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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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주경철의 책. 2015년 건명원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역사 강의를 묶었다. 


저자는 서양사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네 시기를 주목한다. 첫 번째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1492년, 두 번째는 그때까지 패권을 쥐고 있던 중국이 해양을 포기하고 서양이 해양을 장악한 1820년, 세 번째는 최초의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네 번째는 두 번째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이다. 저자는 각 시기의 역사와 특징, 특히 그 시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저자의 다른 책과 겹치는 내용이 많지만, 역사의 변곡점이라는 궤로 정리해 소개하는 건 (내가 읽은 주경철 저자의 책 중에는) 처음이라서 신선하고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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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트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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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유행을 보건 당국보다 더 빠르게, 정확히 예측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구글이다. 사람들은 독감에 걸렸거나 걸린 듯하면 제일 먼저 구글에 '독감 증상', '독감 예방법' 등을 검색한다. 독감과 관련된 단어의 검색 횟수가 급증한다는 것은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구글은 보건 당국보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독감 유행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데이터 전문가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검색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숨겨진 진짜 욕망과 생각을 까발리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이 남들 앞에서 하는 말이나 행동보다도 남 몰래 혼자 방에서 검색창에 입력하는 단어가 그들의 욕망이나 진짜 생각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자신이 인종주의자, 성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웬만해선 드러내지 않지만, 검색창 앞에선 인종주의, 성차별주의가 드러나는 단어들을 유감없이 입력한다. 실례로, 2008년 11월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일부 주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보다 '깜둥이 대통령'을 더 많이 검색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 성, 정신질환, 낙태, 광고, 종교, 건강 등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와 편견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부모들은 '내 딸이 재능 있나요?'보다 '내 아들이 재능 있나요?'라는 질문을 2.5배 많이 한다. 딸 가진 부모들이 '내 딸이 재능 있나요?'보다 많이 하는 질문은 '내 딸이 뚱뚱한가요?', '내 딸이 못생겼나요?'등이다. 아들 가진 부모들이 '내 아들이 뚱뚱한가요?', '내 아들이 못생겼나요?'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는 훨씬 적다. 이는 부모들조차 자신의 아들, 딸에 대한 성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아마도 아주 높은 확률로 가정 내에서 성차별적인 교육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남자는 돈을 잘 벌어야 해, 여자는 예쁘고 날씬해야 해 등등). 이 밖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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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치 2019-02-08 08:34   좋아요 0 | URL
오오 이 책이 도서관 인기 도서인가 보네요 ㅎㅎㅎ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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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야마구치 슈는 철학 전문가가 아니라 경영 컨설턴트이다. 철학 전문가도 아닌 저자가 사회인을 위한 철학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이렇다. 미국과 유럽의 엘리트 교육은 철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서양의 엘리트 경영인들은 어려서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마르크스 등 철학과 사회학의 고전을 착실히 학습하며, 사회인이 된 후에도 꾸준히 새로운 저서를 읽고 토론을 나누며 지식을 업데이트한다. 반면 일본의 경영인들은 철학에 별 관심이 없다. 이들은 철학이 '돈 안 되는 학문'이라고 경시하거나 천대한다.


그렇다면 서양의 엘리트 경영인들은 왜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여 걸핏하면 쓸모없는 학문으로 치부되는 철학을 배우는 걸까. 시카고 대학교 총장을 지낸 로버트 허친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교양 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전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교양이 없거나 매사에 무지해도 되는 것일까?' 그러니까 서양의 엘리트 경영인들은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은 '위험한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바쁜 시간을 내서 철학을 배우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은 일본(과 한국)의 경영인들은 위험한 존재라는 뜻이 아닐까.


저자는 이 책에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50가지 철학 사상을 소개한다. 어려운 철학 용어나 이론을 남발하지 않아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목차를 연대순으로 구성하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가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 있으면 자기 것으로 취하는 방식으로 읽으면 된다.


니체의 '르상티망'과 명품 마케팅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여느 철학서에 따르면 '르상티망(ressentiment)'은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을 뜻한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개인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복종하거나,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 자체를 뒤바꾸거나. 주위의 모든 사람이 명품 가방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만 없는 경우, 어떻게든 명품 가방을 사는 사람이 전자라면, 명품 가방을 가진 사람을 욕하는 사람은 후자다. 르상티망을 품은 개인은 르상티망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 상품을 구입하므로 기업은 르상티망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콘셉트를 설정하고 마케팅을 한다.


에리히 프롬의 명저 <자유로부터의 도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조직 관리의 기술은 무엇일까.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따르면 인간은 결코 자유를 좋아하는 존재가 아니다.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이 고독과 책임을 감당하면서 자유를 만끽할 자신이 있는 인간은 의외로 많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나치즘이다. 당시 독일의 수많은 소상인, 장인, 사무직 근로자들로 구성된 하층 및 중산계급이 스스로 자유를 내던지고 국가 권력에 예속되고 복종하길 바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차 산업혁명 등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점차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사회에, '자유를 피하고 싶어 하는' 성향의 인간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명저 <제2의 성>을 언급하며 일본 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는 여성차별을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일본 기업 대부분이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줄도 모르는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하며, 그러한 무자각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방해하는 최대의 장벽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한국 기업도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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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이 필요한 시간 - 우리는 어떻게 공학의 매력이 깊이 빠져드는가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이인식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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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공학과 과학이 다른 학문인지 몰랐다. 이 책에 따르면, 공학과 과학은 엄연히 다른 학문인데도 국내 출판시장에서 공학은 과학의 일부, 심지어 하위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 분야의 명저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같은 책은 잘 팔리는데, 공학 분야의 명저자인 헨리 페트로스키의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같은 책은 외면당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알지만 헨리 페트로스키는 모르는 '공알못(공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반성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을 쓴 이인식은 현재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대한민국 1호 과학 칼럼니스트이다. 저자는 이 책을 '국내 최초의 공학 도서 서평집'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공학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공학 도서를 소개하는 전문 서평집 한 권이 없다는 사실에 개탄하며 이 책을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는 공학 기술 도서 45권에 대한 서평이 실려 있으며, 서평 중 26편은 저자가 직접 집필하고 나머지 19편은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어 완성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공학 기술,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는 저자가 공학 분야의 최고 명저로 꼽는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를 비롯해 <네 번째 불연속>, <중국의 과학과 문명>, <창조의 엔진>, <냉동인간> 같은 책들을 소개한다.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는 포크처럼 흔한 물건에서 위대한 디자인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귀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공학자뿐만 아니라 미래의 발명가, 디자이너, 기획자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제2부 '기계와 인간의 공진화'에서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 기술의 오늘과 내일을 다룬 저서들을 소개한다. <사람과 컴퓨터>, <괴델, 에셔, 바흐>, <생각하는 기계> 등 공학뿐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책들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마지막 제3부 '공학 기술의 미래를 말하다'에는 21세기 한국의 미래 공학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의 목록이 나온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등 언뜻 보기에는 공학 분야의 도서 같지 않은 책들이 언급된 점이 인상적이다. <메이커스>, <기업가 정신 2.0>,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등 경제경영 도서가 여러 권 등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과학과 구별되는 공학의 특징으로 '실사구시'를 든다. 과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학은 실용성이 높은 학문이다. 인간의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불편을 당장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하고 실용화하는 것이 공학의 목적이자 역할이다. 저자는 이 같은 위대한 일을 해내는 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학뿐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은 물론 경영, 콘텐츠, 아이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이 책에 소개된 책들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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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통일사전 - 통일 세대를 위한 남북한 언어 탐구생활
글씸(U&J) 지음, 이명선 그림, 강경민 감수 / 대원키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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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우리나라 말고 우리말을 사용하는 나라가 또 있다는 것.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작년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두 정상들이 통역 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여실히 느꼈다. 남한과 북한은 같은 말을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라는 것. 언젠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대원키즈에서 만든 <우리말 통일 사전>은 통일 세대를 위한 남북한 단어 사전이다. 한국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근거하여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남북한 단어들을 주제별로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단어에 대한 설명과 관련 대화, 그림 등을 통해 북한과 북한 친구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재미있게 공부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옷, 음식, 신체/질병, 운동/문화, 표현하는 말, 시간/장소, 기구, 학교생활, 가족/역할, 은어, 수학 용어, IT 용어 등 다방면의 단어를 총망라한다. 남한은 표준어, 북한은 문화어를 기준으로 했다. 남한의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북한이 쓰는 문화어는 '노동계급이 생각하고 느끼는 수준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로 정의된다. 남한의 표준어는 낮은 억양과 부드럽게 말하는 어조를 특징으로 하고, 북한의 문화어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떨어지는 억양과 끊어 말하는 어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 같은 언어적 특성 때문에 북한말은 남한말에 비해 명확하지만 강하고 드센 인상을 주기도 한다. 남한에서는 대체로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쓴다.


제2장 <음식> 편에는 도넛(가락지빵), 분유(가루젖), 카스텔라(설기과자, 설기빵), 어묵(물고기떡, 고기떡), 누룽지(가마치) 등의 표현이 나와 있다. 어린 시절 북한에서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 주스를 '과일단물'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에는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북한어 외에 더 많은 표현이 실려 있어서 흥미로웠다.


제4장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운동 경기를 비롯해 문화계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실려 있다. 수영, 체조, 배구, 농구는 물론,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축구 용어의 북한어 표현도 나온다. 오프사이드는 '공격어김', 핸들링은 '손다치기', 프리 킥은 '벌차기', 페널티 킥은 '11메터벌차기'라고 한다는데, 처음에 들으면 낯설고 어색하지만 자꾸 들으니 우리말 표현이라서 이해하기 쉽고 정겹기까지 하다.


제11장 <수학 용어>에는 빼기(덜기), 공집합(반모임), 밴다이어그램(모임그림), 정삼각형(바른삼각형) 등의 표현이 나온다. 어려운 한자 표현이나 영어 단어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로잡은 것이 눈에 띈다. 제12장 <IT 용어>에는 컴퓨터(콤퓨터), 노트북(노트형콤퓨터), 모니터(영상표지말단, 감시기), 키보드(자모건, 콤퓨터 건반) 등의 표현이 나온다. 컴퓨터가 '콤퓨터'인 걸 보니 아무래도 컴퓨터는 대체할 우리말을 찾기가 어려웠나 보다. 


이 밖에도 다양한 남북한 단어들이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북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은 워낙 낯설고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에, 이 책은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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