음을 살펴보자. 첫째, 부정적인 감정(불안, 공포, 고독감, 죄책감, 적대감, 짜증)이 많아지고 있는가. 둘째, 긍정적인 감정(기쁨, 행복감, 자신감, 관심, 의욕, 열의)이 줄어들고 있는가(행동기능장애). 셋째, 신체적 증상(수면장애, 식욕 변화, 배변장애, 나른함, 통증)이 있는가. 우울감이 심하면 이 세 가지 증상이 모두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우울감이 심하지 않으면 긍정적인 감정(행동기능장애)과 신체적 증상은 약하게 나타난다. ​


이 책은 기분장애의 다양한 유형을 비롯해 기분장애의 역사, 기분장애의 스펙트럼, 기분장애의 증상, 기분장애의 원인, 기분장애 치료법 등을 폭넓게 다룬다. 저자가 직접 상담한 환자의 사례는 물론,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미국 작가 헤밍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분장애 사례를 소개한 것이 눈에 띈다. <감정의 색깔>, <나에게 어울리는 삶을 살기로 했다> 등을 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가 이 책을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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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고양이와 함께 배우는 양자물리학 말랑말랑 사이언스 1
빅반 지음, 남진희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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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과학자들의 모임 '빅반'의 책이다. 빅반은 20여 명의 박사와 연구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학, 화학, 양자물리학, 생물학, 신경과학, 전기통신공학, 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돌연변이 용과 함께 배우는 유전학>에 이어 빅반이 만든 두 번째 책이다. ​ 


이 책은 사촌 지간인 아다와 막스가 좀비 고양이와 함께 과학자인 시그마 아저씨에게 양자물리학에 대해 배우는 과정을 그린다. 오랜만에 만난 아다와 막스는 밤하늘을 올려보다 오로라와 비슷한 강한 빛줄기를 본다. 자세히 보니 빛줄기는 이웃에 사는 시그마 아저씨의 집에서 나오는 것 같다. 아다와 막스는 시그마 아저씨의 집으로 달려가고, 시그마 아저씨는 양자 실험을 하는 중이라 빛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때 막스의 고양이 모르티메르가 아저씨의 실험실에서 나오는데, 그때부터 모르티메르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 아다와 막스는 모르티메르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양자의 세계에 다녀온 '좀비 고양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이 책은 양자물리학의 정의를 비롯해 양자 중첩, 양자 붕괴, 불확정성의 원리, 양자 얽힘과 순간 이동, 터널 효과, 슈뢰딩거 고양이 등 양자물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독자가 직접 해볼 수 있는 '저비용 실험', 주요 개념을 한 번 더 설명하는 '심화 자료 돋보기', '기억해 두자' 등의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양자 중첩을 이용해 방 청소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는 법, 친구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법 등을 알려주는 코너도 재미있다(따라 하지는 마시길...!). 만화나 영화에 종종 나오는 순간이동 능력도 양자물리학을 이용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 


과학과 전혀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을 읽고도 많은 개념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양자물리학이 고전물리학과 어떻게 다르고, 주로 어떤 개념들을 다루는 학문인지는 알 수 있었다. 양자물리학은 과학인 동시에 철학인 것도 같고, 가장 현대적인 학문 분야인 동시에 아주 전통적인 학문 분야인 것도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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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 기후의 역사와 인류의 생존
벤저민 리버만.엘리자베스 고든 지음, 은종환 옮김 / 진성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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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인류 역사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영향을 끼쳐왔을까? 기후가 역사를 결정한다고 보는 기후역사학자들의 주장은 과도한 것일까? 궁금하다면 인류의 역사를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풀어쓴 책 <시그널>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미국 피츠버그 주립대학교에서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벤저민 리버만과 같은 대학교에서 지구, 지리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고든이 공저했다. ​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선 기후변화가 호모 사피엔스 이전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본다. 이 시기 주요 기후변화 요인은 이산화탄소 감소로 인해 오랜 기간 지구를 냉각시킨 밀란코비치 사이클이었다. 마지막 최대빙하기 때 해수면이 낮아지고 대륙이 많이 노출되면서 인간의 생활방식과 거주지가 크게 바뀌었다. 2장에선 해빙기 동안의 기후변화와 인간 터전의 확대, 그리고 농업의 출현을 설명한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최대빙하기 상태가 풀리면서 지구의 기후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가 되었고 이때부터 인류는 농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3장에선 기후변화와 복합사회, 즉 문명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논한다. 기후변화는 대체로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따금 인류 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인간 사회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적도 있다. 약 4,000년 전 대규모 가뭄으로 인해 인더스 문명이 종말을 맞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4장에선 서기 500년에서 1300년까지의 지역적 기후변화와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기후변동의 영향을 소개한다. 이 시기는 다른 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했으며, 당시의 기후 특징은 북대서양 지역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기후와 역사의 흔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 


5장에선 소빙하기라고 일컬어지는 기후변동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소빙하기의 원인은 여전히 과학적인 논쟁거리다. 태양의 흑점 감소로 인해 줄어든 태양 활동이 지구 냉각의 원인이었을 거라고 보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당시 발생한 몇 건의 화산 폭발이나 해양 깊은 곳의 해류 흐름 변화가 원인이었을 거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6장에선 인간이 기후를 변화시킨 주체로 나서게 된 역사적 변화들을 설명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19, 20세기에 본격화된 산업화, 도시화, 공업화가 지구의 대기 조성을 크게 바꾸었으며 온실 효과와 온난화 문제를 야기했다. 7장과 8장에선 기후변화 이론에 대한 논쟁을 소개한다. ​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은 기후변화와 복합사회의 상호작용을 다룬 3장이다. 이 책은 중국 한나라와 로마제국의 흥망성쇠에 안정적인 기후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왕조들은 강수량이 많은 시기에 번성했다. 기록을 살펴보면 한나라 때 사막 지역이 많이 감소했는데, 이로 인해 곡물 수확량이 늘고 국가 재정이 탄탄해져 왕조가 번성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로마제국도 마찬가지다. 로마제국은 물을 관리하고 식량을 조달하는 역량을 통해 크게 번성했고 인구 또한 크게 늘었지만, 로마시대 후기에 가뭄이 지속되면서 흉작이 이어졌고 결국 제국이 멸망했다. ​ 


역사와 기후과학에 모두 통달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한 호흡에 읽기가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역사가 역사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기후과학이 기후과학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아울러 현실이 되어버린 기후변화의 과속이 인류 문명에 미칠 해악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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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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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자취를 좇으며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저자인 문학평론가 황광수의 필력과 식견이 돋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었으며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해설할 뿐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생존 당시 영국의 사회상까지 유창하게 설명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로 진입하는 입문서로도 좋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다 읽은 다음에 정리하는 용도로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영국, 소란스러운 나라의 영광스러운 이야기'에는 셰익스피어가 생가가 있는 영국 스트랫퍼드 여행기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생애가 소개된다. 셰익스피어는 명성과 업적에 비해 생애에 관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564년에 태어나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학업을 중단했으며, 열여덟 살에 결혼했다. 스물여섯 살에 런던의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사이 8년 정도의 공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는 여자다, 셰익스피어는 개인이 아니라 단체다 등등의 추측이 난무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부정하며 알려진 것으로만 그의 생애를 추정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제2부 '파리에서 빈까지, 영원과 사랑을 향한 발걸음'과 제3부 '지중해, 끝없는 이야기의 바다'에선 각각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이 배경이 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인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오셀로>, <한여름 밤의 꿈> 등은 물론, <페리클레스>,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 <아테네의 티몬>, <티투스 안드로니쿠스> 등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에 대한 해설도 실려 있다(개인적으로는 <코리올라누스>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어 반가웠고, 분량이 적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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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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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교훈이니 사훈이니 하는 것을 수두룩하게 접했어도 크게 신경 쓰고 살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등을 쓴 김민섭 작가의 신간 <훈의 시대>를 읽으니 나 또한 의식 또는 무의식중에 수많은 '훈(訓)'에 노출되고 영향받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이란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언어이자, 지배계급이 생산, 해석, 유통하는 권력의 언어이자, 한 시대의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회사에서는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국가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단어로, 문장으로, 서사로 훈을 전달하며 '-해야 한다'는 지침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강요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같은 수사들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제1장에서 훈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한 다음, 제2장에서 학교의 훈, 제3장에서 회사의 훈, 제4장에서 개인의 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학교의 훈으로는 교훈과 교가가 있다. 저자는 공립여자고등학교와 공립남자고등학교의 사례를 중심으로 교훈과 교가라는 학교의 훈들이 어떻게 개인의 몸과 언어를 통제해 왔는지 살펴본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여자고등학교의 교훈과 교가 중에는 순결, 정숙, 딸, 어머니 같은 단어가 유난히 많이 들어 있다. "순결함은 우리의 자랑", "어여쁜 겨레의 딸", "겨레의 참된 어머니", "알뜰히 부덕을 닦아" 같은 표현이 그 예다. 저자는 남자고등학교나 남녀 공학인 고등학교의 교훈이나 가사에는 이런 표현이 전무하며, 이런 표현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학교와 교사로부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 염려한다. 


여기에는 교훈 개정의 어려움이 한몫하기도 한다. 강원도 원주여자고등학교의 교훈은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이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훈이 마뜩잖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학교 측은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절반이 훨씬 넘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개정에 찬성해 사실상 개정이 결정되었다. 문제는 원주여고 총동문회였다. 교훈이 개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총동문회는 만장일치로 반대 의사를 전했고 결국 개정이 무산되었다. 총동문회의 명분은 "시대가 변해도 교훈은 변하지 않는 학교의 긍지이며 전통"이라고 했다. 저자는 팔순이 넘는 초기 졸업생들이 교훈에 따라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로서 살아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언어에 동일시되었고, 그 결과 교훈이 바뀌는 것을 자신의 존재, 정체성이 바뀌는 것처럼 여기게 된 것은 아닌가 분석한다. 


훈이 중요하고 무서운 건 이 지점이다. 집단은 집단의 자기 보전을 위해 구성원의 욕망을 억압하고 집단의 욕망을 강제한다. 집단 내부에 있는 구성원은 개별적인 욕망을 거세당하고 집단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인 양 받아들이게 된다. 저자는 이를 "'갑'을 위한 대리전쟁을 수행하는 '을'"이라고 표현한다. 원주여고의 사례에서 총동문회가 주장하는 가치는 사실상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의 이익이다. 수많은 회사들이 임직원들에게 강요하는 사훈도 마찬가지다. '고객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남들보다 두 배 더 일하라' 같은 사훈이나 슬로건, 표어를 내세우며 상사가 부하를, 선배가 후배를,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채근하거나 닦달하는 일이 왕왕 벌어지지만, 그래봤자 다들 회사라는 갑에 속한 을들에 불과하며, 갑의 논리를 대신 펼치는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저자는 광고 문구나 베스트셀러 책 제목에 드러나는 한국인의 욕망을 분석한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증명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고 여기는 일부 한국인들의 속물근성을 파고들었고 잘 통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곰돌이 푸 :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 등의 베스트셀러 책 제목은 오늘날 한국인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저자는 앞으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서울 살던 사람이 이혼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으로 가고, 거기서 더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로 옮긴다" 등의 막말도 연구해볼 생각이라는데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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